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근’이란 캐릭터는 자신을 김일성이라고 굳게 믿는 남자에요. 김일성 역이 아니라 그의 대역이라서 순수하게 ‘성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김일성의 행동이나 손을 사용한 제스처를 공부했지만, 김일성의 대역, 태식(박해일)의 아버지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틀 안에서 캐릭터를 소화하려고 했습니다. 김일성과 어느 정도 풍채가 비슷해야 했기 때문에 살을 찌울 수밖에 없었는데요. 필요에 의해 살을 찌웠지만 힘들긴 힘들더라고요. 특수분장을 하는 데 5시간이나 걸려, <은교>에서 노인으로 열연했던 박해일 씨의 고충을 알겠더군요.”
지난 9월 29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나의 독재자>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나의 독재자>는 대한민국 한복판, 자신을 김일성이라 굳게 믿는 남자와 그런 아버지로 인해 인생이 제대로 꼬여버린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설경구는 <나의 독재자>에서 무대 위 주인공을 꿈꾸지만 현실은 잡일만 도맡아 하고 있는 무명배우 ‘성근’으로 분했다. 극중 성근은 난생 처음 주연으로 설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데, 그 역할은 다름 아닌 남북정상회담 리허설을 위한 김일성의 대역. 성근은 최고의 무대를 위해 모든 걸 쏟아 부으며 어느새 스스로를 진짜 김일성이라고 믿게 된다.
천만 영화 <실미도> <해운대>에 이어 최근 <스파이> <소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력을 인정 받은 설경구는 <나의 독재자>에서 외적인 변신은 물론 캐릭터에 완벽하게 빙의된 압도적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제작보고회에서 설경구는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노년의 모습을 연기해야 했는데, 일부러 늙게 보이려고 연기를 하진 않았다. 거의 순서대로 찍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기 때문에 20여 년 세월의 진폭을 연기하는 것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밝혔다. 부자로 호흡을 맞춘 배우 박해일에 대해서는 “박해일 씨는 많은 감독, 배우들이 함께 작업하고 싶어하는 배우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 박해일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나의 독재자> 연출을 맡은 이해준 감독은 "설경구는 캐스팅하는 데 다른 이유가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훌륭한 배우이다. 22년이라는 세월을 담아낼 수 있는 연기의 진폭과 평범한 무명배우에서 독재자로 변해가는 연기의 에너지가 필요했고, 그런 면에서 설경구라는 배우가 자연스레 떠올랐다”며,, “설경구는 카메라가 돌기 시작하면 정말 무서울 정도로 변하는 동물적인 배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버지와 아들로 만난 두 배우, 설경구와 박해일의 탁월한 연기 앙상블로 기대를 모으는 영화 <나의 독재자>는 오는 10월,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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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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