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작가 “영화의 온도가 궁금했다”
지난 9월 16일,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의 원작자 김애란 작가와 이재용 감독이 함께한 관객과의 대화가 압구정CGV에서 열렸다. 영화 개봉 후 처음으로 대면했다는 두 사람. 과연 원작자와 연출가의 느낌은 통했을까?
글ㆍ사진 엄지혜
201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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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세 젊은 부모와 조로증에 걸린 16세 아들의 이야기.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은 2011년에 출간된 김애란 작가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단 두 권의 소설집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은 김애란 작가의 첫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은 2010년부터 2011년 봄까지 계간 『창작과비평』에 연재될 당시부터 문단과 독자들 사이에서 숱한 화제가 된 바 있다. 김애란 작가는 『두근두근 내 인생』 출간을 앞두고 “늙음이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삶에 대한 찬가로 쓰고 싶었다. 읽으면서 먹먹할 수도 있겠지만, 독자가 기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용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은 강동원과 송혜교가 젊은 부모로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더욱 관심이 모아졌다. 아들의 병원비를 위해 택시운전에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내는 아빠 ‘대수’(강동원)와 당찬 모성애를 보여주는 엄마  ‘미라’(송혜교), 그리고 얼굴은 80살이지만 마음은 16살인 소년 ‘아름’(조성목). 삶의 가장 찬란한 순간인 ‘청춘’을 경험해본 부모와 ‘청춘’을 꿈꿀 수 없는 아들의 이야기는 적당한 맥박으로 우리를 두근두근 거리게 만든다.

 

두근두근 내 인생

 (왼쪽부터) 허희 문학평론가, 김애란 작가, 이재용 감독

 

지난 9월 1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GV 행사. 문학평론가 허희가 진행을 맡은 이 행사에서 김애란 작가와 이재용 감독은 첫 만남을 가졌다. 원작자 앞에서 영화를 처음으로 함께 보게 된 이재용 감독. 그는 “사전에 원작자를 꼭 만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건, 작품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것들이 충분히 잘 전해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애란 작가는 “영화 덕분에 내 소설 속 인물들의 몸이 생겨서 기뻤다. 영화의 온도가 너무 따뜻하지 않았으면 했는데, 캐스팅 소식을 듣고 안심했다”고 말했다.


소설이 가지고 있는 감성이 좋았다


허희: 김애란 작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을 영화화한 계기가 궁금하다.


이재용: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닌데, 이 소설이 나오자마자 지인이 정말 좋은 책이 있다며 추천해줬다. 문장이 문학적이고 특히 선천성 조로증을 표현하는 것 때문에 영화화가 어려울 것 같았는데,  제작사에서 영화화 제안을 해줬고, 작품을 다시 한 번 읽으면서 와 닿는 것들이 많아 연출을 하게 되었다.

 

허희: 원작자로서 영화를 본 소감은 어떠한가.


김애란: 영화화 제안이 들어왔을 때 뜻밖이었다. 여러 어려움이나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볼 때도 원작자로서 보다 각색자의 입장에서 보려고 했다. 외국에 있다가 추석 연휴 때 한국에 들어와 영화를 처음 봤는데, 부모님께서도 영화를 참 좋게 보셨다고 했다. 이번에 두 번째로 영화를 보면서 아름이의 손에 장씨 할아버지의 손이 포개지는 장면이 인상 깊었는데 감독님께서 누군가의 손을 꽉 잡거나 어루만지는 것보다 포개는 느낌으로 만드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온도가 궁금했는데 감독님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허희: 원작을 영화화할 때 가장 염두에 두었던 부분은 무엇인가?


이재용: 소설이 가지고 있는 감성을 좋아했다. 원작자를 꼭 만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것들이 소설에서 충분히 전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연출자는 그 이야기를 잘 전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인물들의 비중에 치우치기보다 대수(강동원), 미라(송혜교), 아름(조성목)을 모두 중요하게 풀고 싶었다.

 

허희: 모든 장면에 공을 들였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을 많이 쓴 장면은?


이재용: 정말 좋았던 장면은 극중 아름이가 쓴 글인 ‘두근두근 여름’ 이다. 작가가 이 이야기를 위해 소설을 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장면을 가지고 따로 단편영화로 찍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아름이의 탄생 설화 같은 이 이야기에 많이 매료됐다.

 

허희: 소설이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는가?


김애란: 내 소설 속 인물들이 ‘몸이 생겼구나. 몸을 가져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도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고 들었는데 같은 창작자로서 각색하시는 분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어떤 믿음과 정서를 담아 새로 각색을 해야 하는데, 움직임이나 사건이 많지 않아 고민이 많으셨겠다는 생각이었다. 다만 영화의 온도가 너무 뜨겁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캐스팅 소식을 듣고 그 부분은 걱정을 하지 않았다.

 

두근두근 내 인생

 

허희: 원작자로서 강동원, 송혜교 씨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어떠했나?


김애란: 감독님의 인터뷰 중 ‘아름다운 피조물’ 이라는 말씀을 듣고 저 역시 공감했다. 강동원, 송혜교 씨가 내 또래인데 그 분들의 조금 더 어렸을 때의 모습도 같이 기억나면서 영화 안에서 그 분들이 지나온 시간들이 떠올랐다. 두 배우의 표정이 정말 좋았다. 송혜교 씨가 수심에 잠겨 창문을 바라보는 장면 등 이 인물들이 뭔가 터뜨려서 우는 장면이라기 보다 10년 넘게 간호를 했기 때문에 울음을 참는 것이 익숙해진 인물들의 표정이 두 배우의 얼굴에 잘 담겨 있었다.

 

허희: 아름이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컸던 소설과 달리 영화는 대수와 미라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추가되면서 부모의 역할이 강화되어 있다. 영화에서 대수, 미라, 아름 캐릭터를 재창조하실 때 특별히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는가?


이재용: 아름이가 부모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듯이, 나도 각색 작업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소설에 있었던 내용인지 내가 만들어 낸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많은 부분 그 감성을 이해했다는 생각이 든다. 초고에서 다시 각색했던 부분은 아름이다. 화자인 아름이가 ‘하나님이 왜 나를 만들었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나 역시 그게 큰 화두였고, 문학소년으로서의 매력이 없으면 중심축이 흔들린다고 생각해서 아름이를 많이 복원했다. 그러면서도 문학과 영화가 다른 매체라고 느끼는 것이 문학에서는 자기 상상으로 읽어나갈 수 있고 말투들을 경험과 톤으로 읽어낼 수 있는데, 영화는 직접적으로 보여주다 보니 문학적으로 굉장히 좋은 표현을 일상적 언어로 바꿔야 하는 작업이 꼭 필요했다. 원작에 대한 느낌과 잘 어우러져서 자연스럽게 작업했던 것 같다.

 

허희: 만약 누군가가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하겠는가?


이재용: 아름이와 장씨(백일섭)와의 관계에서 오는 나이 들어감에 대한 쓸쓸함이 많이 와 닿았다. 과거 부모의 청춘이 너무 아름다워 역설적으로 슬프게 느껴졌다. 부모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도 말하고 있지만 흘러간 청춘의 쓸쓸함에 대한 이야기로 느껴진다.

 

김애란: 다들 가져가시는 게 다르시겠지만, 그걸 하나의 그림에 담은 게 포스터라고 생각한다. 세 인물이 돌아보는 티저 포스터가 관객들을 돌아보는 느낌도 나고, 자신들이 지나치고 있는 봄을 돌아보는 느낌도 나는데, 결국 시간을 돌아보는 느낌이 나서 봄과 여름 사이, 아버지와 아들 사이, 어제와 오늘 사이 등 ‘사이’들에 대해서, 또는 남는 것과 사라지는 것들을 만져보려고 했던 시도였다. 그런 ‘사이’에서 무언가를 가져가시거나 나눌 게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허희: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두근두근’ 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궁금하다.


김애란: 누군가를 처음 좋아했을 때와 같은 첫 순간, 처음들, 혹은 죄를 지었을 때인 것 같다. 어릴 때는 누구를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뛰었던 적이 있다.

 

이재용: 모든 것의 첫 순간인 것 같다. 첫 키스, 처음 비행기를 탔을 때, 처음 영화 개봉을 앞두었을 때 등 모든 처음의 순간이었던 것 같다.

 

허희: 차기작에 대해 여쭙고 싶다.


김애란: 두 번째 장편을 준비 중이다. 하늘과 관련된 소재로 이야기를 꾸리고 있다.

 

이재용: 딱히 어떤 작품을 준비 중인 것은 없다. <두근두근 내 인생>을 만나기 전에 주제적으로 유사한 시나리오를 써둔 것은 있다. 어떻게 자기 죽음을 맞이하고, 나이 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내용으로 시나리오를 써둔 것이 있어서 그것을 다듬어 갈 예정이다.

 

허희: 마지막으로 관객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 드린다.


이재용: 와주셔서 감사하다. 김애란 작가를 만나기 전에는 원작자가 던진 이야기를 내가 이해한 대로 이야기 했다. 원작이 있고 독자가 바로 반응하는 작품을 해보지 않아서 떨리는 순간이었다. 김애란 작가를 좋아하는 분들께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김애란: 연극이건 영화이건 다른 사람들이 만들 때, 제한이 되거나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기회가 된다고 해도 다 완성된 후에 뵙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에서야 이재용 감독을 뵙게 되었다. 오늘 만나 뵈어 정말 반갑고, 와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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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김애란 저 | 창비
김애란의 소설집『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를 읽은 독자, 그리고 한국문단의 반응이다. 드디어 그의 첫 번째 장편 소설『두근두근 내 인생』이 세상에 모습을 보인다. 책은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우리 모두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청춘과 사랑에 대한 눈부신 이야기며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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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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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티샨티

2014.09.26

나이 듦에 따라 많은 생각들이 떠올를 것 같은 영화입니다. 먼저 소설로 만나서인지 그 때 읽었던 슬픔이 아름이의 조로증에 녹아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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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4.09.24

영화와 원작의 결말은 다를것 같네요. 원작보다 영상을 먼저 보고나면 어떤 느낌을 받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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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2014.09.24

내 소설 속 인물들이 ‘몸이 생겼구나. 몸을 가져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표현 참 좋으네요. 김애란 작가님 후속작 기대해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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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eumji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