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광주에서 6남매의 다섯째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1993년 ‘작가세계신인상’에 중편소설 「아웃사이더」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2004년 단편소설 「장국영이 죽었다고?」로 제37회 ‘한국일보문학상’을, 2007년 단편 「99%」로 제53회 ‘현대문학상’을, 2009년 『위험한 독서』로 ‘제40회 동인문학상’을 받았다.
1990년대 김경욱은 하드보일드적인 스타일과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기법을 통해 대표적인 ‘신세대 작가’로 떠올랐다. 「아웃사이더」에서 방황하는 청춘의 황폐한 내면을 섬세하게 펼쳐 보인 그는 조금 더 앞선 시기에 등장한 백민석이나 김영하와는 다르게 건조하고 열정이 거세된 인물을 전면으로 내세워 “냉혹성은 더욱 치열해지고 그런 세계를 대하는 냉담한 태도는 오히려 진지하다”(문학평론가 김병익)는 평을 받았다.
“한국판 「첨밀밀」이라고도 볼 수 있는 연애담”인 장편소설 『동화처럼』에 대해 문학평론가 강유정은 평범한 남녀가 두 번 이혼하고 세 번 결혼하는 우여곡절을 통해 어른들을 위한 “현대판 동화로 아름답게 완성”되었다고 평한다. 동화로 시작해 연애소설을 거쳐 성장소설로 깔끔하게 마무리된 연애성장소설 『동화처럼』은 동서고금을 종횡무진 하는 우리 시대의 소설가 김경욱이 들려주는 한 편의 동화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 냄새로 가득한 매혹적인 사랑 이야기다.
단편 「위험한 독서」는 소설의 독법을 소설쓰기의 소재로 삼고 있는 작품으로, 현대사회에서 문제되고 있는 개인과 개인의 소통 단절을 독서법의 차이에서 찾아내고 있다. 김경욱은 사물의 존재와 의미가 얼마나 주관적인 것에 의해 재단되는지를 지적하고 있다. 『위험한 독서』는 김경욱이 가진 장점이 잘 드러난 소설집이다.
문학평론가 김성곤은 김경욱의 작품 세계에 대하여 “영상 세대의 영화적 상상력으로 소설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왔다고 했거니와, 이는 김경욱 작품 세계에 대한 가장 요령 있는 평일 터이다. 작품의 소재와 제재로 자주 차용하는 영화, 음악과 그것들이 자아내는 인공적인 질감은 ‘영상 세대’로서의 세대 감각을 표 나게 강조하고 있다. 마치 쇼트와 쇼트의 연결을 보는 듯한 문체는 ‘영화적 상상력’의 구체적인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단지 소재나 분위기의 선택에 관한 문제만은 아니다. 작가가 애써 구축하는 인공적인 질감 및 일상의 시간과는 다른 ‘편집된 시간’(몽타주)은 사실과 허구, 생활과 형식 등과 닿아있다. 동시에 완전히 이질적인 두 범주 간의 틈에서 그것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세계를 모색하고자 하는 방법론의 모태다.
소설집 『바그다드 카페에는 커피가 없다』(1996), 『베티를 만나러 가다』(1999),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2003), 『장국영이 죽었다고?』(2005), 『소년은 늙지 않는다』(2014)와 장편소설 『아크로폴리스』(1995), 『모리슨 호텔』(1997), 『황금 사과』(2002), 『동화처럼』(2010)을 펴냈고, 현재 한국종합예술학교 서사창작과 교수로 있다.
김경욱 작가의 대표작
장국영이 죽었다고?
김경욱 저 | 문학과지성사
'2004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인 표제작 「장국영이 죽었다고?」를 비롯하여 아홉 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장국영이 죽었다고?」는 그 어떤 의미에도 뿌리내리지 못하는 우리시대 젊은이들의 삶의 모습을 다양한 문화적 코드들과 함께 절묘하게 포착해낸 작품이다. 하필 만우절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살해버린 홍콩스타 장국영이 중심 모티프로 놓여 있고, 여기에 신용불량자가 되어 회사에서 밀려나고 가정조차 깨져버린 한 남자의 삶과, 그 남자가 인터넷을 통해 접속하게 되는 한 이혼녀의 삶이 중첩된다. 유용성의 세계로부터 시대의 우울 속으로 추방당한 사람들의 새로운 의미와 활기를 포착해내는 모습을 형상화 해냈다.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김경욱 저 | 문학과지성사
소설집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에서 김경욱의 문학적 장기와 방법적 모색은 여전하다. 하지만 작가가 천착하는 범주가 삶과 죽음의 영역으로 확대됨으로써 작품 세계의 폭은 한층 넓어졌다. 소설 속엔 온통 죽음뿐이며 그 죽음은 격렬한 고통이나 회한이 따르지 않는 무채색의 죽음이다. 아무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않는다. 허구와 실제가 뒤섞인, 읽고 나면 머리가 혼란스러워지는 이 작품에 대해 평론가 김병익은 "그가 그려내고 있는 이 세계의 냉혹성은 더욱 치열해지고 그런 세계를 대하는 냉담한 그의 태도는 오히려 진지하다. 이 소설집에 수록된 12편의 단편소설들은 한결같이, 이른바 오늘의 우리 시대가 펼치고 있는 황량한 세계 속을 살고 있는 인터넷 세대의 쓸쓸한 내면 풍경들이다"라고 평했다.
천년의 왕국
김경욱 저 | 문학과지성사
『하멜 표류기』에 기록된 한 줄 역사에 의지하여 창조해낸 애달픈 서사시 『천년의 왕국』은 380년 전, 낯선 땅 조선에서 이방인으로 살다 간 네덜란드인들의 이야기이다. 2006년 여름부터 2007년 봄까지 계간 <문학과 사회>에 네 차례에 걸쳐 연재된 것을 책으로 엮었다. '박연'이라 불렸으나 본시 'J.J. 벨테브레'라는 번듯한 이름으로 살았던 네덜란드인과 그의 동료, 그리고 당시 그들을 맞았던 조선 사람들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이다. 듣도 보도 못했던 조선이란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싸워야 했던 네덜란드인들, 동양 속 서양인이라는 철저한 아웃사이더였던 그들의 내면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황금사과
김경욱 저 | 문학동네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패러디한 새로운 형태의 역사 추리소설로, 연금술의 비밀을 둘러싼 중세 수도원의 숨 막히는 음모를 줄기 삼아 소설의 진정성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문제를 제기한다. 서양 중세경제사에 대한 박사 논문을 쓰고 있는 화자는 우연히 소르본 대학 도서관에서 수도사 윌리엄이 쓴 수기의 불역 필사본을 발견한다. 그 기록은 1928년에 있었던, 연금술의 비밀을 둘러싼 중세 수도원의 숨 막히는 음모에 관한 것이었다. 도서관 폐관 시간으로 서고의 암흑 속에 갇히게 된 화자는 방금 책 읽기를 끝마친 서책을 불태워 간신히 빠져 나온다. 그리고 기억에 의존해 윌리엄의 기록을 다시 재현해낸다.
소년은 늙지 않는다
김경욱 저 | 문학과지성사
김경욱의 일곱 번째 소설집. 작가는 수많은 소년들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이어간다. 기본적인 존엄조차 보장되지 않는 극악의 환경이나 최소한의 신뢰마저 붕괴된 약육강식의 사회 속에서 이들이 왜 성장을 멈추게 되었는지, 이들을 머무르게 하는 억압은 무엇인지 읽는 이에게 낱낱이 보여주고 이해시킨다. 이 작업은 직접 서술 없이 오로지 인물의 행동과 이야기의 짜임으로만 드러난다. 김경욱의 소설은 항상 변화하지만 이 철두철미한 원칙, 소설가의 신념은 『소년은 늙지 않는다』에서도 여전히 고수되고 있다. '2012년 이상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단편 「스프레이」를 포함해 아홉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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