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신한 깃털 베개, 오래 사용하면…
한번은 정형외과 베개를 주문한 802명의 남녀노소를 대상으로 ‘지금까지 구입한 적 있는 베개 소재’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가장 많이 구입한 것으로……
201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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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때도 없이 베개를 사들이는 ‘베개 방랑자’들은 그동안 어떤 기준으로 베개를 사왔던 걸까요?
저희 병원에서는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45년 넘게 납작 방석 베개를 처방해왔지만 일일이 손으로 만들다 보니 역시 사용법이나 내구성 면에서 문제가 있었고, 작은 병원이라 진찰할 수 있는 환자 수에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2003년에 후생노동성(사회복지, 공중위생의 향상과 증진, 노동 환경 정비 및 일자리 확충 등을 관장하는 일본 정부기관)이 주관한 주식회사 최저 자본금 규제특례(이른바 1엔 기업)로 ‘야마다 슈오리 베개 연구소’를 설립, 히데마루 원장이 고안한 납작 방석 베개를 토대로 ‘정형외과 베개’를 개발해 주문제작 방식으로 제공하면서 베개에 관해 본격적으로 조사 연구를 시작했지요.
회계 업무라고는 아는 게 하나도 없어 손익분기점 계산도 못하던 사장이었지만 많은 이들의 도움과 충고에 힘입어 지금까지 정형외과 베개를 연구 개발하고 있습니다.
한번은 정형외과 베개를 주문한 802명의 남녀노소를 대상으로 ‘지금까지 구입한 적 있는 베개 소재’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가장 많이 구입한 것으로 1위 저탄성 우레탄폼 23.9%, 2위 플라스틱 칩 22.6%, 3위 깃털 15.6% 순이었습니다.
그 아래로 전통 소재인 메밀껍질 11%, 왕겨 9.7%가 이어지는데 3위까지가 모두 신소재 혹은 수입품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베개 시장의 유행이나 광고 전쟁을 반영한 결과일 수도 있고 좀 더 나은 베개, 이상적인 베개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이 계속해서 새로운 소재로 향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면 인기 소재를 비롯한 대표적인 베개 소재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도록 하지요.
우선 인기 1위인 저탄성 우레탄폼(일명 메모리폼). 이것은 폴리우레탄을 발포시킨 신소재로, 촉촉하고 무거운 스펀지 같은 촉감이 납니다. 베개 소재로는 부드러운 편이지만 탄력성이 높아서 일반 스펀지에 비해 천천히 가라앉고 원래 형상으로 돌아오는 데에도 시간이 더 걸린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통기성은 그다지 안 좋아서 여름철에는 열이 쉽게 차고 눅눅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2위인 플라스틱 칩(또는 폴리에틸렌 칩)은 합성수지를 원통이나 구슬 모양 따위로 만든 것입니다. 칩 하나하나가 딱딱해서 전체적으로는 꺼슬꺼슬한 감촉이지만, 칩의 모양에 따라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도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통기성이 좋고 진드기 따위가 발생할 걱정이 없어 청결하다는 점입니다. 다만, 흡습성이 없어서 땀을 흘려도 빨아들이지 못합니다.
3위인 깃털은 서양 영화나 호텔에서 흔히 보는 친숙한 소재입니다. 호화로운 침대 위에 푹신한 깃털 베개를 몇 개씩 포개놓고 잠자는 모습에 동경을 품은 사람도 많겠지요. 방한복으로 깃털 소재가 든 패딩 잠바나 조끼가 있다면 익히 알고 있듯이, 압력을 받으면 부피가 놀랄 만큼 작아지는 대신 복원력이 강해서 금세 원래 크기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매일 밤 베고 자는 동안 푹 가라앉는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고 매일 사용하기 때문에 역시 점점 주저앉기 쉽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흡습성, 방습성 모두 천연 소재치고는 뛰어나지만 습도가 높은 날씨에는 습기를 머금기 쉬워서 자주 말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전통 베개 소재의 대표 격이라고도 할 수 있는 메밀껍질은 어떨까요? 메밀껍질은 이름 그대로 메밀의 낱알을 탈곡한 뒤 남는 씨껍질입니다. 독특하게도 삼각형 모양이라 낱알 하나하나 사이에 빈 공간이 많아서 통기성, 흡습성, 탄력성 모두 우수합니다. 열이나 습기가 차지 않아서 여름철에는 무척 쾌적하지요. 다만 천연 소재라서 곰팡이나 진드기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1년 이상 사용하면 낱알이 부스러져 통기성과 탄력성 모두 떨어집니다. 깃털과 마찬가지로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최근에는 이 메밀껍질을 기본으로 방충 효과가 있는 노송나무 칩 따위를 섞어 넣은 베개도 등장했습니다. 메밀껍질의 시원함에 더하여 노송나무의 좋은 향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매력적이지요.
또 한 가지, 예부터 친숙한 소재인 솜을 채운 베개가 있습니다. 베개 소재로 사용하는 솜에는 원료에 따라 견, 무명, 폴리에스테르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일반적인 것은 케이폭입니다. 케이폭은 부드럽고 적당한 탄력성과 흡습성이 있어서 베개나 쿠션에 많이 쓰이지만 오래 쓰면 숨이 죽기 쉽고 탄력성과 흡습성도 사라집니다. 또한 여름철에는 열기가 고이기 쉬운 것도 결점입니다. 양털이나 낙타털도 갓 샀을 때는 부드럽고 쾌적하지만, 솜과 마찬가지로 숨이 죽기 쉽고 여름에는 덥게 느껴집니다.
이상이 대표적인 베개 소재들인데 최근에는 수면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세라믹이나 자석 같은 새로운 소재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통 소재인 팥, 침엽수와 차나무의 열매, 매실 씨앗, 대나무 칩, 노송나무와 오동나무 칩, 더 나아가 대리석이나 수정 같은 돌에서부터 도기에 이르기까지 베개 소재로 사용해왔습니다. 그야말로 천차만별 백화요란百花燎亂의 베개 산업이라고나 할까요. 소비자가 혼란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지요. 하지만 분명히 강조하건대 수십, 수백 종류를 시도한들 헛일입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45년 넘게 납작 방석 베개를 처방해왔지만 일일이 손으로 만들다 보니 역시 사용법이나 내구성 면에서 문제가 있었고, 작은 병원이라 진찰할 수 있는 환자 수에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2003년에 후생노동성(사회복지, 공중위생의 향상과 증진, 노동 환경 정비 및 일자리 확충 등을 관장하는 일본 정부기관)이 주관한 주식회사 최저 자본금 규제특례(이른바 1엔 기업)로 ‘야마다 슈오리 베개 연구소’를 설립, 히데마루 원장이 고안한 납작 방석 베개를 토대로 ‘정형외과 베개’를 개발해 주문제작 방식으로 제공하면서 베개에 관해 본격적으로 조사 연구를 시작했지요.
회계 업무라고는 아는 게 하나도 없어 손익분기점 계산도 못하던 사장이었지만 많은 이들의 도움과 충고에 힘입어 지금까지 정형외과 베개를 연구 개발하고 있습니다.
한번은 정형외과 베개를 주문한 802명의 남녀노소를 대상으로 ‘지금까지 구입한 적 있는 베개 소재’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가장 많이 구입한 것으로 1위 저탄성 우레탄폼 23.9%, 2위 플라스틱 칩 22.6%, 3위 깃털 15.6% 순이었습니다.
그 아래로 전통 소재인 메밀껍질 11%, 왕겨 9.7%가 이어지는데 3위까지가 모두 신소재 혹은 수입품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베개 시장의 유행이나 광고 전쟁을 반영한 결과일 수도 있고 좀 더 나은 베개, 이상적인 베개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이 계속해서 새로운 소재로 향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면 인기 소재를 비롯한 대표적인 베개 소재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도록 하지요.
우선 인기 1위인 저탄성 우레탄폼(일명 메모리폼). 이것은 폴리우레탄을 발포시킨 신소재로, 촉촉하고 무거운 스펀지 같은 촉감이 납니다. 베개 소재로는 부드러운 편이지만 탄력성이 높아서 일반 스펀지에 비해 천천히 가라앉고 원래 형상으로 돌아오는 데에도 시간이 더 걸린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통기성은 그다지 안 좋아서 여름철에는 열이 쉽게 차고 눅눅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2위인 플라스틱 칩(또는 폴리에틸렌 칩)은 합성수지를 원통이나 구슬 모양 따위로 만든 것입니다. 칩 하나하나가 딱딱해서 전체적으로는 꺼슬꺼슬한 감촉이지만, 칩의 모양에 따라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도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통기성이 좋고 진드기 따위가 발생할 걱정이 없어 청결하다는 점입니다. 다만, 흡습성이 없어서 땀을 흘려도 빨아들이지 못합니다.
3위인 깃털은 서양 영화나 호텔에서 흔히 보는 친숙한 소재입니다. 호화로운 침대 위에 푹신한 깃털 베개를 몇 개씩 포개놓고 잠자는 모습에 동경을 품은 사람도 많겠지요. 방한복으로 깃털 소재가 든 패딩 잠바나 조끼가 있다면 익히 알고 있듯이, 압력을 받으면 부피가 놀랄 만큼 작아지는 대신 복원력이 강해서 금세 원래 크기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매일 밤 베고 자는 동안 푹 가라앉는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고 매일 사용하기 때문에 역시 점점 주저앉기 쉽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흡습성, 방습성 모두 천연 소재치고는 뛰어나지만 습도가 높은 날씨에는 습기를 머금기 쉬워서 자주 말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전통 베개 소재의 대표 격이라고도 할 수 있는 메밀껍질은 어떨까요? 메밀껍질은 이름 그대로 메밀의 낱알을 탈곡한 뒤 남는 씨껍질입니다. 독특하게도 삼각형 모양이라 낱알 하나하나 사이에 빈 공간이 많아서 통기성, 흡습성, 탄력성 모두 우수합니다. 열이나 습기가 차지 않아서 여름철에는 무척 쾌적하지요. 다만 천연 소재라서 곰팡이나 진드기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1년 이상 사용하면 낱알이 부스러져 통기성과 탄력성 모두 떨어집니다. 깃털과 마찬가지로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최근에는 이 메밀껍질을 기본으로 방충 효과가 있는 노송나무 칩 따위를 섞어 넣은 베개도 등장했습니다. 메밀껍질의 시원함에 더하여 노송나무의 좋은 향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매력적이지요.
또 한 가지, 예부터 친숙한 소재인 솜을 채운 베개가 있습니다. 베개 소재로 사용하는 솜에는 원료에 따라 견, 무명, 폴리에스테르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일반적인 것은 케이폭입니다. 케이폭은 부드럽고 적당한 탄력성과 흡습성이 있어서 베개나 쿠션에 많이 쓰이지만 오래 쓰면 숨이 죽기 쉽고 탄력성과 흡습성도 사라집니다. 또한 여름철에는 열기가 고이기 쉬운 것도 결점입니다. 양털이나 낙타털도 갓 샀을 때는 부드럽고 쾌적하지만, 솜과 마찬가지로 숨이 죽기 쉽고 여름에는 덥게 느껴집니다.
이상이 대표적인 베개 소재들인데 최근에는 수면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세라믹이나 자석 같은 새로운 소재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통 소재인 팥, 침엽수와 차나무의 열매, 매실 씨앗, 대나무 칩, 노송나무와 오동나무 칩, 더 나아가 대리석이나 수정 같은 돌에서부터 도기에 이르기까지 베개 소재로 사용해왔습니다. 그야말로 천차만별 백화요란百花燎亂의 베개 산업이라고나 할까요. 소비자가 혼란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지요. 하지만 분명히 강조하건대 수십, 수백 종류를 시도한들 헛일입니다.
- 이게 다 베개 때문이다 야마다 슈오리 저/신유희 역 | 위즈덤스타일
베개는 단순히 자는 동안 목을 얹어놓는 도구가 아니다. 숙면을 취하려면 목의 위치, 다시 말해 목신경이 적당한 기울기를 유지해야 한다. 맨 바닥에 눕는다고 가정해보자. 무심코 두 팔을 머리 밑으로 대게 마련이다. 이는 사람 목이 C자형이므로 누웠을 때 편안한 위치를 만들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다. 베개 없이 자는 게 좋다는 낭설을 믿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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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야마다 슈오리
의학박사. 1964년 도쿄 출생. 1988년 도쿄여자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 정형외과 교실을 거쳐 2000년부터 도쿄의 마치다 시 나루세 정형외과에서 원장과 함께 정형외과 베개를 연구 개발했다. 현재 16호 정형외과 원장, 도쿄여자의과대학 닛포리 클리닉 강사, 야마다 슈오리 베개 연구소 대표이사, 일본 아로마 테라피 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베개와 수면에 관한 연구에 전념하면서 정형외과 의사가 생각하는 올바른 잠, ‘정면’을 위한 베개와 아로마 요법에 관한 연구를 천직으로 삼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병은 잠든 사이에 고친다』가 있다.
초가집
201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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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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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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