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저/김연수 역 | 문학동네
더 충만하고 강하고 희망적인, 카버가 가장 사랑한 단편
지난 번 빨간책방에서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 단편소설을 읽어드린 적이 있었죠. 그 작품이 포함되어 있는 단편집 『대성당』이 개정판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모두 12편의 단편이 들어있는 단편집이죠. 번역은 김연수 작가가 하셨죠. 김연수 작가는 책 뒤의 해설에서 “『대성당』은 자신의 좁은 공간에서 벗어나서 타인과 세계의 목소리를 듣고, 또 그 목소리를 통해서 무언가를 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집이다.” 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레이먼드 카버 작가는 평생 가난한 삶을 살았는데요, 단편소설을 쓰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원고료를 빨리 받아서 생활을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삶의 한 단면을 묘사한다기보다는 비춰낸다는 말이 어울리고, 무척이나 담백하고 정직한 문장들로 이루어진 작품집입니다.
생존의 한계
케빈 퐁 저/이충호 역 | 어크로스
극한 상황에서 인간은 어디까지 견뎌낼 수 있는가
이 책은 영국의 의학자 케빈 퐁이 쓴 교양과학서입니다. 케빈 퐁은 영국 BBC의 의학 다큐멘터리 진행자로 더 유명하다고 합니다. 이 책은 육체를 가진 인간이 제한된 조건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정반대로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생생한지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저자는 응급실에서 수많은 응급환자를 만났다고 하는데요, 긍 따라서 구체적이면서도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인간 생존의 한계를 끌어올리기 위한 인류의 의학적 도전의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내기도 합니다. 서술 방식이 때로는 소설처럼 느껴지게 하는 등, 읽는 것 자체의 재미도 뛰어나다는 점이 인상적인 책이었습니다.
끄라비
박형서| 문학과지성사
빈곤 퇴치를 위한 12가지 제안
박형서 작가의 신간 소설집입니다. 사실 저는 박형서 작가의 경우 단편 소설만 읽어봤습니다. 읽으면서 실험적인 형식과 이야기의 범위에 대해서 깊은 인상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박형서 작가는 상상을 통해서 무언가를 드러내려고 한다기보다는 상상 자체가 목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심할 경우에는 기괴함을 넘어서 병적일정도로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요, 이번 소설집에서도 그런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표제작인 『끄라비』에서는 태국의 휴양지인 끄라비를 마치 사람처럼 다룬다든지 하는 식의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