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3일, 『트렌드코리아 2015』의 공동저자 전미영 교수가 독자를 만났다. 10대 트렌드 상품으로 2014년을 회고하고, 소비자 트렌드 전망을 통해 2015년을 맞이하는 시간이었다. 2007년부터 해마다 우리나라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해 온 『트렌드코리아 2015』는 ‘트렌드 대응 능력’이 생존의 핵심적 덕목임을 강조한다.
경제가 불안하고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소비자의 마음을 잘 읽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 중요한 것은 낮은 가격이 아니라 “이 제품은 나에게 가격만큼의 ‘가치’를 주고 있는가?”에 대한 ‘납득’이다. 소비자가 그러한 납득을 느끼는 대상은 늘 변화하고, 우리는 그것을 ‘트렌드’라고 부른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를 누가 먼저 잡아낼 수 있느냐다. 다시 말해 ‘트렌드 대응 능력’이 생존의 핵심적인 덕목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6쪽)
2014년을 보여주는 10대 트렌드 상품
『트렌드코리아 2015』는 내년도 전망에 앞서, 2014년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상품을 선정했다.
‘꽃보다’시리즈
“지금껏 예능의 주인공은 젊고 예쁜 20대의 청춘 남녀였다. ‘꽃보다’ 시리즈는 이러한 예능의 기본 공식을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청률이 더 높았던 다른 예능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변화된 시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꽃보다 시리즈를 10대 트렌드 상품으로 선정했다. 꽃보다 시리즈의 성공은 그 동안 기업이 주목하지 않았던 시장군이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명량>
“<명량>은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누적 관객 수가 1,700만명을 달성했다. 설문조사에서도 <겨울왕국>보다 더 많은 선택을 받았다. 주목할만한 점은 4,50대 남성 응답자의 반응이 뜨거웠다는 것이다. <명량>의 성공은 평소 영화관에 가지 않던 아저씨들을 끌어 모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빙수 전문점
“우리나라도 이른바 미각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우리 나라는 이제 저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이러한 선진국형 소비시장에서는 외식 시장이 성장하게 된다. 앞으로도 다양한 디저트 문화의 향연이 이어질 것이다.”
밥보다 비싼 빙수에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 이들의 행동은 한국 시장에 불고 있는 소비 가치의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이미 한국 소비사회는 ‘물건 소유형’ 사회에서 ‘체험과 경험형’ 사회로 진전하고 있다. 멋진 가방을 사는 대신, 맛있는 것을 찾아 나서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란 의미다. 앞으로는 음식과 전혀 상관없는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이미 벤츠의 경우 2013년부터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디저트 카페와 자동차 쇼룸이 결합된 매장 ‘메르세데스-벤츠 커넥션’을 운영하며 이에 대응하고 있다. 앞으로 소비자를 매장으로 이끄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맛있는 음식’이 될지도 모른다. (38쪽)
의리
“패러디 문화에서 시작한 ‘의리’ 열풍은 보다 유연해진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광고 시장으로까지확산되었다. ‘의리’ 열풍에서 기업은 ‘앞으로 소비자에게 어떤 형태로 제품을 홍보하고 마케팅해야 하는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바로 ‘소비자 스스로 놀게 하라’는 것이다.”
해외직구
“2014년 해외직구 폭발의 해라고 할 수 있다. 우선적으로 해외직구의 장점은 좋은 제품을 싼 값에 사거나,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해외 구매 자체가 제공하는 경험적 요소다. 소비자는 번역기를 돌려 상품을 검색하고, 외국어로 주문서를 작성하고, 신용 카드로 결제에 성공하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예를 들어 인터넷 카페 활동이 활발한 주부들은 해외 직구 성공 후기를 카페에 남긴다. ‘드디어 해외직구 성공했어요!’ 그러면 그 글에는 ‘축하해요!’와 같은 댓글들이 달린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소비자는 성취감을 느낀다. 1단계 주문 성공, 2단계 미국에서 발송 시작, 3단계 발송 경로 확인 등과 같은 경험을 게임 하듯이 즐긴다. 해외직구는 2015년 트렌드 중 하나인 유통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예고편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콜라보레이션
“소유ㆍ정기고의 ‘썸’, 김창완ㆍ아이유 ‘너의 의미’ 등으로 대표되는 콜라보레이션 역시 2014년 10대트렌드 상품이다. 콜라보레이션 전략은 올해 문화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났다. 지금 같은 불황에 기업들은 신제품 개발을 주저한다.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소비자도 불황기에는 굉장히 파격적인 신상품을 사는 데 주저함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받는 것이 콜라보레이션이다. 굉장히 익숙한 것이면서도 약간의 신선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리스크를 줄이고, 소비자는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이 밖에도 4,50대 여성의 높은 반응을 이끌어낸 에어쿠션 화장품, 서울시 버스 시스템과 <꼬마버스 타요>의 이색적 만남인 타요버스, 전년 대비 100% 이상 성장한 탄산수 등이 2014년 10대 트렌드 상품으로 뽑혔다.
2015년을 꿰뚫는 키워드 COUNT SHEEP
전미영 교수는 올해의 트렌드 상품에 이어서 2015년 소비자 트렌드 전망을 설명했다. 각 트렌드의 머리글자를 따서 COUNT SHEEP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했다.
Can’t make up my mind: 햄릿증후군
“과잉의 시대를 살아야 하는 소비자들은 ‘결정장애’ 증후군을 앓고 있다. 예를 들어 옷을 사러 가면 피팅룸에 들어가 셀카를 찍는다. 그 사진들을 인터넷 카페에 번호를 매겨 올린 뒤 회원들에게 “추천해주세요”, “골라주세요” 부탁한다. 그러면 회원이 직접 옷을 평가해준다. 3번 옷은 뚱뚱해보인다. 5번 옷은 유행이 좀 지난 것 같다. 이렇게 옷 뿐만 아니라 컴퓨터, 카메라 등을 살 때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본다.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한다는 뜻에서 이를 ‘메이비 세대(generation maybe)’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가 ‘예(yes)’, ‘아니요(no)’ 대신 ‘글쎄요(maybe)’라고 말하게 된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전미영 교수는 대안이 많아진 점과 정답을 요구하는 사회를 그 이유로 들었다.
“21세기형 햄릿증후군은 일단 대안이 많아졌기 때문에 발생한다. 선진국형 소비의 특징이 하나의 카테고리 내 다양한 브랜드가 생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은 편의점에 가면 물 종류만 10가지가 있다. 한국도 일본을 따라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현대의 소비자는 대안이 너무 많아 탈이다.”
“수업할 때 보면, 정말 많은 학생들이 ‘과외 받고’ 대학에 온 것 같다. 우리 세대는 이렇게 가고 저렇게 가고 부딪히며 답을 찾았다. 하지만 요즘 세대는 어떻게든 직선으로 가보려고 노력한다. 부딪히는 대신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갈 수 있는지’ 묻는다.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주면, 몇몇 학생들은 ‘숙제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내게 묻곤 한다. 숙제를 어떻게 하는지 찾는 것 자체가 숙제인데 말이다.”
더 이상 소비자들이 브랜드 위주로 구매하지 않고 카테고리 위주의 소비를 하는 것도 햄릿증후군의 원인이다.
“예를 들면 옛날에는 사람들이 소니 TV를 갖고 싶어했다. 요즘은 TV를 사야겠다는 생각으로 마트에 갔다와서 포장을 뜯어보면 그게 마침 소니 TV인 세상이다. 한국도 예전에는 무조건 LG, 무조건 삼성과 같이 브랜드 위주의 소비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에게 최적화된 제품을 구매하는 데 집중한다. 삼성, LG라는 것에 기뻐하는 브랜드 위주의 소비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2015년 소비 트렌드의 하나인 ‘햄릿증후군’은 ‘큐레이션 커머스’라는 새로운 산업 분야를 만들고 있다. 이는 사용자의 성향을 분석하여 이에 딱 맞는 제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로, 결정장애에 빠진 소비자에게 구매의 확신을 주는 역할을 한다.
Orchestra of all the senses: 감각의 향연
『트렌드코리아 2015』가 전망하는 감각의 향연은 사람들이 감각의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각으로는 일본 롤케이크 브랜드 ‘몽슈슈’가 대표적이다. 더 이상 맛있기만 해서는 안 된다. 디저트도 예쁘거나 귀하거나 특이해야 한다. 청각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LG 디오스 김치냉장고 광고가 대표적이다. ‘김치 맛을 살리는 유산균 소리, 톡’ 광고는 크기, 에너지 소비 효율 등급 등을 강조하던 기존의 김치냉장고 광고와 확연히 다르다.”
Ultimate ‘omni-channel’ wars: 옴니채널 전쟁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바일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쇼핑을 즐기는 크로스 쇼퍼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제 오프라인ㆍ온라인 경쟁은 의미가 없다. 유통업계의 다양한 채널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통합되어 ‘옴니 채널’ 현상이 나타난다.”
Showing off every day, in a classy way: 일상을 자랑질하다
셀카와 SNS의 발달로 우리는 일상이 자랑이 되고 자랑이 일상이 되는 시대를 살게 되었다. 자랑의 방식과 표현 방법도 달라졌다. 뻔하지 않게 은근히 과시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전 세계적으로 일상을 자랑질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 변화무쌍한 신세대를 위해 어떤 새로운 무대를 준비해야 할까? 소비자들이 더 근사하게 자랑질할 수 있도록 물건 대신 그들의 이미지 프레임을 채워줄 이야깃거리와 경험을 기획하고, 그것을 모방하거나 재창조할 수 있도록 편집권을 주어 그들이 양산한 콘텐츠가 자체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거드는 것이 중요하다. (328쪽)
전미영 교수는 이 외에도 ‘증거중독’, ‘치고 빠지기’, ‘럭셔리의 끝 평범’, ‘우리 할머니가 달라졌어요’, ‘숨은 골목찾기’, ‘꼬리, 몸통을 흔들다’ 등의 제목으로 다양한 2015년 10대 소비트렌드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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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5김난도, 전미영, 이향은, 이준영, 김서영, 최지혜 공저 | 미래의창
매년 출간과 함께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이 책은 ‘한국 트렌드 분석서의 현대적 고전’으로 명성을 떨치며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다. 한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CEO와 마케터들은 물론이고 정치?사회?문화계 오피니언 리더들도 연말 필독서로 참고하고 있을 정도로 신뢰할 만한 자료들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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