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5월 6일 ‘박성연’ 단 한 사람을 위해 최고의 한국 재즈보컬들이 모인다. ‘재즈계 대모’와 후배들이 함께 만드는 ‘땡큐 박성연 1 7 재즈 보이스 콘서트’를 앞두고 공연의 주인공을 만났다. 우아함과 겸손함을 잃지 않는 ‘재즈 마돈나’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말과 사진을 신중하게 골랐다. 하지만 클럽 야누스와 후배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종이에 적어가며 고마움과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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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땡큐 박성연 1 7 재즈 보이스 콘서트’가 열립니다. 후배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게 되었는데 감회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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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후배들이 새롭게 시도하고 도전하는 모습이 좋아요. 써니 킴이라는 친구가 저와 같은 곡 「God bless the child」를 부르는데, 저는 이렇게 부를 건데 그 친구는 어떻게 부를까, 나는 이런 식으로 연습해볼까를 내내 생각하고 있어요. 저번에 한 인터뷰에서 “후배들에게 밀릴까봐 걱정이다” 이랬더니 이걸 또 기자가 기사화했더라고요. (웃음) 그게 그 만큼 우리 후배들이 잘 한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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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중에서 특히 ‘재즈의 맛을 잘 낸다’ 하는 보컬은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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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명이 있는데요. 저와 노래와 재즈스타일이 비슷한 친구는 ‘말로’죠. 삶 자체에 재즈마인드를 가진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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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타이틀을 듣고 느낌이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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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스러웠죠. 왜 이렇게 했느냐고 뭐라고 했어요. 사실 그 친구들은 나한테 고마울 게 하나도 없어요. 오히려 내가 고맙죠. 그래서 나이든 사람은 젊은이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된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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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꾸준히 공연을 하고 계십니다. 최근에는 어떤 공연을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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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에는 교육회관에서 공연을 했어요. 파주시에 ‘광탄’이라는 곳이 있거든요. 그 날 공연이 제가 제일 좋아하는 멤버 구성이었어요. 이지영 트리오(피아노 이지영, 베이스 이순용, 드럼 임주찬)와 함께 했지요. 그리고 조금 시간은 지났지만 예술의 전당에서 재즈 1세대들과 한 ‘브라보 재즈 라이프’ 공연도 기억에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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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선지가 30년이 넘었어요. 언제부터 재즈를 시작하게 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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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에 시작했어요. 대학교 때였죠. 어렸을 적에 친했던 동창이 탁구선수였는데, 이 친구가 어느 날 자기 코치랑 결혼을 했어요. 그 친구가 시집을 가고 나니 같이 놀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심심해하던 중에 주변에서 “너 노래하는 거 좋아하니까 미8군에 오디션이 있단다, 거기 한번 참가해봐라” 그렇게 얘기를 해줬어요. 그래서 당장 미8군에 가서 시험을 보고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던 거죠. 재즈를 만나게 된 것도 미8군 활동을 하면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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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재즈 클럽 ‘야누스’는 어떻게 열게 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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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가 노래를 하고 싶었어요. 너도 놀고 나도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어요. 야누스에는 여전히 많은 일이 일어나요. 최근에는 배우 강성연씨가 말로와 촬영하러 왔다가 피아니스트 김가온씨를 만나게 되었죠. 야누스가 중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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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야누스’ 의 뜻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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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이름으로 삼십 개 정도의 후보가 있었는데, 번역 문학을 하는 문일영 선생이 ‘야누스’를 추천해줬어요. 일단 발음하기 좋고, 뜻도 좋아요. 야누스는 시작의 신, 보호의 신이거든요. 과거와 미래를 보는 신이라고 해서 ‘양면성’의 의미를 가지죠. 그러니까 ‘클럽 야누스’는 우리나라 재즈클럽의 시작이기도 하고, 또 보호해달라는 마음도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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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 박성연과 Jazz At The Janus >(1983)와 < Other side of Park Sung Yeon >(1998) 2개 앨범을 내셨죠? 음반을 너무 적게 내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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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는 라이브다, 클럽이 더 맞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러다보니 이제까지 앨범을 2개 밖에 안냈어요. 그래도 조금 있으면 12년 만에 앨범이 나옵니다. 준비한지 5년 정도 됐는데 작업이 다 끝나가요. 하정훈씨와 이부영씨가 함께 하고 또 다른 사람들과도 작업을 하고 있어요. 故최장현(재즈 피아니스트)씨가 좋아하는 곡도 하나 있지요. 맨 처음에는 미디움 스윙으로 작업을 했는데 하루는 이 사람이 슬로우로 연주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걸 따라 노래해보니 그게 또 멋있더라고요. 그런데 그 친구가 2010년에 요절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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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드는 손님이 있으면 내쫓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무대나 공연에 엄격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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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밴드 중에 피아노를 치는 친구가 있었어요. 이 친구가 5년이나 미국에서 공부했다는데 연주를 잘 따라하지 못해서 제가 화가 났지요 결국은 밴드 리더에게 저 친구는 공부를 더 하고 무대에 올랐으면 좋겠다고 말해버렸지요. 지금보다 옛날에는 더 많이 예민했죠.
저 자체도 무대에 올라갈 때 굉장히 긴장해요. 정기 공연 때는 괜히 배를 앓아요. 당일까지 아프고 그래요. 그런데 막상 공연을 하면 아픔이 싹없어져요. 이번에도 큰 공연(땡큐 박성연 1 7 재즈 보이스 콘서트)을 앞두고 있잖아요. 벌써부터 배가 아파요. 한 달 전부터 매일 연습을 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부담이 되는 건 아니고요. 부담보다는 기대가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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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비교해서 목소리 상태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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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는 옛날보다 더 ‘힘 있다’고 그러던데, 이십여 년 전부터 내 노래를 좋아하는 분이 한 말이에요. 실제로 ‘젊은 시절보다 음색이 더 짙어지고 좋다’는 얘기를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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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보컬을 한마디로 규정짓는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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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태껏 많이 살았기 때문에 그 ‘경험’들이 목소리에 조합되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인생이 묻어난다는 거겠죠. 살아온 세월이 노래를 좀 더 깊이 만들어줘요. 한마디로 나의 보컬 색은 라이프.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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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부르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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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사를 많이 생각해요. 제가 영어를 조금 아는 것도 다 가사 덕분이죠. 물론 멜로디에 매료되는 부분도 많지만 가사에 매료되는 경우도 많아요. 「미스티(Misty)」는 ‘나를 바라본다’ 이런 가사에요 노래 부르면서 가사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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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빌리 할리데이(Billie Holiday)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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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분합니다. 저는 그 분들을 존경하는 사람인데요. 물론 그 분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영광이기는 하지만요. 그래도 ‘한국의 박성연’이라고 불리면 더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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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자주 방문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 본토 재즈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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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친구와 뉴욕에 어느 클럽에 갔는데, 친구들이 노래를 하라고 나를 무대로 떠밀었죠. 그래서 무대에서 한 곡하고 내려가는데, 다음에 한 흑인 여자가 올라오더라고요. 그 흑인 여자가 노래를 하는데 움직이는 게 능란함의 극치고, 애드립도 장난이 아닌 거예요. 저는 페이크 정도만 하고 내려왔는데 말이죠. 그 때 클럽에서 나오면서 후회를 많이 했죠. ‘차라리 대한민국에서 왔다고 하지 말걸’하고요. 그리고 한국에 돌아왔는데 한동안 노래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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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재즈 클럽의 상황은 어떤가요? 활성화 되어있는 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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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웨스(Frank Wess)라고 재즈계에서 유명한 사람이 있어요. 뉴욕에 가면 제가 꼭 그분을 만나거든요. 이야기를 나눠보면 미국의 경우도 ‘블루노트(blue note)’ 클럽 외에는 부자가 아니래요. 빌리지 뱅가드(Village Vangard) 같은 클럽도 유명하고 라이브도 많은데, 호황은 아니더라고요. 유명한 연주자도 20불, 30불 이렇게 밖에 못 받는다고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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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재즈 뮤지션은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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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재즈맨이다’하는 사람은 클라리넷 연주자 이동기 선생이에요. 제가 이번에 ‘땡큐 공연’을 선사 받듯이 내년에는 꼭 이동기 선생님께 감사공연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그리고 돌아가셨지만 故엄토미, 故노명석씨도 존경해요. 두 분이 야누스에서 공연을 하고 돌아가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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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노래도 알고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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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다섯 개를 뽑아 보자면 「Summertime」, 「My funny valentine」, 「Misty」, 「God bless the child」, 「Stardust」입니다. 명곡들이 너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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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한국에 재즈 붐이 불었죠. 어떻게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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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거품이라고 봐요. 그래도 덕분에 클럽이나 무대가 많이 생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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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1세대로 살면서, 그동안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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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저는 여태까지 노래하면서 행복하게 살았거든요. 그게 바로 보상이죠. 그리고 후배들이 흔쾌히 나를 위해 나서주는 이런 공연이 바로 보상 아니겠어요? 만약 다른 사람이었으면 후배들이 이렇게 나서줬을까 하는 생각도 해봐요. 이런 게 바로 보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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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강단에 설 일도 많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후배를 직접 양성할 계획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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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수한 게 좋아요. 노래면 노래죠. 그동안 대학교나 대학원, 아카데미에서 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주변에서도 노후대책으로 들어가라고 권유를 했고요. 그런데 저는 가르치는 것보다는 무대에 서는 것이 좋아요. 저는 무대에서 노래하면서 일생이 끝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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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나 아카데미에 들어갔으면 조금은 편했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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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도 편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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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야누스의 경영문제도 있고요. 앞으로의 해쳐나갈 과제가 많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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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클럽 야누스가 가난한 것과 내 건강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데요. 사실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어렵더라도 재즈의 스피릿을 순수하게 지켜 나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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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의 매력, 스피릿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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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부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해요. 오늘 우울하다 싶으면 「Summertime」을 스윙으로 부를 수도 있고요. 「Every time we say goodbye」를 어느 날은 느리게도, 바운스(bounce)를 넣을 수도 있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재즈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노래하면서 제가 자유롭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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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연 재즈 인생’에서 최고 하이라이트는 언제라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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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음악인생에서 최고점은 바로 5월 6일입니다. 훌륭한 후배들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 굉장한 긴장감을 줍니다.
사진 : 이한수
편집 : 김반야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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