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관 유쾌한 대화였다. 이 분위기, 책을 봐도 짐작할 수 있었다. 막걸리집 주인과 단골 손님으로 만나 친해진 사이라는 두 사람, 따루 살미넨과 이연희는 제대로 된 핀란드를 보여주자는데 의기투합해 2014년 봄부터 세 차례에 걸쳐 핀란드 곳곳을 여행한다. 수도 헬싱키에서 열린 축제를 즐기고, 핀란드의 제주도라는 올란드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고, 산타가 있는 라플란드에서 생전 처음 보는 엄청난 설경에 매료된다. 그 여행의 거의 모든 순간, 둘을 이어준 술이 등장하고 덕분에 독자는 핀란드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멋진 하우스 맥줏집까지 발견할 수 있다. 이 여행은 핀란드 사람 따루 살미넨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핀란드의 평범한 가정에서 나무 사이에 핀 버섯을 따는 장면이나 근처 호수로 뛰어들어 신나게 수영하는 장면을 다른 여행기에서도 이렇게 자연스럽게 볼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핀란드 항공권 검색을 했다. 직항 노선이 있고, 의외로 비행시간도 길지 않다. 이 책 한 권이면 현지인 친구를 둔 사람처럼 여행할 수 있을 테니, 이제 필요한 건 결심뿐일 터다.
ⓒ이연희
가장 가까운 유럽
핀란드라는 곳이 물리적 거리보다는 심리적으로 먼 곳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목처럼, 의외로 가까운 곳이더라고요.
연희: 저도 몰랐으니까요. 저는 여행을 많이 했어요. 런던에서는 방 잡아놓고까지 여행한 사람인데요.(웃음) 왔다 갔다 하는 비행기 값이 너무 아까워서 그랬어요. 런던이 저가 항공이 제일 많이 다니는 허브거든요. 그곳에서 처음으로 방 잡고 간 곳이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같은 북유럽이었어요. 사실 그때도 핀란드에 대해서는 지금처럼 잘 알지 못했던 것 같아요.
따루 살미넨: 아는 분이 제가 핀란드 책 쓴다고 하니까 ‘친구가 갔다 왔는데 볼 게 없다고 하더라’라는 거예요. 물론 그 말은 이해할 수 있어요. 패키지 상품으로 가면 광장 가서 사진 찍고, 밥도 대충 먹고 그만이거든요. 재미있게 핀란드에 가려면 정보가 필요해요. 그런 것 때문에 책에도 맛집 같은 걸 일부러 많이 설명해 놓았어요. 쇼핑 정보나 감동 받을 수 있는 장소들도 많이 찾았고요. 그걸 보고 다녀오면 ‘핀란드도 볼 게 많다더라’ 이런 대답이 나올 수 있겠죠. 그런 목표도 있었어요.
저도 책을 가만히 읽고 있기가 힘들었어요. 너무 가고 싶어서요. 보니까 직항 노선도 있더라고요. 한국에 제대로 핀란드를 소개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거죠?
따루 살미넨: 언니(이연희)와 책 이야기를 나누기 전부터 저는 핀란드 사람이기 때문에 핀란드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한국 사람들은 분명히 핀란드에 관심이 되게 많은데도 막상 얘기해보면 정보 찾기도 어렵고 해서 잘 모르고, 잘못 알고 있는 정보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알리고 싶은 마음이 원래 있었죠. 알고 보면 비행기 거리도 가깝고, 사계절도 있고, 볼 것도 많은 게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마지막에 가게 되는 게 북유럽이죠. 멀고 비싼 이미지 때문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은 있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책을 통해 ‘가볼까’ 하는 마음을 갖게 하고 싶었어요.
언니는 저희 가게 단골이고, 술 먹다가 친해졌는데요.(웃음) 그렇게 2~3년 지내다가 언니가 원래 여행을 좋아하고, 핀란드도 그 전에 이미 두 번 정도 다녀왔다고 해서 책 한 번 쓰는 게 어떨까 의논하게 됐죠.
아이디어는 이연희 저자가 먼저 냈군요?
이연희: 따루가 한국과 핀란드를 워낙 자주 왔다 갔다 하니까 따루 있을 때 함께 여행하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렇게 2014년 봄부터 시작이 된 거예요. 4월 30일 바뿌(Vappu, 노동절) 축제 전날 도착했어요. 책 첫 장면이 바뿌 축제인데요. 책이 저희 여행 시간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돼요. 그렇게 시작한 여행이 2015년 겨울에 끝난 거죠.
시작 장면이 노동절 축제라는 것마저 괜히 의미심장하게 느껴졌어요.(웃음) 핀란드가 워낙 겨울이 긴 곳이니 5월정도는 돼야 봄을 시작하는 느낌이 있다는 대목도 눈길을 끌었고요.
이연희: 축제로 시작한다는 게 저도 들뜨고 기분이 좋았죠. 한국에서 노동절은 그냥 하루 쉴 수 있는 날 정도지만 말이에요.
따루 살미넨: 사실 핀란드는 사람도 얼마 안 살고 그래서 일 년 내내 거리가 한산해요. 그런데 그날은 가면 진짜 달라요. 만약 그날 하루만 찍고 핀란드에 가면 핀란드에 대한 이미지가 확 바뀔 거예요. 정말 다른 나라 같은 느낌일 것 같아요. 핀란드에도 사계절이 있지만 겨울이 길다보니까 그래요. 또 좀 어둡거든요. 2~3월쯤은 점점 봄으로 향하면서, 날이 길어지고요. 그때부터 계속 햇빛이 쨍쨍해지면서, 사람들 얼굴에 웃음도 피고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돼요. 그게 5월 초부터죠. 그때부터 여름을 기다리고요. 또 6월 되면 백야가 시작하거든요. 사람들이 기분 되게 좋고 그런 분위기죠.
이연희 저자는 그런 활발한 기운, 핀란드의 봄을 만난 첫 느낌이 어땠나요?
이연희: 전에 핀란드에 혼자 갔을 때는 진짜 한산했어요. 무슨 수도가 이렇지(웃음) 했어요. 그랬는데 바뿌 때 가니까 온 핀란드 사람들이 다 밖에 나온 것처럼 너무 활기차고 다르더라고요. 일정 때문에도 그때 가긴 했지만 시작을 축제처럼 재미있게 하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핀란드 하면 조용하고, 사람도 별로 없는 곳이라고 흔히 생각하니까요.
따루 살미넨: 날짜를 잡으면서 제가 언니한테 얘기를 한 것 같아요. 이때 가면 축제도 있으니까 이왕이면 맞춰서 오면 좋겠다고요. 4월 30일부터 1박 2일 동안 난리 나거든요.(웃음)
<꽃보다 청춘> 핀란드편을 원한다
핀란드와 한국의 공통점을 몇 가지 짚었어요. 사람들이 활발하고, 술 좋아하고, 교육열이 대단한 점 등을 들었는데요. 그것도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을 것 같아요.
따루 살미넨: 맞아요. 은근히 먼 것 같으면서 비슷한 나라예요. 차이점도 물론 있지만요. 한국에 살면서 공통점을 많이 느꼈어요. 이런 건 한국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알 수 있는 거잖아요. 그동안 느꼈던 것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일단 음주 즐긴다는 점이 정말 비슷해요. 그 다음은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 비슷하죠. 물론 교육열이 나타나는 현상은 조금 다르지만요. 핀란드도 사람들이 공부를 열심히 안 하면 제대로 못 먹고 산다는 공감이 있어요. 천연자원도 부족하고요. 가장 뚜렷한 공통점은 작은 민족이라는 정체성이 확고하다는 점이에요. 한국은 제가 볼 때는 엄청 큰 나라예요. 5천만 인구잖아요. 그런데도 한국 사람들은 보면 항상 더 큰 나라에 민감한 것 같아요. 일본 지배를 오래 받았잖아요. 핀란드도 스웨덴의 지배를 오랫동안 받아서 그런 게 있어요. 스웨덴과 아이스하키 같은 거 하면 난리가 나요.
문화라는 게 참 신기한 것 같네요. 지금 한국에서는 북유럽에 대해 관심이 무척 높잖아요. 다만 핀란드에 대해서는 더 깊이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때요?
따루 살미넨: <꽃보다 청춘>에서 핀란드를 가야 해요.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작가님들이 못 찾는 곳까지 제가 다 찾을 수 있어요. 예를 들면 1년에 한 번 ‘모기 잡기 세계 선수권 대회’를 하거든요. 거기에 출연자들과 함께 참가하면 얼마나 재미있겠어요. 시간을 정해놓고 그 안에 최대한 많은 모기를 죽이는 사람이 이기는 대회예요. ‘개미집에 오래 앉아 있기 대회’도 있어요. 바지 벗고 개미집 위에 누가 더 오래 앉아있나 겨뤄요. 그런 대회에 참석하면 재미있겠죠. 프로그램 측에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아이디어를 아직 못 팔았어요.(웃음)
이연희: 그런데 한국에서는 ‘북유럽스타일’이라고 해서 집 안에 뭐 하나 들여놓고, 사진 찍어 SNS에 올리고, 이런 식이잖아요.
이연희 저자는 핀란드가 부럽다는 말을 종종 하고 있어요. 독자 역시 비슷한 감상을 가질 것 같거든요. 어떤 점이 가장 부러웠어요?
이연희: 우선은 양심적이라는 점이에요. 한국은 원산지를 속이거나 사기 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곳 중 하나잖아요. 핀란드 여행을 갔었지 살았던 것은 아니니까 핀란드에도 사기꾼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저는 그곳이 참 양심적이란 느낌을 받았어요. 원산지가 핀란드면 꼭 국기가 붙어 있다는 점이 되게 신기하더라고요. 하다못해 껌에도 작게 핀란드 국기가 붙어있는 식이거든요. 또 아이 키우기 참 좋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교육비가 많이 들지 않으니까요. 거의 공짜거든요. 한국은 아이 키우기가 힘들어서 결혼을 안 하거나 아이 낳기를 포기하는 부부들이 많잖아요. 무엇보다 유기견, 유기묘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동물을 워낙 사랑하다보니 그런 게 진짜 부럽더라고요.
배 한 켠에 동물이 배변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놓은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인식 차이가 그렇게 크구나 생각했어요.
따루 살미넨: 핀란드는 동물도 사람과 어떻게 보면 똑같은 거예요. 사람의 소유라기보다 동반자예요. 사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에요.
ⓒ이연희
같은 질문을 따루 살미넨 저자에게 드릴게요. 한국에는 핀란드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핀란드 사람 입장에서 어떻게 느끼나요?
따루 살미넨: 좋은 면만 봐서 그래요.(웃음) 저는 꼭 그렇게는 안 생각해요. 핀란드에 가서 공부하는 한국 사람이나 직장 때문에 발령 나서 가는 한국 사람을 많이 봤거든요. 어떤 사람은 정말 좋아해요. 특히 아이가 있는 가족은 핀란드를 안 떠나려고 해요. 그런 건 확실히 있는데요. 혼자 가는 남자는 죽으려고 해요. 왜냐하면 직장도 칼퇴근이고, 끝나고 술 한 잔 하거나 이렇지 않거든요. 그냥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요. 그러니 혼자 있으면 정말 외롭고 놀 곳이 없는 거죠. 모든 한국 사람에게 맞는 나라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좀 조용한 삶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맞을 수 있다고 봐요. 집 꾸미는 걸 좋아하거나 정원 가꾸거나 하는 가정적인 분위기의 사람에게는 참 좋아요. 핀란드 사람도 학생 때는 술도 마시고 친구들과 놀지만 가족이 생기면 무척 가정적이거든요.
어느 사회나 저마다 장단점은 있는 거겠죠.
따루 살미넨: 핀란드도 문제가 많아요. 지금 경제가 가장 큰 문제예요.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고령화 문제도 크거든요. 사실 지금도 출산율은 OECD 상위권에 속하는데요. 핀란드도 2차 대전 이후 아이들이 많이 태어났거든요. 그 베이비붐 세대가 이제 은퇴를 하는 시기예요. 그래도 복지는 유지를 해야 하고, 그래서 뭔가 앞뒤가 안 맞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가 굉장히 큰 문제로 남아 있어요. 핀란드도 나름대로 그 안에는 그런 고민들이 많아요. 천국이라고 얘기하기는 좀 그렇죠.
한국 생활을 오래 한 입장에서 보는 한국 문화나 한국 사회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따루 살미넨: 많죠. 일단은 사람들이 좋아요. 제가 인복이 있어서 그런지 나쁜 사람 많이 안 만나봤어요. 덕분에 처음부터 좋은 인상을 많이 받았고요. 또 이렇게 음식이 맛있는 나라는 없어요. 제가 볼 땐 최고예요. 또 역동적인 모습이 있어요. 사람들이 정말 생활력이 강하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해요. 세계 어딜 가든 한국 사람들은 성공하잖아요. 그런 추진력은 확실히 있어요. 저도 핀란드에 살 때는 이렇게 말도 안 빠르고, 24시간 일하고 그러지 않았어요. 여기 오니까 그렇게 되더라고요.(웃음) 저는 오히려 핀란드 가면 ‘뭐하지’ 싶고 되게 힘들어요. 한국에 있는 게 더 편해요. 확실히 한국은 아주 재미있는 나라죠. 물론 돈이 있어야 재미있다는 부분이 있지만요.
핀란드 교육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 조금 더 듣고 싶어요.
이연희: 핀란드는 학원이 없다고 해요. 사교육이 없고요. 따루 어머니께서 선생님으로 작년에 퇴직하신 분인데요. 어느 날은 집으로 채점할 것을 가져오셨어요. 그걸 구경을 하는데 문제가 다 주관식이더라고요. 초등학교 꼬마들 시험지였는데 다 서술형이거나 주관식 문제였어요. 우리는 ‘찍기’에 익숙해 있잖아요. 엄청난 차이죠.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는다는 건 말이에요. 그러니 학업 성취도가 한국이나 핀란드나 높긴 하지만 실상은 많이 다르겠죠.
따루 살미넨: 또 상대평가가 없어요. 다 절대평가예요. 이것도 아주 중요한 건데요. 친구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과 경쟁하는 거예요. 교육의 목표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한국이 진학을 위해서 공부하거나 시험을 위해서 공부하는 거라면 핀란드는 시험도 당연히 있고, 진학도 해야 하지만 그런 목적보다는 인생을 위해서 공부하는 게 더 중요한 목적이에요. 어떤 시험에서 떨어지고, 대학에 못 들어간다고 해서 실패한 것도 아니고요. 그런 문화 차이가 있어요. 낙오자가 없도록 교육하려고 하는 원칙이 있죠. 물론 그래도 낙오자는 생길 수밖에 없지만 비교적 적은 편이에요.
교육 문제에 대해 얘기 안 할 수 없는 게, 이것이 사회 전체의 교양이랄까 상식, 평균적인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잖아요. 핀란드를 얘기할 때 교육 얘기를 늘 하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아요.
따루 살미넨: 그런데 막상 핀란드 사람은 그걸 모른다는 것 아세요?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좋은 것도 모르고 그냥 그런가보다 해요.(웃음) 이것도 어떻게 보면 상대적이라는 거죠. 핀란드도 나름대로 스트레스가 있고요. 저도 대입시험 앞두고는 스트레스 받고 그랬거든요. 지금 한국에 살다보니 절대적으로 여기에 스트레스가 더 많다는 걸 알게 됐지만요.
술로 맺은 인연
저자 두 분이 술집 주인과 단골로 친해졌다고 했는데요. 함께 여행을 가고 책을 내기까지 참 재미있는 인연이에요.
이연희: 제가 <미녀들의 수다>에서 처음 따루를 봤어요. 우연히 봤는데 뒷줄에 앉아서 한국말을 너무 잘하는 거예요. 발음도 너무 좋고, 말까지 빠르고요. 게다가 술을 좋아한다는 거예요. 급 호감이 생긴 거죠. 제가 언어에 관심이 많은데다가 술도 좋아하니까요. 금상첨화잖아요. 그때 박사논문 준비를 하던 때라 스트레스도 많을 때였는데 따루가 주막을 한다는 걸 알고 한 번 와봤어요. 진짜 저녁 7시쯤 되니까 앞치마를 두르고 막걸리를 나르고 있더라고요.(웃음) 그렇게 하다 제가 여기에 자주 온 거죠. 술도 한 잔 나누고 하다가 친해졌어요.
따루 살미넨: 특이했던 게 언니가 친구를 먼저 보내고 혼자 남은 거예요. 이상했어요.(웃음) 왜냐하면 일부러 저와 친해지려고 그렇게 오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런 것에 좀 거부감이 있어요. 친구 되고 싶다고 해서 제가 친구 되어 드릴 순 없거든요. 뭔가 통해야 친구가 될 수 있는 건데 말이에요. 어쨌든 언니는 그렇게 자주 와서 친해졌어요. 매상도 엄청 올려줬죠.
ⓒ이연희
인간적으로 통하는 게 있었겠죠.
따루 살미넨: 함께 여행하자는 결정이 쉬운 건 아닐 수도 있거든요. 친한 친구랑 가도 안 맞으면 힘들잖아요. 제 경우 여행할 때 맛있는 거 먹는 걸 좋아하고, 쇼핑하는 건 싫어해요. 쇼핑 좋아하는 친구라면 여기선 친해도 함께 여행은 못 가요. 여행 가서 싸울 수도 있고요. 그런데 다행히도 저희는 싸우지도 않고 잘 다녔어요.
이연희: 함께 술 마시면서 제가 핀란드 가봤다고 얘기했었어요. 그러다 본격적으로 핀란드의 봄, 여름, 겨울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 거예요. 사실 저는 배낭여행으로 혼자만 여행을 다녔어요. 친구들과 싱가폴, 홍콩 이렇게 두 번 정도만 가보고 따루와 여행을 함께 하게 된 건데요. 각자 여행의 목표가 있겠지만 자기주장만 하면 싸울 수밖에 없어요. 그런 걸 이해해주고, 포기할 건 포기하면 별로 문제될 게 없겠죠. 저희는 다행히도 그런 문제는 없었어요.
그냥 여행이 아니라 핀란드를 소개하는 여행이었기 때문에 더 힘든 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따루 살미넨: 원래 쇼핑을 좋아하지 않지만 쇼핑 좋아하는 분들이 워낙 많으니까 일부러 다니기도 했는데요. 그러면서 새롭고, 좋기도 했어요. 수공예품 파는 곳도 재미있더라고요. 책을 준비하면서 완전히 자비로 했는데요. 돈이 하도 많이 들어서 어차피 본전은 못 찾을 거니까 그냥 편한 마음으로 준비한 거예요. 재미있게,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다니자고 생각하고요. 돈 벌 목적으로 시작한 건 아니니까요.
이연희: 세 번을 왔다 갔다 한다는 게 보통일은 아닌데요. 솔직히 따루 부모님 댁이나 동생 집에서 신세를 많이 져서 비용을 아끼기도 했어요. 겨울, 라플란드(Lapland)는 조금 비쌌고요. 헬싱키(Helsinki)에서도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동네고, 물가도 다른 지역에 비해 조금 비싸다보니까 그렇지만 그때 아니면 언제 가겠어요. 라플란드 엄청 좋았어요. 렌트해서 따루가 운전을 했는데요. 진짜 하늘과 땅이 구분이 안 되더라고요. 온통 하얘서 표지판이 안 보일 정도였어요. 책에도 사진을 실었지만 사진으로는 정말 부족해요. 진짜 평생 볼 눈은 다 본 것 같아요.
코리아에서 온 따루
다녀온 곳 중 가장 좋았던 곳은 어디예요? 제일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 있다면요?
이연희: 라플란드에서 광산으로 가는 길이 참 좋았어요. 그 풍경을 잊을 수가 없어요. 올라가서도 너무 좋았고요. 동물원도 좋았는데요. 그 설원에 흩어진 동물을 찾는 거거든요. 그것도 특이했어요. 기본적으로 즐겁게 있었던 건 따루의 고향인 코리아(Koria)예요. 그곳에서 따루 부모님 댁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하고 좋았죠. 맛있는 것도 엄청 많이 먹고요. 엄마가 ‘연희’(웃음) 하면서 워낙 잘해주셨어요. 진짜 내 집처럼 지냈거든요. 따루 덕분이죠. 누가 그런 경험을 하겠어요. 제가 안구 건조증이 있어서 서울에 있을 땐 늘 인공눈물을 넣어야 했었는데요. 핀란드에 있을 땐 한 번도 안 넣었어요. 공기가 정말 좋은가 봐요.
따루 살미넨: 올란드(Åland) 자전거 여행을 추천하고 싶어요. 더 추천하자면 핀란드뿐 아니라 헬싱키에 기지를 두고, 올란드 갔다가 스톡홀름(Stockholm, 스웨덴 수도)도 갔다가 에스토니아(Estonia, 에스토니아 공화국)도 갔다가 상트페테르부르크(Saint Petersburg, 러시아 북서부)도 갔다가 다니는 경로도 좋죠. 저희도 그렇게 갔었고요. 헬싱키에서 기차 타고 두 시간이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가요. 또 한국 사람은 러시아를 무비자로 갈 수 있어요. 핀란드 사람은 비자가 있어야 해서 거기는 언니만 갔어요. 귀찮아서요.(웃음)
따루 살미넨 저자의 고향이라는 ‘코리아’는 지명 때문에도 눈길이 가더라고요.
따루 살미넨: 코리아는 사실 관광지는 아니에요. 물론 책에 소개했듯 관광할 곳은 많죠. 그렇지만 사람이 붐비고 이런 곳은 아니고요. 헬싱키와 가까워서 그곳에 출퇴근 하는 사람들도 있으면서 조용하고, 그런 동네예요. 나무도 많고요. 만약 아이를 낳아 키운다면 저도 그런 곳에서 키우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저도 마음대로 뛰어 놀고, 흙도 먹고 했거든요. 소도 만지고, 돼지도 만지면서요. 자연과 같이 있을 수 있는 곳이라 좋은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핀란드 사람들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 같아요. 도시에 있어도 자연이랑 가까운 느낌이 있어요.
한국의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은퇴하면 전원 생활하는 것을 꿈꾸고 애써 자연을 찾아 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네요. 도시에 살아도 자연이 곁에 있다는 게 참 이색적이에요.
따루 살미넨: 도시마다 그렇고, 헬싱키에도 빌릴 수 있는 정원이 있어서요. 거기서 당근 같은 것 심고 자기가 관리하면 돼요.
호수도 많고요. 핀란드에 워낙 호수가 많아 핀란드 사람들에게 수영은 당연한 건데 한국은 그렇지 않아서 놀랐다고 했어요. 이연희 저자도 수영을 못해서 구경만 하는 장면도 나오죠.
이연희: 배워야 할 게 많아요.(웃음)
따루 살미넨: 맞아요, 되게 놀랐어요. 또 책에 쓰진 않았지만 한국 와서 받은 재미있는 질문이 뭐였느냐면 ‘자전거 탈 줄 아느냐?’는 질문이에요. 오히려 전 ‘못 타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했죠. 제 입장에서는 이게 무슨 질문이지 싶었어요. 한국에서는, 특히 서울에 살면 자전거 안 배울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핀란드에서는 당연히 배워야 하는 거거든요. 수영해야 되고, 스케이트 타야 되고, 스키 타야 되고, 자전거 타야 해요. 네 가지는 기본으로 해야 돼요.
체력이 좋을 수밖에 없겠네요.
따루 살미넨: 핀란드 사람들 운동을 많이 좋아해요. 그런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요. 어릴 때부터 동호회도 해요.
여러 계절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역시 겨울이 인상적이긴 한데요. 어느 계절이 핀란드를 여행하기 가장 좋을까요?
이연희: 겨울도 좋지만 여름이 여행하기엔 아무래도 좋아요. 책 좀 팔리면 저도 여름에 가보려고요.(웃음)
따루 살미넨: 7월이 제일 좋아요. 확실히 좋죠. 모든 축제가 그때 있고요, 모든 식당과 커피숍이 문을 열고요. 핀란드는 7월이 휴가철이거든요. 날씨도 제일 좋고, 백야도 볼 수 있어요. 6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다니면 좋을 것 같아요.
책을 쓰면서 새롭게 알게 된 핀란드도 있었을 것 같거든요.
따루 살미넨: 저도 물론 전에 산타 할아버지 만나러 라플란드에 갔었지만 이렇게 많이 여행한 건 처음이었어요. 제 고향 코리아는 라플란드처럼 눈이 많이 안 오거든요. 저도 그렇게 많은 눈 보긴 처음이었어요. 올란드도 처음이었고요. 올란드는 엄청 좋다고 항상 얘기만 들었거든요. 진짜 눈으로 보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올란드 갔을 땐 저도 말은 통하지만 똑같은 관광객이었어요. 휴양지기도 하고, 거긴 스웨덴어를 사용해서 느낌도 달랐어요. 올란드는 국기도 다르고, 자동차 번호판도 달라요. 자연도 다르고요. 한국의 제주도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 면에서 많이 배웠죠.
이연희: 올란드에서 간 첫 번째 숙소가 한국 사람으로서 인상 깊었어요. 보통 호텔이나 비행기 예약하면 가장 먼저 여권 보여 달라 하고, 카드 결제부터 하잖아요. 그곳은 열쇠부터 주고 주인이 가버렸어요.(웃음) 저희가 퇴근 시간을 지나 도착했거든요. 그래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요. 한국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되게 신기했어요.
술로 맺어진 인연이고, 책에도 하우스 맥주집 정보도 많이 나와요. 따루 주막 주인장으로서의 면모를 충분히 엿볼 수 있어 또 재미있었어요.
따루 살미넨: 다음으로 하고 싶은 게 한국의 맛집, 막걸리 맛집 책을 내고 싶어요. 외국인 대상으로 할 수도 있을 거고요. 정보만 있는 게 아니라 이 책 같은 가이드북을 말이에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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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유럽, 핀란드 따루 살미넨,이연희 공저 | 비아북
한국인보다 더 한국 문화에 정통한 핀란드인 따루 살미넨과 그녀의 친구 이연희. 이 책은 두 사람이 1년여에 걸쳐 핀란드 구석구석을 누빈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사회학자이자 자칭 ‘여행중독자’인 이연희가 한국인의 시선으로 보고, 듣고, 느낀 핀란드 여행기와 핀란드인 따루가 오랜 노하우와 경험으로 집대성한 정보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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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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