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얀, 아직도 섹스가 거창한 것이라 말하는 그대에게
여행과 책을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섹스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여자, 김얀. 그녀의 ‘야하고 이상한 여행기’가 출간됐다. 그녀는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이라는 제목의 여행 에세이를 통해, 행복하기 위해 낯선 곳으로 떠난 시간들과 그 순간들을 함께했던 낯선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끝에서 그녀가 찾은 행복과 성장, 그리고 여행과 책과 섹스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삶에 대해 들어본다.
201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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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김얀 작가는 행복하지 않아서, 여기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떠났다. 태국과 일본으로, 프랑스와 독일로, 크고 작은 도시로의 길고 짧은 여행들이 계속됐다. 그리고 그 끝에서 서른을 맞은 그녀는 생각했다. 진짜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 가볍고 작은 것들을 덜어내고 나니 여행과 책, 섹스가 남았다. 그 세 가지를 한 데 엮어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 안에 지난 10년간의 여행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야하고 이상한 여행기’는 서른의 문턱 앞에서 한 여성이 겪은 성장통에 대한 기록이자, 그녀가 그토록 쓰고 싶어 했던 소설과 닮은 글이다. 동시에 우리가 여행에 대해 꿈꾸는 모든 것이다.
13개국의 낯선 도시와 13명의 남자들에 관한 이야기. 그 중에는 정말 사랑했던 남자가 있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상상 속의 남자도 있습니다. 꼭 다시 가보고 싶은 도시가 있고, 꿈에서조차 가본 적 없는 도시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방황하던 이십대 때의 내가 만나고, 듣고, 상상했던 나의 이야기입니다. (에필로그 중) | ||
“책을 읽은 사람들이 다들 궁금해 하시는데 모두 다 사실은 아니에요. 물론 어떤 파트는 온전히 사실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자전적인 부분이 많고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또 픽션적인 부분도 많고...... 허구를 배제하고 온전한 본인의 이야기로만 글을 쓴다는 프랑스 여류작가 아니 에르노도 소설가라고 불리고, 김중혁 작가가 어느 팟캐스트에서 좋은 에세이는 본인과 허구 속에 사람이 있다고 한 말을 기억해보자면 정말 제 글을 어디로 분류해야할 지 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에필로그에서 밝혔지만, 13개 나라 중 어느 한 도시는 제가 사진으로만 보고 상상해서 쓴 글도 있어요. 대신 저와 연애했던 사람을 그 상상 속의 나라에 넣어두고 글을 썼죠. 반대로 어떤 나라에선 아무도 만나지 않았지만, 혼자 게스트하우스에 누워 상상 속으로 만들어냈던 인물을 그 장소와 섞기도 했고요. 그런데 결국 이 모든 이야기들이 제가 여행지에서 만나고, 여행지를 떠돌며 상상했던 이야기라 그냥 말 그대로 ‘야하고 이상한 여행기’라고 부르는 게 가장 어울리는 것 같아요.”
어쨌든 ‘야하고 이상한 여행기’는 제목처럼 야한 글이다. 섹스와 관련된 이야기를 입 밖에 꺼내는 것을 점잖지 못하다거나 불경스럽다고까지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그 이야기를 글로 적는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우습지만 그것은 용기까지 필요로 하는 일이다. 이런 이야기를 글로 적어도 괜찮을까, 괜스레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김얀 작가 역시 처음 블로그에 섹스 칼럼을 연재할 때는 ‘사람들이 욕하지는 않을까, 혹시 잡혀가는 건 아닐까’ 걱정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무라카미 류의 작품과 만나면서, 우리가 흔히 불온하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들 역시 책으로 기록될 수 있는 것들임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찾다가 그 옆에 있던 무라카미 류의 책을 집어 들었어요.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였죠. 그 책을 보고 진짜 문화적인 충격을 느꼈어요. 마약에 찌든 청춘에, 집단 섹스. 엉망진창이더라고요. 그때까지 저는 책이란 게 교훈을 주거나 감동을 주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이야기도 책이 될 수 있구나’ 싶었던 거죠. 그러니까 책이 더 좋아졌어요. 책 속에선 누구도 이렇게 사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잖아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구나. 인생에 정답은 없는 것이구나. 그러고 보면 섹스라는 것도 다들 내놓고 말을 안 해서 그렇지, 항상 접하고 사는 삶의 일부분이잖아요. 얼마 전에 쇼펜 하우어의 에세이 『사랑은 없다』라는 책을 읽었는데 사랑의 근원은 사실 에로스라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종족 번식의 본능을 좋게 포장한 게 사랑이라는 거예요. 그 말도 맞는 것 같아요. 어쨌든 사랑과 섹스는 좋은 건데 다들 섹스는 쉬쉬하다보니 더욱 음지로 숨게 되고 사실 그게 더 위험한 거라고 생각해요. 제 개인적인 생각도 에로틱과 로맨틱도 사실 한 뿌리라고 생각해요. 둘 다 상상력이 중요하고, 남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을 생각해 낼 때 더욱 깊어지거든요. 그러고 보면 저는 항상 친구들과도 자연스럽게 야한 이야기를 해오면서 자랐고, 그래서 그것이 나쁘고 불경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생명력을 포함한 건강함이라고 생각해요.”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서 섹스를 하지는 않잖아요?
그녀가 옳다. 섹스는 사실 어떻게 보면 대단한 것이 아니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추우면 옷을 껴입는 것처럼, 섹스가 하고 싶을 때 합의된 누군가와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몸의 반응에 따르는 것뿐이다. 이 책에 ‘야하고 이상한 여행기’라는 부제를 붙여야만 하는 우리의 시각이 야하고 이상하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김얀 작가는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섹스가 대단히 거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섹스가 아무런 의미 없는 ‘행위’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녀에게 섹스란 단순한 행위, 그 이상이다. 사랑과 연애를 모두 포괄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랑을 앞에 두고 섹스를 맨 마지막에 두는 것 같아요. 사랑해야 연애하고, 연애한 다음에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 섹스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섹스가 엄청 큰 거라고 거창하게 생각하는데, 사실 사랑이라는 마음이 제일 큰 거죠. 그래서 사랑이 모든 것의 맨 끝에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섹스도 절대 가벼운 것은 아니죠. 우리가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행위니까요. 그런데 우리가 섹스를 할 때 매번 새 생명을 탄생시키려고 하지는 않거든요, 그렇죠?(웃음) 그래서 연애랑 섹스는 사랑보다는 훨씬 앞에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섹스는 사랑으로 가는 길의 하나의 정거장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사랑은 곧 섹스다? 이것도 아니란 말이죠. 사랑이야말로 이 모든 걸 포함하고 있는 거창한 것이니까요.”
‘이 사랑에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섹스를 할 수 없다’라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결코 낯설지 않다. 이 사회에서 여성은 ‘사랑 없는 섹스는 안 돼’라는 선언을 함으로써 정숙함을 인정받아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 말은 사랑의 결실이 곧 섹스라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렇다면 섹스로 귀결되는 사랑만이 로맨틱하고 고결하다는 거짓된 환상 속에서 살아왔던 게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섹스는 사랑을 온전히 끌어안을 수 없다. 사랑에는 분명 섹스로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그러니 작가의 말처럼 섹스는 사랑의 마지막이 아닌 앞에 놔두어야 하는, 결말이 아닌 과정이다.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을 통해 보여지는 ‘야하고 이상한 여행기’를 정말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도, 비난할 이유도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물론 저 역시 호기심에서 섹스를 선택한 적은 있지만, 그건 그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었어요. 꼭 사귄 다음에 두 달 뒤에는 키스하고 다시 두 달 뒤에는 잠을 자야 된다, 이렇게 선을 긋는 것도 웃긴 것 같아요. 그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는 단순히 욕구와 욕망만을 위해서 섹스를 선택한 적은 없어요. 섹스를 하고 나면 더 친밀해지니까, 그 사람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어서 섹스를 선택했던 거예요. 그런데 상대는 저를 그렇게 생각하지 못해서 사랑까지 이어지지 못한 경우도 많았죠. 사실 가장 대담하게 사색하는 사람일수록 사회적인 규칙엔 가장 잘 복종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저는 제 나름의 선은 있어요. 항상 그 선은 지키려고 하죠.”
이병률 시인, 김얀 작가는 성애 묘사에 있어 천재적이다
그녀가 쾌락을 위해서, 혹은 그 순간에 대한 환상을 채우기 위해 섹스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에 묘사된 섹스 순간만 보더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활자로 남은 그 순간들은 연인들이 손을 잡고, 입을 맞추고, 서로의 어깨와 가슴에 머리를 기대는 순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마도 작가 자신이 그 순간을 그렇게 받아들이고 기억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낮의 섹스는 처음이었다. 빛은 모든 걸 숨김없이 내보였다. 미간을 잔뜩 찡그리고 내 위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너. 목 아래로 작은 점 두 개가 보였다. 그 아래론 탄탄한 가슴근육과 옅은 커피색 유두. 그리고 조용히 숨어 있던 배꼽과 그 옆에 난 작은 상처도 보였다. 거친 숨소리와 신음과 떨림이 엉킨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우리는 다시 나란히 누웠다. 나는 가만히 고개를 돌려 너를 봤다. 한 낮의 해가 비추는 너의 적나라한 몸과 얼굴을. 너 역시 내 모든 걸 보았을까? 뭉클하게 네 손에 잡혀 있던 가슴, 너는 그 안에 있던 내 마음까지도 볼 수 있었을까? (p.90) | ||
“배우려고 배운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감각이나 감정을 느끼면서 자란 것 같아요. 여행을 다녀오거나 섹스를 할 때 ‘이 분위기를 써야지, 기억해야지’하고 생각했던 건 아니에요. 그런데 지나고 나서 그 때와 비슷한 상황이나 공기를 느끼면 그 순간이 생각나요. 그래서 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3인칭적인 시점에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쓰게 됐고, 조금 더 객관적이면서도 묘사가 강하게 쓰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이사를 많이 다녔어요. 그러면서 낯선 공간에 가서 관찰하는 듯이 바라보고 기억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었나 봐요.”
김얀 작가에게 ‘성애 묘사에 있어서는 과연 천재적이다’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은 이병률 시인은 작가의 감성 위로 자신의 감성을 덧대었다. 김얀 작가의 여정을 따라 직접 여행하며 촬영한 사진을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에 함께 실은 것이다. 이름 모를 연인이 함께 머물렀음직한 공간의 손 때 묻은 문고리와 소파와 욕조, 그리고 그들이 바라봤을 창밖의 풍경 등이 이병률 시인 특유의 시선으로 되살아났다. 덕분에 독자들은 두 작가의 감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목격할 수 있게 되었다. 김얀 작가의 글 속에 잠자고 있던 순간들이 시각적으로 깨어나 더욱 풍성해졌음은 물론이다.
살면서 가장 잘한 일, 책 읽기와 연애
여행과 책과 섹스. 작가가 사랑하는 세 가지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녀는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버리고 떠나 발 디딘 낯선 곳에서 비로소 그녀 자체로 존재할 수 있었다.
“여행을 좋아했던 이유는, 낯선 나라에 가면 진짜 내가 원하는 나로 지낼 수 있기 때문이죠. 한국에서 사는 서른두 살의 여자가 해야 될 역할들이 있잖아요. 부모님의 착한 딸로, 직장을 다니는 사회인으로서 살아야 하는 삶이요. 그런데 낯선 나라에 가면 나는 그냥 나인 거예요.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내가 어떻게 행동을 하더라도 아무도 날 간섭할 수 없죠. 그래서 여행을 좋아했나 봐요. 한국에서 일을 하면서 여자 혼자 살기에는 적지 않은 월급 받으면서 잘 지냈지만, 한 번도 진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여행밖에 답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현실 도피하듯이 여행을 했던 것 같아요.”
김얀에게 섹스는 연애의 동의어다. 그녀는 연애를 통해 상대가 아닌 자신의 참 모습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저는 대학 다닐 때도 책 읽는 거랑 연애는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그 두 가지를 열심히 했다는 게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잘한 일 같고요. 연애는 두 사람이 하는 건데, 결국 연애를 하면 나에 대해서 더 많이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나한테 이런 찌질한 부분이 있었구나, 이렇게 이기적인 부분도 있었구나, 느끼게 되고 알게 되는 거죠. 빅토르 위고가 이야기했던가요? 사랑에 빠지면 온 우주가 그 사람을 향해 모이게 되는 거라고요. 그런 경험도 해보게 되고, 연애는 진짜 색다른 경험인 것 같아요.”
현실을 견딜 수 없어 떠날 수밖에 없었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 연애를 시작했던 작가가 자신을 찾아 떠돌았던 지난 10년간의 기록,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 그녀는 책 속에서 20대 시절의 지난 시간들을 본 후 “상처투성이로 웅크린 내가 보였”다고 했다. 그리고 책장을 덮으며 그녀는 읊조렸다. 이제 자신을 안아주러 가려 한다고. 행복을 찾지 못해 생겨난 상처는 이제 아물었을까. 그녀는 『낯선 침대 위의 바람』을 쓰면서 치유를 경험했다고 했다. 이번에는 여행도 섹스도 아닌, 그녀가 사랑했던 책이 자신을 찾도록 도와준 셈이었다.
“다 쓰고 나니까 20대 때 방황했던 내 스스로가 조금 가여워 보였어요. 그때는 내 스스로가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마음대로 연애도 하고, 자기 주도적이고,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늘 사랑을 꿈꾸고 찾았잖아요. 그런데 지금 책을 보니까 너무 서툰 모습들이 보이면서 가엽기도 해요. 항상 사랑을 쫓으면서 낭만이 있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꼭 사랑을 피해서만 가게끔 가볍게 행동했더라고요. 여행을 가더라도 늘 그곳에서 겉돌고요. 나를 위한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지만 결국에는 굉장히 겉돌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20대 때 나는 이렇게 아프고 상처받고,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방황하면서 지냈었구나’ 라는 걸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어요. 글쓰기를 통해서 치유는 확실히 했어요. 심리학이나 정신학에서도 일기나 글을 쓰는 행위가 자기 스스로를 치유하는 데 엄청 도움이 되는 행위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진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는 알 것 같아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겠다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 더 성숙해졌다는 생각도 들어요.”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여자 주인공은 말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냐고요? 저 여자랑 똑같아요.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웃고 인생을 즐기고 싶은 그런 평범한 사람.” 작가 김얀은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을 이해해주고 그 자체로 사랑해주는,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 믿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평생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그녀는 지금 열애를 꿈꾸고 있었다. 거침없이 섹스를 말하고, 자신이 만났던 남자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섹스 칼럼니스트라고해서 조금도 다를 것은 없었다. 섹스로 사랑을 확인하려는 덧없는 시도를 계속하는 이들과 다른 점이라면, 그녀는 자신의 머리와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언제나 솔직하게 반응해 왔다는 사실 뿐이다. ‘나를 알아가는 데만 시간을 쏟아도 인생이 짧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자신이 느끼고 원하는 것을 결코 과장하는 법이 없다. 자신이 선택한 섹스에 ‘사랑했기 때문에’라는, 스스로까지 속이는 거창한 변명 따윈 둘러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이 품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는 한없이 담백하다. 멋스러운 젊음의 방황기를 쓰겠다는 욕심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솔직한 매력에 빠져든 독자들이라면 김얀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섹스 칼럼을 소설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 김얀 저/이병률 사진 | 달
서른번째 여름, 그녀는 여행을 떠났다. ‘나의 문제’는 뭘까.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그녀는 글을 썼다. 자신이 떠난 13개국의 여행지과 13명의 남자들의 이야기를. 책에는 작가 김얀이 여행지에서 만난 도시와 남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방콕에서 온몸에 문신을 그린 남자를 만난 일, 몽마르트르에서 만나 서울까지 이어졌던 인연, 누구보다 잘 아는 사이였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알 수 없었던 의문의 남자 그리고 지금 사랑하고 있는 ‘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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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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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앙ㅋ
2014.07.14
헐 그런가보군요.
sind1318
2013.07.31
kgusdn123
201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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