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경단녀’는 결혼과 출산, 육아 등의 이유로 사회 경력이 단절된 ‘경력단절여성’을 뜻한다. 청운의 꿈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여성들은 머지않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가정이냐 회사냐. 그것이 문제다. 화제의 드라마 ‘미생’에서 많은 워킹맘들이 선차장의 어려움에 깊이 공감한 이유기도 하다. 쏟아져 나오는 각종 육아지침서들은 아이의 성장과 정서적 안정감을 위해 반드시 엄마가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후에 겪는 여러 어려움이 엄마의 부재 때문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니 워킹맘들은 갈등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꿈을 위해 아이를 망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죄책감에 늘 시달린다.
반드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까? 『난 육아를 회사에서 배웠다』의 두 저자 김연정과 정인아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말인지 의아했다. 회사에서 육아를 배운다는 얘기도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았다.
주목할 것은 이들의 실험이다. 저자들은 초등학생인 자녀들에게 실제로 회사에서 배운 방법론을 적용한다. 아이들이 잘 따라올지 걱정이었지만, 했다. 결과는? 효과가 있었다.
정인아(좌) 김연정(우)
한 마리 토끼를 잡았는데 두 개가 해결되더라
직장생활을 하시면서 이런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하신 건 언제부터인가요? 책을 구상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김연정(이하 ‘김’): 육아에 관한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재작년부터 하게 됐어요.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너무 힘들어지더라고요. 이전과는 다른 느낌으로요. ‘도대체 이게 뭐지?’할 정도로 완전히 다른 세상이더라고요. 그때 결심을 하게 됐죠. 본격적으로 책을 쓴 건 작년부터고요. 그간 회사에서 사용한 툴을 아이에게 적용해보니 참 좋더라고요. 책이 같은 고민을 하는 부모에게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저희는 오랜 친구이자 선후배이자 동료예요. 차를 마시다 우연히 책을 쓰자는 얘기를 하다 제가 이 제목을 툭 던졌는데 마음이 맞아 같이 하기로 한 거죠. 그동안 굉장히 많이 만났어요. 이메일도 많이 주고받았고요. 엄청나게 토론을 많이 했어요. 저희가 오랫동안 광고, 마케팅 업계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성격이 강해요. 아시잖아요.(웃음) 서로 부딪칠 일이 많을 줄 알았는데 토론이 되더라고요. 참 행복한 과정이었어요.
정인아(이하 ‘정’): 저는 동화를 쓰고 있었어요. 책을 내겠다는 생각은 늘 있었죠. 그 와중에 얘기를 하게 된 거예요. 살면서 육아 고민은 항상 하잖아요.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 수 있을까에 대해서 말이에요. 그런데 제목을 듣는 순간, 이런 책이 있었다면 좀 더 현명한 육아를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딱 들었어요. 목차를 함께 이야기하고 글을 쓰면서 그런 생각이 더욱 견고해진 거죠. 늘 생각하던 것들이 함께 쌓이니까 딱 시너지가 나더라고요. 물론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죠. 그런데 그건 싸움이 아니라 토론이었어요. 토론이 되면서 궁극적으로 합이 이루어지는 거예요. 참 놀랐어요. 힘들지만 정말 좋은 과정이었어요.
두 분의 관계, 라이벌이면서 함께 책을 쓴 관계가 독특합니다.
김: 2008년에 제가 아디다스코리아에 들어갔고요, 언니가 2007년에 나이키에 먼저 들어갔어요. 시간차가 있긴 하지만 3년 정도 경쟁 관계에 있었죠. 포지션도 같은 일을 하는 거였어요. 당시 제가 언니에게 전화를 하면 ‘얼른 끊어’(웃음) 그랬어요. 업계가 좁아서 저희 관계를 서로의 회사에서도 알았어요. 행여 전략이나 이런 부분을 알게 될 수 있으니까 회사도 경계를 했고요. 조심해야했죠. 그래도 연락은 계속 했죠. 아이 연령도 비슷하고요. 함께 아이 키우는 얘기를 늘 했어요. 관계라는 게 끊어질 수가 없더라고요. 업계에서 프로패셔널하게 만났다가, 엄마로서 만났다가, 잠시 경쟁자로 지냈다가, 다시 도우미 구하는 문제로 만나고요.
정: 회사에서도 저희가 친한 것을 알았고 혹시 이야기 도중에 회사에 관한 얘기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 경계를 하더라고요. 그때 좀 소홀할 수밖에 없었죠.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요. 저는 제일기획에 다니다가 나이키코리아로, 처음 외국계로 옮긴 거였는데 외국계 회사는 그런 부분이 훨씬 철저하더라고요. 좀 놀랐었죠. 항상 인생을 같이 산 것 같아요. 남의 문제에 대해서는 객관적일 수 있고 아무래도 상담하기도 쉽잖아요. 서로 문제가 생기면 서로에게 상담하고요. 고민과 충고의 반복이었어요. 그러면서 책까지 쓰게 됐어요.
다른 육아서와 다른 점이 있을까요?
김: 일하는 엄마들은 불안하잖아요. 그래서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육아서를 엄청 읽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책들이 너무 부담을 주는 부분이 있어요. 하면 좋지만 할 수 없는 것들이었어요. 남들은 다 하고 있는데 나만 못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잖아요. 책을 쓸 때 원칙을 하나 정하자고 했던 것이 부담스러운 제안은 하지 말자는 것이었어요. 부담스러운 제안이 들어갔을 때는 과감하게 빼고요. 썼다가 뺀 부분도 굉장히 많아요. ‘회사 그만두고 이렇게 해야 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다 무너지는 거니까요. 저희는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다는 자부심,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아니라 하나를 잡았는데 두 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엄마들, 이미 잘하고 있어요
‘워킹맘의 육아는 완벽하지 않다’고 하신 맥락이네요. 그런 의미에서 많은 엄마들에게 응원이 될 것 같습니다.
김: 그렇죠. 그걸 인정해야 돼요. 자기가 완전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하게 돼요. 그 부분이 포인트지만 엄마들이 놓치는 거죠. 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야 능력 있고 인정받는다고 생각해요. 그건 능력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을 갉아먹는 거예요. 저는 상담까지 받았어요. 그때 상담사 분이 해준 말에 정말 힘을 얻었어요. 이미 잘하고 있다는 말을 독자들에게도 전하고 싶어요.
정: 노력하다 안 되면 자괴감에 빠지고요. 자기 자신을 계속 볶는 거죠. 워킹맘의 육아에는 남편의 도움도 많이 필요한데 많이 안 도와주는 게 현실인 것 같아요. 그런 개념이 바뀌어야 해요. 책에서도 얘기했지만 조금이라도 행동의 변화가 있다면 정말 기쁘겠죠.
양육과정에 부부의 갈등이 역시 큰 어려움인 것 같습니다.
김: 2부에 있는 내용은 엄마뿐 아니라 부모가 같이 해야 하는 내용이에요. 엄마들만 하게 되면 또 다른 부담이 되니까요. 사실 아빠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어요. 아이와 대화를 하다보면 어른도 깜짝 놀랄 얘기들을 하거든요. 거기에 대해서 그냥 짧게 대답하고 끝내지 말고 대화를 구성하는 거예요. 그걸 일기로 쓰고요. 대화를 잘 하면 내용이 기억에 잘 남고 글감도 생기고 글의 질도 완전히 달라져요.
책 끝날 때쯤 남편들에게 피드백을 받았더니 남편들이 감동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반성하고, 공감하게 됐다고요. 회사에서 만나는 여자 동료를 자신의 아내가 겪는 어려움이 있는 사람으로 보게 됐다는 거였어요. 왜 야근도 하지 않고, 회식에도 빠지는지 백안시했던 것들이 달리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남편 부분이 사실 짧게 나오는데 그것만으로도 공감이 됐다는 것을 보면서 이 책이 워킹맘뿐 아니라 워킹대디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전업맘들에게도 마찬가지고요.
정: 맞아요. 이 책이 워킹맘들이 활용할 수 있는 책이지만 전업맘들에게도 가능한 내용이에요. 전업맘들의 피드백도 받아봤거든요. 2부에서 제시한 활용사례를 실제로 적용해보기도 하더라고요. 쉽게 할 수 있으니까요. 그것이 바로 저희가 원했던 거예요. 아시겠지만 책을 읽고 행동으로 옮기기가 굉장히 어렵잖아요. 쉬워야 할 수 있어요. 또 연습해야 하고요. 행동을 일으킨다는 면에서 책의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구체적인 사례들이 함께 있으니 보다 유용한 것 같습니다. 쪽지 대화 아이디어도 무척 참신하게 느껴지고요.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요?
김: 대부분 우연히 하게 된 거예요. 숙제하는 시간을 그냥 보내고 싶지는 않고, 아이가 예쁘니까 동영상을 찍었는데 그게 발표 연습이 되더라, 이런 거예요. 쪽지 대화도 사실 우연히 했어요. 목이 너무 아파서 이야기를 나누기 힘드니까 종이를 펼쳐서 대화하자고 했죠. 그랬더니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거예요. 아이가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는 거예요.
늘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을 했어요. 항상 같이 있지 못하니까요. 어찌 보면 워킹맘들이 그런 고민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시간이 별로 없잖아요. 짧은 시간이라도 두 가지를 한꺼번에 획득하면 좋겠기에 읽기 숙제도 엄마와의 소통 도구로 쓰는 거예요. 그렇게 일상의 발견들을 한 거죠.
정: 쪽지 대화 아이디어를 듣고 해봤죠. 저희는 남동생이 아기라 매일 울었거든요. 큰딸은 얌전한 편인데도 동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더라고요. 쪽지 대화를 시도해보니까 대화를 할수록 좋았어요. 대화가 끝날 때쯤에는 알아서 기분을 풀더라고요. 그때도 역시 남동생은 울고 있었는데도 말이에요. 효과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 방법을 신봉하게 됐죠. 지금도 하고 있어요.
저는 아이들의 학교 숙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읽기 숙제도 그 순간 아이들에게 프리젠테이션 연습을 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잖아요. 그런데 대부분 엄마들이 놓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기본에 충실한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동영상을 찍어주면서 아이와 함께 숙제를 하는 것처럼 조금 귀찮더라도 아이를 위해서 좀 더 노력하면 될 것 같아요. 아이의 실력이 느는 걸 눈으로 볼 수 있어요.
수업시간에 몰래 쪽지를 주고받으면서 굉장히 친해지잖아요. 그런 효과가 있었네요?
김: 쪽지가 아이들에게 굉장히 중요해요. 대화라는 게 말도 있지만 글도 있죠. 회사에서도 소통을 강조하잖아요. 그걸 집으로 들여온 거죠. 아이와의 소통이 잘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학원을 보낸다손 치더라도 잘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인성을 많이 얘기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어떤 식으로 할지 물어보면 잘 모르잖아요. 이렇게 대화하는 방법, 글 쓰는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인성이 꽃피는 거예요. 저희는 회사에서 배운 방법으로 소통의 중요성을 잘 알고, 말과 글 같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거죠.
정: 목적이 있을 때도 좋은 것 같아요. 엄마와의 관계에도 좋지만 아이에게 풀리지 않는 것이 있을 때 ‘어제 어떻게 된 거야?’라고 글로 쓰면 말과 다르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재미있었던 게, ‘리더엄마, 보스엄마’(33쪽) 나오잖아요. 아이들에게 설명을 잠깐 해주고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했는데요. 아이들이 이해를 하고 그리더라고요. 신기했어요. 이 내용을 주변 엄마들에게 보여주니 다들 ‘나는 보스엄마야.’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러면서 반성을 하고요.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이렇게 해야겠구나, 생각할 수 있도록 터칭을 해주었다는 것이 뿌듯했어요.
아이들이 이해하고 변화해요
“당신도 회사에서 보스보다는 리더를 원하고 있지 않은가. 같은 원리다. 가정에서도 당신의 아이는 당신이 보스가 아닌 리더이기를 바랄 것이다.”(35쪽)라고 하셨죠. 직장에서 배운 리더십을 엄마의 역할에 적용하셨어요.
김: 사실 제일 애착 가는 콘텐츠가 ‘보스엄마, 리더엄마’예요. 엄마들의 태도를 바꾸게 하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거든요. 엄마들이 착각하는 게, 자기가 다 옳다고 생각하는 경우예요. 내 아이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거죠. 회사에서도 팀장과 팀원의 관계에서 팀장은 팀원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잖아요. 직원들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잘 가르쳐 주고 있는데 직원들이 못하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집에서도 마찬가지죠. 엄마는 너무 아이를 잘 알고 있고, 아이에게 방향 제시를 다 하는데 아이가 안 따라오는 거야, 아이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하는데요. 그게 아니라는 거죠. 사실은 저희도 똑같았어요. 저도 보스엄마였죠.
정: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어요. 엄마들은 내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잖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다시 한 번 돌이켜 생각해 보자는 거죠. 너무 아이를 끌려고 하지 않고 대화를 통해서 아이와 함께 하면 장기적으로 시너지가 나거든요. 요즘 저희 딸이 그래요. 제가 조금만 화내면 “엄마는 보스엄마야!”라고 해요. 책을 봤다고 이 단어를 사용하더라고요. 개념이 생긴 거예요. 아이들이 이해한 거죠. 재미있더라고요.
회사에서 사용하는 개념을 아이에게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았는데요.
김: 저희는 실험을 한 거였어요. 처음엔 아이들의 그림이 없었어요. 그렇다고 일러스트를 그리게 하자니 너무 딱딱하고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하나씩 그리게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림이 나왔는데 ‘이거 너무 재밌다’했어요. 아이들이 이해를 하더라고요.
목표설정이나 새해 다짐 같은 경우는 회사의 원리에서 왔어요. 연말이면 다음 해에 뭐할까, 항상 숫자 가득한 목표 설정을 하잖아요? 어려운 것들은 빼고 아이들에게 목표를 설정하는 원리를 가져와서 적용한 거죠. 자칫 오해하실 수 있어요. 집은 회사와 다르다고 하실 수 있고요. 그렇지만 저희가 쓴 사례들을 보면 이해하실 거예요. 힘들 것 같지만 아이들에게 적용해보면 의외로 쉽게 받아들여요. 또 그것에 대해 즐거워하고, 달성한 것을 칭찬해주면 좋아하고요. 무겁지 않게 아이에게 적용하는 거예요.
정: 아이들이 이해를 하고 변화하는 거예요. 개념의 정의를 알고 있더라고요. 그에 따라 행동을 하고요. 아이 스스로도 리더가 좋다는 것을 알고 대화하려고 더 노력해요.
회사에서 사용하는 툴이 쓸데없는 게 아니잖아요? 진짜 필요한 것이고 매일 확인하잖아요. 중요한 것들을 설명하고 가르쳐주는 거죠. 숫자나 그래프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개념을 가르쳐주고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아이의 수준에 맞게 하고 싶은 것을 쓰고, 실천사항도 자기 스스로 쓰게끔 했어요. 그랬더니 정말 지키려고 노력하더라고요. 목표 설정을 아이와 엄마가 함께 했어요. 피드백도 서로 하고요. 해보니까 저 역시 다짐을 새로 하게 되고 아이 역시 엄마와 자신의 목표를 보며 새롭게 다짐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프리젠테이션도 마찬가지죠. 발표 잘하는 학원도 보내고 그러잖아요. 이런 것도 쉬운 방법을 사용하면 돼요. 아이가 그린 그림에 대해 설명할 때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으면 아이도 좋아해요. 따로 시간 투자할 필요 없이 순간순간 놀다가 이야기할 수도 있는 거고요.
흥미로운 점은 아이를 고객, 조직원으로 바라보는 시선이었어요. 아이를 소유물이 아닌 부모와 동등한 인격체로 보라는 의미였는데요, 이러한 수평적인 관계 설정이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김: 저는 아이가 친구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그러면 엄마의 권위가 없어서 아이가 따르지 않지 않느냐고 하는데요. 그런 생각 자체가 잘못된 거예요. 아이를 그 자체로 인정해주면 말을 듣게 돼있는데 엄마가 위에서 지시를 하니까 말을 안 듣죠. 그러니까 모든 프로세스들이 다 동등한 위치에서 하는 거예요. 아이도 엄마에게 피드백을 주고요.
정: 아직 아이가 어려서 잘 모르지만 주변에서 얘기를 많이 들어요. 아이가 크면 엄마나 아빠 중에 아이와 잘 통하고 아이를 위해주는 존재가 꼭 있어야 한다고요. 그러면 평생 정서가 안정되고 가족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대화가 안 되고 공부만 시키고 그러면 사춘기가 무척 힘들대요. 엄마의 노력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지금부터 아이와 신뢰를 쌓는 거예요. 난 널 이해해, 너와 친구야, 하는 마음을 지금부터 쌓아야 할 것 같아요. 그러면 사춘기를 쉽게 넘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잘 안 돼요. 바쁜데 말시키면 조용히 해, 라고 할 때도 있고요. 책을 쓰면서 스스로도 많이 정화를 했어요. 아이 말을 들어주려고 한 번 더 다짐을 해요.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흔들리는 시기가 또한 사춘기잖아요.
김: 이 책이 초등학생 자녀에게만 적용하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에요. 사춘기 얘기를 하셨는데 중학생이 되면 위기가 오잖아요. 그걸 지금 다져놓지 않으면 안 돼요. 학습도 좋지만 이렇게 대화할 수 있고 소통하는 관계가 되어 있으면 중학교 때 힘을 안 빼도 되는 거잖아요. 나중에 덜 힘쓰려면 지금 힘을 써야 해요. 그런 사실을 깨달으니까 초등학교 1, 2학년을 절대 놓칠 순 없더라고요. 그렇지만 워킹맘들은 그때가 가장 중요한 시기잖아요. 팀장이나 간부급으로 가는 기로예요. 그때가 아이에게도 중요한 시기니까 사이에서 너무 갈등하게 되는데요. 그러지 말고 회사에서 하는 노력을 그대로 집으로 가져오면 된다는 거예요. 우리가 상사나 부하 직원에게 함부로 하지 않잖아요. 집에서는 아이에게 이것저것 시키고, 강요하고 그래요. 책도 안 읽으면서 책 읽으라고 하고요. 그러지 말고 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아이에게 하도록 하고, 아이가 동료이자 친구의 수평적인 관계로 대하면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거죠.
정: 사람들이 흔하게 그런 말을 해요. 아이 키우느라 곧 회사 관두게 생겼다, 숙제 안 하고 선생님에게 면담 요청 오고 힘들다고요. 저는 제일 좋아하는 말이 사람은 경험한 만큼 안다는 말이요. 경험은 어디 버려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회사에서 배운 것도 충분히 육아에 적용할 수 있어요. 내가 꼭 안 해도 돼요. 물론 나의 태도와 관점은 무조건 바뀌어야 하지만 실천하는 건 아빠, 보육자, 할머니 등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책을 남편과 같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책에서 제시한 방법들을 실제로 하시면서 아이의 변화가 많이 있었나요?
정: 시간 계획을 짤 때 놀랐어요. 예전에는 시간 순으로 짜다가 김연정 이사의 아이디어로 달리 해봤어요. 아이 스스로 중요한 목록을 쓰고, 순서를 매기게 하라는 내용을 실험한 거죠. 아이가 싫어할 줄 알았는데 재미있게 하더라고요. 하고 나서 스스로 실천을 하고요. ‘받아쓰기 두 번 했으니까 일기 쓸까?’하는 식으로요. 완벽하게 일정을 통제하는 건 아니지만 예전처럼 뭐할지 계속 물어보지 않았어요. 한 번만 해도 자기 주도로 하더라고요. 몇 번 할수록 더 익숙해지고 속도도 늘어요. 또 아이들이 시간에 대해 알까 싶으면서도 한 번 적어보라고 했는데 아이가 정말 재미있게 질문도 쓰고, 시간에 대해 고민을 하고, 그림도 그려보면서 서서히 시간 개념을 가지더라고요. 제 아이에게 직접 경험해보고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니까 다른 엄마들도 이렇게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김: 부끄러운 고백인데 저희 아이가 시간을 잘 안 지켰어요. 이대로는 안 되겠어서 어느 날 아이에게 시간에 대해서 생각해보자고 했어요. 책에 나온 것처럼 아이가 시간에 대한 질문을 쭉 쓰고요. 아이가 아침에 매일 지각을 하니까 지각 했을 때 좋은 점과 하지 않았을 때 좋은 점에 대해 대화를 나눴죠. 그런 얘기를 하고 "그걸 일기로 쓸래?" 해서 일기를 쓴 거예요. 그랬는데도 시간이 흐르니까 다시 제자리였어요. 그래서 언니와 토론을 했어요. 회사에서 쓰는 것처럼 우선순위 쓰는 것을 해본 거죠. 계속 하니까 되더라고요.
방법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고요, 너무 힘드니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시도해본 거였어요. 여러 아이들에게 적용해보면서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고요. 그런 식의 발견들을 의미 있게 했어요. 문제는 엄마들이 아이들이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아이들은 다 할 수 있어요. 원래 창의적이고요. 그런데 창의력을 키운다고 이것저것 하다가 창의력이 없어지는 경우가 더 많아요.
창의력의 세 가지 요소
창의력을 위해 백지가 필요하다는 말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세요.
김: 저희가 제시하는 창의력의 세 가지 요소가 물리적 백지 시간적 백지, 관념적 백지예요. 우선 그냥 빈 종이를 아이에게 줘요. 아이들은 심심하기 때문에 종이와 연필을 주면 그림을 그리게 돼 있어요. 또한 아이들에게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엄마들은 시간을 잘 안 주잖아요. 멍 때리기 대회도 화제였는데요. 그게 시간적 백지예요. 아이들에게 잉여 시간이 있을 때 백지를 주면 머리에서 난리가 나요. 친구도 그리고 엄마한테 편지도 쓰고요. 세 번째는 아이가 아니라 엄마의 문젠데요. 엄마들이 고정관념을 갖고 있어요. 아이가 질문을 하면 확 열어줘야 하는데 답을 딱 줘버려요.(웃음) 답이 없는 상태에서 계속 얘기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사실 엄마들이 얼마나 동의할지 잘 모르겠어요. 아이들이 해야 할 것이 많고 심지어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고 하니까요. 엄마들은 백지가 생기면 아이가 뒤쳐진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이들이 생각할 시간을 다 빼앗는 거예요.
정: 무엇을 더 해줄까를 생각하지 말고 무엇을 덜 해줄까를 생각하자는 얘기예요. 잉여 시간을 주고, 생각할 여유를 주자는 거죠. 약간의 결핍도 필요하고요. 결핍이 나쁜 것도 아닌 것 같아요. 그 시간에 뭔가 생산할 수 있게 잉여 시간을 준다면 결핍이 또 새로운 에너지가 될 수 있는 거죠. 계속 백지 상태를 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최소한 7, 8세라도 이렇게 둬야 창의력이 생길 것 같아요. 그러면 나중에 바빠지더라도 스스로 자기 시간을 만들게 되는 거죠.
초등학생과 이야기 나누어볼 만한 철학동화(261쪽) 목록이 실려 있어요. 독서 교육 이야기는 많은 부모의 고민이에요.
김: 사실 『질문의 공부법, 하브루타』에서 시작이 됐어요. 이건 원래 탈무드로 하는 거예요. 근데 탈무드로만 하부르타를 하는 게 아니라 모든 책으로 할 수 있어요. 책에도 예시로 나왔지만, 우리가 어떤 커피숍에 가서 ‘왜 이 커피숍에 왔지?’ 질문하는 거죠. 다른 커피숍을 가지 않고 왜 이곳에 왔는지 질문을 쓰고 답을 써 봐요. 조용해서, 넓어서, 책상이 커서 등등. 쓰다가 또 질문이 나올 수 있는 거고 확장할 수도 있는 거예요.
이 실험을 남자 아이 둘, 여자 아이 둘 섞어서 해봤어요. 먼저 읽기 연습을 시켰고요. 그 후에 질문을 하라고 했더니 예상 외로 질문을 잘해요. 학년, 나이 상관없이요. 그리고 질문에 대해 스스로 해결하도록 했어요. 책과 아이패드를 주면서 찾아보라고 했죠. 그것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다섯 가지 단계였어요. 실험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이가 도우미 이모에게 골품제도가 뭔지 아느냐고 질문을 하더라고요.(웃음) 자기가 이제 안다는 거죠.
정: 아이들과 하부르타를 실험하면서 저도 역사에 대한 어려운 얘기들이 정말 기억이 잘 되는 거예요. 황룡사 구층 목탑, 김춘추 같은 이야기들에 대해서요. 아이들에게 골품제도 얼마나 어려워요. 옷 색깔이 다르고, 뭐가 다르고 하는 것들이요. 그것에 대해 질문하고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하는 과정을 통해서 질문의 힘을 느꼈어요. 생각하면서 기억하게 돼요. 실험 끝에는 생각나는 것을 다 적으라고 해서 빙고 게임을 시켰어요. 재미있으니까 아이들이 더욱 기억을 잘하더라고요. 그중에서도 자기가 배운 것보다 가르친 게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더라고요. 김연정 이사 아이는 골품제도를 물었다는데 저희 아이는 황룡사 9층 목탑에 대해 정말 잘 알게 됐어요. 자기가 고민하고 질문했던 것들이 더 생각이 잘 나는 거죠.
연습을 해야 돼요. 저희 아이는 질문 노트 쓰는 게 처음에 안 되더라고요. 독서록은 쓰는데 질문을 던지는 건 어려워했어요. 질문을 한다는 건 생각을 열 배는 더 해야 하는 거더라고요. 힘드니까 하다가 안 되면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만 이것도 연습을 해야 해요. 자꾸 해보고, 한 줄 써보고, 차근차근 하다보면 생각이 늘고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거죠. 처음에 해보고 안 된다고 포기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자율성과 창의성을 주로 이야기 합니다. 사실 이것들은 기다림과 인내심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들인데요. 워킹맘으로 살면서 이런 여유와 인내를 갖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정: 해보지 않으면 그럴 것 같아요. 그런데 발표도 일단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하는 것부터 해보면 돼요. 인사 잘하는 것 하나면 인생이 바뀐다고 생각하는데요. 인사를 잘하면 칭찬을 받아요. 자기도 모르게 상대방을 공경하는 마음도 생기고요. 그렇게 한 발짝 나가면 다른 것도 할 수 있는 거죠. 식당에서 주문할 때 부모가 하지 않고 아이에게 시키고요. 몰라서 그렇지 해보면 결코 어렵지 않은, 쉬운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실 거예요. 시간을 따로 투자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처음에 자리에 앉는 건 힘들 수 있겠죠. 시간도 없고요. 하지만 그 정도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워킹맘들은 계속 같이 할 수 없으니 보육자에게 알려주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방법들이에요.
김: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못하는 게 없어요. 불가능한 게 없고 제한이 없어요. 언제까지 엄마들이 아이의 모든 것을 해줄 수 없잖아요. 아이를 빨리 독립시키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고요. 지금 들이는 인풋이 나중에 큰 효과가 나는데, 그것이 곧바로 좋아진다기 보다 어느 순간 눈에 띠게 좋아지는 식이에요. 아이들에게 한 번 습관이 들면 말이죠. 아이들은 자기 시간 소중한 것도 알아요. 습관이 들기 전에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거죠. 이때 아이에게 시킨다고 하지 말고 같이 한다는 말을 꼭 해야 해요. 엄마가 목표 설정할 때 아이가 같이 만들면 돼요. 인사할 때 같이 하면 되고요. 책 읽을 때도 같이 읽어요. 아이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지 말고 함께 하자고 하는 거죠.
한 번에 되지는 않겠죠. 쉽게 된다면 모두가 습관의 왕이겠죠. 꾸준히 습관들이는 계기를 초등학교 1학년 때 만들어 주라는 거죠. 생각을 스스로 할 수 있는 나이가 1학년인 것 같아요. 처음 사회생활을 하는 나이고요. 그 속에서 아이에게 자율성을 주면 스스로 방법을 찾게 돼요. 엄마가 방법을 다 갖추고 시키면 그것밖에 못하는 거죠.
가족회의(62쪽)를 하자고 하셨는데요, 이런 소통의 시간이 처음에 잘 구축이 되면 가족의 습관이 될 것 같아요.
정: 가족회의도 사실 아이들이 처음에는 말을 안 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관심 있는 주제로 대화를 하니까 하더라고요. 처음에 했던 건 이거였어요. 감기로 며칠 아팠다가 나아서 오랜만에 외식을 하려는데 뭐가 먹고 싶은지 발표를 해보라고 했어요. 관심 있는 주제니까 얘기를 잘 하더라고요.
김: 저희는 칭찬이 습관 돼서 하루만 안 해도 왜 안 하냐고 해요. 칭찬 릴레이가 정말 좋은 게, 형식이 생기니까 뭐라도 칭찬거리가 돼요. 아이들은 오히려 감사를 잘 하고요, 어른들이 어려워요.(웃음) 요즘 감기가 유행인데 감기 안 걸려서 감사하다는 말도 해요. 단순한 거에서 찾는 거예요.
페이스북코리아 주간 보고에는 감사리스트가 있다(56쪽)던데 칭찬릴레이 역시 회사에서 가져온 방법이잖아요?
김: 페이스북도 그렇고 외국계 회사 근무 경험을 돌이켜보면 어떤 일을 하고 나면 꼭 감사를 하는 문화가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떤 프로젝트가 잘 됐다고 하면 그와 관련된 이름을 다 넣어서 땡큐 메일을 보내요. 누구는 뭐가 감사하고, 누구에게는 뭐가 감사하고 이런 내용을요. 혼자 하는 일이 없잖아요. 전부 협업이니까요. 그런데 아이가 부모에게 감사할 줄 모르면 끝까지 모르게 돼요. 당연한 줄 알고요.
정: 광고회사의 경우에 항상 촬영이 많고 늦어지기도 하잖아요. 싸우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결과는 항상 ‘고맙습니다’로 끝나요. 아무리 사소한 일이더라도요. 그런 것이 습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식으로 일하면서 많이 배웠죠. 저는 회사 생활하면서 제일 많이 한 얘기가 ‘감사하다’는 말이었어요. 감사하다는 문화가 없는 회사에 다닐 때도 저는 매일 감사하다고 인사를 많이 했어요. 감사하더라고요. 광고회사는 무조건 ‘감사’예요. 우리도 아이에게 건강하게 커주면 감사하잖아요. 아이도 부모에게 감사할 줄 알아야 하고요.
다양하고 원만한 친구관계가 곧 리더십
"상사에게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면담을 요청하는 것도 리더십이고, 동료들 사이에서 조화롭게 어울리는 것도 리더십이다"(121쪽)라고 하셨어요.
김: 리더십, 도전정신, 창의력 이 세 가지 콘텐츠를 제일 강조하고 싶어요. 엄마들이 많이 간과하는 문제가 친구관계에 관한 문제를 리더십과 연결시키지 못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친구관계가 잘 되면 리더십이 좋은 거예요. 회사에서 CEO나 팀장급 리더들을 많이 보는데 좋지 않은 리더들의 모습이 많아요. 사실 그런 사람들은 리더라고 부르면 안 되죠. 내가 깃발 꼽고 가면 따라와야 하는 것이 리더십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엄마들 사이에서도 있는 것 같아요. 주장이 뚜렷하고 놀이도 자기가 주도하는 게 리더십이라 생각하고 그런 아이들의 평가를 잘해주는데, 그게 아이들 사이에서 문제를 일으킬 때가 있어요. 그런 아이들이 협업을 잘 안하기도 하거든요. 리더십은 다양한 친구들과 사귀고 자신과 다른 아이들도 친해질 수 있는 능력이거든요. 문제는 우리 엄마들이 단짝 친구만 만들어주고 안심하는 거예요. 그러면 다른 아이들을 알아볼 기회도 없이 끝나요. 이후에는 다른 아이를 사귈 능력이 안 되고요.
정: 리더십이 좀 어렵게 느껴지는데 그렇지 않아요. 내가 먼저 하겠다고 하는 것, 남의 말 잘 들어주는 것, 이런 거예요. 힘든 일을 먼저 하겠다고 하고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만난 분이 있는데요. 그분이 남의 말 끊는 걸 본 적이 없어요. 항상 웃고요. 결국 대표가 되셨어요. 그런 리더의 기본자세가 어렸을 때 안 되면 안 되더라고요. 가족 문화인 것 같아요. 엄마가 아이의 말도 듣고 할 얘기도 하면 좋은데 리더가 돼야 한다면서 참지 말고 네 주장을 강하게 해라, 이러면 나중에 그런 사람이 되는 거죠.
책을 통해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을까요?
김: 절대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는 게, 저희가 아이를 잘 키웠다고 사례를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 정말 고민하다가 힘드니까 하게 됐고, 해보니까 그게 정말 좋고, 이걸 같은 고민을 하는 부모들에게 공유해서 실천했을 때 변화가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는 거예요. 우리 아이들 잘 키웠으니까 이대로 해보세요, 그런 건 절대 싫어요. 제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방식들이 다른 아이들에게도 적용이 되는지 많이 해봤어요. 그게 가능하다는 걸 검증하고 쓴 거예요. 우리 아이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우리의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다른 아이들에게도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어요. 절대 저희가 아이를 잘 키웠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저희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우리가 계속 노력하려고 책을 쓴 거예요. 우리도 아직 궁금한 게 많고, 아직도 보스엄마 기질이 남아 있기 때문에 스스로 리더엄마가 되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같이 손잡고 가자는 거예요.
"엄마 스스로가 꿈꾸지 않는 경우가 많다."(92쪽)고 하셨는데 모든 엄마들에게 중요한 지점인 것 같습니다. 두 분의 꿈, 엄마로서의 꿈이 뭔가요?
정: 아이들을 꿈꾸게 할 수 있는, 꿈을 쓰는 동화 작가가 되고 싶어요. 계속 동화도 쓰고 있었거든요. 이 책이 시발점이 돼서 계속 작가로서의 길을 가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세상에 도움을 주는 책을 쓰는 것이 제 단기 목표죠. 궁극적으로는 아이와 친구 같은 엄마, 아이들에게 꿈도 심어주고 행복하게 지내도록 하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저희 딸과 아들이 늘 꿈을 꾸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키우고 싶은 마음이에요. 제가 꿈꾸는 모습도 보여주고요. 함께 꿈꾸는 거죠.(웃음)
살면서 느낀 건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꿈꾸는 것만으로도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포기만 하지 않으면요. 꿈을 갖고 있는 게 중요하고, 될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면 기회가 됐을 때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 제 꿈은 사실 이루어졌어요. 거창한 꿈이 아니라 꿈 목록에 갖고 있던 것들을 지난해에 이뤘고요. 앞으로는 워킹맘으로서 더 성장할 수 있다면 계속 성장하고 싶고요. 글로벌 단위로 더 나가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그 꿈에 물론 아이가 포함되어 있고요. 또 저는 엄마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아이 리더십 센터 같은 부분을 세우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엄마와 아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그런 곳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제 아이디가 ‘더놀자(TheNolja)'예요. 잉여, 백지가 거기에서 온 건데요. 노는 게 생산성으로 이어지는 거고 놀면서 창의력도 생기는 거니까요. 노는 게 부정적인 게 아니라 잘 놀자는 거죠. 사는 것도 노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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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육아를 회사에서 배웠다김연정,정인아 공저 | 매일경제신문사
이 책은 워킹맘의 시각으로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업맘들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자녀의 나이대로 볼 때 4~10세 사이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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