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걷는 로봇을 만드는 방법
로봇을 사람과 비슷하게 만들고 또 움직이게 하는 것은 쉽습니다. 팔과 다리를 만들어 주고 모터 또는 유압식 액추에이터 같은 구동장치를 써서 움직이면 됩니다. 하지만 로봇 혼자의 힘으로 균형을 유지하며 걷게 만드는 것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201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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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국의 대표적인 로봇 ‘휴보’를 처음 만난 건 2004년입니다. 휴보가 막 태어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때였지요.
당시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로봇은 일본의 ‘아시모’ 뿐이었습니다. 지금이야 두발로봇이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때만 해도 기계가 두 발로 걷는다는 사실 하나로 정말 신기했습니다. ‘두발로봇이 국내에서, 그것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됐다’는 소식에 로봇 휴보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2005년 2월 KAIST에서 열렸던 휴보 공개시연회에 참석한 한 아주머니가 “우리집 아이에게 휴보를 한 대 사주고 싶다. 돈은 얼마든 낼 테니 제작주문을 받아달라”며 떼를 쓰는 통에 개발자인 오준호 교수가 진땀을 뺀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사실 두발로봇을 만들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1990년대 후반까지도 두발로봇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습니다. 사실 지금도 로봇의 걸음걸이가 완벽하진 않습니다. 누구나 “이젠 쉽게 걸을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지만 기계공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아직도 ‘조금 더 안정적인 걸음걸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점점 더 발전할 인공지능 기술이, 이렇게 만든 로봇 속으로 스며들어오길 기대하면서요.
휴보의 걸음걸이 안정화를 연구하기 위한 실험용 장치 ‘KHR-플레이너’ :
플레이너(planar)는 평면, 2차원이라는 의미로, 좌우 흔들림 없이 다리의 운동패턴을 실험하는 데 쓴다.
그 다음 이 운동패턴을 발목 안정화 기술을 확보한 로봇에게 이식하면 두발로봇도 사람처럼 걷거나 달릴 수 있게 된다.
사람과 로봇의 차이
두발로봇 만드는 법을 알아보기 전에 먼저 한 가지 실험을 해 봅시다. 차렷 자세로 서 보세요. 그리고 한 발을 들고 남은 한 발로만 서 보십시오. 동상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한 다음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려 발과 다리를 내려다보십시오. 아마도 가만히 서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마음과 다르게 발과 다리는 계속해서 꿈틀꿈틀 움직입니다. 사람은 한 발로 서 있을 때(정도 차이는 있지만 두발로도) 몸을 절대로 가만히 두지 못합니다. 이렇게 계속 움직이면서 중심을 잡는 게 정상입니다. ‘한 발로 서 있는’ 단순한 동작 하나를 위해 우리들은 자신도 모르게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합니다. 발바닥의 피부로 압력을 느끼고 눈과 귀, 귓속 세반고리관으로 주변 환경과 균형을 확인합니다. 하지만 로봇은 다릅니다. 계속 ‘움직이는 것’보다 ‘가만히 있는 것’이 정상입니다.
로봇을 사람과 비슷하게 만들고 또 움직이게 하는 것은 쉽습니다. 팔과 다리를 만들어 주고 모터 또는 유압식 액추에이터 같은 구동장치를 써서 움직이면 됩니다. 하지만 로봇 혼자의 힘으로 균형을 유지하며 걷게 만드는 것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걸음을 걸어 보려고 한 발을 공중으로 들어올리는, 첫 걸음걸이를 내딛는 상황 자체가 로봇에게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대로 중심을 잃고 커다란 동상처럼 넘어가기 십상이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두발로봇을 만드는 것에 있어 가장 큰 숙제입니다.
휴보2의 다리를 점검하는 조백규 박사 :
휴보2의 달리기 기능을 연구한 조백규 박사가 레이저로 다리의 정렬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로봇은 사람과 달라 부품이 조금만 비틀어져 있어도 올바르게 걷거나 달릴 수 없다.
발목 속에 숨은 안정화의 비밀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과학자들은 로봇의 발목에 주목했습니다. 로봇이 어딘가 움직여 중심을 잡아볼 여지가 있는 곳이 발목이니까요. 사람은 발바닥 전체를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중심을 잡지만 대부분의 인간형 로봇의 발은 납작한 금속판으로 돼 있습니다. 즉 넓적한 판 위에 로봇을 올려 두는 셈입니다.
과학자들은 특별한 관절과 센서, 모터를 이용해 로봇이 발목으로 중심을 잡도록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런 기능을 ‘안정화’라고 부르는데, 로봇 휴보도 이런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휴보는 안정화 기능을 켜 둔 상태에서 한 발, 또는 두 발로 가만히 서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 누군가 옆에 와서 밀어도 그 힘을 감지해서 멈칫 한 다음 다시 중심을 잡고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마치 오뚝이 같습니다. 저도 휴보가 태어난 KAIST 휴머노이드로봇 연구센터를 방문해 몇 번 밀어 보았는데, 체격 큰 친구의 어깨를 손으로 밀면 그 친구가 힘을 줘서 버티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습니다.
걷는 것은 어떨까요. 안정화 기술을 완성했다면 그 다음부터는 비교적 쉽습니다. 양발을 교대로 안정화시키면서 다리를 옮겨 나가면 됩니다. ‘왼발안정화 → 오른발내딛기 → 두발안정화 → 오른발안정화 → 왼발내딛기 → 두발안정화 → (다시)왼발안정화’순으로 발을 내딛는 겁니다. 그리고 안정화 과정을 거치는 동작을 계속 거듭하면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걸어 나갈 수 있습니다.
2000년 일본 혼다자동차가 최초의 두발로봇 ‘아시모’를 발표한 이후 로봇 휴보, 일본산업기술연구소(AIST)의 ‘HRP 시리즈’, 도요타 자동차의 ‘파트너’ 등 수많은 두발로봇이 등장했습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어느 곳이나 예외 없이 휴보와 비슷한 안정화 기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부 정보 교류가 있는 부분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다들 같은 방식을 이용하는 건 아마 발목 관절을 이용한 안정화 기술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안정화 기술을 만드는 법을 잠깐 살펴볼까요. 먼저 평평한 로봇의 발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앞뒤, 좌우 두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관절을 설치합니다. 구조가 카메라 삼각대에 붙는 ‘팬ㆍ틸트 헤드(Pan & tilt head)’와 비슷해서 어떤 방향으로든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 위는 로봇의 다리와 연결되겠지요. 그 다음 각종 센서를 설치합니다. 휴보의 경우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발에는 ‘힘’을 느끼는 센서가, 아랫배에는 관성과 가속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붙어 있습니다. 이런 센서에서 받은 신호대로 모터를 정밀하게 제어해 로봇의 발목을 움직여 주는 겁니다. 이런 자세 안정화 기능을 ‘포스처스테빌리제이션(PS)’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간단해 보입니다만, 로봇이 걸음걸이를 한 발 옮길 때마다 자세를 잡고 정밀하게 중심을 맞추도록 모터와 감속기(자동차의 변속기와 비슷한 출력조정 장치)를 제어하는 일은 정말로 쉽지 않습니다.
휴보2의 발 : 전형적인 ‘발바닥형’ 로봇의 형태다.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설치한 센서가 발판 가운데 보인다.
발바닥형? 발끝형?
이런 안정화 방식에 의존하지 않고 두 발로 걷는 로봇을 만드는 방법도 있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훨씬 까다롭고 어렵습니다. 사람을 그대로 흉내 내는 것입니다.
아시모나 휴보처럼 안정화를 중시해 만든 로봇을 연구자들은 ‘발바닥형’이라고 부릅니다. 전기모터 제어 기술이 뛰어난 일본과 한국에서 주로 이 방법으로 로봇을 만듭니다.
하지만 미국에선 전혀 다른 방법을 씁니다. 미국은 지금까지 두발로봇 개발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09년 군사용 로봇 제조기업인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인간형 로봇 ‘펫맨’을 필두로 다음 버전 로봇인 ‘아틀라스’ 개발을 시작해 2013년 말 재난용 로봇으로 완성해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걸어가는 이 로봇을 옆에서 밀면 반대방향으로 발을 짚어 균형을 잡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사람처럼 충격을 받으면 적극적으로 다리를 움직여 가면서 중심을 잡는 겁니다. 발걸음도 사람과 비슷합니다. 발꿈치부터 땅에 디딘 뒤 발끝을 내딛고 지면을 밀면서 앞으로 걷습니다. 당연히 걷는 속도도 훨씬 빠릅니다. 시속 5.5km 정도로 휴보가 달릴 때보다 빠릅니다. 이런 형태의 두발로봇을 ‘발끝형’이라고 부릅니다.
이 로봇은 전기모터 대신 기름의 압력을 이용해 관절을 움직이는 ‘유압식 액추에이터’를 써서 움직입니다. 힘이 세고 동작전환도 빠르지요. 하지만 유압을 공급하는 커다란 장치를 매고 다녀야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더구나 유압식은 전기모터 방식에 비해 컨트롤이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기름의 압력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기름은 유체라서 강한 힘을 주어서 누르면 실린더 속에서 압축이 됩니다. 항상 같은 힘을 가하더라도 뻗어 움직이는 길이가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팔이나 손목의 각도도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그 상황을 계속 감지하며 연속해서 힘을 가감해야 하니 훨씬 정교한 제어가 필요합니다.
전기모터와 유압식, 어떤 방식이 더 나은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아시모는 발바닥형 로봇이지만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꾸며 달릴 수 있을 만큼 뛰어납니다. 하지만 펫맨이 보여준 자연스러운 걸음걸이는 분명히 욕심나는 방법입니다. 앞으로 10년, 20년이 더 지나면 얼마나 더 뛰어난 로봇이 나올지 궁금해집니다. 발바닥형과 발끝형의 장점만 하나로 합친 로봇이 나오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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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로봇은 일본의 ‘아시모’ 뿐이었습니다. 지금이야 두발로봇이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때만 해도 기계가 두 발로 걷는다는 사실 하나로 정말 신기했습니다. ‘두발로봇이 국내에서, 그것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됐다’는 소식에 로봇 휴보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2005년 2월 KAIST에서 열렸던 휴보 공개시연회에 참석한 한 아주머니가 “우리집 아이에게 휴보를 한 대 사주고 싶다. 돈은 얼마든 낼 테니 제작주문을 받아달라”며 떼를 쓰는 통에 개발자인 오준호 교수가 진땀을 뺀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사실 두발로봇을 만들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1990년대 후반까지도 두발로봇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습니다. 사실 지금도 로봇의 걸음걸이가 완벽하진 않습니다. 누구나 “이젠 쉽게 걸을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지만 기계공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아직도 ‘조금 더 안정적인 걸음걸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점점 더 발전할 인공지능 기술이, 이렇게 만든 로봇 속으로 스며들어오길 기대하면서요.
휴보의 걸음걸이 안정화를 연구하기 위한 실험용 장치 ‘KHR-플레이너’ :
플레이너(planar)는 평면, 2차원이라는 의미로, 좌우 흔들림 없이 다리의 운동패턴을 실험하는 데 쓴다.
그 다음 이 운동패턴을 발목 안정화 기술을 확보한 로봇에게 이식하면 두발로봇도 사람처럼 걷거나 달릴 수 있게 된다.
사람과 로봇의 차이
두발로봇 만드는 법을 알아보기 전에 먼저 한 가지 실험을 해 봅시다. 차렷 자세로 서 보세요. 그리고 한 발을 들고 남은 한 발로만 서 보십시오. 동상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한 다음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려 발과 다리를 내려다보십시오. 아마도 가만히 서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마음과 다르게 발과 다리는 계속해서 꿈틀꿈틀 움직입니다. 사람은 한 발로 서 있을 때(정도 차이는 있지만 두발로도) 몸을 절대로 가만히 두지 못합니다. 이렇게 계속 움직이면서 중심을 잡는 게 정상입니다. ‘한 발로 서 있는’ 단순한 동작 하나를 위해 우리들은 자신도 모르게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합니다. 발바닥의 피부로 압력을 느끼고 눈과 귀, 귓속 세반고리관으로 주변 환경과 균형을 확인합니다. 하지만 로봇은 다릅니다. 계속 ‘움직이는 것’보다 ‘가만히 있는 것’이 정상입니다.
로봇을 사람과 비슷하게 만들고 또 움직이게 하는 것은 쉽습니다. 팔과 다리를 만들어 주고 모터 또는 유압식 액추에이터 같은 구동장치를 써서 움직이면 됩니다. 하지만 로봇 혼자의 힘으로 균형을 유지하며 걷게 만드는 것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걸음을 걸어 보려고 한 발을 공중으로 들어올리는, 첫 걸음걸이를 내딛는 상황 자체가 로봇에게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대로 중심을 잃고 커다란 동상처럼 넘어가기 십상이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두발로봇을 만드는 것에 있어 가장 큰 숙제입니다.
휴보2의 다리를 점검하는 조백규 박사 :
휴보2의 달리기 기능을 연구한 조백규 박사가 레이저로 다리의 정렬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로봇은 사람과 달라 부품이 조금만 비틀어져 있어도 올바르게 걷거나 달릴 수 없다.
발목 속에 숨은 안정화의 비밀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과학자들은 로봇의 발목에 주목했습니다. 로봇이 어딘가 움직여 중심을 잡아볼 여지가 있는 곳이 발목이니까요. 사람은 발바닥 전체를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중심을 잡지만 대부분의 인간형 로봇의 발은 납작한 금속판으로 돼 있습니다. 즉 넓적한 판 위에 로봇을 올려 두는 셈입니다.
과학자들은 특별한 관절과 센서, 모터를 이용해 로봇이 발목으로 중심을 잡도록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런 기능을 ‘안정화’라고 부르는데, 로봇 휴보도 이런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휴보는 안정화 기능을 켜 둔 상태에서 한 발, 또는 두 발로 가만히 서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 누군가 옆에 와서 밀어도 그 힘을 감지해서 멈칫 한 다음 다시 중심을 잡고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마치 오뚝이 같습니다. 저도 휴보가 태어난 KAIST 휴머노이드로봇 연구센터를 방문해 몇 번 밀어 보았는데, 체격 큰 친구의 어깨를 손으로 밀면 그 친구가 힘을 줘서 버티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습니다.
걷는 것은 어떨까요. 안정화 기술을 완성했다면 그 다음부터는 비교적 쉽습니다. 양발을 교대로 안정화시키면서 다리를 옮겨 나가면 됩니다. ‘왼발안정화 → 오른발내딛기 → 두발안정화 → 오른발안정화 → 왼발내딛기 → 두발안정화 → (다시)왼발안정화’순으로 발을 내딛는 겁니다. 그리고 안정화 과정을 거치는 동작을 계속 거듭하면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걸어 나갈 수 있습니다.
2000년 일본 혼다자동차가 최초의 두발로봇 ‘아시모’를 발표한 이후 로봇 휴보, 일본산업기술연구소(AIST)의 ‘HRP 시리즈’, 도요타 자동차의 ‘파트너’ 등 수많은 두발로봇이 등장했습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어느 곳이나 예외 없이 휴보와 비슷한 안정화 기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부 정보 교류가 있는 부분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다들 같은 방식을 이용하는 건 아마 발목 관절을 이용한 안정화 기술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안정화 기술을 만드는 법을 잠깐 살펴볼까요. 먼저 평평한 로봇의 발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앞뒤, 좌우 두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관절을 설치합니다. 구조가 카메라 삼각대에 붙는 ‘팬ㆍ틸트 헤드(Pan & tilt head)’와 비슷해서 어떤 방향으로든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 위는 로봇의 다리와 연결되겠지요. 그 다음 각종 센서를 설치합니다. 휴보의 경우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발에는 ‘힘’을 느끼는 센서가, 아랫배에는 관성과 가속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붙어 있습니다. 이런 센서에서 받은 신호대로 모터를 정밀하게 제어해 로봇의 발목을 움직여 주는 겁니다. 이런 자세 안정화 기능을 ‘포스처스테빌리제이션(PS)’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간단해 보입니다만, 로봇이 걸음걸이를 한 발 옮길 때마다 자세를 잡고 정밀하게 중심을 맞추도록 모터와 감속기(자동차의 변속기와 비슷한 출력조정 장치)를 제어하는 일은 정말로 쉽지 않습니다.
휴보2의 발 : 전형적인 ‘발바닥형’ 로봇의 형태다.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설치한 센서가 발판 가운데 보인다.
발바닥형? 발끝형?
이런 안정화 방식에 의존하지 않고 두 발로 걷는 로봇을 만드는 방법도 있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훨씬 까다롭고 어렵습니다. 사람을 그대로 흉내 내는 것입니다.
아시모나 휴보처럼 안정화를 중시해 만든 로봇을 연구자들은 ‘발바닥형’이라고 부릅니다. 전기모터 제어 기술이 뛰어난 일본과 한국에서 주로 이 방법으로 로봇을 만듭니다.
하지만 미국에선 전혀 다른 방법을 씁니다. 미국은 지금까지 두발로봇 개발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09년 군사용 로봇 제조기업인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인간형 로봇 ‘펫맨’을 필두로 다음 버전 로봇인 ‘아틀라스’ 개발을 시작해 2013년 말 재난용 로봇으로 완성해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걸어가는 이 로봇을 옆에서 밀면 반대방향으로 발을 짚어 균형을 잡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사람처럼 충격을 받으면 적극적으로 다리를 움직여 가면서 중심을 잡는 겁니다. 발걸음도 사람과 비슷합니다. 발꿈치부터 땅에 디딘 뒤 발끝을 내딛고 지면을 밀면서 앞으로 걷습니다. 당연히 걷는 속도도 훨씬 빠릅니다. 시속 5.5km 정도로 휴보가 달릴 때보다 빠릅니다. 이런 형태의 두발로봇을 ‘발끝형’이라고 부릅니다.
이 로봇은 전기모터 대신 기름의 압력을 이용해 관절을 움직이는 ‘유압식 액추에이터’를 써서 움직입니다. 힘이 세고 동작전환도 빠르지요. 하지만 유압을 공급하는 커다란 장치를 매고 다녀야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더구나 유압식은 전기모터 방식에 비해 컨트롤이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기름의 압력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기름은 유체라서 강한 힘을 주어서 누르면 실린더 속에서 압축이 됩니다. 항상 같은 힘을 가하더라도 뻗어 움직이는 길이가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팔이나 손목의 각도도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그 상황을 계속 감지하며 연속해서 힘을 가감해야 하니 훨씬 정교한 제어가 필요합니다.
전기모터와 유압식, 어떤 방식이 더 나은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아시모는 발바닥형 로봇이지만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꾸며 달릴 수 있을 만큼 뛰어납니다. 하지만 펫맨이 보여준 자연스러운 걸음걸이는 분명히 욕심나는 방법입니다. 앞으로 10년, 20년이 더 지나면 얼마나 더 뛰어난 로봇이 나올지 궁금해집니다. 발바닥형과 발끝형의 장점만 하나로 합친 로봇이 나오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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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헐리우드 영화 「로보캅」 이나 「아이언맨」 이 판타지이고, 일본 혼다자동차의 ‘아시모’가 로봇 산업의 현재라면, 대한민국의 대표 로봇 ‘휴보’의 위치는 어디쯤이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보는 이미 철지난 구제품 아니냐”며, 아직도 개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 깜짝 놀라기도 하고, 로봇 산업에 대해 조금 아는 사람들일지라도 휴보는 “역대 정부의 전시형 사업”이라며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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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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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전승민
‘현실세계에 도움되는 기술이 진짜 과학’이라는 모토로 국내 과학기술계 현장을 두 발로 뛰고 있는 과학전문기자. 현재 과학전문 언론사 「동아사이언스」 소속으로 ‘대덕연구 개발특구(대덕연구단지 일원)’를 전담해 취재하고 있다. 의료과학「 로봇「 국방과학 등 실용성 높은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다. 대덕연구단지 인터넷 신문 「대덕넷」 취재기자로 근무했다. 「동아일보」 신문 지면에 과학 기사를 쓰고 있으며「 인터넷 과학포털 「동아 사이언스」 일간뉴스 담당기자로 근무하고 있다. 월간 과학전문지 「과학동아」에도 정기적으로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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