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쌈마이’ 밴드로 규정되는 장미여관이 3년 만에 정규 2집으로 돌아왔다. 앨범 커버 사진은 흑백 사진에 금빛으로 덧칠하여 그들의 밝고 개구진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어쩌면 금의환향(錦衣還鄕)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한도전>, <불후의 명곡>, <나 혼자 산다> 등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하여 대중과 한 발 더 가까워졌고 육중완은 결혼을 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앨범 발매이지만 음악은 무난하다.
「옥탑방」은 화려하진 않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안정적인 성공을 일궈낸 그들의 삶을 대변한다. 어쿠스틱 기타 선율이 가사와 어우러져 잔잔한 감동을 준다. 계속되는 「이방인」은 그 감동을 이어간다. 마이너 코드를 중심으로 한 펑크(funk) 리듬에 쓸쓸함을 얹었다. 가사 속 시적인 은유는 도시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느끼게 되는 도시적 외로움을 자극한다. 노래를 듣고 있자면, 마치 해가 지고 차갑게 식은 사막 한가운데를 떠도는 도시인이 된 듯하다.
「퇴근하겠습니다」에서 감정이 절정에 이른다. 하모니카를 더한 느린 템포의 밴드 사운드에 묵직한 보컬 조합은 자칫하다간 곡 자체를 올드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퇴근하겠습니다’라는 가사가 세대를 어우르며 노래의 중심을 세운다. 털어버리는 듯한 후렴 멜로디가 ‘퇴근하겠습니다’라는 가사와 딱 맞게 어우러지고, 굵직한 육중완의 보컬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여 메시지를 가슴까지 전달한다. 첫 세 곡은 좋다.
이후엔 들을 게 마땅찮다. 일차원적인 노래가사와 진부한 사운드로 무장했다. 「사나이 댄스」, 「오빠는 잘 있단다」 등 곡들은 B급 감성을 추구하지만 신선하지 않다. 「엄마 냄새」, 「사람 사이」에서는 우려했던 올드한 감성이 그대로 나타난다. 옛 것의 재발현이라기보다 재탕에 가깝다. 밴드 연주 혹은 가창은 만족스러우나 음악적 연구가 필요하다. 지나친 ‘프런트 로딩(front-loading)’이다.
2016/04 현민형(musikpeo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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