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감옥에 갇혀서 지내는 수많은 사람들, 아무리 두드려도 대답이 없는 사람들, 슬픔과 아픔으로 마음의 문을 닫고 절대 열지 않는 사람들, 그들의 마음에 햇살이 들기 시작한 건 바로 하나의 작은 씨앗 때문이었다.
교육학자 출신의 원예치료학 박사 1호, 최영애 박사님의 책 『작은 생명이 건넨 위대한 위로』에는 마음을 치료하는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가 있게 마련인데요, 작은 생명-식물이 건네주는 치유와 위로! 『작은 생명이 건넨 위대한 위로』의 저자 최영애 박사님을 모셨습니다.
가장 먼저, 원예치료에 대해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우선 그 개념부터 쉽게 설명해 주시면 어떨까요?
원예치료는 사람이 건강하게 적응하고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 정원활동을 이용하는 과정이에요. 예를 들면 식물을 기르고, 생산물을 이용하는 과정을 통해서 운동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고, 수확물로 요리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긍정적 정서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겁니다. 그리고 이 분야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와 따스함. 그 생명력을 이야기하는데 있어요.
나치 치하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의 이야기와 테레진 수용소의 이야기… 유독 가슴이 찡했는데요, 인간의 존엄성을 포기하지 않았던 빅터 프랭클, 꽃과 나비와 태양을 그린 아이들의 그림… 이 이야기를 책의 앞부분에 소개하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자유가 박탈된 곳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이 스스로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그 본성 안에 담긴 긍정적인 생명력을 향한 움직임이기 때문에 언급했습니다. 식물에게 있어 태양과 바람은 생명과 같은 의미이고, 꽃은 최선을 다하여 존재하고 있는 고귀한 생명을, 나비는 그 생명력의 정점에 대한 찬미와 같은 긍정적 의미죠.
정확하게는 몰라도 크나이프 요법, 자연요법은 아마 청취자들도 한번쯤은 들어 보셨을 것 같아요. 이런 이론들을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녹색의 식물을 보면 왠지 모를 편안함, 휴식, 힐링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죠. 식물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보통은 신선한 공기, 영양 가득한 먹거리 등을 떠올리죠. 하지만 식물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가치는 우리가 다른 생명을 양육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이죠. 성장하는 생명을 돌보는 행동은 끊임없이 외부의 무엇을 얻기만 하는 현대인의 삶에서 균형감각을 가져다 줍니다.
아이들은 삶이 원래 완전하다는 사실을 어른보다 더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화분이나 정원에 씨앗을 심고 보살핀 경험을 가지고 있거나 무언가를 키워본 아이들은 자기 안에 숨겨진 씨앗을 볼 줄 압니다. 그리고 자신이 무한한 가능성과 생명력을 지닌 경이로운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Part2 앞부분에 나오는 구절을 조금 읽어 드렸는데요, 아이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보기 보다는 소유의 대상으로 보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고 하죠. 원예치료학은 물론 교육학을 공부하신 박사님께서 생각하는 부모의 역할, 어떤 것일까요?
책에 나와 있는 에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부모는 좋은 보살핌을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식물 기르듯이 아이를 양육하자는 정원사의 역할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을 해요. 정원사는 씨앗의 생명력을 믿어주고 주의 깊게 관심을 기울이고 물이 필요할 때를 늘 생각하죠. 또한 잎이 시들거나 성장이 더딜 때면 환경을 조금씩 바꿔주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줍니다. 이러한 점에서 정원사와 부모가 맞닿은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 실린 사진 중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 사진 한 장~! 바로 188페이지에 실려 있는 쭈글쭈글한 다섯 개의 잎을 가진 난 화분의 사진이었습니다. 못생긴 그 다섯 장의 잎의 탄생, 그 자체가 바로 강한 생명력이죠?
맞습니다. 장애를 뚫고 세상에 나온 그 잎의 성장을 보면서 모든 생명에는 적응유연성, 회복 탄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생명력은 우리들에게 받아들임과 최선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고 있죠.
이 책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 저는 책 전반에 걸쳐 시차적으로 소개한 M군의 사례를 꼽고 싶은데요,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린 M군의 사례는 청소년기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들에게, 그리고 그 시기를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큰 가르침과 감동을 주기에 충분할 것 같습니다. 박사님 역시 M군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하는 마음이시죠?
실제 이 프로그램의 주제가 ‘삶은 과정이다’였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이 주제를 말해주고 싶었어요. 삶은 과정이고 우리 조금 더 넉넉히, 또 멀리 보자라는 메시지와 함께 말이죠. 또 하나, 그들의 부모님에게는 M군이 들려준 이야기. “생명을 갖고 있는 모든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안다.”라는 이야기를 꼭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책을 만나게 될 독자들, 그리고 빨간책방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 주시죠.
책과 함께하는 빨간 책방, 그리고 청취자여러분들의 움직임은 우리 사회의 희망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렇기에 모두 훌륭 하시다고 인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여러분들도 작은 생명이 보살펴주는 여러분들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져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를 보살피는 일이니까요.
- 작은 생명이 건넨 위대한 위로 최영애 저 | 예담
『작은 생명이 건넨 위대한 위로』는 작은 식물을 키우며 다친 마음을 치유하고 돌본 사람들의 희망의 이야기입니다. 원예치료학 박사 최영애 선생님이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식물을 키우며 느끼고 변화한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작은 생명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경이로운 경험들을 이야기하며, 완전하고 따뜻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식물을 통한 심리 치유의 시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