당신은 무엇을 좋아하나요? 이 단순한 질문이 가져다주는 울림은 크다. 바늘구멍보다 뚫기 힘들다는 취업난에, 어렵게 취업해도 버티기 힘든 과도한 노동에, 무얼 해도 눈치 보이는 팍팍한 세상살이에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좋아하는 것’마저 잊고 산다는 건 잔혹하다.
좋아하는 걸 포기하는 이유보다 좋아하는 걸 해야 하는 이유가 더 많은 『좋아한多』의 저자 김혜민, 박명필은 둘다 경상도 출신으로, 서울로 상경해 1년 동안 같은 회사 디자인팀에서 일했다. 퇴사 후에는 함께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디자이너로 네이버 챌린지(폴라 스티커, 문화가 있는 여행스케치, 네이버 스티커)에서 상을 받고 LG생활건강, 서울문화재단, 얼루어매거진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두 분이 커플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작업은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한 명은 그림을 그리고, 한 명은 글씨를 쓰는데요. 일단 어떤 컨셉으로 어떤 상황을 표현할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먼저 그림을 그립니다. 그 뒤에 그림에 들어갈 글을 쓰고, 글씨가 들어갈 적절한 곳을 찾아 편집을 해요. 가끔 필요하다면 색을 바꾸기도 하고, 크기나 위치를 바꾸기도 하는데 그런 후반작업을 끝내면 다시 함께 보면서 전체적으로 조정한 뒤 작업을 완성합니다.
‘좋아한多’라는 책 제목이 참 멋집니다. 이는 작가님들의 필명이기도 하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의미가 담긴 건지 궁금합니다. 작가님들의 삶의 모토와 연관이 있는 건지요.
말 그대로 “많이 좋아한다” 입니다. ‘많이 좋아하는 것을 많이 해보자’는 의미를 담았어요. 많이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하며 살고싶고, 꼭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기 때문에 삶의 모토와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처음엔 서로에게 전하는 응원 문구였는데, 그대로 필명이 되었어요.
재능을 ‘자신이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일을 꾸준히 끝까지 해내는 것’이라고 말한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도전할 때 흔히 재능이 없어서/돈이 없어서/기회가 없어서 등 많은 이유로 포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님들께서 직장을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퇴사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기 위해서'가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 좋아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에 지루한 일에서 도망칠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없었다면 아무리 지금 이 상황이 싫어도 도망칠 곳을 못찾았을테니까요. 포기하게 되는 수만가지 이유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싶은 몇가지 이유를 놓지 않았어요. '이렇게 하기 싫은 일 꾸역꾸역하다가 늙기는 싫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하고 싶은 걸 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 ‘지금이 아니면 안 될지도 몰라’, ‘조금 더 즐겁게 살 수 있는데 내 스스로가 망치고 있는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모여 퇴사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퇴사를 결정할 때 불안하진 않으셨나요?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지만,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 없는 현실적인 부분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물론 많이 불안했습니다. 일단 당장 꼬박 꼬박 내야하는 월세부터 문제였으니까요. 지금도 저희는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지는 않고, 외주작업에서도 개인작업에서도 속상한 일을 많이 겪습니다. 하지만 하루 중 많은 시간을 '하고싶지 않은 것'으로 보냈던 이전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100%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는 없겠지만, 70%의 좋아하는 일로 30%의 싫은 일을 이겨낼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또 어떻게 될지 모르고, 어쩌면 둘 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해보지 않았다면 더 후회했을테니까 오늘 행복하게 살기로 선택했습니다. 한 번 뿐인 삶이잖아요.
하고싶은 일을 포기해야 할 현실적인 이유를 하나하나 찾으면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어쩌면 불안함에 포기해야하는 이유만 보려고 하는지도 모르죠.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한번쯤은 원하는대로 저질러봐도 좋을 것 같아요. 그 선택으로 걷게되는 길이 모두 안전한 길은 아닐지라도 분명 틀린 길은 아닐거에요.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하던, 어떤 결과를 얻던 저희는 그 모두를 응원합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 ‘丁’이 넘치는 직장생활, 냉혹한 현실에 부딪히며 겪는 성장통,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 생애 가장 뜨거운 순간인 사랑, 그 반대인 이별까지. 정말 다채롭게 구성이 되어있는데요. 그림과 글 작업은 어디에서 소재를 찾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주로 저희가 일상 생활에서 겪은 일들이 많고, 지인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들, 우연히 인터넷 서치하다 발견한 것들도 있어요. 또 노래, TV프로그램, 영화, 책에서 본 것들에서 영감을 받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재를 찾고 있습니다.
책에서 서로에 대한 애정이 물씬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일하시면서 갈등이 일어날 때도 많을 텐데, 그럴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혼자하는 작업이 아니다보니 의견이 다를때가 많이 있어요. 사소하게 컬러에서부터 전체적인 컨셉까지 사사건건 부딪힐때가 많습니다. 그럴땐 최대한 솔직하게 말해요. 어떤부분이 마음에 안들고 어떤부분이 별로다. 그러면 상대방은 그 의견에 맞춰서 설득을 하거나 수긍을 하고 수정 합니다. 당장 열띠게 설전을 벌이지만 결국 결과물은 그만큼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로 서운함을 오래 담아두지 않아요. 실컷 언쟁을 벌이다가도, 가벼운 농담이나 인스턴트 커피 한잔에 웃고 넘어갑니다.
마지막에 수록된 보드게임 부록도 재밌었습니다. 책을 보는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즐겼으면 하고 바라시나요?
책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 써보기, 내가 원하는 내 모습 그려보기, 컬러링, 숨은그림찾기, 주사위로 하는 2가지 보드게임’같이 독자가 참여할 수 있는 몇가지 부분이 들어있어요. 부록에 있는 보드게임 두 가지는 저희도 뜯어서 해봤는데 생각보다 더 치열하고 재밌었어요. 좋아하는 것 써보는 것도 기분전환에 도움이 되었고요. 이렇게 참여할 수 있는 부분도 직접 해보시면 더 소중한 '나만의 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좋아한다김혜민,박명필 공저 | 마음의숲
이 책은 자신이 무엇을 바라고 좋아하는지 생각해보고, 할 수 있는 만큼 힘껏 좋아해보자고 이야기한다. 때론 현실의 벽이 두려워 머뭇거리기도 하고, 때론 도전했다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누구의 삶도 아닌 자신의 삶이니 그 어떤 것에도 휘둘리지 말고 좋아하는 것을 위해 꿋꿋하게 마이웨이하길 적극 권장한다.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iuiu22
2016.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