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 에미넴이 듀오로 돌아오다!
‘악동’ 에미넴이 디트로이트 동향의 실력파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Royce da 5'9")과 1997년에 결성한 힙합 듀오 배드 미츠 이블이 14년 만에 데뷔 앨범을 발표했네요.
201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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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 에미넴이 디트로이트 동향의 실력파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Royce da 5'9")과 1997년에 결성한 힙합 듀오 배드 미츠 이블이 14년 만에 데뷔 앨범을 발표했네요. 솔로 시절과는 다른 에미넴의 래핑을 맛보실 수 있을 겁니다. 또 요즘 국내 인디신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일렉트로 록 밴드 칵스도 정규 앨범을 내놓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건축자이자 뮤지션이 양진석의 신보도 소개합니다.
배드 미츠 이블(Bad Meets Evil) < Hell: The Sequel >(2011)
에미넴(Eminem)이 다시 한 번 작당했다. 손을 잡은 이는 디트로이트 동향의 실력파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Royce da 5'9")이다. 그가 원석에 머물러있던 시절부터 같이 칼을 갈아온 사이이다. 엄청난 부와 명예를 지니게 된 아티스트가 안주를 선택하며 퇴락의 길을 걸어갔다면,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초심을 잃지 않는 이번 선택은 또 하나의 영리한 승부수다.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은 인지도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움켜잡았다. 홀로 솔로 앨범도 발표해보고, 동료 래퍼들과 슬로터하우스(Slaughterhouse)라는 이름의 팀을 꾸려도 봤지만 흥행의 길은 요원했다. 「Lighters」에서도 언급했지만 중량감이 부족한 래퍼에게는 유명 아티스트에게 보내는 피쳐링 러브콜 무리였다. 이런 그에게 회심의 합작품은 빌보드 앨범 차트를 점령하며 원하던 성과를 완벽하게 쟁취해냈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전략적 동반자는 기존의 듀오만큼 끈끈한 팀워크를 축조했다. 최근 들어 암울한 내면으로 침잠하는 모습을 보이던 에미넴은 암울한 공기 속에서 재빠른 호흡으로 내달렸다. 그가 날카로운 창끝으로 드라이브를 건다면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은 중저음의 어조로 성향을 중화시킨다. 그렇다고 목소리의 기합까지 무딘 것은 아니다. 자신의 존재감이 묻힐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리듬감과 민첩한 변주로 포커스를 마냥 내주지는 않는다.
앨범명이나 전체적인 사운드를 보더라도 어두운 그늘이 강하게 드리워져있다. 역시 디트로이트 출신으로 직간접적인 우호를 맺어온 프로듀서 미스터 포터(Mr. Porter)가 인상적인 멜로디 하나를 구심점으로 하되, 둔중한 비트로 두 래퍼의 준비태세를 항상 유지시켜놓는다. 자칫 전자음이 결여된 탓에 건조한 느낌을 줄 수는 있지만, 브루노 마스(Bruno Mars)나, 여성 싱어 클라렛 제이(Claret Jai)의 보컬이 충분한 음감을 보충시켜주기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게 된다.
워낙 침울하면서도 까탈진 노선으로 진행하다 보니 7번 트랙인 「Lighters는 유리된 느낌을 준다. 브루노 마스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맞춰 이 노래가 흐를 때에는 온 관중이 불붙인 라이터를 치켜들어야만 할 것 같다. 후속 싱글커트를 위한 곡, 적어도 행사용 트랙이라는 심증을 불러일으키지만 이번 앨범에서 가장 진솔한 가사가 담겨 있기에 쉬이 간과할 수는 없다. 왕좌의 자리를 놓치기 위해 발버둥 쳐야하는 일인자의 자신감으로 위장한 고뇌, 이번 앨범을 발판으로 삼아 거물이 되고자 하는 블루칩의 패기가 한 트랙에서 교차한다.
흥행만을 앞세워 급조된 탓에 오점으로 남은 앨범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지만, 이번 앨범은 튼튼한 짜임새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에미넴의 팬이라면 속도와 정확성을 겸비한 랩의 종결에 다시 감탄할 것이고,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에게 초점을 맞춘다면 파트너십과 경쟁의식 사이를 오가는 줄타기가 흥미로울 것이다. 이런 요소들만 해도 이슈성 앨범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즉 < Hell: The Sequel >은 에미넴의 스튜디오 앨범 중간에서 쉬어가는 징검다리가 아닌 것이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칵스(The Koxx) < Access Ok >(2011)
수탉(Koxx)들은 홍대의 밤거리를 닮았다. 술과 조명에 취해 비틀거리면서도 쿨하고 스타일리쉬함을 좇는 힙스터의 욕망을 대변한다. 칵스의 음악에 붙여지는 키워드는 '외국곡 같다', '새롭다' 로 함축할 수 있다. 이런 속성은 치명적인 매력이자 함정이 되어, 활동초반부터 ‘Two Door Cinema Club', 'The Futureheads', 'Foals' 의 각주를 떼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같다' 때문이다.
인디씬안에서 나누어 보자면 '검정치마', '포니'와 함께 해외 트렌드에 발을 맞춘 밴드이다. 이것은 '일렉트로 록'이라는 장르적 본적은 같이 두고 있지만 '고고스타'와 '텔레파시'와는 다른 형태와 질감을 나타낸다. 그들의 음악은 지역색을 최대한 희석화시켰다.
순식간에 인디계의 메인스트림으로 부상한 젊은 밴드는 논란에 흔들리지 않았다. 억지로 코리아 타입으로 변형을 가하거나 수정되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액티브한 장점을 부각시켰다. 가사부터가 이미 전면전(全面戰)을 선포하며 80% 이상 영어로 쓰여졌다. 이는 해피로봇레코드에서 밝힌 해외진출의 원대한 포부기도 하지만 '본토 효과'를 위한 '낯설게 하기'의 방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광고에 외국인이 출연하거나 티셔츠 한장에도 영어가 적혀있어야 비로소 '있어보인다'고 생각하는 대중의 취향을 영민하게 충족시킨다.
1년 전에 발매되었던 EP< Enter >가 몽구스, 닥터코어911, 메이트의 앨범을 완성시킨 김성수가 프로듀싱한 것에 반해 정규앨범은 셀프 프로듀싱을 이뤄냈다. 프로듀싱에 대한 전문적 기반이 약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운드는 더 명료하게 들리고 깔끔하게 다듬어졌다. 신시사이저의 전자음악과 밴드 사운드간의 충돌, 싸움, 화해 등의 완급조절은 여전히 발군이다. 점진적으로 몰아가며 끝내 터지고 마는 그루브는 댄스촉매제가 되어 신경과 근육을 흥분시킨다. 무겁지 않고 섬세하게 파고드는 평균 170BPM의 비트도 순식간에 달려들어 도발적으로 들이댄다.
특히 취한 듯 비틀거리는 불안정한 기타리프는 뻔한 전개를 넘어서 일탈의 짜릿함을 던진다. 이는 기타를 독학으로 배웠다는 기타리스트의 이수륜과 전직 기타리스트였던 드러머 신사론, 재즈 기타를 쳤다는 신디사이저 Shaun 등의 교차적이고 해방적인 악기가용 능력에 기인했다. 개성 넘치는 멤버들의 강렬한 자기 주장은 복잡하게 성켜 몽롱한 극치까지 치솟는다. 그저 몸을 흔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카타르시스'라는 끝판이 있는 스테이지로 이끄는 것이다.
'11곡 모두 타이틀'이라고 하는 밴드의 멘트를 그저 웃음으로 넘기기는 찜찜하다. 달팽이관을 타고 확실하게 박히며 일찌감치 타이틀을 따낸 「12:00」, 「Jump to the light」을 필두로 선동당하기 일쑤인 「XXOK」의 떼창과 의도적으로 오리엔탈 뉘앙스를 삽입한 「Oriental girl」 등 매끄럽게 맞아 떨어진다. 모국어 같지 않은 모국어로 이국적인 색체를 띄는 '술래잡기'에 골몰하다가 몽환적인 포스트록으로 마무리짓는 「The words」도 신선하다.
아직도 그들을 장르 수입상이라고 할지, 아니면 선구자라고 할지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이는 서태지와 아이들적부터 내려오던 오랜 숙제기도 하다.) 다만 확신하는 것은 홍대에서 가장 '핫'한 단면을 가장 유능하고 센스있게 가지고 놀 줄 아는 밴드라는 것이다. 흥분과 광란의 밤을 넘어 맞이하는 새로운 내일, 그 새벽을 알리는 주인공은 당분간 '칵스'가 될 것 같다.
글 / 김반야(10_ban@naver.com)
양진석 < 장소찾기 프로젝트 >(2011)
'장소'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오랜만에 발품을 팔아 추억이 담긴 곳을 찾아 갔을 때의 아련함, 늘 지나다니는 생활의 터전에서 문득 돌아보게 되는 한숨 섞인 자신의 모습 등 여러 곳을 무대로 삼아 만들어지는 이야기는 많은 감정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안타깝게도 바쁘게 고층 빌딩 사이를 지나다니는 현대인들에게는 잊고 살아가는 삶의 자취이기도 하다.
양진석은 새 앨범을 통해 손에서 잠시 놓고 있었던 감성과 추억을 전달해주는 스토리텔러 역할을 자처했다. 대표적인 명소들을 골라 그 안에 담긴 사연들을 그 입장에 있는 인물로 분해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듯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음악이라는 형식을 빌려 공간을 통해 공감을 형성하려는 그의 디자이너 적 마인드가 어렵지 않게 와 닿는다.
수록곡에 담긴 열두 곳의 내용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법한 것들이기에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악기와 멜로디를 통해 마치 영화의 스틸컷이 펼쳐지듯 이미지화 되는 가사는 그 곳의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들인 공을 짐작하게끔 한다. 또한 취지에 맞게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흐름과 수수한 꾸밈새를 취했다. 어느 하나 넘치는 곳 없어 조금은 밋밋할 수도 있지만, 다 듣고 나면 온기가 오롯이 온몸을 감쌀 수 있도록 알차게 작품 곳곳을 채워놓았다.
많은 뮤지션들 역시 심상의 구체적인 재현을 위해 내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가족여행을 통해 서로의 소중함을 재확인하는 내용의 「올레길」은 김광민의 피아노 선율이 단촐한 나일론 기타와 어우러지며 애틋함을 더하고, 호란이 참여해 서로 대화를 하듯 잊지 못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모던 록 트랙「정동길」은 누구나 한번쯤 있었던 아픔을 옅은 미소에 담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산 정상에서 외치듯 먼저 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부르짖는「북한산」도 메아리로 환원되어 잊고 있었던 감수성을 깨우는 중요한 역할을 점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성대높이뛰기와는 동떨어져있다는 것이 반갑고, 그와 동시에 확연한 주제를 가지고 있는 콘셉트 앨범이라는 것이 그 반가움을 배로 만든다. 책을 읽는 듯한, 혹은 영화를 보는 듯한 '느긋한 재미'를 제공한다는 미덕이 개별 트랙에 치중하는 지금 세대에서는 희귀한 현상이 되어가는 와중이라 더욱 그런 듯 하다. 우리나라의 곳곳을 간접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작가주의로 인해 표출되는 크나큰 힘이다. 이처럼 하나도 잘하기 힘든 요즘 건축가와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을 모두 성공적으로 투영해냈다. 상상을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탁월하게 현실화시키는 그에게 새삼 질투가 느껴진다.
글 /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제공: IZM
(www.izm.co.kr/)
배드 미츠 이블(Bad Meets Evil) < Hell: The Sequel >(2011)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은 인지도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움켜잡았다. 홀로 솔로 앨범도 발표해보고, 동료 래퍼들과 슬로터하우스(Slaughterhouse)라는 이름의 팀을 꾸려도 봤지만 흥행의 길은 요원했다. 「Lighters」에서도 언급했지만 중량감이 부족한 래퍼에게는 유명 아티스트에게 보내는 피쳐링 러브콜 무리였다. 이런 그에게 회심의 합작품은 빌보드 앨범 차트를 점령하며 원하던 성과를 완벽하게 쟁취해냈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전략적 동반자는 기존의 듀오만큼 끈끈한 팀워크를 축조했다. 최근 들어 암울한 내면으로 침잠하는 모습을 보이던 에미넴은 암울한 공기 속에서 재빠른 호흡으로 내달렸다. 그가 날카로운 창끝으로 드라이브를 건다면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은 중저음의 어조로 성향을 중화시킨다. 그렇다고 목소리의 기합까지 무딘 것은 아니다. 자신의 존재감이 묻힐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리듬감과 민첩한 변주로 포커스를 마냥 내주지는 않는다.
앨범명이나 전체적인 사운드를 보더라도 어두운 그늘이 강하게 드리워져있다. 역시 디트로이트 출신으로 직간접적인 우호를 맺어온 프로듀서 미스터 포터(Mr. Porter)가 인상적인 멜로디 하나를 구심점으로 하되, 둔중한 비트로 두 래퍼의 준비태세를 항상 유지시켜놓는다. 자칫 전자음이 결여된 탓에 건조한 느낌을 줄 수는 있지만, 브루노 마스(Bruno Mars)나, 여성 싱어 클라렛 제이(Claret Jai)의 보컬이 충분한 음감을 보충시켜주기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게 된다.
워낙 침울하면서도 까탈진 노선으로 진행하다 보니 7번 트랙인 「Lighters는 유리된 느낌을 준다. 브루노 마스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맞춰 이 노래가 흐를 때에는 온 관중이 불붙인 라이터를 치켜들어야만 할 것 같다. 후속 싱글커트를 위한 곡, 적어도 행사용 트랙이라는 심증을 불러일으키지만 이번 앨범에서 가장 진솔한 가사가 담겨 있기에 쉬이 간과할 수는 없다. 왕좌의 자리를 놓치기 위해 발버둥 쳐야하는 일인자의 자신감으로 위장한 고뇌, 이번 앨범을 발판으로 삼아 거물이 되고자 하는 블루칩의 패기가 한 트랙에서 교차한다.
흥행만을 앞세워 급조된 탓에 오점으로 남은 앨범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지만, 이번 앨범은 튼튼한 짜임새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에미넴의 팬이라면 속도와 정확성을 겸비한 랩의 종결에 다시 감탄할 것이고,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에게 초점을 맞춘다면 파트너십과 경쟁의식 사이를 오가는 줄타기가 흥미로울 것이다. 이런 요소들만 해도 이슈성 앨범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즉 < Hell: The Sequel >은 에미넴의 스튜디오 앨범 중간에서 쉬어가는 징검다리가 아닌 것이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칵스(The Koxx) < Access Ok >(2011)
수탉(Koxx)들은 홍대의 밤거리를 닮았다. 술과 조명에 취해 비틀거리면서도 쿨하고 스타일리쉬함을 좇는 힙스터의 욕망을 대변한다. 칵스의 음악에 붙여지는 키워드는 '외국곡 같다', '새롭다' 로 함축할 수 있다. 이런 속성은 치명적인 매력이자 함정이 되어, 활동초반부터 ‘Two Door Cinema Club', 'The Futureheads', 'Foals' 의 각주를 떼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같다' 때문이다.
인디씬안에서 나누어 보자면 '검정치마', '포니'와 함께 해외 트렌드에 발을 맞춘 밴드이다. 이것은 '일렉트로 록'이라는 장르적 본적은 같이 두고 있지만 '고고스타'와 '텔레파시'와는 다른 형태와 질감을 나타낸다. 그들의 음악은 지역색을 최대한 희석화시켰다.
순식간에 인디계의 메인스트림으로 부상한 젊은 밴드는 논란에 흔들리지 않았다. 억지로 코리아 타입으로 변형을 가하거나 수정되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액티브한 장점을 부각시켰다. 가사부터가 이미 전면전(全面戰)을 선포하며 80% 이상 영어로 쓰여졌다. 이는 해피로봇레코드에서 밝힌 해외진출의 원대한 포부기도 하지만 '본토 효과'를 위한 '낯설게 하기'의 방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광고에 외국인이 출연하거나 티셔츠 한장에도 영어가 적혀있어야 비로소 '있어보인다'고 생각하는 대중의 취향을 영민하게 충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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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에 발매되었던 EP< Enter >가 몽구스, 닥터코어911, 메이트의 앨범을 완성시킨 김성수가 프로듀싱한 것에 반해 정규앨범은 셀프 프로듀싱을 이뤄냈다. 프로듀싱에 대한 전문적 기반이 약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운드는 더 명료하게 들리고 깔끔하게 다듬어졌다. 신시사이저의 전자음악과 밴드 사운드간의 충돌, 싸움, 화해 등의 완급조절은 여전히 발군이다. 점진적으로 몰아가며 끝내 터지고 마는 그루브는 댄스촉매제가 되어 신경과 근육을 흥분시킨다. 무겁지 않고 섬세하게 파고드는 평균 170BPM의 비트도 순식간에 달려들어 도발적으로 들이댄다.
특히 취한 듯 비틀거리는 불안정한 기타리프는 뻔한 전개를 넘어서 일탈의 짜릿함을 던진다. 이는 기타를 독학으로 배웠다는 기타리스트의 이수륜과 전직 기타리스트였던 드러머 신사론, 재즈 기타를 쳤다는 신디사이저 Shaun 등의 교차적이고 해방적인 악기가용 능력에 기인했다. 개성 넘치는 멤버들의 강렬한 자기 주장은 복잡하게 성켜 몽롱한 극치까지 치솟는다. 그저 몸을 흔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카타르시스'라는 끝판이 있는 스테이지로 이끄는 것이다.
'11곡 모두 타이틀'이라고 하는 밴드의 멘트를 그저 웃음으로 넘기기는 찜찜하다. 달팽이관을 타고 확실하게 박히며 일찌감치 타이틀을 따낸 「12:00」, 「Jump to the light」을 필두로 선동당하기 일쑤인 「XXOK」의 떼창과 의도적으로 오리엔탈 뉘앙스를 삽입한 「Oriental girl」 등 매끄럽게 맞아 떨어진다. 모국어 같지 않은 모국어로 이국적인 색체를 띄는 '술래잡기'에 골몰하다가 몽환적인 포스트록으로 마무리짓는 「The words」도 신선하다.
아직도 그들을 장르 수입상이라고 할지, 아니면 선구자라고 할지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이는 서태지와 아이들적부터 내려오던 오랜 숙제기도 하다.) 다만 확신하는 것은 홍대에서 가장 '핫'한 단면을 가장 유능하고 센스있게 가지고 놀 줄 아는 밴드라는 것이다. 흥분과 광란의 밤을 넘어 맞이하는 새로운 내일, 그 새벽을 알리는 주인공은 당분간 '칵스'가 될 것 같다.
글 / 김반야(10_ban@naver.com)
양진석 < 장소찾기 프로젝트 >(2011)
양진석은 새 앨범을 통해 손에서 잠시 놓고 있었던 감성과 추억을 전달해주는 스토리텔러 역할을 자처했다. 대표적인 명소들을 골라 그 안에 담긴 사연들을 그 입장에 있는 인물로 분해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듯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음악이라는 형식을 빌려 공간을 통해 공감을 형성하려는 그의 디자이너 적 마인드가 어렵지 않게 와 닿는다.
수록곡에 담긴 열두 곳의 내용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법한 것들이기에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악기와 멜로디를 통해 마치 영화의 스틸컷이 펼쳐지듯 이미지화 되는 가사는 그 곳의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들인 공을 짐작하게끔 한다. 또한 취지에 맞게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흐름과 수수한 꾸밈새를 취했다. 어느 하나 넘치는 곳 없어 조금은 밋밋할 수도 있지만, 다 듣고 나면 온기가 오롯이 온몸을 감쌀 수 있도록 알차게 작품 곳곳을 채워놓았다.
많은 뮤지션들 역시 심상의 구체적인 재현을 위해 내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가족여행을 통해 서로의 소중함을 재확인하는 내용의 「올레길」은 김광민의 피아노 선율이 단촐한 나일론 기타와 어우러지며 애틋함을 더하고, 호란이 참여해 서로 대화를 하듯 잊지 못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모던 록 트랙「정동길」은 누구나 한번쯤 있었던 아픔을 옅은 미소에 담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산 정상에서 외치듯 먼저 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부르짖는「북한산」도 메아리로 환원되어 잊고 있었던 감수성을 깨우는 중요한 역할을 점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성대높이뛰기와는 동떨어져있다는 것이 반갑고, 그와 동시에 확연한 주제를 가지고 있는 콘셉트 앨범이라는 것이 그 반가움을 배로 만든다. 책을 읽는 듯한, 혹은 영화를 보는 듯한 '느긋한 재미'를 제공한다는 미덕이 개별 트랙에 치중하는 지금 세대에서는 희귀한 현상이 되어가는 와중이라 더욱 그런 듯 하다. 우리나라의 곳곳을 간접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작가주의로 인해 표출되는 크나큰 힘이다. 이처럼 하나도 잘하기 힘든 요즘 건축가와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을 모두 성공적으로 투영해냈다. 상상을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탁월하게 현실화시키는 그에게 새삼 질투가 느껴진다.
글 /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제공: I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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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동훈
2011.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