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4일, 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 7기는 경기도 파주로 향했다. 서포터즈는 파주출판단지에 위치한 여러 출판사 가운데 애니북스를 찾았다. 애니북스는 문학동네 출판그룹의 브랜드 중 하나로 2000년에 문을 연 만화 전문 출판사다. 유머, 드라마, 역사를 아우르는 다양하고 작품성 있는 장면, 만화 단행본을 출간해왔으며, 아동을 위한 교양서 개발에도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바닷마을 다이어리>, <모락모락 펭귄의 부엌 in the UK> 등을 펴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문학동네 사옥에 도착하자, 애니북스의 한민아 마케팅팀 차장과 김지애 편집자가 서포터즈를 반갑게 맞았다. 먼저 3층 회의실에 모여 애니북스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경계를 짓지 않는 출판사
김지애 : 제가 생각하는 애니북스의 특징은 경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대개의 만화 출판사들이 웹툰이나 출판 만화 중 한 장르를 집중 출간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경계 없이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골고루 출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녀노소 모든 독자층이 읽을 만한 작품을 두루 갖추고 있고요. 출판 만화는 일본 만화를 주로 내는데 한국 작품도 가끔 있습니다. 웹툰은 웹에서 연재하던 것을 소장 목적으로 한 단행본을 출간합니다. 때로는 만화 외 장르를 출간하기도 하는데, 얼마 전에는 요리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1년 출간 권수는 6~70권 정도됩니다.
애니북스의 대표 작품들
김지애 : 2000년 초중반의 대표작으로는 2002년 『고우영 삼국지』, 2004년 『고우영 십팔사략』 이 있습니다. 2011년부터는 웹툰을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했어요. 그때 『신과 함께』, 『어쿠스틱 라이프』 같은 히트작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 다음부턴 웹툰 반, 일본 만화 반 정도의 비율로 출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어 주요 작품들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김지애 : 가장 의미 있는 책 중의 하나가 고우영 선생님 작품이에요. 고우영 선생님의 『삼국지』는 총 10권으로, 처음 초판이 나온 1979년에도 10권이었어요. 그런데 당시 검열이 심해서 자르고 수정하다가 5권까지 줄어든 적도 있다고 합니다. 2002년 고우영 선생님께서 직접 복원하셔서 애니북스에서 출간한 책이 바로 완전판 『고우영 삼국지』입니다. 선생님의 다른 책으로는 10권으로 구성된 『십팔사략』이 있어요. 중국에서 정사라고 할 수 있는 18종의 역사서를 간략하게 줄인 증선지의 책을 고우영 선생님이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원래는 둘 다 흑백만화인데, 『십팔사략』 같은 경우에는 2012년에 컬러판을 낸 적이 있어요.
고우영 선생이 돌아가신 뒤 출간된 컬러판 『십팔사략』은 미술을 공부한 그의 아드님이 컬러링 작업을 했다. 2대에 걸친 작업이라는 의미를 가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김지애 :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로 주호민 작가님의 『신과 함께』가 있어요. 원래 웹툰이었던 이 작품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었어요. 원작의 큰 인기에 힘입어 뮤지컬과 영화화에 이어 일본에서도 현지 출판사를 통해 리메이크된 만화가 출간되기도 했고요. 여자분들이 좋아하는 『어쿠스틱 라이프』도 베스트 중 하나인데 총 9권까지 나와 있어요. 다음 만화속세상에서 연재되고 있는 생활툰인데 연재를 시작한 지 햇수로 6년이 되었는데도 최정상을 지키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닥터 프로스트』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네이버에서 연재하는 웹툰인데요. 이종범 작가님이 심리학과 출신이세요. 현대인의 병폐를 다룬 흥미진진한 스토리 속에 심리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한 전문 지식이 잘 녹아 있어 인기가 높은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일본 작품에 대해 소개했다.
김지애 : 『바닷마을 다이어리』라는 작품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작가 요시미 아키미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순정만화의 거장인데, 그 분이 그린 최신작이에요. 그동안 작품성에 비해 판매량이 조금 아쉬웠던 작품이었는데 최근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기쁩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최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으며, 1월에 <이동진의 빨간책방>이라는 팟캐스트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1권에서 6권까지 나와 있고 현재 7권이 계약돼서 곧 출간 예정이라고 한다.
김지애 : 『결혼식 전날』이라는 책도 있어요. 호즈미 작가의 작품인데 일본에서도 무명의 신인이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알려진 적이 없는 작가의 단편이라서 사실 출간 전까지 큰 기대를 안 했어요. 그런데 반응이 좋아서 저희도 놀랐던 작품이에요. 예상치 못한 반전 속에 감동을 녹여내는 재주가 탁월해서 계속 주목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은 주로 싱글 여성의 삶과 고민을 다루어왔던 마스다 미리 작가가 전작과는 다르게 두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은 2013년에 출간을 시작했는데요. 이건 저희가 낸 책 중에 가장 권수가 많고 아마도 그 기록이 유지되지 않을까 합니다. 일본에서 2016년 현재 8부, 115권까지 출간된 작품인데, 애니북스 판은 5부 63권까지 완결되었어요. 6부는 올해, 7부는 내후년 정도에 완결을 낼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아직도 연재하고 있어서 더 갈 수도 있는 작품입니다. 마지막으로 『중쇄를 찍자』라는 책이 있는데 이건 작년에 나온 신간이고 기대작이에요. 출판사에서 일어나는 일들, 편집자 혹은 마케터가 책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져 출간 후 호평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웹툰이 단행본으로 출간되기까지
서포터즈 : 웹툰은 인터넷에서 무료로 볼 수도 있는데 책을 사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방법과, 웹툰 단행본을 낼 때 웹에서 책으로 옮겨가는 과정 중 가장 신경 쓰는 부분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김지애 : 웹툰은 세로 스크롤로 연출된 작품이잖아요. 이걸 단행본으로 옮기는 순간 화면에서 보던 것과는 이야기의 호흡도 다르고 느낌도 다를 거예요. 그래서 이걸 단행본으로 만들 때는 어디서 끊어야 하는지, 컷의 크기나 배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우선 고민합니다. 독자들이 낯설어하거나 작품에 대한 호감이 떨어지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책으로 옮길 수 있느냐, 옮겼을 때 매력이 떨어지진 않느냐, 이것도 저희가 새로운 계약을 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지점 중 하나입니다. 저희도 웹툰 단행본 출간을 본격화할 무렵 ‘누가 이걸 돈을 내고 살까’ 하는 우려를 가졌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현재 저희가 대표작이라 불리는 작품은 거의 다 웹툰입니다. 웹에서 모두 보고도 소장까지 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이죠. 그런 작품들을 고르려 노력합니다.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계약할 때부터 잘 팔릴 만한 작품을 고르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민아 : 마케팅부에서 얘기를 더하자면 우선 단행본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을 어필해야겠죠.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게끔 숨겨진 원고를 공개 한다든지, 웹에서 공개 안 했지만 팬이라면 너무나 궁금해할 것들을 단행본에 넣기도 하고요. 밖에서 구하지 못하는 출판 기념 굿즈를 제작하거나 사인회나 작가와의 만남 같은 행사를 만들기도 합니다.
김지애 : 요즘은 작가님들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획을 시도해보려고 고민중이에요. 연재만으로는 보여줄 수 없는, 작가님들의 재능이나 매력을 보여드릴 수 있는 책을 구상해보고, 적합한 작가님들께 제안을 하기도 합니다.
일본만화를 선정하는 기준과 애니북스만의 차별화
서포터즈 : 일본 만화를 고르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지애 : 보통은 일본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서 판매량, 리뷰, 실적을 봐서 고릅니다. 일본 만화 리뷰 사이트에서 호평을 받는 작품들이 있다면 그런 것을 위주로 읽어보기도 하죠. 기준은 딱히 말씀드릴 수 없는 게 편집자의 취향이 다 달라요. 애니북스는 각 편집자의 개성을 존중합니다. 그래서 공통된 기준이란 게 명확히 없습니다. 다만, 일본에선 잘 팔렸어도 한국 독자들의 성향엔 맞지 않는 것들이 있어요. 그런 건 아무래도 배제하게 되죠. 작품성뿐만 아니라 팔릴 거라는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서포터즈 : 일본만화 원서와 애니북스와의 차이점을 알고 싶습니다.
김지애 : 제가 입사할 때만 해도 애니북스가 만화책값 인상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다른 출판사과도 크게 차이가 안 나요. 애니북스만의 차별점을 꼽으라면 원작이 가진 매력을 최대한 담아내고자 노력한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가령, 일본에서 만화 출판은 먼저 잡지에서 연재한 뒤 정기적으로 단행본으로 묶어 출간하는 시스템인데, 잡지 연재에서는 컬러로 들어가 있던 일러스트가 단행본에는 흑백으로 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니북스는 다소 시간이 걸리거나 추가 비용이 들더라도 컬러 데이터를 입수해서 구현해냅니다. 최대한 한국 독자들에게도 그 작품이 가진 매력을 일본 독자들만큼 감상할 수 있게 해드리고 싶거든요. 그런 면에서 정성을 많이 들이는 것 같아요. 책의 질감이나 사양, 디자인도 물론 많이 신경 쓰고요. 만화가 왜 이렇게 비싸냐는 얘기를 가끔 듣는데, 특히 웹툰 단행본의 경우 일반 도서보다 제작비가 더 많이 드는 경우가 많아요. 같은 페이지라도 올 컬러로 제작되다보니 그렇습니다.
애니북스의 사무실
문학동네의 SNS
서포터즈 : 문학동네에서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하루 한 개에서 두 개까지 글이 올라오더라고요. SNS를 위해 어떤 일들을 하시는지 그리고 콘텐츠를 업로드 할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다루시는지 궁금합니다.
한민아 : 페이스북은 문학동네 홍보실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소스는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인데요. 문학동네 출판그룹에서 출간하는 모든 신간, 뉴스, 이벤트 소식, 행사 후기 등이 모두 문학동네 카페로 집결된다고 보시면 돼요. SNS별로 특징을 살려 홍보실에서 여러 출판 브랜드를 두루 살피면서 순차적으로 올리는 걸로 알고 있고요. 콘텐츠 같은 경우에는 개별 브랜드 마케터나 편집자와 사전 회의해서 책의 매력 포인트들을 파악해서 어필해달라고 이야기 합니다.
김지애 : 페이스북에서는 E카드라고 해서 이미지랑 글이랑 간단하게 넣은 이미지를 만들어 홍보수단으로 삼는데요, E카드를 만들 때 담당자 분께서 요청하시는 것 중 하나가 많이 공유될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달라는 것입니다. 많은 독자분들께 공감받고 쉽게 받아들여질 만한 내용으로요. E카드를 옆으로 넘기면서 볼 때 어떤 느낌이 들까도 고려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으로 문학동네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후 회의실에서 나와 문학동네 사옥을 둘러보았다. 총 4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은 전체적으로 깔끔했다. 애니북스를 비롯하여 휴먼큐브, 포레, 나무의 마음, 엘리시르, 난다, 이봄, 고유서가, 글항아리 등 문학동네의 브랜드별 사무실이 있었다. 수유실 등 직원들을 위한 복지 공간도 눈에 띄었다. 전 직원을 수용할 수 있는 대회의실을 비롯하여 미술부, 제작부, 마케팅부, 관리부, 전자책 담당 부서 등 문학동네 출판그룹의 굵직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의 사무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꼭대기층에는 사장실과 비서실, 저작권팀, 국내문학팀, 해외팀 등이 있었다. 각 사무실마다, 각 직원의 책상마다 책이 가득 쌓여있었다. 간단한 탐방을 마치고 아쉬운 발걸음으로 문학동네를 나왔다. 오랜만에 만화를 보고 들으며 동심으로 돌아갔던 이날은 오래도록 서포터즈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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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 7기
고은영, 김소원, 김보경, 이정훈, 최민아 등 예스24를 사랑하는 대학생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