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교육적 지혜 ‘회복탄력성’
회복탄력성의 교육적 가치는 대단히 크다. 회복탄력성이란 바로 절망과 시련을 견디어 내는 힘이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힘이기 때문이다. 국어, 영어, 수학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시련에 굴복하지 않는 삶의 자세와 태도다.
글ㆍ사진 문용린
2012.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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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몇 점 올리는 것보다 중요한 ‘회복탄력성’

회복탄력성은 문자 그대로 ‘좌절로부터 회복하는 힘’을 가리킨다. 또는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힘’을 가리키기도 한다. 우리는 7전8기(七顚八起)란 말을 자주 쓴다. 일곱 번 넘어져도 또 일어나서 끈질기게 노력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이 7전8기를 할 수 있다. 회복탄력성이 낮은 사람은 한두 번의 시련에도 넘어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회복탄력성은 ‘오뚜기의 힘’을 가리키기도 한다. 쓰러지고 넘어져도 오뚜기는 다시 일어난다. 오뚜기는 내면에 다시 일어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오뚜기는 아니다. 역경과 시련에 오뚜기처럼 또 일어나고 또 일어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이 오뚜기 같은 사람을 우리는 회복탄력성이 높다고 말할 수 있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다. 출세하고 성공할 가능성도 높다. 왜 그런가? 한두 번의 시련으로 좌절하고 포기해서 다시 일어서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으며, 출세하고 성공할 수 있겠는가?

인간의 삶은 언제나 블루오션이 아니다. 또 항상 평탄한 아스팔트 길도 아니다. 비포장 길도 있고, 자갈길도 있으며, 때로는 무너져 내린 절벽을 만나기도 한다. 이런 길에서 멈추어 주저앉지 않으려면, 회복탄력성이 높아야 한다. 따라서 회복탄력성에 대한 연구란 곧 ‘시련과 역경을 이겨 내고 성공해 내는 사람들이 가진 내면의 힘’에 대한 연구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영어, 수학 좀 잘해서 수능점수 몇 점 올리는 일보다, 회복탄력성을 갖도록 길러 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 인생길은 험하다. 그리고 그 험한 길을 미리 알고 피할 방법도 없다. 따라서 회복탄력성을 미리 길러 두는 일이 중요하다. 회복탄력성을 길러서 그런 험난한 고비를 성공적으로 견뎌 낼 힘을 길러 주어야 한다.

세종대왕은 우리 역사상 가장 훌륭한 통치자였지만, 그도 엄청난 좌절과 절망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를 괴롭힌 많은 질병이 그들 절망시켰고, 한글창제를 죽어라 반대하던 충성스런 신하들이 그의 마음을 헤집어 놓곤 했다. 그러나 그는 나약해지고, 무너져 내리는 자기 자신을 추슬러 질병과 싸웠고, 한글창제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그를 절망과 무기력으로부터 지켜 준 힘이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이순신 장군은 어떤가? 죽음을 불사하고 왜군과 싸워 간신히 기선을 제압하고 있는 와중에 전세를 잘못 판단한 일부 신하들의 시샘으로 오히려 역적으로 몰린 이순신, 그가 겪은 절망과 배신감은 실로 엄청났을 것이다. 그 절망과 배신감에 휩싸여, 이순신 장군이 전쟁터를 떠났더라면, 우리는 일본에 패하여 점령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은 그런 절망과 배신감 속에서도 자신을 회복시킨다. 애국심과 신하로서의 본분을 되살린다. 절망으로부터, 배신감으로부터 자신의 진정한 본분을 회복시키는 탄력성이 뛰어났던 것이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모두 우리나라의 위대한 스승이다. 그들의 위대한 업적에만 주목하지 말고, 그렇게 어려운 일을 성취할 수 있게 해준 회복탄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삼성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 현대의 신화를 이룬 정주영 회장은 그냥 한순간에 떼돈을 번 것이 아니다. 위대한 기업의 신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그들은 거의 60여 년 이상의 긴 세월 동안 엄청나게 힘들고 많은 시련을 겪었다. 좌절과 절망, 억울함과 분노 때문에 며칠 밤을 지새운 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7전8기의 정신으로 버텼다. 만약 포기했고, 멈추었더라면, 오늘날의 삼성과 현대가 있었겠는가? 그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건강한 회복탄력성이 결국 삼성과 현대를 오늘날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든 원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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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탄력성은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교육적 지혜다

회복탄력성의 교육적 가치는 대단히 크다. 회복탄력성이란 바로 절망과 시련을 견디어 내는 힘이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힘이기 때문이다. 국어, 영어, 수학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시련에 굴복하지 않는 삶의 자세와 태도다. 아무리 똑똑하고 유능해도, 삶의 시련은 누구에게나 쓰나미처럼 덮쳐 오기 마련이다. 이 쓰나미 같은 시련에도 의연히 견디고, 곧바로 자신을 회복해서 정상 상태로 되돌아 갈 수 있는 능력이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왜 중요하지 않겠는가?

부모라면 당연히 내 자식이 이런 회복탄력성을 갖추기를 바랄 것이다. 회복탄력성은 부모들이 꼭 알아 두어야 할 교육적 지혜다.

더욱이 이 개념은 대단히 중요한 교육적 가치를 가진 연구 프로젝트에서 생겨났다. 이 개념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알게 되면, 부모님들은 회복탄력성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미국 하와이에 카우아이라는 섬이 있다. 이 섬에서 에너미 워너 교수가 1955년에 태어난 아이(전체가 약 700명 정도) 중, 가정 환경이 가장 열악한 아이 201명을 30년 동안 집중적으로 추적한 연구를 했었다.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 어떤 모습의 청소년과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지를 살펴보고자 한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201명 중 약 2/3은 사회적 부적응자로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로 성장했다. 소년원 출입자도 많았고, 범죄자, 중독자도 많았다. 그런데 나머지 1/3에 해당하는 72명은 달랐다. 그들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아주 건강했으며, 학업 성적도 중간 이상으로 장래가 촉망되는 정상적인 청년으로 자라났다. 그중 일부 아이들은 뛰어난 학업 성적과 능력을 보이기까지 했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가정환경의 열악함과 아무 상관없이 훌륭하게 성장한 것이다.

이 72명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토록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들은 어떻게 이웃한 불량 친구들과 달리 잘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이 연구를 주도했던 에이미 워너 교수는 이 학생들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했다. 즉,

“이 72명의 공통점은 회복탄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 프로젝트를 계기로 회복탄력성이란 개념은 1980년대부터 교육학과 심리학에 등장하게 되었고, 그 중요성이 널리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열풍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쳐 회복탄력성에 대한 연구가 많이 시도되었다. 특히 교육심리학 분야에서는 학습과 관련해서 회복탄력성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주목하였다. 즉 회복탄력성이 높을수록 공부를 잘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그 결과 회복탄력성이 높은 학생들이 학업 성적도 높은 경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2009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대대적인 보도를 하기 전까지 회복탄력성은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방송 후 회복탄력성을 알게 되면서 학부모, 교육자 그리고 기업가들의 관심이 치솟았다.

아마 몰랐던 분들도 이제는 그 개념을 분명히 알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회복탄력성이 교육적으로, 자녀 양육에도 얼마나 중요한지도 충분히 깨닫게 되었으리라.

이제 남은 문제는 ‘어떻게 교육적으로 이것을 풀어 가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즉, 회복탄력성을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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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회복탄력성 디디에 플뢰 저/박주영 역 | 글담

요즘 아이들은 작은 문제에 심각하게 걱정하고 고민하며 사소한 실패에도 쉽게 좌절한다. 발달심리학 박사이자 임상심리학자인 저자는 아이 스스로 일상 속에 부딪히는 크고 작은 시련과 문제를 이겨 내는 마음의 근육, 즉 '회복탄력성'을 키워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회복탄력성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회복탄력성이 자녀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힘에 대한 문용린 교수의 글을 수록하였고, 왜 회복탄력성이 필요한지를 요즘 아이들의 행동 특성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회복탄력성 #문용린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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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2012.05.24

우리네 아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가 위에서 언급한 회복탄력성을 높여주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회복탄력성이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하기에 쉽게 포기하고 또 쉽게 좌절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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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