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죽인 사람이 반인륜적 범죄자? - 『살인자ㅇ난감』 희대의 살인마인가 정의의 사도인가
글: 채널예스
2011.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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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ㅇ난감 세트: 살인자 오난감
꼬마비.노마비 글,그림 | 애니북스
내 눈에는 사라져야 할 놈들이 보인다!!
평범한 대학생인 주인공 이탕은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 중 어떤 진상 손님과 시비가 붙어 무의식중에 망치를 휘둘렀다가 그를 죽이고 만다. 살인의 죄책감과 공포에 시달리던 이탕은 어느 날 자기가 죽인 이가 ‘죽어 마땅한 짓’을 저질러온 연쇄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에게 그런 악성 종자를 판별해낼 수 있는 초자연적인 능력이 있음을 서서히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처단해나가는 슈퍼 히어로, 아니 다크 히어로 같은 존재가 되어가는데…
처음에 이 책을 봤을 때는 제목이 오타일까 하는 호기심과 제목에서 풍기는 묘한 분위기에 끌렸다. 책을 읽어내려가면서는 4컷만화라는 특이함에 한번 놀라고, 4컷만으로도 이야기가 질주해나가는 속도감이 있어 또 한번 놀라게 되었다. 이렇게 귀여운 그림으로 이 정도 속도감과 스릴을 준 한국만화가 있었던가.

살인자 o난감은 평범한 소시민,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보이는 편의점 알바생 “이탕”이 우연히 살인을 저지르면서 시작한다. 선하지도 지극히 잘나지도 않은 주인공. 그가 특별해지는 건, 그가 우연히 죽인 사람들이 모두 죽어 마땅한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르고도 법의 테두리망을 벗어난 이들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부터이다. 이탕이 사회가 벌하지 못한 이들을 단죄하는 것을 보면서 9시 뉴스를 보며 갑갑하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것을 느낀 건 독자만이 아니었으리라. 책 속에서는 그의 재능을 알아본 히어로메이커가 마치 약자들의 고해성사라도 듣는 듯 그를 인도하며 진정한 사회악들을 하나씩 처단해나간다.

그리고 이렇게 영웅스토리로 끝나가는 거라 예상하는 순간 반전이 찾아온다. 증거조차 남기지 않는 이탕을 감이 좋은 형사 “난감”이 추적해오고, 히어로메이커가 히어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가 실패해 그냥 살인귀가 되고만 "송촌"이 이탕을 옥죄어온다. 독자들도 이탕과 함께 쫓고 쫓기며 형사에게 잡힐지 살인마에게 잡힐지 알 수 없는 결말을 향해 페이지를 순식간에 넘기게 된다. 이제 이탕이 살인마인지 정의의 사도인지 독자들도 히어로메이커도 형사도 실패한 살인귀도 모두 혼란스러워지는 가운데 등장인물들의 비밀들이 한꺼풀씩 벗겨지며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은 수작이다.

p.s. 이미 영화화가 결정되었다는 소식에 소시민 쳀탕역에 "박해일"을, 송촌 역에 "김윤식"을 가상캐스팅해보며 실제 영화와 비교해보는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꼬마비 노마비
2003년부터 필명 ‘꼬마비’로 활동하다가 『살인자ㅇ난감』을 통해 ‘노마비’라는 필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살인자ㅇ난감』은 그의 만화가 커리어에 있어 터닝포인트가 될 작품으로 마찬가지로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이끼』의 제작사가 영화제작에 뛰어들어 화제가 되었다. 첫 장편인 본작으로 단숨에 한국 만화계의 블루칩으로 평가받기 시작했으며, 『살인자ㅇ난감』은 그가 구상 중인 ‘죽음 3부작’의 첫 번째 이야기이며 2부 격인 「S-LINE」은 2011년 가을에 첫 공개될 예정이다. 2003년에 〈꼬마비 그림일기〉, 2005년에 〈얼룩이고 도둑이고 다 큰 고양이〉〈나는 물고기〉〈내가 아는 어떤 고래의 성장기〉〈동네 친구, 두 아이의 연애록〉〈TAXI〉〈AIDS Story〉〈The Crown〉, 2006년엔 〈Pig vs Young man〉〈뮤즈의 노래〉〈10분 토론〉, 2007년 〈빨강머리〉〈가로수 그늘 아래에 서면〉〈소년은 어떻게 위대한 광대가 될 수 있었나〉, 2008년에 〈손 흔드는 아이〉〈어느 코미디언의 이야기, 2009년 〈개구리 왕자〉, 2010 〈살인자ㅇ난감, 2011년 〈작까전멸〉 등을 연재했다.


김수연 (잡지/만화/전집 담당)

운동에는 도무지 재능도 취미도 없었던 어린 시절. 언제나 햇살이 따스하게 들어오는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 책을 읽으며 방학을 보내던 아이였다. 나이가 들면서 내 독서공간 목록에 도서관, 까페, 지하철이 추가되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독서에는 침대가 최적의 장소라 믿기에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독서 포즈 100만개를 취하며, 서점에서 일하는 즐거움을 만끽 중이다.







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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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rtex42

2012.03.14

무척이나 애정하는 작가입니다.
새로 연재하는 s라인도 놀랍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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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1.12.16

죽음 삼부작 한국 만화의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죠. 다음 작품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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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jmcp25

2011.10.29

살인자 난감은 주인공 이탕이 뜻하지 않게 살인을 저질렀는데 죽은 사람이 마땅히 죽어야 할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혼란에 빠지게 되는것 같아요. 그때부터 이탕은 살인을 계속하게 되는데 이탕이 죽인 사람들이 죽어야 할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이탕에게 그럴 권리가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마땅한 재판 없이 이탕이 살인을 계속하게 된다면 그것은 죽은 사람들에게 권리조차 박탈하는 행동인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탕의 행동을 보면 결코 죄를 짓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사회의 선한 사람들을 대신해서 이탕이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자는 독자들에게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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