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한 SM식 송라이팅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데 다 듣고 나면 왠지 「너의 노래가 되어(An ode to you)」나 「재연(An encore)」과 같은 전형적인 발라드 트랙이 더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러닝타임 전반에 걸쳐 있는 선율의 심심함이 두 곡으로 해갈되는 데에 따른 임팩트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렇듯 전작들에 담겨 있던 매력의 연장선상을 생각했다면 아마도 이 신보는 그 기대감을 채워주지 못할 공산이 크다. 좋은 평가를 받았던 근래의 앨범들이 러닝타임 초반부터 정신없이 몰아쳤던 것과 달리, 신보에서는 극적인 요소들을 상당부분 배제한 탓에 조금은 심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타이틀 곡의 방향성에서 가장 뚜렷이 체감된다. 현 트렌드인 EDM의 변주야 하루이틀 일도 아니지만, 타 사례와 달리 「View」는 부분적 차용이 아닌 장르 원안을 거의 그대로 가져가는 작법을 감행하고 있다. 어느 유명한 하우스 DJ의 비트를 가져다 보컬만 얹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기승전결이 뚜렷했던 「Dream girl」이나 「Everybody」와 현저히 다른 접근방식을 보인다. 쭉쭉 뻗어나가는 샤이니의 노래를 기대했는데, 선율의 움직임은 단편적이고 귀에 꽂히는 대중적인 요소도 찾기 힘들다. 첫인상에서 약간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이유다.

다행히도 이런 점이 작품의 약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항상 조금씩 넘치던 열량을 살짝 덜어낸 가벼움이 또 다른 매력을 이끌어내고 있는 덕분이다. 감상이 거듭될수록 비트와 보컬이 자아내는 기분 좋은 긴장감에 익숙해지는 「View」도 그렇지만, 본인들이 가진 음색의 매력을 차분하게 풀어내는 「Love sick」에서 더 큰 반가움이 느껴진다. 「누난 너무 예뻐」나 「산소 같은 너」에서 보여주었던 커리어 초반의 장점을 간만에 환기시켜주는 트랙이다.

 비트 중심의 미니멀한 구성과 극대화시킨 하모니를 중심에 두었다는 점에서 비슷한 성격을 보이는 「Trigger」와 「Alive」까지. 앨범 초반부는 전작을 생각하고 들으면 적응하기 힘들지만, 반대로 그간 곡 자체가 가진 스케일에 밀려 잠시 묵혀두고 있었던 보컬 그룹으로서의 강점을 확인하기에는 적격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후반부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너의 노래가 되어(An ode to you)」와 「재연(An Encore)」이다. 보컬과 멜로디만으로 승부를 걸어 누가 들어도 흡족해 할 만한 대중성을 완성시킨 이 곡들은, 잔뜩 치장한 다른 노래들과 달리 민낯의 매력을 그대로 드러내며 박수를 받는 노래들이다. 그리고 이는 최근 SM 음악이 보여주는 또 다른 딜레마를 말해준다. 작곡 시스템이 정착하면서 소속그룹간의 개성이 사라지고 있는 와중에, 엑소의 「시선 둘, 시선 하나(What if..)」나 레드 벨벳의 「사탕(Candy)」과 같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평범한 발라드 곡들이 오히려 각 팀 간의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안 그래도 소속사 내의 모든 걸그룹이 에프엑스화 되어가는 상황에서, 그들이 자부해왔던 제작 방식이 그저 자기만족에 머물고 있지는 않은지 되묻게 만든다는 것이다.

발생하는 카타르시스의 총량은 < The Misconception of You >(2013)나 < Everybody >(2013)에 비해 덜하지만, 팀이 가진 역량에 집중한 덕분에 본질적인 매력을 즐기기에는 오히려 더 좋은 작품이다. 역동 대신 응집을 택한 결과다. 더불어 그 장점이 SM이 자랑하는 화려한 프로그래밍과는 거리가 있는 트랙들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로 하여금, 그 '기술적 퀄리티'와 '좋은 음악'간의 거리감을 한번쯤 고려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과연 그들이 추구하는 '높은 완성도'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팬들을 위한 것인가, 일반 청자를 위한 것인가, 만드는 이의 자기만족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새로움을 갈구하는 평론가 및 음악관계자들을 위한 것인가. SM의 스타일을 지지해 왔던 본인으로서도 지금으로선 그들의 지향점이 애매모호하게 느껴진다. 여튼 그런 딜레마와는 무관하게 샤이니는 여전히 제 몫을 잘해내고 있다. 터닝 포인트가 된다면 될 수도 있는 이 작품, 그저 난 전에 비해 그들이 조금 낯설 뿐이다. 아주 조금.

2015/06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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