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든 플라워스가 열망(Desire)하는 인물은 2015년의 듀란 듀란과 펫 숍 보이즈, 피터 가브리엘이다. 짙은 1980년대 감성에서 다양한 층위의 매력을 끌어내는 밴드 킬러스의 프론트맨이라면 응당 당연한 목표겠지만, 기존 킬러스 스타일에서 벗어났던 < Battle Born >이나 새로운 스타일의 < Flamingo >에 비춰보면 이 선택은 복귀에 가깝다. 드라마틱한 전개에 달콤한 멜로디를 타고 흐르는 역설의 멜로디는 브랜든의 오랜 장기지만 내용 대신 '형식'에 집중했다.
밴드와 솔로 커리어 전체를 지탱해온 스타일의 개인화는 든든한 팝으로 보상된다. 뉴웨이브와 신스 팝, 소프트 록의 요소요소를 잘 조합해 가녀리면서도 거친 목소리에 담아냈다. 웅장한 출발부터 곡이 끝날 때까지 박동하는 드럼 사운드로 긴장과 쾌락을 유지하는 「Dreams come true」, 점층적으로 음을 쌓아나가며 보폭을 넓히는 「I can change」 등 장거리부터 힘 있는 훅의 합창을 유도하는 메인 싱글 「Can't deny my love」의 단거리 스프린트까지 두루 능하다.
같은 1980년대라 하더라도 킬러스는 여러 장르를 가져와 기 센 에너지의 팝 록으로 발현하는 반면, 브랜든 플라워스의 이번 앨범은 시대를 대표하는 사운드에 보다 집중하여 '재현'과 '재구성'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거친 기타 리프 대신 옅은 기타 리프와 전자음을 더한 「Diggin' up the heart」와 매끈하게 뽑힌 신스 팝 「Lonely town」에서 모(母) 밴드의 어렴풋한 향취와 새로운 손길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선명한 멜로디라인이 언뜻 과거의 ELO나 최근의 펀(.fun)을 연상케 하는 「Never get you right」이나 「Untangeld love」는 '온순해진' 뉴 킬러스 트랙이다.
이 분명한 인용의 흔적이 솔로 활동 정체성의 당위나 독창성을 흔들기도 한다. 하지만 < The Desired Effect >가 산만함 대신 높은 '열망의 효과'에서 온 집중력을 바탕으로 잘 짜인 팝 앨범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브랜든의 자화자찬대로 킬러스가 '이 시대 가장 훌륭한 밴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이 시대의 건실한 싱어송라이터'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2015/05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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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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