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융
“행복은 장소가 만들어주지 않아요.”
『사랑해도 너무 사랑해』 저자 강병융
간혹 대면 인터뷰보다 서면이 편할 때가 있다. 녹취를 풀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저자에게 인터뷰를 청할 때,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나는 그저 질문을 잘하고 답변을 매끄럽게 잘 정리하면 될 일이다.
소설가 강병융이 딸 강태희 양과 쓴 에세이를 읽었다. 제목부터 마음이 울컥했던 책 『사랑해도 너무 사랑해』. 작가와 그의 딸 모두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한때 기러기아빠 생활을 했던 작가는 딸에게 꽤 미안한 마음이 많았다. 자신의 직업 때문에 먼 타국에서 살고 있는 딸이니까, 부모의 선택으로 낯선 땅에서 낯선 언어를 배워야 했으니까. 하지만 다행히 슬로베니아라는 나라는 그들에게 퍽 좋은 타국이었다. 강병융 작가는 딸이 다니고 있는 슬로베니아 공립학교에 꽤 만족하고 있었다. 만약 딸이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면 극심한 과외 전쟁에 시달려야 했을지도 모르니까.
작가에게 물었다.
“딸이 한국에서 학교를 다녔으면 어땠을 것 같나요?”
나에게는 예상 답변이 있었다.
(“힘들었을 거예요. 숙제도 많고 놀이터에서 놀 친구도 없고, 학원도 여러 개 다녀야 했을 거고요.”)
그러나 반전의 답이 돌아왔다.
“행복하게 잘 지냈을 것 같습니다. 행복은 장소가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본인이 만드는 것이죠. 조금 더 스트레스를 받았을 테고, 조금 더 공부를 많이 해야 했을 테고, 어쩌면 조금 더 학원비가 많이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행복했을 겁니다. 그 안에서 행복한 사람이 되는 방법을 찾았을 겁니다. 저는 딸에게 그런 믿음이 늘 있습니다.”
머리를 한대 얻어 맞은 느낌이었다. “행복은 장소가 만들어주지 않는다." 정답이었다. 한국에 있다고 슬로베니아에 있다고 행복한 게 아니었다. 같은 장소에 있다고 모두가 행복하지 않은 것처럼. 행복은 자신이 만든다는 말. 이보다 더 확실한 표현이 있을까. 상투적인 질문이 이토록 쓸모가 있구나, 새삼 깨달았다.
엄지혜
eumji01@naver.com
jijiopop
2016.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