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대한 공공건물로 뽑힌 수정궁의 비밀
전화기, 수정궁, 벨크로. 인류의 역사에 위대한 발명으로 기록되는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전화기는 사람의 귀를 모방했으며, 20세기 최고의 건축물로 손꼽히는 수정궁은 수련의 잎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되었고, 벨크로는 도꼬마리 씨앗에 달린 갈고리 모양의 가시를 흉내낸 것이다. 이들은 모두 자연으로부터 배워 창조된 발명품이다. 이처럼 자연은 인류가 풀지 못한 문제에 대해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
글ㆍ사진 이인식
201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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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 수정궁, 벨크로. 인류의 역사에 위대한 발명으로 기록되는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전화기는 사람의 귀를 모방했으며, 20세기 최고의 건축물로 손꼽히는 수정궁은 수련의 잎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되었고, 벨크로는 도꼬마리 씨앗에 달린 갈고리 모양의 가시를 흉내낸 것이다. 이들은 모두 자연으로부터 배워 창조된 발명품이다. 이처럼 자연은 인류가 풀지 못한 문제에 대해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


수련과 수정궁

1851년 5월 1일, 영국 런던에서 만국박람회가 열렸다. 19세기 중반까지는 나라마다 공업제품 전시회가 열렸다. 영국 왕실에서 국경을 초월하여 여러 나라가 참가하는 최초의 박람회를 개최한 것이다.

박람회가 열린 141일 동안 관람객은 600만 명을 넘었으며 빅토리아 여왕도 열다섯 번이나 박람회장을 다녀갔다. 가장 붐빈 날에는 박람회가 열린 수정궁(Crystal Palace) 안에 9만 명의 관람객이 몰렸지만 전시장 건물의 안전에 관해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수정궁은 가로 122미터, 세로 547미터로 약 2만 평이나 되는 땅에 세워진 조립식 건물이었다. 엄청난 양의 철과 유리가 사용되었지만 규격화된 재료를 채택한 덕분에 건설하는 데 든 시간은 고작 17주였다.

수정궁을 설계한 조지프 팩스턴(Joseph Paxton, 1803~1865)은 젊었을 때 정원사로 일했다. 남아메리카에서 씨앗을 가져온 열대 수련(睡蓮)의 꽃을 피워서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붙여 여왕에게 선물로 바치기도 했다.

이 수련은 잎의 지름이 1미터 50센티미터~1미터 80센티미터나 되었는데, 어린아이를 잎 위에 올려놓아도 수련의 잎과 줄기가 그 무게를 받쳐줄 정도였다. 팩스턴은 수련의 잎이 그렇게 튼튼한 이유는 둥근 지붕의 서까래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는 엽맥(葉脈)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내서 이를 건물 설계에 응용했다.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가 열린 수정궁


빅토리아 여왕이 수정궁에서 만국박람회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팩스턴은 수련의 잎을 본떠서 금속 들보와 기둥이 유리 지붕을 받쳐주는 80평짜리 온실을 지었다. 1850년 7월에는 온실 지붕처럼 유리로 넓은 면적을 덮는 기술, 곧 ‘산등성이와 골짜기(ridge and valley)’ 기술의 특허를 출원했다. 이 독특한 지붕 기술로부터 수정궁의 설계 개념이 나온 것이다.

1850년 팩스턴은 수정궁의 지붕을 산등성이와 골짜기 모양으로 설계했다. 이렇게 만든 지붕은 보기도 좋고 배수도 잘 되었으며, 모든 재료를 표준화시킬 수 있었으므로 공사하기도 수월했다.

공학에 예술을 융합한 건물로 평가받은 수정궁은 만국박람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1852년 여름에 해체되어 교외로 옮겨져 다시 조립되었다. 1866년 화재로 일부가 소실되었고, 1936년 다시 화재로 완전히 타버리고 말았다.

팩스턴은 제대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던 탓에 당대의 건축가들로부터 무시를 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수정궁은 가장 위대한 공공건물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으며, 수정궁이 건축과 공학에 끼친 영향은 오늘날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공학저술가인 헨리 페트로스키(Henry Petroski, 1942~ ) 는 1985년 펴낸 《인간과 공학 이야기(To Engineer Is Human)》에서 다음과 같이 수정궁을 평가하고 있다.




팩스턴의 수정궁은 19세기 중반의 런던과 전 세계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그 뒤로도 수정궁만큼 주목을 끈 건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 그가 설계한 온실이나 박람회장은 모두 전통적 방법으로 만든 건축물이 아니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정신을 지닌 팩스턴이 20세기 건축가와 공학자를 위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수정궁은 처음으로 금속과 유리를 사용했으며, 표준 규격의 부품으로 만든 최초의 조립식 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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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 이인식 저 | 김영사
이 책에서는 이와 같이 자연에게서 인류가 직면한 문제의 해답을 찾고 자연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생물영감와 생물모방과 같은 기술을 인간중심 기술에 상반되는 개념으로 ‘자연중심 기술’이라 이름 붙이고, 기존 과학의 틀을 벗어나 인류에게 지속 가능한 발전을 보장해줄 ‘자연중심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생명공학에서 나노기술, 로봇공학, 집단지능까지, 자연에서 영감을 얻고 자연의 메커니즘을 모방한 자연중심 기술의 역사와 현주소는 물론 인류가 직면한 수많은 위기를 해결할 경이롭고 신비한 자연의 비밀을 한눈에 펼쳐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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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수정궁 #만국박람회 #조지프 팩스턴 #팩스턴 #빅토리아 여왕
6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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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ok327

2012.08.31

좋은 책에 대해 자세한 소개를 받을 수 있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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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0wow

2012.08.27

몇백년 전 유적이 아직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면, 참 선조들의 지혜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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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냥

2012.08.14

지금까지 유지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름다운 건물을 그저 그림이나 사료로만 확인가능하다니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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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였다. 현재 지식융합연구소 소장이며, 과학문화연구소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KAIST 겸직교수를 역임했다. 대한민국 과학 칼럼니스트 1호로서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한겨레》《부산일보》 등 신문에 470편 이상의 고정 칼럼을, 《월간조선》《과학동아》《주간동아》 《한겨레 21》등 잡지에 160편 이상의 기명 칼럼을 연재하며 인문학과 과학기술이 융합한 지식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2011년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의 월간지 《PEN》에 나노기술 칼럼을 연재하여 국제적인 과학 칼럼니스트로 인정받기도 했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과학 칼럼이 수록되었다. 제1회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제47회 한국출판문화상, 2006년 《과학동아》 창간 20주년 최다 기고자 감사패, 2008년 서울대 자랑스런 전자동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