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1일, 서울 논현동 교보강남타워에서는 『성적표 밖에서 공부하라』의 저자 조승우의 강연이 열렸다. 책은 학창시절, 왕따와 우울증을 겪고 내신 4등급의 아웃사이더이기도 했으나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서울대에 합격한 저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이날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라”라는 주제로 독자들에게 말을 건넸다.
저자는 올해 대학입학시험전형의 수시모집 비중이 70%로 사상 최고치였다며 앞으로도 그 비율이 유지되거나 높아질 것이라는 말을 인용했다. 이른바 상위권 대학으로 갈수록 수시 비중은 높아져서 15~30%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수능은 이제 대학을 가기 위한 메인 관문이 아닌 시대가 됐다는 것. 서울대도 2016학년도 전체 모집 인원의 76%를 수시로 뽑았다. 5명 중 4명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했다. 서울 상위권 15개 대학이 신입생의 평균 46%가 이를 통해 뽑혔다.
그렇다면 수험생과 학부모가 아니라면 익숙하지 않은 학생부종합전형이 무엇일까. 저자는 학업능력, 다양성, 리더십, 봉사활동, 모집단위 재능 등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대학은 이 다섯 가지를 고루 갖춘 학생을 뽑겠다는 것으로 이를 위해 학교생활기록부(추천서), 자기소개서(포트폴리오), 면접(논술)을 본다. 괄호 안에 있는 것은 보완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저자의 이른바 ‘스펙’을 보자. 평균 내신 3.8등급, 동기생들의 등급은 이보다 높았고 내신이 그보다 좋았던 동기들도 대학에 떨어지기도 했다. 또 전국대회, 경시대회 등의 수상 경력도 없었다. 텝스(TEPS) 성적은 820. 그가 대학에 들어갈 당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는 900정도는 돼야 한다는 암묵적인 커트라인이 있었다. 그가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것은 학생회장 출신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스펙도 없고, 점수도 뛰어난 것이 없는데 서울대, 그것도 장학생으로 입학할 수 있었을까. 나만의 스토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것을 만들기 위해 나는 전공에 대한 열정, 비전과 연계된 포트폴리오 활동, 자기주도학습, 이 세 가지에 주력했다. 이 세 개를 공히 잘 준비한 사람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좀 더 이었다. 어릴 때 포켓몬스터 스티커를 즐겨 갖고 놀았다. 축구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못해서 아버지도 공부보다 축구로 대학에 가라고 했을 정도였다. 그러다 그가 공부를 하게 된 계기는 휴대폰과 김태희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휴대폰을 사달라고 졸랐고 엄마와 협상을 통해서 공부하는 조건으로 이를 따냈다. 초등학교 겨울방학에 처음으로 독서실을 갔다. 저녁 10시까지 고시 공부하는 아저씨들과 함께 공부를 했다. 중학교 첫 시험, 전교 3등을 했다. 공부에 재미를 붙인 시작이었다. 그리고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라는 드라마에 빠졌다. 서울대나 하버드대에 가면 김태희 씨와 같은 애인을 만들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는 김태희 씨의 광팬이었다.
중학교 때 전교 1등도 해보면서 기숙사 자율학교인 충남 공주의 한일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상황은 달랐다. 한 학년 160명 모두 중학교에서 전교 1~2등을 하던 학생들만 모인 학교였다. 배치고사 점수가 낮았던 탓에 정말 열심히 공부했지만 중간고사 등수도 160명 중에 90등. 노력을 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우리 고등학교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했다. 8명이 한 방을 썼다. 한 방 친구들끼리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다. 고1 때 학교를 자퇴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부산의 집을 찾았고 정신병원에 갔다. 우울증이 심각한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약을 먹고 의사가 추천한 책을 읽고 점수 1점이나 등수에 매달려서는 행복하게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좋은 계기가 됐던 책이 『죽은 시인의 사회』였다. 저자는 책속의 이 말에 꽂혔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거라.
바보 같은 사람들이 무어라 비웃든 간에.”
이내 결심했다. 내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야겠다! 그때부터 대학에 가서 무엇을 전공할 것인지 고민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역사, 특히 근현대사를 좋아했던 학생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전국에 여행을 자주 다녔는데 역사 유적지를 주로 찾았다.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100년이 얼마나 슬프고 상처가 많은 역사인지 알았다. 어린 마음이었지만 그가 품은 결심은 창대했다. 내가 살아갈 100년은 그렇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근현대사를 보면서 우리가 국제 정치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가졌고 외교관이 되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그리고 내 꿈과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적은 ‘꿈 명함’과 ‘비전 나침반’을 만들었다. 그는 많은 학생들이 자기소개서에 자신만의 꿈과 비전을 적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다.
‘전공에 대한 열정’도 중요한 대목이다.
“꿈과 행복을 위해 살더라도 서울대가 그것에 더 가깝게 갈 수 있는 방법임을 깨달은 계기가 있었다. 서울대 입학사정관이 학교에 와서 설명회를 가졌다. ‘전공에 대한 열정’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더라. 왜 이것을 강조했을지 생각해봤다. 입학사정관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피지기 임전불퇴’다. 학생을 뽑을 때 교수들이 영향력을 발휘한다. 교수들은 자신의 학문에 인생을 바친 사람들이고 그것을 발전하고 계승할 학생을 필요로 한다. 나는 전공에 대한 활동을 고등학교 3년 동안 평균적으로 930시간을 했더라. 자신이 가고자하는 전공에 대해 일주일에 적어도 6시간은 동아리 활동이나 독서 등을 하면 좋겠다. 나는 전국 청소년 정치외교연합(YUPAD) 창립을 주도하고 토론회, 세미나 등을 가졌다. R&E도 중요한 요소다. 소논문인데 나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연구했다. 서울대 외교학과에 가겠다고 결심한 날, 서울대 외교학과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교수 이름을 검색하고 칼럼, 책, 논문 등을 다 찾아봤다. 학교, 학과의 홈페이지를 공략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학교와 학과의 교수들이 어떤 연구와 생각을 하는지 살펴보면 전략을 제대로 짤 수 있다.”
그는 자신만만했다. 짧은 24년이지만 내가 목표한 것을 이루지 못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고1때 대인관계가 좋지 않아 왕따를 당했었던 그는 고2 때 학생회장에 나가기로 했다. 교사가 집에 전화를 해서 이를 말리기도 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상황. 그는 어떻게 목표를 성취했을까.
“어릴 때부터 나는 목표를 세우면 ‘이게 과연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지웠다.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고 “무조건 할 수 있게 되어 있다”라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방법을 찾으면서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학생회장이 되기 위해 홍정욱이 쓴 『7막7장』을 읽고 세계의 명연설문을 담은 열권의 책을 사서 분석하고, 오바마의 연설 동영상을 100번 이상 봤다. 그리고 선거 당일, 후보들이 학생회장 연설을 했다. 내 앞의 세 후보는 고만고만하게 했지만 내가 연설을 할 때, 학생 전부가 기립해서 박수를 치더라.“
그는 자신이 걷고자 하는 길을 향해 모든 것을 이에 맞췄다. 고2 때는 고3 선배들이 수능 뒤에 버리는 책을 팔아서 성금을 마련, 불우이웃을 돕는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122만원을 모금했고 소외 계층 어르신들의 ‘말벗되기 프로젝트’ 등도 시도했다.
“학급과 학교, 나아가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과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경험을 리더십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별것 아니라도 좋다. 리더십과 관련한 사례를 모아서 사례집을 만들 수 있다. 나는 고3 때 정말 많은 일을 했다. 서울대에는 ‘당신은 왜 공부를 하시나요?’라는 질문을 붙은 게시판이 있다. 많은 학생들이 각자의 생각을 붙였는데 “나 자신이 쓰일 곳에 제대로 쓰여 지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나는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자기만의 대답을 찾는 것이 지속가능한 공부를 할 수 있는 시작이다.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내가 왜 진짜 공부를 하고 있는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자신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자기주도학습의 시작이라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내신이 얼마나 중요한가?’라고 묻는다고 했다. 그는 내신은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신이 좋지 않은 이유? 그는 기본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아서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며 내신 성적이 올라가는 3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 수업 시간 선생님 모든 말씀을 전부 다 받아 적어라(농담조차!)
- 시험 기간을 늘려라
- 덜도 말고, 더도 말고 딱 10번만 봐라!
면접도 중요한 요소다. 그는 면접 덕분에 서울대에 붙었다고 언급했다. 서울대는 심층 면접을 진행하는데, 그는 입학 면접에서 받은 질문은 당시 큰 지진이 일어났던 아이티를 둘러싼 것이었다. 요약하면 이랬다. 똑같은 강도의 지진이 미국과 일본에서 났으나 아이티의 엄청난 사상자에 비해 미국과 일본은 사망자가 없었다. 어떻게 도와줘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부자 나라는 식민지를 수탈했던 역사적 책임이 있다고 답하면서 고등학교 때 전국청소년정치외교연합(YUPAD) 동아리에서 교토의정서를 두고 한 달 동안 토론회를 가졌다는 말을 했다. 이때 교수들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가난한 나라와 부자 나라 사이의 책임과 정의 등은 식상할 수 있는데 교토의정서에 대해 꺼냈던 이야기가 임팩트가 컸다. 면접이 끝나고 한 교수가 학생들이 그런 좋은 연구를 진행하는지 몰랐다며 감탄했다. 내 방에는 ‘20년 뒤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하루를 보냈는가?’라는 질문이 붙어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이것을 붙여 놨다. 내가 가진 꿈을 이루지 못하면 누가 가장 미울까, 생각해보니 어제, 1년 전, 10년 전, 20년 전의 내가 미울 것 같았다. 그래서 하루하루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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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 밖에서 공부하라조승우 저 | 이상media
이 책의 저자는 내신4등급의 핸디캡을 딛고 특기자전형(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에 당당히 합격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학교 기숙사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했고, 첫 중간고사에서 수학 점수가 48점이었으며, 우울증과 ‘왕따’ 때문에 괴로워하기도 했다. 그는 어떻게 좌절을 딛고 자신의 꿈 찾기와 대학입시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었을까? 누군가는 ‘기적’이라고 말하는 조승우의 대학입시 성공 전략과 감동 스토리를 상세하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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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