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절대 갖고 다니지 마라
풍요로운 삶은, 갖고 싶은 것이 늘 꼭 필요한 것은 아니며, 때로는 정말로 갖고 싶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에서 시작된다. 장기적인 만족감을 주는 현명한 선택에서 풍요로운 삶이 시작된다.
글ㆍ사진 레지너 브릿
201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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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는 모든 물건을 현금으로 샀다. 현금이 없으면 그 물건을 원치 않았다. 아버지는 계절에 따라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여름에는 건물에 매달린 채 유리 청소를 하고 지붕을 고쳤다. 겨울에는 난방 배관을 만들고 보일러를 수리했다.

나는 아버지가 얼마나 버는지 몰랐다. 많이 벌건 적게 벌건 아버지는 그 돈을 열한 명의 자식들에게 썼다. 물론 용돈을 많이 주지는 않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뭐든 사주었다.

아버지는 ‘우린 그걸 살 능력이 안 돼’라고 말한 적이 없다. 나는 아버지가 ‘우린 그걸 살 돈이 없어’라고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아버지는 우리가 갖고 싶어 하는 것을 보고는 ‘저건 너한테 필요한 물건이 아니란다’라고 말씀하곤 했다. 아버지의 말은 옳았다. 그건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았다. 그냥 갖고 싶었을 뿐이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욕심을 다스리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아버지를 본받아 현금만 사용하던 내가 처음으로 신용카드를 갖게 된 건 호텔을 예약할 일이 생겼을 때였다. 신용카드는 나를 당황하게 했다.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매하는 것에 대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번은 신용카드로 물건을 샀다가 낭패를 보았다. 무심코 결제일을 넘기는 바람에 연체료 25달러를 문 것이다. 당장 현금이 나가지 않아서 마음을 놓고 있었던 탓이다. 현금으로 샀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할부 이자도 문제였다. 파격 세일이라고 해서 구입한 코트가 실제로는 세일이 아니었다. 구매 후 6개월 동안 다달이 14퍼센트의 이자를 냈으니 말이다.

나는 신용카드의 맹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모든 물건을 현금으로 사려 했다면 쉽사리 구매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30달러짜리 식사를 할 때 10달러 지폐 세 장을 꺼내는 것보다는 카드 한 장을 내미는 게 훨씬 쉽다. 그리고 신용카드를 쓰면 애피타이저와 디저트도 별 생각 없이 주문하게 된다.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갖고 싶은 60달러짜리 청바지를 사려고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면, 당장 아까운 생각이 들고 이따금 도로 내려놓기도 한다. 하지만 신용카드로 구입하면 아무 느낌도 없다. 청구서가 날아오면 그제야 돈 아까운 생각이 든다. 물론 그때는 이미 늦었다.

흔히 우리는 1~2달러를 푼돈으로 여기고 쉽게 써버린다. 하지만 그 푼돈을 1년만 모으면 수백 달러 또는 수천 달러가 된다. 대개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한다. ‘좀 더 벌기만 하면 될 텐데.’ ‘봉급만 오르면 될 텐데.’ ‘부자와 결혼만 하면 될 텐데.’ 내가 필 박사와 수지 오먼의 쇼를 보면서 깨달은 것은, 돈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돈에 대한 사고방식, 돈을 다루는 방식이 문제다. 그건 누구나 변화시킬 수 있다.


《부자 되기 워크북The Finish Rich Workbook》의 저자 데이비드 바크가 주장한 ‘라떼 팩터(latte factor)’는 잘 알려진 말이다. 3달러 50센트짜리 라떼 한 잔을 날마다 마시면 일주일에 24달러 50센트가 나간다. 그 돈을 연리 10퍼센트로 투자하면 30년 뒤에 242,916달러가 모인다. 나는 라떼를 마신 적이 없지만, 이 개념은 모든 것에 적용될 수 있다.

거스름돈으로 받는 50센트를 날마다 저축하면 한 달에 15달러가 모인다. 일주일 동안 마시는 소다수를 1리터만 줄여도 한 달에 6달러가 모인다. 집에서 싼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면 한 달에 60달러가 절약된다. 한 달에 외식을 두 번만 줄여도 30달러가 절약된다. 수표를 한 번만 덜 발행하면 20달러. 신용카드 결제일을 넘기지 않으면 연체료 25달러 절약. 이것들을 전부 합치면 1년에 1,872달러다.

나는 내가 자동판매기, 편의점, 레스토랑, 커피숍, 식료품 가게에서 구입하는 군것질거리에 얼마나 많은 돈을 쓰는지 적어보았다. 감자칩, 음료, 사탕, 쿠키 등등. 전부 계산하기 전까지는 대수롭지 않아 보였다. 일주일에 30달러. 믿을 수가 없었다. 무심코 즐기는 군것질에 이렇게 큰돈을 낭비하다니.

그 책에서 알려준 대로 지갑에 이런 글귀가 적힌 스티커를 붙였다. ‘현금으로 내라. 48시간 기다렸다 사라.’ 요즘 나는 당장 급하지 않은 100달러짜리 물건을 사야 할 때, 그게 정말로 필요한지 아니면 그냥 사고 싶은 건지 이틀 동안 고민한다.

나는 이제 신용카드를 갖고 다니지 않는다. 절대로. 신용카드는 충동구매를 부추긴다. 비싼 물건을 사야 할 일이 생기면 무조건 현금으로 사거나 개인 수표를 발행한다. 그렇게 하면 빚의 중압감에 시달릴 필요가 없다. 정신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이미 돈을 다 지불했으니까.

복권에 당첨되어야만 빚에서 탈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푼 두 푼 알뜰히 모아서 빚을 청산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빚에서 벗어나는 것은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작은 걸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저축과 풍요는 욕심과 필요를 구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예전에 한 여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녀는 25센트짜리 동전이 생길 때마다 꼬박꼬박 모아 저축한 1만 달러로 아들의 대학 등록금을 냈다. 또 다른 여자는 크리스마스나 생일에 받은 돈을 비롯한 모든 수입의 10퍼센트를 저축했다. 연봉이 고작 5,800달러였던 그녀는 그렇게 모은 돈으로 400달러짜리 침구 세트를 장만했다.

골초였던 한 여자는 금연을 결심했다. 그렇게 9년 동안 금연한 그녀는 매달 100달러씩 모은 돈으로 에어컨과 새 보일러, 카펫을 구입했다. 계속 담배를 피웠다면 죄다 연기가 되어 날아갔을 돈이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매주 10달러씩 모았다는 사람도 있고, 슈퍼마켓 쿠폰을 활용해 돈을 절약했다는 사람도 있다.

어떤 여자는 커다란 유리병에 ‘바닷가 여행’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여 거실에 놓아두었다.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이나 사탕을 사 먹게 돈을 달라고 하면 사탕과 여행 중에서 고르라고 했다. 휴가철이 되었을 때 그녀의 가족은 여행 경비의 절반을 모았다. 그녀의 아이들은 올바른 선택을 하는 교훈을 얻었다. 그 아이들은 나와 내 남편보다 나았다. 우리는 침실에 놓아둔 커다란 물병에 잔돈을 넣었다. 그 병이 꽉 차는 데 6년이나 걸렸지만, 결국 우리에겐 1,300달러의 여윳돈이 생겼다.


복권에 당첨되거나, 부자와 결혼하거나, 봉급이 올라야만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풍요로운 삶은, 의식의 변화에서 시작되고 거기서 퍼져나간다. 풍요로운 삶은, 갖고 싶은 것이 늘 꼭 필요한 것은 아니며, 때로는 정말로 갖고 싶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에서 시작된다. 장기적인 만족감을 주는 현명한 선택에서 풍요로운 삶이 시작된다.







#삶은 #레지너 #브릿 #신용카드 #풍요 #욕심
18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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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e23

2013.02.03

신용카드 짤라버려야겠네요ㅠㅠㅠㅠ 반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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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고양이

2012.01.21

가계부를 열심히 쓰던 때가 있었는데, 택시비로 엄청난 돈이 나가더군요.
내 돈을 아스팔트에 질질 흘리고 다니는 같은 느낌에 절제하기 시작했더니 택시값보다 더 많은 돈이 절약됐어요. 택시값 찾겠다고 심야 시간에 사용한 ATM 수수료값, 편의점에서 껌 하나 사고 아이스크림 사고 했던 돈까지 절약되더군요. 하하. 그때의 깨달음과 섞인 묘한 감정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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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집

2012.01.13

신용카드로 인한 잘못을 느끼게 하는 군요. 이 글은 신용카드에 대한 것보다는 부자의 기준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와 닿네요. 필요와 욕심을 구분하는 것. 티끌모아 태산. 마음의 변화 등... 풍요로운 삶을 위해 생각을 바꾸어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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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너 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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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너 브릿

오하이오의 대표적 신문사 〈플레인 딜러The Plain Dealer〉의 인기 칼럼니스트. 1956년 인구 12,000명의 소도시인 오하이오 주 라베나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랐다. 켄트 주립대학(Kent State University)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고, 존 캐럴대학(John Carroll University)에서 종교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총 2000편이 넘는 칼럼을 게재했다. 그러던 그녀가 위기에 부닥친 건 지난 1998년 유방암을 선고받으면서부터였다. 브릿은 몸과 마음을 갉아먹는 고통스런 화학요법과 지난한 회복의 이야기를 신문에 연재해 큰 호평을 받았고, 이 칼럼으로 1999년 내셔널 헤드라이너상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 '힉스 클리닉'의 불법적인 아동 거래 사건을 다룬 칼럼으로 또다시 내셔널 헤드라이너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2003년에는 '오하이오 최고의 칼럼니스트'로 뽑혔으며, 2009년에는 미국법조협회가 수여하는 은망치상을 받는 한편, 오하이오 도서관 회의가 뽑는 '올해의 시민'으로 뽑히기도 했다. 2008년과 2009년, 2년 연속으로 퓰리처상 논평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크고 작은 수많은 상을 받았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10월에는 클리블랜드의 저널리즘 명예의 전당에 올랐으며, 미국 칼럼니스트 협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 밖에도 브릿은 라디오 프로그램 〈생각의 소리The Sound of Ideas〉에 출연해 청취자들의 고민과 아픔을 함께하며 인생 멘토로 활약했다. 그녀의 명칼럼 50개를 엄선해 묶은 이 책은 영국, 중국, 일본을 비롯해 전 세계 18개국에서 출간되어 전 세계 독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