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덴마크, 비결은 ‘아이스크림’
크리스티안 비외른스코우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덴마크에 살고 있다. 덴마크는 어떻게 이런 명예로운 위치에 올랐을까? 경제학자인 크리스티안이 왜 행복연구를 하게 되었을까? 바로 ‘아이스크림’ 때문이었다.
글ㆍ사진 서은국
201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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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비외른스코우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덴마크에 살고 있다.
덴마크는 어떻게 이런 명예로운 위치에 올랐을까? 경제학자인 크리스티안이 왜 행복연구를 하게 되었을까? 바로 ‘아이스크림’ 때문이었다.


카르페디엠


창밖으로 덴마크의 환상적인 여름 풍경이 펼쳐져 있는데 연구실에 틀어박혀 사회자본과 경제발전에 관한 책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이내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결국 연구실을 나가 아이스크림을 들고 산책에 나섰다. 그리고 마음 가는 대로 무작정 걸었다.

그리고 2주가 흘렀다. 이제 나도 행복에 대해서 한 가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매년 행복지수를 조사하면 나의 조국 덴마크를 포함한 몇몇 나라들이 상위에 오른다. 그 이유가 탄탄한 복지제도나 좋은 정부 때문만은 아니다. 복지제도를 통해 받은 모든 혜택에 대해 사람들은 금방 둔감해지기 때문에, 이것으로 결코 덴마크인들의 높은 행복감을 설명할 수 없다. 진짜 이유는 서로를 깊이 신뢰하는 덴마크 사람들의 믿음 때문이다. 실제로 덴마크 사람들은 매우 정직하다.

어찌 보면 내가 할 일을 미루고 무작정 연구실을 뛰쳐나간 그 행동이야 말로 덴마크인의 행복을 상징적으로 잘 나타낸다. ‘자신의 자유 의지를 믿고, 그 믿음에 따라 행동하는 것’ 덴마크와 더불어 행복지수 5위권 안에 드는 아이슬란드와 늘 낙천적이라고 소문난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은 서로 공통점이 많다. 그중 하나가 ‘인생에 풍랑이 찾아와도 자신의 힘으로 가라앉힐 수 있다는 믿음’이다. 같은 바이킹의 후예라고 하더라도 스웨덴과 노르웨이 사람들은 이 주관적인 신념을 덴마크 사람들만큼 강하게 가지고 있지 않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행복 수준이 조금 뒤처지는 것 같다. 즉, 개인의 자유 의지를 강력히 존중하는 정신과 타인에 대한 높은 신뢰가 오늘날 덴마크를 가장 행복한 국가로 승격시키는 마술을 부렸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사회과학자들의 행복연구를 통해 나는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객관적으로 좋은 것들이 인간의 주관적인 행복에 크게 이바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자녀가 모든 사람에게 행복한 삶을 보장하지는 않는다(오히려 행복을 떨어트리는 경우가 많다).

민주주의, 남녀평등 같은 가치들이 실제로 별로 중요하지 않거나, 아주 부유한 나라에서만 중요하게 여겨진다. 사람들은 경제가 불황이든 호황이든 그 상황에 굉장히 빨리 적응한다. 그래서 행복에 관해서 고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Horatius가 말한 ‘카르페디엠Carpe Diem’보다 더 적절한 것이 없다. 현재를 즐기는 것이다. 현재를 살기 위해 인생을 스스로 통제하고 책임지며,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물론 언제나 생각한 대로 되지 않는다 해도 말이다.

내가 그 여름날, 정처 없이 발길 닿는 대로 산책하며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본 것은 원래 내가 해야 할 일도 그날의 계획도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는 행복했다.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항상 죽음의 공포 안에서 사는 것보다 한 번 죽는 것이 낫다.” 바로 이것이다. 여러분도 살아 있는 지금 인생을 마음껏 즐기시길!




The keys


→ 자신을 전적으로 믿고 다른 사람들에게 깊은 신뢰와 연민을 보내라.
→ 책임감을 갖고 자신의 인생을 자기 힘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 해야 할 일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말자. 살아 있을 때 삶을 즐기자.




크리스티안 비외른스코우Christian Bjoernskov는 덴마크 오르후스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사회적 신의, 주관적 안녕감, 삶의 만족에 관해서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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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행복 레오 보만스 저/노지양 역/서은국 감수 | 흐름출판

벨기에 교육잡지 클라세 편집장이자 작가인 레오 보만스가 세상 모든 곳의 행복을 모아 엮은 책이다. ‘못 말리는 낙관주의자’, ‘행복 전도사’ 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행복에 천착해온 보만스는 사람들을 더 건강하고 유쾌하게 하며, 행복한 삶으로 이끄는 메커니즘을 이해해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과 세상에 행복을 퍼뜨리자는 취지로 획기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바로 전 세계 행복학 권위자들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행복을 어떻게 찾는가’를 질문하고 그들의 대답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행복 #덴마크 #아이스크림 #카르페디엠
9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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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a223

2012.06.27

인생을 소풍에 비유한 천상병 시인의 시(詩) 귀천(歸天)이 생각나네요. 이왕에 사는 것 재밌게 살아가는 것!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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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낭만푸우

2012.06.14

→ 자신을 전적으로 믿고 다른 사람들에게 깊은 신뢰와 연민을 보내라.
→ 책임감을 갖고 자신의 인생을 자기 힘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 해야 할 일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말자. 살아 있을 때 삶을 즐기자.
세 가지 모두에 동그라미를 칠 수 있는 나는... 행복한 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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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hovah511

2012.06.13

객관적으로 좋은 것들이 인간의 주관적인 행복에 크게 이바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말이 저를 위로해주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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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국

현재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세대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교(샴페인)에서 이 책의 저자 디너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성격/사회 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1999년부터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심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였고, 이 대학에서 종신 교수직을 받았다. 행복, 성격, 문화에 관련된 40여 편의 그의 논문들은 여러 저명 국제학술지에 현재 2500회 이상 인용되고 있다. 에드 디너교수와 함께 『Culture and Subjective Well-Being』를 편저했으며,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등의 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