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하는 사람 곽정은이 하고 싶은 말 『혼자의 발견』
방송에서 보여진 곽정은만을 생각한다면 책 제목 『혼자의 발견』이 다소 낯설 수도 있다. 방송에서 그녀는 주로 연애를 이야기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글과 강연에서 꾸준히 다른 이야기도 했다. 혼자 잘 지내는 사람이 연애도 잘한다는 진리를.
글ㆍ사진 손민규(인문 PD)
201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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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하는 사람’ 곽정은이 『내 사람이다』를 펴낸 지 3년 만에 새로운 책을 출간했다. 제목은 『혼자의 발견』. 책은 연애, 우정, 사랑, 일, 섹스 등 인생 전반을 소재로 쓴 통쾌하면서도 따뜻한 글로 가득하다. 두 문장으로 이루어진 짧은 글도 있고, 5~6쪽 정도 분량인 글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호흡이 짧은 글로 채워졌다. 분량은 길지 않지만 책 안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소재는 다양하나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하나로 요약할 수 있다. 자신에게 당당해질 것! 지금껏 그녀가 방송에서 말했던 주장이기도 하고 책 제목을 『혼자의 발견』으로 정한 까닭이기도 할 테다. 그렇다고 책 속에 있는 글이 처음부터 끝까지 ‘세게, 강하게!’만을 외치지는 않는다. 강해 보이기만 하는 곽정은도 때로는 부끄럽고 때로는 힘들 때도 있다는 사실을 책을 읽은 독자는 깨달을 것이다. 그녀의 문장이 더 큰 울림을 주는 것은 이렇듯, 그녀의 솔직함 덕분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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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 지내기가 연애보다 더 중요해

 

요즘 어떻게 지내셨나요.

 

예전 직장생활할 때는 직장에서 한 일, 한 말, 관계, 성과를 바탕으로 하루의 성과를 측정하거나 기분을 느꼈어요. 조직에 속하지 않은 지가 10달이 되었는데요. 10달 동안 어땠느냐는 질문이라면, 딱히 큰 일이 없고, 안 좋은 소리를 하거나, 원하지 않은 일을 받거나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대체로 잔잔했다고 답할 수 있겠네요. 오늘은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과 먹고, 제 책에 대한 평가를 들었어요. 여백의 미를 잘 느낄 수 있는 하루하루인 듯해요. 때로는 직장에 다닐 때보다 치열하게 산 하루도 있고요.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요.

 

책 제목에 ‘혼자’가 있습니다. 곽정은 하면 커플, 관계가 먼저 떠오르는데요.

 

연애에 관해서 많이 말하는 사람이 된 건 사실이지만 강연에서는 혼자의 의미를 열심히 이야기해왔어요. 방송, 칼럼이라는 특성상 연애할 때는 이렇게, 유혹할 때는 저렇게, 등등 방법론을 많이 말해왔지만요. 그런데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나 혼자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것이 연애를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해요. 혼자 잘 지낼 수 있어야 연애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많은 사람을 취재하면서 느끼기도 했고 스스로 연애하면서 깨달았던 부분이었죠. 어떻게 보면 진짜 하고 싶었고 제 삶을 관통하는 이야기였어요.

 

저는 다만 관계, 커플 이야기를 해오긴 했지만 그래서 어쩜 누구보다 더 혼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인지도 몰라요. 『혼자의 발견』은 혼자이냐 아니냐, 이런 것과는 상관 없이 그냥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죠.

 

시기적으로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쓴 글인가요?

 

제목과 주제를 정해서 책으로 써야겠다고 해서 쓴 건 아니에요. 2년 전쯤에 생각한 글도 있고, 어딘가에 기고했던 글도 있고, 트위터에 끼적인 글을 다시 쓴 글도 있어요. 언제부터 써서 언제 완성했느냐에 대한 정확한 대답은 못할 것 같아요. 몇 년 전부터 책 내기 얼마 전까지 머릿속에 있는 거의 모든 생각을 다 풀었다는 생각은 들어요. 자연스럽게 떠오른 단상을 정리하고, 주제에 관해 글 쓰는 게 습관이 된 사람이다 보니 모든 게 소재가 되었죠. 예를 들어 ‘돌아보지 마’는 누구나 겪을 상황이에요. 엑셀을 밟고 있는데, 뒤에 짐을 실었는지 궁금할 때가 있어요. 뒤가 너무나 궁금한데 마침 신호는 안 걸리죠.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멈추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달려야 해요. 이런 감정을 무의식 중에 느꼈을지 모르지만 문자화, 언어화하지 못한 사람이 많을 거예요. 이렇게 누군가에게는 놓친 상황이지만 언어로 표현해서 전해주고 싶었어요. 저는 우월한 사람이거나 굉장한 사유를 가진 철학자가 될 수는 없지만 놓친 걸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자동차 핸들을 잡고 뒤를 돌아보는 일이 허락되는 건
브레이크를 완벽히 밟아 멈추어 서 있을 때뿐.
조금이라도 차가 움직이고 있을 때 뒤를 돌아본다면
비틀비틀 쿵,
사고를 내고야 말 것이다.

그러니까 돌아보고 싶다면 멈추는 것이 먼저.
달리기로 마음먹었다면 돌아보지 않기. (207쪽)

 

『혼자의 발견』은 인쇄술에 감사하게 만든 책

 

지금까지 4권을 내셨는데, 지금 책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내 이야기가 울림을 줄 수 있게 해준 인쇄술에 감사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나의 일부분을 이해받고 싶은 욕구와 독자의 이해받고 싶은 욕구가 만났을 때 우리가 종이 한 덩어리로 만나는 거잖아요. 지금까지는 그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번 책으로 알았어요. 글은 잘 써서 쓰는 게 아니라, 누구나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쓰는 것 같아요. 독자가 책을 읽어서 자신의 내면을 이해받고 ‘나는 행복한 사람이네, 좋은 사람이네’를 느끼면 이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책 만드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 책이라고 할 수 있죠.

 

쓰면서 이렇게 써야겠다, 라고 염두에 둔 점은?

 

지금 『주역강의』를 읽는데, 어려워요. 쉽게 풀이했다고 한 책인데도 그래요.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피곤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이기에, 바로 스며드는 글이 아니면 흡수되기 힘들 수도 있어요. 사람들 시간을 아껴주고 싶어서 내가 쓸 수 있는 가장 쉬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어요. 마음을 수면으로 비유하자면, 수면 위에 작은 돌멩이 하나를 얹는 있는 느낌을 주고 싶었죠.

 

『혼자의 발견』 에서 책 고르는 방법을 소개해주셨는데, 지금 읽는 책이 『주역강의』라니 약간은 예상 밖이네요.

 

책방에 자주 가요. 아무 생각 없이 서점에 가서, 그날 분위기와 제 기분에 따라 손이 닿는 책이 있죠. 서점에서 책을 살피다 다른 책에서 『주역』 이야기가 나왔는데, 마침 주역을 공부하고 싶었던 과거 기억이 떠올랐어요. 바로 『주역』이 있는 코너로 갔죠. 그중에 가장 쉬워 보이는 책을 골랐어요. 이렇게 어떤 목적을 가지고 책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아무 생각 없이 산책하다 책을 고르는 것도 좋을 듯해요. 책 한 권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책으로 확장될 수 있는 책이면 좋겠고요.

 

제 책도 숱한 가르침을 받았던 많은 책의 영향이 있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혼자의 발견』에도 되게 새로운 내용은 없어요. 혼자 잘 지내야 결혼 잘한다, 혼자 잘 지낼 줄 있어야 소모하지 않는 연애를 한다, 당연한 말이죠. 비슷한 말을 다양한 방법으로 말할 수 있는 건 저 역시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받아서죠. 그게 공포소설일 수 있고, 유명한 인문학자일 수도 있고요. 저는 취재하면서 연애 실용서도 많이 읽었거든요.

 

『주역』은 점치는 책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제가 보는 책에서 주역은 『탈무드』, 『동의보감』 같은 책으로 봐요. 마흔을 앞두고 있고 어쩌면 앞으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다고 생각하기에, 하루라도 지혜롭게 살고 싶어요. 요즘 독서의 포커스는 ‘지혜롭게’입니다.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도록, 덜 떨어진 행동 안 하도록, 행복한 하루를 만들려면 지혜로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성 독자가 좋아할 만한 내용이 많았어요. 성별에 따라 이 책을 활용할 방향이 달라질까요?

 

제가 치열하게 살아온 직장 여성 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여자라면 제가 쓴 글을 확인하는 순간 느끼는 쾌감이 있을 거예요. 남자는 ‘여자들이 이런 생각 하는구나’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죠. 그런데 책 속에 딱히 여자라서 느낀 내용은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혼자에 남녀가 중요한가요. 물론 한국 여성이기 때문에 남자들은 전혀 상상 못할 공포가 일상에 있죠. 예를 들어, 이사 때문에 중고나라에 소파를 올려놨는데, 직접 보고 결정하겠다고 해도 사람을 들일 수 없어요. 남자친구가 옆에 있어 주겠다고 해도 ‘넌 안 무서워? 칼 대고 들어서면 어떡해?” 하면 대부분 남자는 코웃음을 치죠. 저는 코웃음 치는 남자도 사귀어봤고, 공감해주는 남자도 사귀어 봤어요. 어떤 남자면 좋을까 스스로 질문을 던져 본 적이 없는 독자라면, 글을 읽으면서 한번 생각해 볼 수는 있을 거예요. 제 책이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 구조를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죠. 『혼자의 발견』이 사소하지만 저에게는 중요한 걸 담은 책이라는 생각은 들어요.

 

책 만들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에피소드는 무엇이었나요?

 

그 질문은 마치 대충 지나쳐야 하는 글은 무엇인가와 똑같아요. 어떤 이야기든 내가 경험했던 관계로부터 나온 이야기라 중요한 이야기 하나를 꼽기는 어렵고, 저는 모두 다 소중하게 읽어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굳이 꼽으라면, ‘바람’ 편이요. 많은 사람에게 적용 가능한 이야기 같아요.

 

여럿에게 관심받아도 배고팠던 이십대를 지나
둘이어서 행복한 삼십대를 보내고 있다.
혼자여도 충만한 사십대였으면 한다. (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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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하는 사람 곽정은

 

힘들었을 때 남산에 가셨다고 했잖아요. 당당해 보이는 작가님에게도 힘들 때가 있나요?

 

방송을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하면서 섹슈얼한 이슈에 대해 당당하게 말하는 역할을 부여 받았어요. 왔던 일과 맞아떨어졌기에 자신을 속이는 일 없이 즐겁게 방송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진 스펙트럼이 1부터 10이라면, 방송은 3에서 4까지 영역을 보여주는 일이에요. 저는 외향적인 사람이 아니고, 낯가림도 심해요. 처음 기자 생활을 시작할 때는 인터뷰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고, 그런 공포로부터 빠져나온 지도 몇 년 되지 않았어요.

 

곽정은은 만날 싸우듯 당당하게 야한 이야기하고, 시비 거는 사람이 겁나도록 항변할 것 같지만, 힘들 때는 저도 힘들어요. 감성이 남보다 더 예민하기 때문에 글을 쓸 수 있듯, 그런 예민한 감성을 가졌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울지 않을 때 울기도 하고요. 타격을 안 받을 만한 일에 타격을 많이 받죠. 그런 내가 싫지 않기 때문에 이런 모습을 유지할 수 있고요. 직장 상사가 말도 안 되는 걸로 해코지하고 질투할 때가 있어도 아무렇지 않게 버티는 건 일이 소중해서잖아요. 제게 방송은 일이고 잘해야 합니다. 그 안에서 자신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는다면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책 마지막에는 직장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요. 패션지에서 오래 기자로 활동하셨는데, 여성들에게 패션지 잡지는 어떤 로망을 주는 것 같습니다. 실제는 어떤가요.

 

조직의 나사가 아니라 자기 이름을 걸고 프로듀서가 되고 기획자가 되어서 하나의 섹션을 굴리고 하나의 결과를 매달 만들어내서 세상 천지에 보낼 수 있는 직업이 잡지 기자만한 게 있을까요. 신문이나 방송은 돈을 많이 받을지는 몰라도 출입처가 제한적이죠. 우리는 온 세상이 출입처였어요. 기자라는 직업이 대통령에서 거지까지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없다고는 하지만, 잡지 기자는 이걸 한 달만에 경험할 수 있거든요. 그런 기회를 가지기 위해서는 엄청난 육체노동, 정신노동 플러스 알파가 필요해요. 일반 직장에 있는 사내권력 관계가 다 있고, 일반 직장에 없는 것도 다 있어요.

 

환상을 가질 법하지만, 그 꿈이 실현되고 즐거운 직장생활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소모가 기다리는 것도 사실이에요. 한 달에 주말이 4번이라 치면 8일이 휴일이지만, 이쪽에서는 4일밖에 없어요. 마감 앞두고는 12시 전에 집에 못 가는 상황이고요. 가족이 죽지 않는 한 자리를 비우면 안 되죠. 갔다가도 와야 하고요. 명절도 당일만 쉬죠. 일반 직장인에게는 부여되는 일상이 없어요. 그만큼 드라마틱하고 익사이팅한 취재 경험은 누릴 수 있어요. 책에는 상사와 부딪친 이야기, 후배와 부딪친 이야기를 썼어요. 쓰면서 기쁜 일도 있었지, 슬픈 일도 있었지, 추억하게 되며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게 됐어요. 여전히 치열하게 권력 관계 안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힘이 되는 글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곽정은 기자에서 <마녀사냥> 곽정은으로 불리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정체성은?

 

마녀사냥 곽정은은 언론에서 좋아하는 타이틀일 수밖에 없어요. 유명한 분이 같이 나오는 프로그램이고 시청률도 높으니까요. 그렇지만 저의 정체성은 <마녀사냥>은 당연히 아니에요. 글을 쓸 것이고, 글이 좋아서 기자가 되었고, 취재 경험이 많아져서 책을 쓸 수 있게 된 거고, 그 결과 방송을 하게 되었어요. ‘표현하는 사람’ 이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요?

 

방송, 책, 강연 중에서 어떤 게 제일 친근해요?

 

아무래도 방송이 제일 불편하죠. “남자 3명을 동시에 만났어요. 그렇지만 영혼의 굶주림은 해소가 되지 않았죠.”라고 말하면 방송에서는 “남자 3명을 동시에 만났어요”만 나가고 나머지는 편집돼요. ‘네가 그 얼굴에 무슨 3명’ 이런 엄청난 댓글이 양산되죠. 방송에서 놀라고 불편한 지점인데, 악의적으로 편집된 게 아니라 방송이라는 특성상 잘리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강연이나 책에서는 다시 풀 수 있어요. 방송도 방송대로 좋은 점이 있죠. 재미있든 없든 영원히 데이터로 남잖아요. 많이 알려지면서 인구에 회자되는 건 방송 아니면 불가능하죠.

 

2014년은 방송과 강연으로 너무 많은 걸 쏟아낸 한해였다면 2015년은 책을 좀 더 많이 쓰려고 해요. 책 쓰면서 성장하는 부분도 있고, 쓰기 위해서 다시 취재하는 부분이 있기에, 그렇게 늘려가는 작업이 의미있는 작업이 될 거 같아요. 인풋을 향한 배고픔은 있지만 『혼자의 발견』 은 제가 지금 쓸 수 있는 최고의 책이라는 건 확실해요. 그렇지 않다면 책을 내면 안 되죠. 책이 나오고 나서 하루에도 몇 번씩 뒤적여요. 자꾸 자꾸 보고 싶은 결과물을 하나 만들었다는 것만으로 저의 37살은 아름답게 기억되겠죠.

 

곽정은을 멘토로 여기는 여성이 꽤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이들에게 한 말씀.

 

저에게는 정작 멘토가 없어요. 재밌는 건, 똑같은 말을 했는데 어떤 사람은 저를 멘토로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심한 말로 비난하기도 해요. 멘토이건 마녀이건, 저를 통해 정답을 찾거나 오답으로 규정하거나 그러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저 아, 저런 생각도 가능하지, 저런 생각도 필요해, 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제 강연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강연에서 저는 이렇게 하면 망하고, 이렇게 하면 헤어집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정도로 말합니다. 정답은 각자 깨지면서 배우는 거지 누가 알려준다고 해도 자신의 정답이 될 수 없어요. 멘토라는 말이 지금처럼 유행하지 않았을 때는 스스로 마음 안에 있는 빛을 찾아서 갔다고 생각해요. 멘토라는 말이 생기면서, 엇갈린 기대감이 있고, 이 말로 장사하는 사람도 생겼죠. 진짜 멘토는 자신의 마음 안에 있는 빛이에요. 그 빛을 발견하게 되는 건, 어떤 상처를 받는 일도 두려워하지 않았을 때, 자기가 당당하고 떳떳하게 옳다고 믿을 때죠.

 

한국 사회에서 이혼이 여전히 어두운 칼라로 채색되어 있는 게 사실인데 저는 이런 경험도 해 봤고. 심심하신 분의 공격도 많이 받아봤어요. 인생에서 힘든 일 슬픈 일 겪을 때 오히려 마음 속 빛을 발견하게 됐고, 낯가림이라는 것도 극복하게 됐죠. 실패를 많이 하고, 이게 인생의 재료가 되어서 저를 단단하게 해서 좋았어요.

 

제가 일대일 상담을 안 하는 이유가, 제 말대로 했다가 그 사람이 망하면, 제가 책임져줄 수는 없잖아요. 자기는 자신만의 오답노트를 써야 하는 사람이고 그 용기가 없다면 누가 하라는 대로 할 거고, 그렇게 살아서 후회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일 걸요? 우리 함께 스스로만의 오답노트를 써가는 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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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의 발견곽정은 저 | 달
그와 나는 그린라이트일까 아닐까. 모든 연애가 그 작은 상자처럼 명료한 초록색 불빛을 뿜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그러하듯 사랑 또한 아름답지만은 않다. 뭉근하고 저릿하고 아리송한 사랑. 이토록 복잡미묘한 사랑과 사랑하는 사람들에 관하여 수많은 많은 명언들을 쏟아낸 칼럼니스트 곽정은. 그녀가 패션지에서 10년간 일하며 만난 1,000여 명의 사람들에 대한 에세이 『내 사람이다』를 펴낸 지 3년 만에 새로운 책을 출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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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은 #혼자의 발견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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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5.01.15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피곤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이기에, 바로 스며드는 글이 아니면 흡수되기 힘들다는 말 맞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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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규(인문 PD)

티끌 모아 태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