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의 아버지는 어머니와 사별한 후 10년 넘게 홀로 윤경을 키우며 살다 70세가 다 되어서 50대의 젊은 애인을 만들었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했던가. 윤경의 아버지는 새로 사귀게 된 여자한테 엄청나게 많은 돈을 썼다. 데이트비와 선물도 모자라 애인의 자녀 또는 손자들을 만날 때마다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씩 용돈을 쥐여주었다. 그렇게 2년 넘게 거의 6억원이 넘는 현금을 썼다.
그러던 어느 날, 윤경의 아버지는 데이트를 나갔다가 애인과 함께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만다. 윤경은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받고 상속세도 냈다. 8개월 후, 윤경은 세무서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아버지가 2년간 사용한 현금 6억원에 대한 상속세를 내라는 전화였다. 그 돈은 아버지가 애인한테 쓴 돈이라고 설명했지만 세무서에서는 그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으면 윤경이 받은 걸로 처리한다고 했다. 윤경은 애가 탔지만, 아버지의 애인은 아버지와 함께 사망했고, 아버지 애인의 자녀와 손자들은 자신들에게 세금이 나올까 봐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버지가 애인에게 쓴 돈이라는 걸 입증하지 못할 경우 윤경은 아버지가 쓴 6억원에 대한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는 것일까?
아버지가 쓴 돈의 사용처를 입증하지 못하면 윤경이 상속세를 내야 한다. 그 돈은 윤경이 상속받은 게 아닌데, 왜 윤경이 상속세를 내야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상속추정 규정 때문이다. 세법은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 1년 이내에 재산 종류별로 2억원 이상 또는 2년 이내에 재산 종류별로 5억원 이상의 재산 을 처분하거나 인출한 경우에, 상속인들이 피상속인의 재산 사용용도를 입증하지 못하면 상속인이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참고로 2억원과 5억원의 기준은 입증책임에 대한 문제다. 기준금액과 기간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상속인’들이 사용처를 입증해야만 과세를 면할 수 있고, 기준금액을 초과하지 않는 금액에 대해서는 ‘과세관청’이 증여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과세할 수 있다. 추정을 한다는 것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반대증거가 없으면 진실한 것으로 인정하고 법을 적용하겠다는 것이고, 이를 바꿔 말하면 아버지가 사용한 6억원의 사용처를 입증하지 못하면 윤경이 상속받은 것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상속추정 규정이 그러하니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예를 더 들자면, 사망 전 1년 이내에 3억원을 자녀에게 준 경우 이는 기준금액을 초과하기 때문에 자녀가 3억원에 대한 사용처를 입증해야 과세를 면할 수 있다.
반면 사망 전 2년 이내에 4.9억원을 자녀에게 준 경우라면 과세관청이 입증책임을 부담한다. 만약 과세관청이 입증을 못하면, 가령 부모의 통장에서 4억 9천만원이 인출되었는데 자녀들이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으면서 통장에는 입금하지 않았다면 증여나 상속을 피할 수 있는 대신 탈세에 해당할 수 있다.
억울한 상속세 및 증여세를 내지 않으려면‘ 사망 전 1년 이내 재산종류별 2억, 2년 이내 5억’이라는 기준을 지키고 그 사용처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 좋다.
이런 규정을 두고 있는 이유는 피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사전에 현금 등 노출이 되지 않는 자산으로 바꾸어 상속인들에게 몰래 상속함으로써 상속세를 내지 않으려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피상속인이 사용한 재산의 사용처를 전부 입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증빙이 없더라도 일반적인 수준의 생활비나 치료비, 품위유지비 등 사회통념에 합치되는 수준의 금액은 입증을 못하더라도 인정하는 편이다. 그리고 소명해야 할 전체 금액의 20%와 2억원 중 적은 금액에 대해서는 용도를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상속인이 상속받은 것으로 보지 않는다. 상속인들의 입증책임을 어느 정도 덜어주기 위해서이다.
윤경은 구제받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윤경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상속 받지도 않은 돈의 사용처를 소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상속세를 더 내야 하는 것이 억울할 수밖에 없다.
이런 억울함에 많은 사람들이 상속추정 규정이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하고 있으나 헌법재판소는 상속추정 규정은 헌법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구회계사의 코멘트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 용도가 불분명해 보이는 재산 또는 부채금액이 재산 종류별로 1년 이내 2억원, 2년 이내 5억원을 넘을 경우 그 금액은 상속인들이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 1년 이내에 재산 종류별(① 현금ㆍ예금 및 유가증권, ② 부동산 및 부동산에 관한 권리, ③ 무체재산권ㆍ기타 재산)로 합산해서 2억원 이상 또는 2년 이내에 재산 종류별로 5억원 이상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인출한 경우 그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증빙을 반드시 구비해 두어야 한다. 채무를 부담한 경우 역시 마찬가지이다.
유사 판례 헌법재판소 2012. 3. 29. 자 2010헌바342 결정
상속인은 일반적으로 피상속인과 동일하거나 근접한 생활영역에 있기 때문에 과세관청에 비하여 피상속인의 경제활동을 확인하기 쉬운 반면, 과세관청에서 현금 또는 현물이 상속된 사실을 완벽하게 입증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피상속인의 처분재산에 대한 입증책임을 상속인에게 지게 한 것은 불가피한 조치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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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수(회계사) | 마상미(변호사)
구상수 회계사
법무법인 지평의 상속전문 회계사, 중부지방국세청 국선 세무대리인
마상미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의 상속전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