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말하는 ‘착한 여자’는 여자가 말하는 ‘착한 여자’와 다르다
"남자는 당연히 필요하죠. 그런데 남자와 함께 지내는 과정에서, 참 이렇게까지 해서 남자와 살아야 하나? 의문이 들 때가 많잖아요. 그럴 때 조언을 해줄 때마다, 그 답변에 '어쨌거나'라는 말이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많은 의미가 함축된 거죠."
201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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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왜 그렇게 여자의 마음을 몰라 줄까?
“제가 그때 딱 서른 살이었거든요. 돌아보니 너무 바보같이 살았구나 싶은 거예요. 뼛속까지 후회됐어요. 진짜 타임머신을 타고 스무 살로 돌아가면, 내 인생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더 잘살 수 있을지 그게 구체적으로 떠올랐어요.” 그저 후회로 그 생각을 흘려보내기 아까워서 쓴 책이 바로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였다.
뼛속 깊은(!) 후회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일까. 언니의 조언은 신랄하기 그지없었다. ‘가꿔라, 미모도 경쟁력이다. 좋은 남자는 잡아라, 속물이라는 것은 현실적인 환경에 대한 성실함이다. 귀족같이 나를 대접하되, 부지런히 발로 뛰어라.’ 등등 언니의 구체적인 조언은 그저 열심히, 한결같이 노력하라는 자기계발서와는 달랐다.
여자로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 교과서와 다른 진짜 현실을 인지하고, 내 삶을 스스로 주도해나가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삶은 결코 혼자 완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가 이제까지 여자가 어떻게 하면 더 잘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해왔는데, 거기에 남자라는 존재가 얽혀 들어가지 않을 수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남인숙 작가는 말한다. 행복한 삶에서 더없이 중요한 관계에 대해서. 특히 남자와 좋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어쨌거나 남자와 함께하기로 결정했다면,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남자에 대해서 이 정도는 알고 시작해보자고.
책에서 말하는 남자들의 몇 가지 특징을 꼽아보면 이러하다. 여자들은 둘만의 관계에 집중하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고 싶어하지만, 자기감정을 이해하는 데 서툰 남자들은 거기에 집중하기 어려워한다. 오히려 남자들에게 ‘행복’에 근접한 때는 게임이나 취미처럼 근심 없이 무언가의 몰입할 때다. 여자들에게는 스트레스 해소법인 대화도 남자들에게는 집중을 요하는 노동이라는 것.
과정을 중시하는 여자들과 달리 남자들은 과정이야 어쨌건 결과만 좋으면 과정에서 감정 상했던 일들은 쉽게 잊고 용서한다. 또 남자들은 행동과 결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해야만 납득한다. 고로 남자와의 관계에서 벽을 느낄 때는 그가 결과적으로 무엇을 바라는지 파악해야 한다. 일반 여자 금련과 보통 남자 무대 두 사람의 일화를 통해, 상황 속에서 이러한 남자 여자들의 특성을 보여주고, 좋은 관계에 이르는 지름길을 제시한다.
함께 하기로 한 내 남자와 잘 지내는 법
-제목에서 ‘어쨌거나’라는 부사가 의미심장합니다.
“남자는 당연히 필요하죠. 그런데 남자와 함께 지내는 과정에서, 참 이렇게까지 해서 남자와 살아야 하나? 의문이 들 때가 많잖아요. 그럴 때 조언을 해줄 때마다, 그 답변에 ‘어쨌거나’라는 말이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많은 의미가 함축된 거죠.”
-‘여자가 남자 입장에서 쓴 남자 이야기’입니다. 여러 군데 공감하면서, 어쩜 이렇게 남자, 여자의 심리를 꿰뚫고 있을까 놀랐어요. 이 책은 어떤 독자들에게 특히 유효할까요?
“이 책은 기본적으로, 어떤 사람과 만나서 잘 지내는 법이에요. 그러니까 남모르는 사람을 내 그물망에 끌어들이는 법, 한마디로 남자 꼬시는 법과는 상관이 없는 거예요. 어느 정도 호감의 상태에서 연애를 시작한다고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니거든요. 결국엔 한 사람과 같이 가는 거잖아요. 그게 문제더라고요. 이 책은 내가 함께하기로 한 그 사람과 잘 가는 법에 대한 책입니다.”
-이 책을 쓰시면서, 남자라는 존재에 대해 연구하셨을 텐데, 그들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하거나 어려웠던 질문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도대체 남자들이 왜 그렇게 여자의 마음을 몰라 줄까? 그런 것들에 대해 많이들 답답해해요. 왜 내 마음을 위로해주지 않을까? 우리 상식으로 생각하기에 사랑하는 사이라면 이런 마음을 알아줄 것도 같은데 그걸 모르는 부분이 있거든요.
정말 그건 여자가 다시 남자로 태어나보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있어요. 끝까지 여자들이 남자와 함께 살기 위해서는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지만, 적어도 그게 어떤 짐인지는 알고, 내가 왜 이 짐을 지어야 하는지 이유를 알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책에서 보자면, 남자는 ‘남자다움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남자다움이라는 것,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저는 과연 남자다움이라는 게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남자다움이라기보다는 남자라는 어떤 타입에 묶여 있는 양식, 성정, 외양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몇 세대에 걸쳐서 배움 받고 학습돼온 전형인데, 그것에 들어맞아야만 본인이 편안해지는 거예요.
여자들이 그것이 아무런 쓸모가 없고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해도, 그렇게 교육받아온 남자에게는 어쩔 수 없는 거죠.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변화도 불가능한 거에요.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거죠.”
-여자가 남자의 남자다움을 알아야 하는 까닭은 여기에서 비롯되는군요.
“그렇죠. 그 남자 본인이 생각하는 남자다움이 뭔지 알아야 해요. 우리가 생각하는 남자다움과 그들이 생각하는 남자다움은 너무나 달라요. 여자가 남자다움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매너를 생각해요. 문을 열어준다든지 여자를 배려해주는 행동이 여자가 떠올리는 남자다움인데, 남자들에게는 그런 게 아니에요. 힘, 능력 같은 게 남자다운 거죠. 그러다 보니 반드시 충돌이 일어나죠. 어떤 남자들에게 섬세한 배려는, 게이들이나 할 수 있는,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받아들이기도 하거든요.”
이해할 수 없어도 배려할 수 있다
-행동의 본질을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이라면, 사람을 보는 눈이 남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을 파악하는 데 있어 작가님만의 비결이 혹시 있나요?
“오히려 제가 그런 직관이 없어서 이런 쪽으로 눈이 생긴 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일단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을 좋게 생각하는 습관이 있어요.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다 동의하고, 그 말에 빠져드는 식이죠. 상대방을 관찰한다든지, 그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일은 항상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중에 곤란해지거나, 왜 그랬을까 후회했던 경험이 많았거든요. 대신 만나고 생각을 깊게 많이 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평균적이고 일반적인 법칙들과 공통점, 차이점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오히려 그런 능력이라기보다는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런 상태가 되지 않았나.”
-같은 상황 속에서 남자와 여자가 문제를 인식하는 방법, 해결하는 방법의 차이가 매우 큰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은 이해하는 척은 할 수 있어도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구나 싶었어요.
“제가 40대가 코앞이에요. 이제야 느끼는 건데, 이해하는 사람과 잘 지내는 게 아니구나.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사람을 내가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할 필요도 없구나 싶어요. 이해할 수 없어요. 영원히. 정말.”
-그렇다면 그 이해를 대체하는 건 뭘까요?
“수용과 배려죠. 비록 그 감정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어떤 기분이라는 것을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는 있어요. 아무리 여자가 공감능력이 있다고 해도 남자들의 마음을 100퍼센트 이해할 수 없어요.
‘이런 구조를 통해서 이런 식으로 생각이 미치는구나!’ 그 구조라도 알 수 있으면, 그것에 대해 대처할 매뉴얼이 나오잖아요. 그럼 그 매뉴얼을 통해 좋은 관계와 결과를 낳는데, 그렇게라도 잘 지내면 좋은 거라고 봐요. 우리는 비록 카메라의 부품과 구조를 이해할 수 없지만, 사진을 찍잖아요. 그런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책에 이야기되었던 것 중에 몇 가지 구체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세상에는 나쁜 남자와 착한 남자가 아니라, ‘잘난 남자 못난 남자의 구분이 있을 뿐’이라고 했는데, 그 구분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잘난 남자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지위나 객관적인 능력과 아주 동떨어지진 않지만 비례하지도 않아요. 각자의 성장 배경이나 삶의 경험의 차이는 있겠지만, 남자들 가운데 자신의 열등감을 부정적으로 표출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타인들을 무시하는 자만함 역시 열등감에서 기인하는 거예요. 본인이 열등감을 극복한 사람은 타인을 무시하지 못해요. 이 책에서 못난 남자의 예로 든 특징은 열등감이었죠.
인간관계에서 열등감이 아주 악영향을 끼쳐요. 여자의 열등감이라는 건, 내가 저 사람보다 어떤 객관적인 부분에서 못한 것에서 비롯돼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남자들의 열등감은 달라요. 내가 저 친구보다 남자답지 못하다고 느끼는, 여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기준이 있거든요. 그걸 꼭 충족해야 하는 거죠. 그게 안 됐다고 생각할 때 자신이 느끼는 절망감과 분노를 다른 이들한테 표출하는데, 그 대상이 자기 여자인 경우가 많은 거죠.”
-역시 그 남자다움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건데, 그 남자다움을 지키기 위해 남자들은 상처받거나 당황할 때도 모르는 척 화제를 돌린다는 얘기도 하셨죠. 여자들은 그런 상황에서 딴청을 피우는 남자들에게 무시 받는다는 기분을 받아서 오해가 생긴다고요.
“어떤 힘든 상황에서, 여자는 ‘그렇게 돼서 마음이 아프겠다.’고 자기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해주면 위로가 되잖아요. 남자들은 그렇지가 않아요. 여자친구가 그렇게 말하면, 자기가 잊고 싶은 감정을 자꾸 자극하게 되니 오히려 더 괴로운 거예요. 여자들은 자기의 감정을 스스로 발견하는데 익숙하거든요. 반면 남자들은 어려서부터 약한 속내는 감추는 교육을 받아왔어요. 그래서 그런 슬프다, 비참하다, 그런 종류의 감정들을 대면하는 게 많이 불편해요.
가뜩이나 본인이 그런 걸 자기가 느끼고 있다는 것도 불편한데 그걸 확인시켜주면 더 불편하거든요. 그런 식의 여자 식의 공감은 확실히 안 통해요. 그럴 때는 안 좋은 상황에서 본인이 능력 없는 남자, 못난 남자가 되었다는 절망감에서 잊게 해주는 반응이 필요해요. 너는 여전히 능력 있는 남자고 가능성을 가진 남자라는 걸 암시해주는 행동과 말들이 필요하거든요.”
좋은 연애, 내 마음에 충실하되 나름의 기준을 갖고 있어야
-여자들이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것은 소수의 독특한 취향에 불과하지만, 남자들이 착한 여자를 좋아하는 건 범우주적인 취향이라고도 했습니다. ‘착한 여자’에 대해 좀 더 부연 설명을 해주신다면요.
“여자들이 생각하는, ‘저 여자는 착하다’와 남자들이 생각하는, ‘저 여자는 착하다’는 개념은 완전히 달라요.(웃음) 저도 이 책을 쓰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었거든요. 우리가 ‘여자가 착하다’고 하면, 다른 사람을 배려해줄 줄 아는 사람을 말하는 거잖아요. 남자들이 여자가 착하다고 느끼는 건 단 하나에요. 내 말을 잘 들어 주는 것. 만약 남자친구가 토요일에 만나자고 얘기했는데 토요일 날 여자가 사정이 있어요. ‘나 안돼. 그날 일 있어.’ 딱 잘라버리면 남자들은 거절당했다는 느낌을 받아요. 이런 일이 반복되면 그 여자는 착한 여자가 아닌 거죠.
반대로 다른 데서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데도 남자가 그런 이야기를 했을 때 ‘정말 토요일에 만나고 싶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일이 생겨버렸다. 다음에 약속을 이렇게 잡자’는 식으로 반응하면, 남자는 앞에서처럼 거절 받았다는 기분이 들지 않아요. 자기가 수용되었다는 사실보다도 수용 받았다는 기분이 중요해요. 그게 남자로서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거거든요.
한마디로 착한 여자라는 것은, 자기의 남자 정체성을 지켜주는 여자인 셈이죠. 극단적으로 이런 표현을 써요. 상대편이 말하는 것에 무조건 동의를 해라. 그러고 나서 행동은 자기 마음대로 해라. 즉, 내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는 여자라는 느낌을 주면서도, 내가 저 여자에게 수용되고 있구나, 느낄 수 있도록요.”
-밀당 등등 연애의 기술에 관한 이야기도 많은데요. 연애라는 것으로 남자와 관계를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밀당이라는 걸 아무나 잘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웃음) 본인의 마음에 충실하되 어떤 선을 정해놓는 게 중요해요. 내가 무엇을 하고 싶고,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를 아는 게 그래서 중요해요. 관계에서 무엇을 허용하거나, 양보하지 않는 기준이 필요하거든요. 연애를 잘하려면 무엇보다 본인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애를 시작은 잘하지만, 결론이 좋지 않은 분들의 문제를 보면, 본인을 잘 몰라서 그런 경우가 많더라고요.”
-연애나 관계에서도 자기 가치관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어떻게 스스로 가치관을 정립해나갔나요?
“저는 극단으로 달리는 성격은 아니에요. 항상 어떤 상황이나 관계에 있어서 극단으로 달리기 전에 일단 한번 멈춰서는 습관이 있었어요. 그게 예전에는 저한테 단점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뒤돌아보면 억울한 거예요. 앞에서 퍼붓고 싶고, 그러지 못한 게 손해 보는 느낌이 들곤 했는데, 결국 그 때문에 나중에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예전에 결혼에 관한 책을 쓸 때도 이 얘기를 강조했어요. 좋은 점을 만들어내려고 애쓰기보다. 안 좋은 점을 관리하는데 신경을 쓰라고요. 이 책에서 얘기하는 것도 이 점을 바탕으로 해요.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더라도 상대가 남만도 못한 존재로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그 순간에는 끝까지 내지르고 싶은 충동이 와요. 한번은 와요. 아무리 불같은 성정의 사람이라고 해도, 그 순간에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선택과 책임을 지는 과정에서 사람은 성장한다
-많은 사람이 작가님께 상담을 청해온다고 들었습니다. 남자들의 고민상담과 여자들의 고민상담이 좀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여자들은 이미 결론이 있어요. 본인이 생각해둔 게 있는데, 그걸 확인받고 싶은 경우가 많아요. 자기의 결정을 지지해달라는 거죠. 그럴 때면 저는 오히려 그 반대로 얘기해줘요. 그러면 본인이 진정 뭘 원하는지 실토를 하더라고요. 그럼 그렇게 가면 된다고 얘기해주거든요. 반면 남자들의 고민은 정말로 몰라서 하는 경우가 많아요. 대부분 연애 문제인데, 그걸 의논하고 털어놓을 사람이 없는 거죠.
같은 남자에게 털어놓으면, 남자답지 못하고 못난 축에 끼게 된다는 두려움이 있어요. 본인도 그런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가 한심해 보이거든요. 그래서 친구에게는 절대로 얘기를 안 하고. 자기 여자친구는 자기와 싸운 얘기를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대요. 그래서 못하고. 저한테만 얘기하는 거라고 상담을 요청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남자들은 그렇게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오로지 한 사람한테 계속 얘기해요. 여자들은 여러 사람에게 고민을 상담하잖아요. 남자들은 한 사람에게 끝까지 반복해서 상담하는 차이도 있더라고요.”
-트위터를 보니, 조만간 20대 대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회를 준비하고 계신다고요.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지 궁금합니다.
“예비 대학생들을 위한 강연이에요. 요즘 대학생들이 예전 대학생들보다 많이 어리대요. 요즘은 입시제도가 너무 복잡해져서, 공부하면서 스스로 정보를 얻으러 다니는 게 불가능해졌대요. 그래서 부모에게 의지를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본인은 공부만 하고, 자기 삶의 중요한 어떤 결정을 부모님이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거죠.”
-선택을 훈련할 기회가 많지 않았겠네요.
“선택이라는 걸 통해 사람이 성숙하거든요. 스스로 선택하면 그것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 그 책임을 지는 과정에서 어른이 되는 건데, 그 과정이 생략되어 있으니까 당연히 어릴 수밖에 없죠. 선택을 스스로 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해요. 잘못된 선택을 해서 책임도 져보고, 가던 길이 아니다 싶으면, 수정하는 능력도 길러야 하고요. 그게 인생의 내공이 되거든요. 그 내공을 빨리 키우는 사람이 자신의 길을 빨리 찾을 수 있게 되고요.”
-20대 때는 어떤 ‘여자’였나요?
“서른 살 때 책을 쓰면서 돌아보니, 그땐 왜 그렇게 순진했을까 싶을 정도로 바보 같았어요. 요령이 없었죠. 어떤 일이든 부딪쳐봐야만 아닌 걸 알았거든요. 다행히 어떤 일을 시도하고 깨지는 데에 주저함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것 하나 때문에 그 어리석음이 보완된 것 같아요. 만약 처음부터 세상살이에 밝고 영악했다면,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같은 책을 쓸 생각은 못했을 것 같아요. 똑똑한 사람들은, 본인의 자연스러운 어떤 행동이 영리하다는 걸 잘 모르기도 하거든요.”
-만약 작가님이 대학생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제일 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음. 연애를 좀 많이 많이.(웃음)”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채널예스’ 독자들에게 한말씀 부탁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 어쨌거나 남자는 확실히 필요합니다. 이왕 함께 지낼 남자분들과 정말 좋은,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그 계기가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이 책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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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때 딱 서른 살이었거든요. 돌아보니 너무 바보같이 살았구나 싶은 거예요. 뼛속까지 후회됐어요. 진짜 타임머신을 타고 스무 살로 돌아가면, 내 인생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더 잘살 수 있을지 그게 구체적으로 떠올랐어요.” 그저 후회로 그 생각을 흘려보내기 아까워서 쓴 책이 바로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였다.
뼛속 깊은(!) 후회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일까. 언니의 조언은 신랄하기 그지없었다. ‘가꿔라, 미모도 경쟁력이다. 좋은 남자는 잡아라, 속물이라는 것은 현실적인 환경에 대한 성실함이다. 귀족같이 나를 대접하되, 부지런히 발로 뛰어라.’ 등등 언니의 구체적인 조언은 그저 열심히, 한결같이 노력하라는 자기계발서와는 달랐다.
여자로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 교과서와 다른 진짜 현실을 인지하고, 내 삶을 스스로 주도해나가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삶은 결코 혼자 완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가 이제까지 여자가 어떻게 하면 더 잘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해왔는데, 거기에 남자라는 존재가 얽혀 들어가지 않을 수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남인숙 작가는 말한다. 행복한 삶에서 더없이 중요한 관계에 대해서. 특히 남자와 좋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어쨌거나 남자와 함께하기로 결정했다면,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남자에 대해서 이 정도는 알고 시작해보자고.
책에서 말하는 남자들의 몇 가지 특징을 꼽아보면 이러하다. 여자들은 둘만의 관계에 집중하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고 싶어하지만, 자기감정을 이해하는 데 서툰 남자들은 거기에 집중하기 어려워한다. 오히려 남자들에게 ‘행복’에 근접한 때는 게임이나 취미처럼 근심 없이 무언가의 몰입할 때다. 여자들에게는 스트레스 해소법인 대화도 남자들에게는 집중을 요하는 노동이라는 것.
과정을 중시하는 여자들과 달리 남자들은 과정이야 어쨌건 결과만 좋으면 과정에서 감정 상했던 일들은 쉽게 잊고 용서한다. 또 남자들은 행동과 결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해야만 납득한다. 고로 남자와의 관계에서 벽을 느낄 때는 그가 결과적으로 무엇을 바라는지 파악해야 한다. 일반 여자 금련과 보통 남자 무대 두 사람의 일화를 통해, 상황 속에서 이러한 남자 여자들의 특성을 보여주고, 좋은 관계에 이르는 지름길을 제시한다.
함께 하기로 한 내 남자와 잘 지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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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어쨌거나’라는 부사가 의미심장합니다.
“남자는 당연히 필요하죠. 그런데 남자와 함께 지내는 과정에서, 참 이렇게까지 해서 남자와 살아야 하나? 의문이 들 때가 많잖아요. 그럴 때 조언을 해줄 때마다, 그 답변에 ‘어쨌거나’라는 말이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많은 의미가 함축된 거죠.”
-‘여자가 남자 입장에서 쓴 남자 이야기’입니다. 여러 군데 공감하면서, 어쩜 이렇게 남자, 여자의 심리를 꿰뚫고 있을까 놀랐어요. 이 책은 어떤 독자들에게 특히 유효할까요?
“이 책은 기본적으로, 어떤 사람과 만나서 잘 지내는 법이에요. 그러니까 남모르는 사람을 내 그물망에 끌어들이는 법, 한마디로 남자 꼬시는 법과는 상관이 없는 거예요. 어느 정도 호감의 상태에서 연애를 시작한다고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니거든요. 결국엔 한 사람과 같이 가는 거잖아요. 그게 문제더라고요. 이 책은 내가 함께하기로 한 그 사람과 잘 가는 법에 대한 책입니다.”
-이 책을 쓰시면서, 남자라는 존재에 대해 연구하셨을 텐데, 그들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하거나 어려웠던 질문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도대체 남자들이 왜 그렇게 여자의 마음을 몰라 줄까? 그런 것들에 대해 많이들 답답해해요. 왜 내 마음을 위로해주지 않을까? 우리 상식으로 생각하기에 사랑하는 사이라면 이런 마음을 알아줄 것도 같은데 그걸 모르는 부분이 있거든요.
정말 그건 여자가 다시 남자로 태어나보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있어요. 끝까지 여자들이 남자와 함께 살기 위해서는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지만, 적어도 그게 어떤 짐인지는 알고, 내가 왜 이 짐을 지어야 하는지 이유를 알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책에서 보자면, 남자는 ‘남자다움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남자다움이라는 것,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저는 과연 남자다움이라는 게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남자다움이라기보다는 남자라는 어떤 타입에 묶여 있는 양식, 성정, 외양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몇 세대에 걸쳐서 배움 받고 학습돼온 전형인데, 그것에 들어맞아야만 본인이 편안해지는 거예요.
여자들이 그것이 아무런 쓸모가 없고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해도, 그렇게 교육받아온 남자에게는 어쩔 수 없는 거죠.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변화도 불가능한 거에요.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거죠.”
-여자가 남자의 남자다움을 알아야 하는 까닭은 여기에서 비롯되는군요.
“그렇죠. 그 남자 본인이 생각하는 남자다움이 뭔지 알아야 해요. 우리가 생각하는 남자다움과 그들이 생각하는 남자다움은 너무나 달라요. 여자가 남자다움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매너를 생각해요. 문을 열어준다든지 여자를 배려해주는 행동이 여자가 떠올리는 남자다움인데, 남자들에게는 그런 게 아니에요. 힘, 능력 같은 게 남자다운 거죠. 그러다 보니 반드시 충돌이 일어나죠. 어떤 남자들에게 섬세한 배려는, 게이들이나 할 수 있는,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받아들이기도 하거든요.”
이해할 수 없어도 배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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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의 본질을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이라면, 사람을 보는 눈이 남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을 파악하는 데 있어 작가님만의 비결이 혹시 있나요?
“오히려 제가 그런 직관이 없어서 이런 쪽으로 눈이 생긴 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일단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을 좋게 생각하는 습관이 있어요.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다 동의하고, 그 말에 빠져드는 식이죠. 상대방을 관찰한다든지, 그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일은 항상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중에 곤란해지거나, 왜 그랬을까 후회했던 경험이 많았거든요. 대신 만나고 생각을 깊게 많이 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평균적이고 일반적인 법칙들과 공통점, 차이점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오히려 그런 능력이라기보다는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런 상태가 되지 않았나.”
-같은 상황 속에서 남자와 여자가 문제를 인식하는 방법, 해결하는 방법의 차이가 매우 큰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은 이해하는 척은 할 수 있어도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구나 싶었어요.
“제가 40대가 코앞이에요. 이제야 느끼는 건데, 이해하는 사람과 잘 지내는 게 아니구나.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사람을 내가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할 필요도 없구나 싶어요. 이해할 수 없어요. 영원히. 정말.”
-그렇다면 그 이해를 대체하는 건 뭘까요?
“수용과 배려죠. 비록 그 감정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어떤 기분이라는 것을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는 있어요. 아무리 여자가 공감능력이 있다고 해도 남자들의 마음을 100퍼센트 이해할 수 없어요.
‘이런 구조를 통해서 이런 식으로 생각이 미치는구나!’ 그 구조라도 알 수 있으면, 그것에 대해 대처할 매뉴얼이 나오잖아요. 그럼 그 매뉴얼을 통해 좋은 관계와 결과를 낳는데, 그렇게라도 잘 지내면 좋은 거라고 봐요. 우리는 비록 카메라의 부품과 구조를 이해할 수 없지만, 사진을 찍잖아요. 그런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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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이야기되었던 것 중에 몇 가지 구체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세상에는 나쁜 남자와 착한 남자가 아니라, ‘잘난 남자 못난 남자의 구분이 있을 뿐’이라고 했는데, 그 구분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잘난 남자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지위나 객관적인 능력과 아주 동떨어지진 않지만 비례하지도 않아요. 각자의 성장 배경이나 삶의 경험의 차이는 있겠지만, 남자들 가운데 자신의 열등감을 부정적으로 표출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타인들을 무시하는 자만함 역시 열등감에서 기인하는 거예요. 본인이 열등감을 극복한 사람은 타인을 무시하지 못해요. 이 책에서 못난 남자의 예로 든 특징은 열등감이었죠.
인간관계에서 열등감이 아주 악영향을 끼쳐요. 여자의 열등감이라는 건, 내가 저 사람보다 어떤 객관적인 부분에서 못한 것에서 비롯돼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남자들의 열등감은 달라요. 내가 저 친구보다 남자답지 못하다고 느끼는, 여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기준이 있거든요. 그걸 꼭 충족해야 하는 거죠. 그게 안 됐다고 생각할 때 자신이 느끼는 절망감과 분노를 다른 이들한테 표출하는데, 그 대상이 자기 여자인 경우가 많은 거죠.”
-역시 그 남자다움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건데, 그 남자다움을 지키기 위해 남자들은 상처받거나 당황할 때도 모르는 척 화제를 돌린다는 얘기도 하셨죠. 여자들은 그런 상황에서 딴청을 피우는 남자들에게 무시 받는다는 기분을 받아서 오해가 생긴다고요.
“어떤 힘든 상황에서, 여자는 ‘그렇게 돼서 마음이 아프겠다.’고 자기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해주면 위로가 되잖아요. 남자들은 그렇지가 않아요. 여자친구가 그렇게 말하면, 자기가 잊고 싶은 감정을 자꾸 자극하게 되니 오히려 더 괴로운 거예요. 여자들은 자기의 감정을 스스로 발견하는데 익숙하거든요. 반면 남자들은 어려서부터 약한 속내는 감추는 교육을 받아왔어요. 그래서 그런 슬프다, 비참하다, 그런 종류의 감정들을 대면하는 게 많이 불편해요.
가뜩이나 본인이 그런 걸 자기가 느끼고 있다는 것도 불편한데 그걸 확인시켜주면 더 불편하거든요. 그런 식의 여자 식의 공감은 확실히 안 통해요. 그럴 때는 안 좋은 상황에서 본인이 능력 없는 남자, 못난 남자가 되었다는 절망감에서 잊게 해주는 반응이 필요해요. 너는 여전히 능력 있는 남자고 가능성을 가진 남자라는 걸 암시해주는 행동과 말들이 필요하거든요.”
좋은 연애, 내 마음에 충실하되 나름의 기준을 갖고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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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것은 소수의 독특한 취향에 불과하지만, 남자들이 착한 여자를 좋아하는 건 범우주적인 취향이라고도 했습니다. ‘착한 여자’에 대해 좀 더 부연 설명을 해주신다면요.
“여자들이 생각하는, ‘저 여자는 착하다’와 남자들이 생각하는, ‘저 여자는 착하다’는 개념은 완전히 달라요.(웃음) 저도 이 책을 쓰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었거든요. 우리가 ‘여자가 착하다’고 하면, 다른 사람을 배려해줄 줄 아는 사람을 말하는 거잖아요. 남자들이 여자가 착하다고 느끼는 건 단 하나에요. 내 말을 잘 들어 주는 것. 만약 남자친구가 토요일에 만나자고 얘기했는데 토요일 날 여자가 사정이 있어요. ‘나 안돼. 그날 일 있어.’ 딱 잘라버리면 남자들은 거절당했다는 느낌을 받아요. 이런 일이 반복되면 그 여자는 착한 여자가 아닌 거죠.
반대로 다른 데서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데도 남자가 그런 이야기를 했을 때 ‘정말 토요일에 만나고 싶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일이 생겨버렸다. 다음에 약속을 이렇게 잡자’는 식으로 반응하면, 남자는 앞에서처럼 거절 받았다는 기분이 들지 않아요. 자기가 수용되었다는 사실보다도 수용 받았다는 기분이 중요해요. 그게 남자로서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거거든요.
한마디로 착한 여자라는 것은, 자기의 남자 정체성을 지켜주는 여자인 셈이죠. 극단적으로 이런 표현을 써요. 상대편이 말하는 것에 무조건 동의를 해라. 그러고 나서 행동은 자기 마음대로 해라. 즉, 내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는 여자라는 느낌을 주면서도, 내가 저 여자에게 수용되고 있구나, 느낄 수 있도록요.”
-밀당 등등 연애의 기술에 관한 이야기도 많은데요. 연애라는 것으로 남자와 관계를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밀당이라는 걸 아무나 잘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웃음) 본인의 마음에 충실하되 어떤 선을 정해놓는 게 중요해요. 내가 무엇을 하고 싶고,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를 아는 게 그래서 중요해요. 관계에서 무엇을 허용하거나, 양보하지 않는 기준이 필요하거든요. 연애를 잘하려면 무엇보다 본인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애를 시작은 잘하지만, 결론이 좋지 않은 분들의 문제를 보면, 본인을 잘 몰라서 그런 경우가 많더라고요.”
-연애나 관계에서도 자기 가치관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어떻게 스스로 가치관을 정립해나갔나요?
“저는 극단으로 달리는 성격은 아니에요. 항상 어떤 상황이나 관계에 있어서 극단으로 달리기 전에 일단 한번 멈춰서는 습관이 있었어요. 그게 예전에는 저한테 단점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뒤돌아보면 억울한 거예요. 앞에서 퍼붓고 싶고, 그러지 못한 게 손해 보는 느낌이 들곤 했는데, 결국 그 때문에 나중에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예전에 결혼에 관한 책을 쓸 때도 이 얘기를 강조했어요. 좋은 점을 만들어내려고 애쓰기보다. 안 좋은 점을 관리하는데 신경을 쓰라고요. 이 책에서 얘기하는 것도 이 점을 바탕으로 해요.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더라도 상대가 남만도 못한 존재로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그 순간에는 끝까지 내지르고 싶은 충동이 와요. 한번은 와요. 아무리 불같은 성정의 사람이라고 해도, 그 순간에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선택과 책임을 지는 과정에서 사람은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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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작가님께 상담을 청해온다고 들었습니다. 남자들의 고민상담과 여자들의 고민상담이 좀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여자들은 이미 결론이 있어요. 본인이 생각해둔 게 있는데, 그걸 확인받고 싶은 경우가 많아요. 자기의 결정을 지지해달라는 거죠. 그럴 때면 저는 오히려 그 반대로 얘기해줘요. 그러면 본인이 진정 뭘 원하는지 실토를 하더라고요. 그럼 그렇게 가면 된다고 얘기해주거든요. 반면 남자들의 고민은 정말로 몰라서 하는 경우가 많아요. 대부분 연애 문제인데, 그걸 의논하고 털어놓을 사람이 없는 거죠.
같은 남자에게 털어놓으면, 남자답지 못하고 못난 축에 끼게 된다는 두려움이 있어요. 본인도 그런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가 한심해 보이거든요. 그래서 친구에게는 절대로 얘기를 안 하고. 자기 여자친구는 자기와 싸운 얘기를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대요. 그래서 못하고. 저한테만 얘기하는 거라고 상담을 요청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남자들은 그렇게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오로지 한 사람한테 계속 얘기해요. 여자들은 여러 사람에게 고민을 상담하잖아요. 남자들은 한 사람에게 끝까지 반복해서 상담하는 차이도 있더라고요.”
-트위터를 보니, 조만간 20대 대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회를 준비하고 계신다고요.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지 궁금합니다.
“예비 대학생들을 위한 강연이에요. 요즘 대학생들이 예전 대학생들보다 많이 어리대요. 요즘은 입시제도가 너무 복잡해져서, 공부하면서 스스로 정보를 얻으러 다니는 게 불가능해졌대요. 그래서 부모에게 의지를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본인은 공부만 하고, 자기 삶의 중요한 어떤 결정을 부모님이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거죠.”
-선택을 훈련할 기회가 많지 않았겠네요.
“선택이라는 걸 통해 사람이 성숙하거든요. 스스로 선택하면 그것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 그 책임을 지는 과정에서 어른이 되는 건데, 그 과정이 생략되어 있으니까 당연히 어릴 수밖에 없죠. 선택을 스스로 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해요. 잘못된 선택을 해서 책임도 져보고, 가던 길이 아니다 싶으면, 수정하는 능력도 길러야 하고요. 그게 인생의 내공이 되거든요. 그 내공을 빨리 키우는 사람이 자신의 길을 빨리 찾을 수 있게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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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때는 어떤 ‘여자’였나요?
“서른 살 때 책을 쓰면서 돌아보니, 그땐 왜 그렇게 순진했을까 싶을 정도로 바보 같았어요. 요령이 없었죠. 어떤 일이든 부딪쳐봐야만 아닌 걸 알았거든요. 다행히 어떤 일을 시도하고 깨지는 데에 주저함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것 하나 때문에 그 어리석음이 보완된 것 같아요. 만약 처음부터 세상살이에 밝고 영악했다면,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같은 책을 쓸 생각은 못했을 것 같아요. 똑똑한 사람들은, 본인의 자연스러운 어떤 행동이 영리하다는 걸 잘 모르기도 하거든요.”
-만약 작가님이 대학생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제일 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음. 연애를 좀 많이 많이.(웃음)”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채널예스’ 독자들에게 한말씀 부탁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 어쨌거나 남자는 확실히 필요합니다. 이왕 함께 지낼 남자분들과 정말 좋은,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그 계기가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이 책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웃음)”
-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글 남인숙 | 자음과모음
남인숙은 2004년 출간한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를 통해 80만 여성 독자의 열화와 같은 반응을 얻어냈다. 남인숙이 이번에는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어디서나 여자들과 맞부딪치는 또 다른 인간들의 존재, 여자들의 영원한 숙적이자 영원한 파트너, ‘남자’에 대한 심리분석 에세이를 내놓았다. 저자가 오랫동안 여러 나이대의 다양한 남자들에게 설문조사와 취재 인터뷰를 한 자료와 각종 국내외 심리학 서적과 사회과학 서적이 제공해준 이론으로 틀을 보강한 에세이를 토대로 하였고 중국 고전소설인 『금병매』를 패러디하여 쓴 짧은 소설을 각 챕터마다 집어넣어 보다..
3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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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maru
2012.03.13
여자는 남자앞에서 내숭. 그러나 결혼하면 본래 모습이 나타나는....
봉숭아물
2012.03.12
천사
2012.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