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최고의 만화 『미생』을 읽다!
『미생』에는 바둑프로만을 목표로 살아온 이 시대의 청년 당그래가 있다. 바둑 외에는 생각해본저기 없었기에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오히려 그 경력이 사회생활에 장애만 되는 막막한 청춘이다. 그런 그가 원인터내셔널에 인턴사원으로 취업하면서 본격 직장생활이 시작된다.
글 : 김수연 (어린이 MD)
201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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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난 늘 주말이면 바둑판을 끼고 사는 아버지가 참 이상했었다. 어른들이 쉴 때면 오빠와 나는 오목을 두고는 했는데 남의 한 수를 볼 때면 좁고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바둑판이 나의 시합 중에는 거대하게만 보여서 신기했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아직도 바둑TV만 보고 허리가 아픈데도 기원에서 몇 시간씩 앉아있는 아버지에게 화를 내는 나에게 『미생』은 그런 이해할 수 없던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해준 특별한 만화였다.

『미생』에는 바둑프로만을 목표로 살아온 이 시대의 청년 장그래가 있다. 바둑 외에는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에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오히려 그 경력이 사회생활에 장애만 되는 막막한 청춘이다. 그런 그가 원 인터내셔널에 인턴사원으로 취업하면서 본격 직장생활이 시작된다.

공전의 베스트만화 『이끼』를 통해서도 드러난 윤태호 작가 특유의 탄탄한 서사 속에 번뜩이는 인물묘사는 이 작품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언제나 눈이 충혈되어있는 빨간 눈의 오과장, 책상에서 사무만 보는 본사를 무시하고 현장을 중시하는 인턴 한석율, 적성에 맞지 않는 일로 둥둥 떠다녀서 업체에도 얕보이는 박대리, 칼같이 일하지만 육아 때문에 늘 남편과 다투게 되는 신차장 등… 지금 이 시대의 한국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직장인의 삼라만상이 작품 속에서 살아 꿈틀거린다. 또한 인턴사원에 불과한 장그래가 종합상사에서 겪어가는 오만 가지 일들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 바로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는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 만화가 수많은 직장인들의 마음을 울리는 게 아닐까 한다.

『미생』의 장그래는 바둑에서의 용어나 한 수를 이야기하며 바둑으로만 알던 세상을 하나씩 실제로 배워나간다. 바둑과 세상은 묘하게 닮아서 장그래의 깨우침이 에피소드 중간중간 배어나올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아- 이런 게 바둑용어였나’ 싶을 정도로 인생의 한 수를 담아내는 주옥 같은 바둑 용어들이 책에 가득하다.

사람들은 인턴에서 정직원으로 전환하는 PT를 준비하는 장그래를 보며 묵묵한 응원을 보낸다. 사회에 나가기 전의 사람들이나, 지금 직장 속을 치열하게 뛰고 있는 이들 모두 장그래에게서 내일의 나를, 어제의 나를, 오늘의 나를 보기 때문이다. 잘난 것 하나 없고 잘하는 것 하나 없지만 내가 쓸모 없다고 치부해온 지나온 모든 시간이 사실은 오늘의 나를 깨우칠 수 있게 하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장그래가 고마운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다” 라는 장그래의 말처럼 어린 시절 내가 보았던 아버지는 그 작은 바둑판에서 장그래처럼 뛰며 오늘을 복기하며 인생의 고단함을 달래셨던 것 같다. 삶의 무게를 어느 정도 짊어지고 나서야 나도 이제 웃으며 인생이라는 바둑판에 나만의 바둑 한 수를 던져본다. 2012 최고의 만화로 내 맘대로 꼽아본 『미생』을 통해 오늘의 고단한 독자들도 한 수 쉬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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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1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새벽같이 일어나 기보책을 보며 혼자 바둑돌을 놓아보던 아이였다. 열한 살에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들어갔고, 7년간 오직 바둑판 위의 세계에서만 살았다. 그리고… 입단에 실패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도피하듯 사회에 나왔다. 바둑밖에 모르던 삶에서 철저히 바둑을 지운 삶으로… 차갑고 냉정하지만 혼자가 아닌 일터로… 그렇게, 전혀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베스트셀러 『이끼』의 작가 윤태호. 그가 연결하는 바둑과 인생은 어떤 그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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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윤태호
5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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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오스

2012.10.17

정말 사람의 마음을 잘 표현해주고있더군요.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정말 찌질한 직장 상사들의 이야기를 담아줫으면 합니다. http://bookple.com/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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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대기

2012.10.10

오오 뭔가 바둑만화라고 해서....저희 아버지도 바둑 엄청 좋아하셔서...그런 부분에서 조금 공감을 가다가 뭔가 일반 만화와는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밑에 분들 추천도 그렇고~ 꼭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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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칰

2012.10.10

주변에서 추천하길래 봤는데 정말 좋아서 저두 주변 친구들에게 마구 추천하는 작품이에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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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어린이 MD)

누군가를 웃길 때가 가장 행복하다. 세상에서 초콜렛이 가장 맛있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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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

만화가. 1993년 『비상착륙』으로 데뷔한 이래 드라마틱한 이야기 구성과 탁월한 작화 연출로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현실에 깊이 천착한 작품들을 발표하며 대중과 평단의 고른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대표작으로 『야후 YAHOO』, 『이끼』, 『미생-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내부자들』, 『인천상륙작전』, 『파인』 등이 있다. 문화관광부 오늘의 우리 만화상(『야후 YAHOO』), 문화관광부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 저작상(『로망스』), 제1회 대한민국콘텐츠어워드 만화 부문 대통령상(『이끼』), 부천만화대상(『인천상륙작전』) 등을 수상했으며, 『미생-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로 2012 문화체육관광부 오늘의 우리 만화상, 2012 대한민국콘텐츠대상 만화 부문 대통령상, 2013 대한민국 국회대상 올해의 만화상을 수상했다. 윤태호는 허영만, 조운학이라는 거장의 문하에서 정식으로 만화를 배운 마지막 세대이면서도, 강도하, 강풀, 양영순 등의 작가와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길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에는, 읽다보면 호흡이 거칠어질 정도의 팽팽한 긴장감이 담겨 있지만, 함께 만나 대화하고, 몸짓, 표정을 나누다 보면, 공기가 느슨해지는 느낌이 들게 하는, 독특한 양면성을 가진 작가이기도 하다. ‘동시대의 젊은 만화가들이 세련된 판타지로 나가는 반면, 허영만 이래 가장 현실적인 감각으로 다양한 소재에 도전하는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현재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누룩미디어 대표로 재직 중이다. 『이끼』는 미디어다음 만화속세상에 연재되면서 충격적인 전개와 독특한 긴장감으로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향을 얻었으며, 대한민국출판만화대상 우수상, 부천만화상 일반만화상을 수상했고, 2010년 대한민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 강우석의 손에 영화로 재탄생되었다. 『야후』는 그가 무겁고 거칠게 독자들에게 들이밀었던 충격이었다.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하면서 1999년 한국만화의 대표작 자리에 올랐던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신선하며 강렬한 충격을 안긴 작품이다. 2009년 가장 유명한 만화, 가장 재미있는 만화라는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이끼』의 작가 윤태호. 『야후』는 그런 윤태호의 대표작 자리에서 아직도 내려오지 않는 묵직한 사자후다. 2017 일본 문화청 주최 ‘미디어 예술제’ 만화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흔들리지 않는 지식의 근원을 찾고 싶다는 욕망으로 인문, 과학 분야의 전문 필진들과 『오리진』 시리즈를 기획,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