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입니다. <채널예스>는 ‘책의 날’을 맞아, 특색 있는 책을 만들고 있는 출판사와 잡지사를 만나보고, 양서를 추천합니다.
브랜드 이야기를 하는 잡지가 과연 팔리겠어? 업계 사람들만 보지 않을까? 지난 2011년 11월, <매거진B>가 잡지 세상에 나왔을 때, 세상의 시각이다. <매거진B>는 ‘전 세계에서 찾은 균형 잡힌 브랜드를 한 호에 하나씩 소개하는 광고 없는 월간지’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1호는 스위스의 재활용 가방 ‘프라이탁’, 2호는 미국의 스포츠용품 ‘뉴발란스’를 다뤘고, 이후 스노우피크, 레고, 러쉬, 레이밴, 기네스 등의 브랜드 이야기를 담았다. 업계 관계자만 읽을 거라는 예상은 일찌감치 깼다. <매거진B>는 과월호도 꾸준히 팔리는 잡지 중 하나다. 지난해 ‘제60회 칸 국제광고제’에서 그래픽디자인,디자인크래프트 부문 은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세계 최초의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
<매거진B>의 시작은 발행인 조수용 제이오에이치 대표의 발상에서 시작됐다. 수없이 쏟아지는 콘텐츠 시장 속에서 기존 잡지들이 가지고 있었던 아쉬운 부분을 극복하고 싶었다. 광고에 위해 매체가 존재하는 상황을 벗어나, 매체만의 독자적 관점을 유지하는 잡지를 기획했다. <매거진B>는 브랜드가 난무하는 시대에 정직하고 좋은 브랜드를 찾아, 브랜드의 숨은 이야기를 취재한다. 브랜드로부터 금전 지원을 받지 않아 광고 영향이 없다는 것도 <매거진B>만의 특징이다. 창간 당시, 1만 부를 발행했지만 지금은 매월 2만 부를 찍고 있다. 과월호를 찾는 독자들도 많아 재인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매거진B>는 국영문을 별도 발행해 해외에도 판매 중이다.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창간호를 준비할 때는 쉽지만은 않았어요. <매거진B>가 어떤 매체인지, 한국의 어떤 기업이 만든다고는 하는데 그 기업이 어떤 기업인지, 모르는 상태였으니까요. 그래서 찾은 해결방법이 저희 회사를 한 번 와보시라는 거였어요. 보고 판단하시라고 했죠. 다들 얼떨떨했을 거예요. 아무런 금전 지원도 바라지 않은 채, 당신 기업의 브랜드를 다루겠다고 말했으니까요.”
최태혁 <매거진B> 편집장은 최근 일본의 대표적인 대형서점인 ‘츠타야’ 다이칸야마점에 <매거진B> 입고 소식을 들었다. <매거진B>가 접근하기도 전에 ‘츠타야’ 서점은 <매거진B>를 대대적으로 소개하는 진열 매대를 꾸몄다. 다이칸야마는 일본의 최신 트렌드를 볼 수 있는 패션 스트리트로 유명한 곳으로 ‘츠타야’ 서점은 일본 젊은이들과 관광객의 명소다.
“요즘은 사람들이 쇼핑할 때, 더 많은 물건을 판매하는 매장보다 적은 가짓수를 팔지만 숍의 개성이 있는 공간에서 사는 걸 선호하잖아요. ‘이 매장에서 산 거야’라는 의미도 갖고요. <매거진B>도 마찬가지에요. 수많은 출판물이 많은 인물, 브랜드를 다루고 있지만, 독자적인 기준이 없는 경우가 많죠. <매거진B>는 우리가 선정한 브랜드라는 가치를 지녀요.”
<매거진B>가 브랜드를 선정하는 기준은 아름다움, 실용성, 합리적인 가격, 브랜드의 의식 등이다. 또한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의 가치를 눈여겨본다. 스위스의 재활용 가방 ‘프라이탁’, 일본의 캠핑 용품 ‘스노우피크’, 미국의 스포츠용품 ‘뉴발란스’ 등이 <매거진B>의 시선에 들어왔다. 지난해 국내 아웃도어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캐나다 아웃도어 브랜드 ‘캐나다 구스’는 <매거진B>가 일찌감치, 2012년 12월에 다뤘던 브랜드다. 올해 4월호에는 핀란드의 기능성 스포츠시계 브랜드 ‘순토’를, 한국 브랜드로는 2012년 9월호에 증류소주 ‘화요’를 다뤘다. <매거진B>는 연초에 1년의 브랜드 라인업을 대략적으로 정해 놓는다. 국가, 분야 등을 참고해 균형을 맞추기 때문이다.
취재를 하다가 중단한 브랜드도 있었다. 취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브랜드 담당자의 태도가 무척 불성실했던 것이다. 직원들의 마인드, 능력도 브랜드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조건 중의 하나다. 아무리 유명하고 전통 있는 브랜드일지라도 <매거진B>의 가치 기준과 어긋나면, 취재를 진행하지 않는다.
“브랜드의 철학을 어떻게 소개하느냐가 <매거진B>의 숙제에요. 무엇보다 소비자의 시각에서 보려고 하죠. 이를 위해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하고 있어요. 브랜드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어떤 소비자들이 즐겨 쓰고 있는지, 브랜드의 숨겨진 이야기도 찾아보고요. 업계 사람들만 이해할 만한 어려운 말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실제 현장의 모습을 그대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브랜드에 관심 있는 누구나가 읽을 수 있는, 읽히는 책을 만드는 게 저희 목표죠. 전문가들이 읽는 전문잡지 같은 느낌으로 가고 싶진 않아요. 그럴 생각도 없고요. 큰 기업을 하는 사람들보다 동네에서 작은 꽃집, 작은 빵집을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매거진B>를 많이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매거진B>의 주요 독자는 브랜드 관계자부터 디자이너, 비즈니스를 구상 중인 사업가 등 다양하다. 특히 조금 다르게 사업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마케팅 홍보 전공자들이 <매거진B>의 애독자다. 디자인서점, 북카페 등에 많이 비치되어 있어, 다수의 독자들이 한 권의 <매거진B>를 공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매거진B> 페이스북에 한 독자가 “<무한도전>이나 대형 연예기획사를 한 ‘브랜드’로 다뤄보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주기도 했다. 최태혁 편집장은 “상품만이 브랜드가 아니라는 생각은 일찍부터 했다. 삶 곳곳에 펼쳐져 있는 다양한 형식의 브랜드도 주목해서 보고 있다. 언젠가는 색다른 브랜드도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퍼B>
<매거진B>의 발행사 제이오에이치에서는 자매지 <페이퍼B>를 2013년 10월에 창간, 국내 비즈니스 중 하나의 분야를 선정해 기업의 서로 다른 형태의 국내 브랜드를 함께 다루고 있다. 하나의 업계를 빠르게 훑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페이퍼B>는 그간 생수, 홈 퍼니처, 오프라인 서점, 여성화 등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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