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스타의 메이저 진출 성공여부에 대해서는 항상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일반적인 인터넷 흥행코드가 실제 음반 시장에서 소구력을 가지기에는 다소 즉흥적이고 단발적인 경우가 많고 특히나 이것이 하나의 앨범 단위를 이끌어나가는 주체가 되는 경우 그 흥미가 급격히 감소하는 단점이 있는 것이다. 'Pop culture'이라는 영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아낸 프랑스 출신의 어린 프로듀서 마데온(Madeon)의 데뷔는 이러한 우려를 종식시킴은 물론 이후의 커리어에 안정적인 보장까지도 받아낸다.
수록곡 간의 유기성을 잡아낸 곡 배치부터가 인상적이다. 곡 사이사이 공백을 지우면서 다음 곡을 자연스럽게 재생하는데 흔히 쓰이는 구성임에도 앨범의 분위기를 일관적으로 유지하는데 성공하면서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런치패드를 이용한 컷 앤 페이스트로 마데온 만의 장기를 십분 발휘하면서 앨범 초반부 「Pay no mind」까지는 거침없는 속도감을 보여준다. 독특한 작법을 독특함이란 수준에서 끝내지 않고 앨범 단위에서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아낸 것이다.
도마 위에 오르는 순간은 이 스타일에 익숙해지고 난 뒤부터이다. 「Zephyr」를 시작으로 꾸며지는 후반부의 흡인력 역시 전반부 못지않다. 하지만 런치패드라는 악기의 특성상 단발성으로 딜레이가 짧은 튀는 음색의 리듬이나 잘게 오려 붙여진 음원의 콜라주로 곡들이 구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일률적인 작곡 방식이 필연적으로 피로감을 불러오는 것이다. 다양한 피처링을 통해 이 지루함을 덜어내는 노력을 꾀하나 초기의 에너지는 이미 많이 사라지고 없다.
본 작을 통해 함께한 아티스트들의 조력은 분명 이 어린 작곡가의 향후 음악적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더불어 마데온이라는 이름을 걸고 작곡을 하는 이상 명패처럼 남아있을 특유의 작법과 사운드 질감은 미래의 적이 될 수도 있겠으나 그가 현재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비기임이 분명하다. 여러모로 탄탄한 바탕을 가지고 시작한 덕에 첫 시작이 좋다. 이제 첫 모험을 거치며 획득한 경험을 양적 질적으로 팽창시킬 차례다.
2015/04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관련 기사]
- 자연스러움으로 빛나는, 미스에이〈Colors〉〈 Moonbow 〉
- 팝 스타의 발견, 에밀 헤이니(Emile Haynie) < We Fall >
- 늑대가 나타났다, 산이〈양치기 소년〉
-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90위, EXO 〈EXODUS〉
- 나비로의 비상, 링고스타 〈 Postcards From Paradise〉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