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문화계 최대 아이콘은 단연 박칼린!

극장을 찾는 것과 달리, 공연을 보는 것은 여전히 분기 이벤트. 심혈을 기울여 지갑을 여는 관객들은 ‘입증된 무대’를 선호했다.

극장을 찾는 것과 달리, 공연을 보는 것은 여전히 분기 이벤트. 심혈을 기울여 지갑을 여는 관객들은 ‘입증된 무대’를 선호했다. 콘서트 쪽은 공연쟁이 쌍두마차 김장훈과 싸이의 <완타치>를 필두로, 이문세, 이승철, 이승환, 신승훈, 윤종신, 이적, 성시경, 브라운아이드소울 등 가창력과 입담, 무대매너까지 확실한 가수들의 공연이 연중 성황을 이뤘다.

뮤지컬계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 몇 년간 양적으로 팽창했던 국내 창작뮤지컬이 조정을 받는 사이,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아이다> 등 대대로 소문난 대형 라이선스 작품에는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또 <쓰릴 미>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등 이미 입증된 창작뮤지컬은 성장세를 이어갔고, <빌리 엘리어트> <모차르트> <몬테크리스토> 등은 국내 초연임에도 탄탄한 제작환경을 토대로 흥행에 성공했다.

연극계는 대형 연극 시리즈와 스테디셀러가 주도했다. 올해로 3회를 맞는 ‘연극열전’은 <늘근도둑 이야기> <오빠가 돌아왔다> <웃음의 대학> 등을 내세워 2010년에도 선전했고, 새롭게 선보인 ‘무대가 좋다’ 시리즈는 문근영, 강혜정, 김정화 등 스타 배우들을 내세워 <클로져> <풀포러브> <프루프> 등을 무대에 올렸다. 여기에 <뉴 보잉보잉> <라이어 1탄> 등 연극계 스테디셀러와 <엄마를 부탁해> <친정엄마와 2박3일> <애자> 등 ‘엄마’를 소재로 다룬 작품들이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2010년에는 굵직굵직한 뮤지션들의 내한공연도 잇따랐다. 뮤즈,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욘시 등 모던 록 스타일의 유럽 아티스트들이 국내 무대를 찾았는가 하면, 밥 딜런, 스티비 원더, 제프 백, 게리무어, 딥 퍼플 등 한창 때는 지났지만 현존만으로 빛을 발하는 전설적인 뮤지션들이 대거 내한했다. 또 키스 자렛, 팻 메시니, 첫 맨지오니 등 유명 재즈 아티스트는 물론, 필라델피아, 이스라엘필, 베를린필, 런던필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도 줄을 이었다.

새해 내한하는 유명 뮤지션들을 확인하는 것은 이맘 때 큰 기쁨. 2011년 1월에는 스팅, 류이치 사카모토, 메리 제이 블라이즈 등이 내한할 예정이고, 2월에는 4년 만에 국내 무대를 다시 찾는 에릭 클랩튼, 3월에는 산타나가 화려한 무대를 예고하고 있다.

2010년 페스티벌의 인기는 대단했다. 과거 엄청난 라인업에 자연에서의 캠핑을 즐기는 이색 체험에 빠져 일본으로 유럽으로 나가던 페스티벌 마니아들은 해가 갈수록 국내에서 그 묘미를 만끽하고 있다. 록페스티벌의 절대 강자 지산밸리 록페스티벌과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서울 도심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으면서, 올해는 더욱 다양한 장르와 테마의 페스티벌이 쏟아져 나왔다.

페스티벌의 성공 포인트는 확실한 기획력과 짱짱한 라인업. 관객이 주인이 돼 입맛에 따라 무대를 고르고, 그 무대를 배경으로 자유롭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의 인기는 2011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몇 년 전부터 티켓 파워를 앞세운 TV 스타들의 무대진출이 본격화된 가운데, 2010년에는 특히 아이돌 출신 스타들의 뮤지컬 무대 입성이 눈에 띄었다. <모차르트>에 김준수, <궁>에는 유노윤호, <형제는 용감했다>에 온유, <태양의 노래>에는 태연 등이 출연했고, 덕분에 티켓을 구매하는 10대 비율도 늘어나는 추세다. 물론 전체 예매자의 절대 다수는 20~30대. 공연장을 찾는 관객층이 더욱 어려진다고 봐야겠다.

한편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의 무대 진출과 함께, 엄기준, 신성록, 장영남 등 무대에서 출발한 배우들의 매체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이들이 무대로 불러들이는 관객들도 상당수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한류의 영향으로 정통 관광 상품인 <난타>나 <점프> 외에도, <잭더리퍼> <루나틱> 등에는 일본인 관광객이 연일 찾아들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 씨는 올 한 해 문화계 최대 아이콘. TV 예능 프로그램인 ‘남자의 자격’에서 합창단을 이끌며 보인 카리스마 있는 리더쉽에 전국민의 마음이 움직였고, 덕분에 그녀가 참여하는 작품은 이제 주인공 배우보다 음악감독이 더욱 주목받는다.

1990년대를 풍미했던 발레리노 이원국 씨도 TV CF와 다큐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계속 춤을 추기 위해 직접 발레단을 만들고, 매주 월요일마다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44살 발레리노. 수많은 범인들의 꺼져가는 열정에 뜨겁게 불을 지핀 그야말로 ‘베테랑’이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뮤지컬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장유정 감독이 직접 연출하고, 공유와 임수정이 주연을 맡은 <김종욱 찾기>. 뮤지컬의 재미와 감동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이지만, 영화는 멀티맨을 대신해 까메오로 출연하는 수많은 뮤지컬 배우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