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에 ‘도시’와 ‘처녀’라는 노골적이면서도 착 감기는 제목의 웹툰 『술꾼 도시 처녀들』은 올해 4월 연재를 시작할 때부터 눈길을 끌었다. 요즘 웹툰 트렌드와는 달리 펜 자국이 살아있는 그림체는 마치 친구가 그려 건네준 것만 같이 친근하다. 태블릿으로 작업하지 않고 한 장 한 장 직접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여 스캔한 정성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눈에 더 띄고, 친근하고, 술 맛이 배어나는 것 같았다.
작가 미깡은 ‘술꾼’을 다룬 만화에서 그저 ‘술’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세 명의 여자 주인공을 통해 30대에 들어선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30대의 삶은 누구에게나 녹록치 않다. 세대차이, 여성에 대한 편견 등을 작가는 대놓고 비판하기 보다는 술과 함께 웃어 넘긴다. 나 대신 마셔주고, 취해주고, 그러고 나서 또 다시 하루를 살아볼 만하다고 말해준다. 또한 30대가 되어 비로소 할 수 있게 된 인생의 묘미까지 빼놓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를 4컷 안에 잘라주는 작가의 실력은 첫 작품이라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아마추어 게시판에서 연재를 하다가 정식 연재를 시작하고는 그때까지 연재했던 작품을 모두 다시 그렸기 때문에 그 맛이 더 녹아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아 궁금할 독자에게 살짝 밝히자면, 꾸미처럼 동안이고, 정뚱처럼 날카롭기도, 리우처럼 순수하기도 했다. 또한 피부가 굉장히 좋아 비결을 여쭈자 술 덕분이라고 거침없이 대답하시는 센스까지 지녔다. 친구 같은 캐릭터를 합쳐놓은 모습 때문인지, 솔직하고 담담한 대답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친구와 나누는 수다처럼 인터뷰를 마쳤다. 언젠가 꼭 한번 술 한잔 하고 싶다고 덧붙이면서.
종이에 그리는 웹툰
다음에서 4월부터 연재하신 것 처음부터 잘 봤습니다. 이런 만화가 한국에 있다니, 감탄했습니다. 혹시 나노미아 토모코씨의 『음주가무연구소』를 보셨나요?
아 감사합니다.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기쁘네요. 『음주가무연구소』도 읽어보았습니다. 아마 저도 그걸 보고 은연중에 한국에도 술을 다룬 만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만화를 그리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일반 직장인 생활을 10여년 하다가 그만 두고 프리랜서로 전환하여 인터뷰하고 글 쓰는 일을 해왔습니다. 계간지여서 보통 두 달 열심히 일하고 한 달은 쉬기 때문에 작업을 해보다가 이렇게 되었습니다. 꾸미처럼 문예창작과를 졸업했고 관련된 일을 했었습니다. 다음에서 정식 연재를 시작하고 나서는 만화만 그리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하실 때는 파격적으로 주 3회 연재를 하셨죠.
제가 아마추어 게시판에 연재를 하다가 정식 연재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 때는 그림을 깨끗하게 다시 그리는 일만 있었기에 주 3회를 할 수 있었습니다. 주 2회부터는 스토리를 짜면서 진행했었습니다.
작업은 힘들지 않았나요?
저는 타블렛으로 작업하지 않고, 밑그림 그리고 물감 칠하고 스캔하는 옛날 방식이어서 손이 많이 갑니다. 친오빠가 미술을 하는데 제 그림을 보더니 타블렛으로 하는 것보다 물감으로 손맛을 내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고 해주었습니다. 초창기에는 정말 잘 몰라서 A4용지에다가 그려도 보고, 종이도 울고, 여러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습니다. 포탈사이트에서 정식 연재를 시작하고 나서는 전부 다시 그려서 일정한 질을 맞췄습니다.
필명인 미깡은 혹시 밀감의 제주방언 맞나요? 어떻게 미깡으로 붙이게 되셨나요?
대학 때 아마 술 먹고 게임하다가 지은 별명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 미깡이라고 부르고 어감이 신선해서 엄청 웃었던 것 같습니다. 아 물론 제가 귤도 좋아하고요.
보통 주종이 맥주파, 소주파 등으로 나뉘는데요 작가님은 어느 파인가요? 캐릭터들은 가리지 않고 다 마시는 걸로 보이던데요.
다 좋아합니다. 많이 마시려면 저렴한 것으로 마셔야 해서 소주, 맥주 좋아하고요, 다른 주종은 기분 낼 때 마십니다. 비싼 건 없어서 못 먹습니다. 참 그렇지만 폭탄주는 안 좋아합니다.
매 편마다 진짜 안주 사진을 곁들여 주셔서 군침을 흘렸었습니다. 모두 작가님께서 다녀오신 곳인가요? 책에는 어느 곳인지 정보도 주셔서 정말 좋았습니다.
전부 다 제가 직접 가서 먹어본 곳이고, 사진도 모두 직접 찍었습니다. 연재할 때 댓글로 어떤 곳인지 문의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곳 30곳을 엄선해 올렸습니다.
어느 곳이 가장 추천하고 싶으신 곳인가요?
30곳은 메뉴별로 괜찮은 곳으로 꼽아 모두 추천할 만 합니다. 요즘 날씨에는 훠궈가 좋겠네요. 아주 따끈하니 추위에 좋겠습니다. 참 디자이너 분께서 아이디어를 주셔서 음식 옆에 어울리는 술들도 함께 추천해두었습니다.
예술가들 중 음주 시에 작품을 많이 하신다고 하던데요. 혹시 음주 중에 그리신 작품도 있으신가요?
아니요. 없습니다. 이걸 그리는 동안에 술을 한 방울도 안마셨습니다.
술꾼 도시 유부녀?!
한 방울도 안마셨다는 말에 여러 추측과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러나 제목에 ‘처녀’라는 단어 때문인지 작가가 유부녀일 거라는 건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그건 필자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작가는 말문을 다시 열었다.
“임신한 것을 밝히지 않고 연재를 하니까 당연히 제가 싱글일거라 생각을 하고 인터뷰를 하거나 일이 들어왔었습니다. 배신감까지 느끼시는 분들도 있고요. 괜히 속이는 것 같아 지난번 인터뷰 때에는 먼저 애기 낳고 왔다고 선언을 하자 다들 이게 너무 충격이어서 다른 내용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나중에 말씀 드리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술 마시면서 주 2-3회씩 연재한다고 생각해주셨지만 아마추어 게시판 연재 때만 마실 수 있었고 정식 연재 때에는 이미 마실 수 없었습니다. 책 속에 임신부 에피소드가 있어요. 그건 알고 보면 제 스스로에 대한 칭찬이기도 했습니다.”
그럼 지금은 다시 술을 드실 수 있나요, 주량은?
네. 지금은 조금씩 마시고 있습니다. 첫 술 때 자기 주량이 안 나온다고 하는데 저는 다행히 괜찮네요. 제 주량은 컨디션 따라 다르지만 보통 소주 1-2병이 적당한 것 같아요. 상황에 따라 더 마시기도 하고요.
마치 주변에 친구들에게 있는 일 같이 느껴졌습니다. 제 주변은 3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주량이 확연히 줄어들었는데요.
주량이 줄지는 않았는데 회복만 좀 느린 것 같긴 합니다. 다행히 제 주변 분들은 아직도 간이 튼튼한 것 같습니다.
주인공들이 99학번이던데요, 혹시 작가님도?
네. 주인공들과 나이가 같아요. 올해 서른여섯 됐습니다. 저희는 술을 한참 마시는 세대의 끝자락인 것 같아요. 요즘 세대는 거의 안 마시는 것 같더라고요. 실제로 『술꾼 도시 처녀들』도 30대에게 가장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꾸미 정뚱 리우 = 미깡
각기 다른 캐릭터의 세 여자가 등장하잖아요. 왜 세 여자를 주인공으로 잡았나요?
아무래도 한명인 것 보다는 직업이나, 성격, 환경 등 다양한 것이 이야기도 많으니 여러 명을 생각했습니다. 두 명보다는 세 명이 구성이 다채롭기 때문에 세 명으로 했습니다. 만화 구상을 할 때, 우리나라에는 술꾼에 대한 만화도 없지만 30대 중반 여성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스다 미리 처럼 30대 여성을 다룬 이야기여서 남자 캐릭터는 넣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남자친구같이 필요할 때 등장하도록 했습니다.
정뚱, 꾸미, 리우라는 이름도 독특합니다. 그 중 두 명의 본명도 고명과 심미한으로 독특하던데요. 모델이 있나요?
세 여자에 대한 모델은 없습니다. 저는 안경이나 예전 머리스타일이 꾸미와 가장 닮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꾸미의 촐랑대고 나불거리는 성격과는 좀 다릅니다. 저의 까칠한 면은 뚱이를, 순수하게 술을 좋아하고 여성스러운 면은 리우에게 적절히 나눴다고 보시면 됩니다.
캐릭터도 나이에 따라 변화는 없나요?
나이에 따라 서서히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뚱이가 연예를 하고 있지만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고민 중입니다. 어떤 이야기든지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서운 동화작가 여자친구가 있는 술집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인가요?
바는 세 명을 나란히 앉혀놓기 위해 편의상 만든 공간이었어요. 그렇지만 주인의 여자친구인 무서운 동화작가 박우령은 실제로 저와 아주 친한 친구를 모델로 했습니다. 직업은 다르지만 무서운 외모와 사람을 지리게 만드는 눈빛, 이름도 비슷하게 그려냈습니다. 주변에 친구들이 이걸 보면 싱크로율 100%라고 해요.
실제로 겪은 일을 바탕으로 에피소드를 만드시나요? 개인적으로 어느 에피소드에 가장 애착을 갖고 계시나요?
경험담이 대부분이지만 각색을 많이 해서 들어갑니다. 4컷안에 반전과 재미가 있어야 하니까요.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을 갖는 에피소드로는 꾸미가 혼자서 바에서 맥켈란 한잔을 마시면서 20대때에는 못했는데 지금은 괜찮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게 많이 재미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제가 이 만화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이기도 합니다. 왁자지껄 마시는 것도 좋지만 혼자서 즐겨보는 것도 좋다고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여성 공감과 술꾼 공감을 같이 다뤘다면 이제는 술꾼에 대한 공감에 대해 더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몇 회가 목표이신가요?
아이를 키우다 보니 주 1회인데도 힘이 듭니다. 일단은 지금 하고 있는 시즌에 충실해서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또 계획하시는 새로운 만화나 작품이 있나요?
구체적인 건 없습니다.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먼저 지금 이 작품 연재에 충실 하려고 합니다.
좋아하시는 작가나 책이 있다면 한 권 추천 부탁 드립니다.
제가 짧은 4컷만화를 그리는 것도 단편을 좋아해서 그렇습니다. 체호프부터 레이몬드 카버, 엘리스 먼로 같은 단편작가를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책은 너무 많아서 최근에 읽은 만화책을 한 권 들겠습니다. 『기계장치의 사랑』은 『자학의 시』를 그린 일본 작가의 작품인데 찡한 느낌이 참 좋습니다.
어떤 독자 분들이 읽어주기를 바라시나요?
공감만화다 보니까 가장 잘 공감해주실 30대 여성분이 먼저 생각이 납니다. 또한 아직 30대가 되지 않은 20대뿐아니라 남자도 여자들의 삶을 엿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또한 술을 좋아하신다면 모두가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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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 도시 처녀들 미깡 글,그림 | 예담
만화는 술에 대한 예찬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지질해지는 술자리 후일담, 그럼에도 욕망하고야 마는 술에 대한 애증을 솔직하게 그린다. 또한 30대 중반 여성을 압박하는 사회 편견을 맥주처럼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가 하면 그들의 말 못할 속앓이는 소주처럼 속 깊게 보듬는다. 심장 쫄깃한 공감과 침샘 가득한 술꾼들의 생활 속으로 함께 푹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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