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와 같은 꿈을 빌 게이츠처럼 이뤄 내기, 우리도 할 수 있다!” - 『잡스처럼 꿈꾸고 게이츠처럼 이뤄라』 이창훈
여기, 또 하나의 책이 잡스와 게이츠를 우리에게 건넨다. 『잡스처럼 꿈꾸고 게이츠처럼 이뤄라』. 다른 책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면, 동갑내기 두 사람이 이룬 경쟁·대립과 협력 관계, 공통점과 차이점 등을 통한 관계적 측면에 집중한다.
글ㆍ사진 김이준수
2010.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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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도시의 새로운 풍경, 아니 도시인 일상을 재구성하고 있는 물건이다. 아이폰으로 대변되는 스마트폰은 소소하고 다양한 즐거움을 주면서 다양한 정보 취득의 통로 구실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스마트폰이 기계 의존 성향을 강화하면서 사고하고 사유하는 힘을 저하시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 말인즉슨, 스마트폰이 대부분 사람들을 스마트하게 만드는 것 같지는 않다.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아이폰은 도시인의 일상 깊숙이 파고들면서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아이폰 열풍이며, 아이폰 대세. 오죽하면 아이폰을 갖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새로운 우스개를 낳을 정도다. 아이폰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 ‘아이리스’(i-less)란다. 또 있다. 아이폰을 갖고 있으면 ‘유저’(User), 아이폰이 없으면 ‘루저’(Loser). 재치 넘치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한 이 풍경을 주도한 장본인, 그렇다. 스티브 잡스다. 잡스의 일거수일투족, 한마디 한마디가 미디어는 물론 대중의 시선을 휘어잡는다.

잡스가 굴곡을 거쳐 지금과 같은 만신전에 오르기 전, 전임자로 빌 게이츠가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이자 전임 회장으로 전 세계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계를 휘어잡은 인물.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활용한다면, 둘러보라. MS 제품 어느 하나 반드시 있다. 어떻게든 많은 이들이 MS(제품)와 관계를 맺고 있다. 불법의 형태건, 아니건. 그리고 그는 최근 MS를 넘어 ‘창조적 자본주의’를 주창하는 자선 사업가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우리는, 미디어 등을 통해 두 사람에 대한 표피적인 정보를 파편적으로 섭취했다. 누군가에게 그들은 성공의 표상으로서, 미래를 향한 롤모델로서 존재하기에 그들을 탐구하기 위한 시도도 많았다. 그 이야기만큼이나 책도 널렸다. 어느 책을 고르건, 완벽하게 그들을 알고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알다시피, 사람은 단순하지 않기에, 단어 하나로 그들 각자를 규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잡스와 게이츠는 영욕만큼이나 더욱 복잡한 사람들일 거고.

여기, 또 하나의 책이 잡스와 게이츠를 우리에게 건넨다. 『잡스처럼 꿈꾸고 게이츠처럼 이뤄라』(이창훈 지음 | 머니플러스 펴냄). 다른 책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면, 동갑내기 두 사람이 이룬 경쟁?대립과 협력 관계, 공통점과 차이점 등을 통한 관계적 측면에 집중한다. 두 사람의 라이벌 관계가 주는 시사점과 우리 현실에서 접목하고 바꿀 수 있는 지점을 고민하기.

지난 8일 서울 충무로. 한 경제지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 이창훈을 만나, 세상을 흔든 두 아이콘과 책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게이츠에 대한 애정이 좀 더 깊다고 말한 저자였지만, 그의 메시지는 잡스의 것에 가깝지 않나, 생각했다.

잡스는 쉴 새 없이 새로운 깃발을 흔들었다. 첫 번째 깃발은 ‘컴퓨터로 세상을 바꾸자!’였다. 구체적으로 ‘책상마다 가정마다 컴퓨터가 놓이게 하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었다. ‘우주에 영향을 미칠 만큼(Make a dent in the Universe)’ ‘미치도록 위대한(Insanely Great)’ PC의 포르쉐를 만들자는 깃발이었다. 긴 개발과정에 지친 직원들에게는 여정은 곧 보상이다(The Journey is the Reward)라는 형이상학적이면서 몽롱한 이상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깃발을 흔들었다. 애플에 복귀해서는 ‘생각을 바꾸자(Think Different)’고 말했다. 간단한 구호 같지만 여기엔 의도적으로 문법을 무시함으로써 전달력을 높인 잡스다운 선동적인 연출력이 담겨 있다.(p.216)


우선 첫 책을 낸 소회가 어떤가.

“공저로 낸 증권 관련 실용 서적이 있었지만, 전체 줄거리를 구상?기획하고 집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마 많은 저자들이 책을 구상하고 집필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책을 쓸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들더라. 빈말이 아니라, 한 장 한 장 써내려 가는 과정이 힘들면서도 즐거웠다.

한편으로 단독 저술로 책을 내면 무척 자랑스러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웃음) 저자만 알고 있는 오류나 처음 기획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한 점이 눈에 띄어서 뒷골이 당긴다고나 할까. 쑥스럽고 민망하다. 공저일 때는 책임이 분산됐기 때문인지 느끼지 못했던 바다. 그럼에도, 이 말은 꼭 해야겠는데, 책을 사서 읽어 주신 독자들에게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제목이 나름 재밌다. 어디서 영감을 받았나.

“제목은 책을 쓴 다음에야 결정했다. 책 쓰는 과정에서(제목 때문에) 고심했다. 쓰다 보니 잡스의 돋보이는 부분이 ‘창조적 발상력’이라면, 게이츠도 이에 못잖은 천재성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MS’라는 경이적인 기업의 오너로서 성취라는 부분이 더 돋보여서, 그런 제목을 떠올렸다. 출판사에서는 ‘스티브 잡스처럼 행동하고 빌 게이츠처럼 생각하라’를 제시했었다. 내 생각에 잡스를 행동파, 게이츠를 발상가라고 하는 건 어폐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몇 번 줄다리기를 하다가, 지금의 제목이 됐다.

제목에 담긴,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의 라이벌 관계는 우연히 본 미국 영화 <실리콘밸리의 악동들 Pirates of Sillicon Valley>(1999)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고 새롭게 알았던 부분이 있었다. 컴퓨터 기술의 모태가 된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와 마우스, 네트워킹 컴퓨터 기술을 처음 개발한 게 IBM이나 HP 같은 유명 컴퓨터 회사가 아니라 복사기 제조 업체인 제록스였다는 사실이다.

컴퓨터의 역사를 잘 아는 분들에겐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을 위해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제록스가 개발한 기술을 잡스가 가져가서 매킨토시를 만들었고, 잡스의 의뢰로 매킨토시의 운영체제(OS)를 개발하던 게이츠가 그것에 힌트를 얻어 윈도를 만들었다. 나중에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술 도용 문제로 오랫동안 법정 투쟁을 벌였다. 알고 보면 두 사람, 오십보백보다. 영화에서도 두 사람은 파블로 피카소의 말을 인용해 ‘훌륭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외친다. 둘 모두 해적이지.(웃음) 뻔뻔한 매너 하며…… 이 재밌는 영화를 보고 두 사람이 벌여 온 경쟁과 갈등 관계를 책으로 엮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특히 영화가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 건,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과 그것으로 돈을 벌고 명성을 얻는 사람은 다르다고 하는 아이러니였다. 나도 한때 휴대전화 통화 보조 장치를 개발해 발명 특허를 내고 사업화도 시도해 보기도 했거든. 물론 성공하지 못했다.(웃음) 비즈니스는 개발이라는 행위와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쓰라린 경험이지만, 그런 개인적인 경험이 영화의 여운을 더 깊게 오래 갖게 만든 것 같다.”


갑자기 그 영화가 궁금해진다. 어떤 영화인지, 좀 더 설명해 줄 수 있나.

“영화를 본 것도 우연이었고, 앞에 한 얘기들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대부분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지 모르더라. 책으로 업데이트됐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 거고. 어쨌든 영화는 동갑내기면서 대조적인 캐릭터를 지닌 두 사람이 컴퓨터 산업에 뛰어들기까지의 과정, 서로 경쟁하면서 기업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사실에 기초해 전개한 다큐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서 개봉하진 않았고, YES24에서 DVD로 구매할 수 있을 거다.(웃음) (주. DVD 발매 타이틀은 <빌게이츠, 스티브 잡스의 실리콘 밸리 전쟁>)

책에선 언급을 못했지만, 영화 뒷얘기도 있다. 구글 등을 통해 나름 조사를 한 거다.(웃음) 영화에서는 잡스 역을 맡은 노아 와일이 게이츠 역인 앤서니 마이클 홀보다 훨씬 멋지고 호감이 가도록 나온다. 그래서인지, 잡스가 영화를 보고 매우 흡족해 했다더라. 나중에 노아 와일을 초대해 저녁을 대접했고, 애플에 복귀한 뒤 가진 1998년 맥월드 컨퍼런스에 노아에게 개막식 사회를 맡겼다.”

제목에서 언급한 ‘꿈꾸다’와 ‘이루다’는 액면보다는 어떤 함의가 있는 것 같은데…….

“‘이루다’부터 말하자. 아마 대부분 수긍할 텐데, 세계 최고의 갑부로 꼽히는 빌 게이츠는 성취의 상징적 역할 모델이다. 그러니까 ‘게이츠처럼 이뤄라’는, 게이츠와 같은 경이적 성취를 목표로 삼아라, 게이츠의 방식을 탐구해서 그와 같은 성공을 이루라는 ‘덕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더 큰 대중적 관심을 받는 대상이자 화제의 롤모델은 게이츠보다는 잡스 쪽이다. 제목에서 그를 앞에 세운 것도 세간의 관심에 영합하기(?) 위해서다.(웃음) 많은 사람이 잡스에 열광적인 관심을 갖는 이유를 보자. 애플과 매킨토시, 픽사에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르는 디지털 기기의 혁신을 주도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남다른 창의적 발상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제목을 정하면서 ‘잡스처럼 발상하고 게이츠처럼 성취하라’가 가장 유력했는데, 보다 친근감 있게 느껴지기 위해선 한글로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출판사와 상의 끝에 ‘꿈꾸고 이뤄라’로 결정했다.”


사실 두 사람, 알려질 만큼 알려진 스타들이다. ‘왜 스티브 잡스이며, 왜 빌 게이츠인가?’ 묻는다면.

“꼭 말하고 싶은 거였는데, 기회를 줘서 고맙다.(웃음) IT 업계에선 알려질 만큼 알려진 스타들뿐 아니라 탐구할 만한 롤모델도 많다. 우리나라에도 이야기가 될 만한 스타들이 많고. 이 책을 보고 한 언론계 동료가 묻더라. 우리나라에서도 책 쓸 만한 영웅이 많은데 왜 잘 알지도 못하는 미국인들 이야기를 썼느냐고. 앞서 말했지만 잡스와 게이츠를 흥미로운 라이벌 관점에서 조명하고 싶다는 것이 집필 동기였다. 각자의 이야기를 담은 책도 수없이 나와 있고 개별적인 인생 이야기도 알려질 만큼 알려져 있다.

그래도 틈새가 있었다. 두 사람이 동갑내기라는 것과 경쟁?대립 관계, 수많은 공통점과 차이점 등 두 사람의 ‘관계적 측면’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더라. ‘틈새적 이야기’랄까. 각 개인의 이야기보다 그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통해 성공의 비결을 추출해 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들을 키워낸 환경적 요인, 창업 동기 같은 것에서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을 단순히 우연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그들이 이뤄낸 성공 비밀이 그 공통점에 있다고 생각했다.

자, 한번 보자. 두 사람 모두 유별난 기질을 갖고 있었지만, 관대하면서도 세심한 부모 덕분에 그 기질이 주변과 조화될 수 있도록 배려를 받았다. 또 청소년기에 무언가를 개발해 이윤을 남기는 체험을 했다. 그것은 과감한 창업으로 이어졌고. 잡스는 불법 통화 장치인 블루 박스로, 게이츠는 책에 언급된 대로 맥거번 이글턴 단추 사건과 트래프오 데이터를 통해서.

사실 궁금해 하거나 마뜩잖아 한 사람들이 있었다. 미국인도 아닌 내가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이야기를 쓴 데 대해서. 이유는 이렇다. 두 사람의 라이벌 관계와 거기서 발견해 낸 의미 있는 공통점을 한국적 현실에 대입시켜 말하고 싶었다. 이건 미국인들도 저술 형태로는 내지 않았던 내용이다. 한국인이라서 쓸 자격이 없다거나, 써서는 안 될 내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성격이나 기업 경영 스타일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책을 읽어 보니, 잡스에게 좀 더 저자의 애정이 묻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어떤가.

“책의 모티브가 된 영화에서 잡스 역의 배우가 훨씬 멋지게 나왔다는데 영향받은 건지도 모르겠다. 책을 쓰면서는 주관적인 서술을 피하고 사실에 충실하고자 했다. 잡스에게는 드라마틱하고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들이 많지만 게이츠는 상대적으로 지루하다. 둘 모두 선악과 미추가 공존하는 캐릭터지만 잡스에게 더 흡인력 강한 스토리 요소들이 많은 듯하다. 사실에 입각해서 쓰다 보니 결과적으로 잡스가 좀 더 흥미롭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질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잡스는 스토리텔링 그 자체고, 드라마이며, 인생 자체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예측 불가능한 금욕주의자 잡스보다는, 조금 더 합리적이면서 너그러운데다 나처럼 어눌한 게이츠 쪽에 더 호감이 간다.(웃음)”

두 사람 모두 한 시대의 아이콘이다. 그 아이콘들을 다루면서 중점을 둔 포인트는.

“책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아까 말한 영화 못지않게 영향을 받은 책이 있다. 미국 언론인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다. 글래드웰은 두 사람의 성공에 대해, ‘1955년에 태어나 마이크로프로세서 혁명이 시작되는 1975년에 창업 적령기인 20세를 맞은 특별한 기회’의 덕분으로 돌렸다. 나는 잡스와 게이츠라는 두 아이콘이 등장하게 된 것이 단지 시대의 은총만은 아니라고 보았다. 외람되지만 글래드웰이 간과한 ‘플러스알파’를 찾아내 제시하는 것이 이 책을 쓰면서 가장 중점을 둔 포인트였다.

그건 바로 ‘창업 정신’이다. 1955년에 태어난, 이른바 ‘와이어헤드’라고 부르는 컴퓨터광은 많았지만 모두가 창업을 한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창업을 했다. 그 차이를 만든 요인이 뭘까. 그들의 창업 동기와 기업가 정신이 어디서 잉태되고 성숙해서 컴퓨터 산업이라는 전인미답의 신세계를 내달렸는지 조명해 보고 싶었다.”


잡스의 경우, 그 자체로 하나의 킬러 콘텐츠이자 스토리텔러가 아닐까 싶다. 시대의 산업적 흐름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단정할 순 없겠지만, 시대의 선지자로 보나, 시대를 잘 탄 행운아라고 보나.

“맞다. 잡스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틱한 스토리다. 잡스 스토리는 미국뿐 아니라 후대, 다른 지역에서도 시공간적 현실에 맞춰 재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과장하고 거창하게 말하자면, 선악 개념과 기준을 초월하고 뒤흔든 짜라투스트라 같은 인물이라고 할까.(웃음) 여담이지만 매킨토시 제작 발표 때 잡스는 리하르트 쉬트라우스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틀었다고 한다. 잡스가 가진 맹렬하고 저돌적인 기질, 자신을 제약하는 조건이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특성이 ‘1955년에 태어나 1975년 20세를 맞았다’는 행운, 그리고 컴퓨터 산업 사이클과 맞아떨어진 것 같다. 잡스라는 인물의 이야기는 우연과 필연이 조화를 부려서 써낸 신화가 아닐까 싶다.”

잡스를 둘러싼 비판도 많다. 승자 철학과 지배 의지는 야비하고 자기중심적 행동과 폭언, 전횡으로 타인에게 많은 상처를 줬다. 그럼에도 그런 기질이 그가 이룬 성취의 원동력이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비난받을 만한 행동과 업적 사이, 어떻게 얘기하고 싶은가.

“음, 이 답변은 잡스가 보여준 독특한 리더십에 대한 내 나름의 해설이 되겠다. 잡스의 캐릭터와 리더십은 최근 영화나 드라마에서 유행하는 ‘나쁜 남자’ 신드롬으로 설명되지 않을까 싶다. 잡스가 공을 가로채고 상처를 준 인물은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악행들조차 자신의 매력과 카리스마를 강화시키는 요소로 만드는 재주를 보여 줬다. 그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거기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발상의 능력이었다고 본다. 책에도 썼지만, 그는 매킨토시 개발팀을 이끌면서 ‘세상을 바꾸자!’고 외쳤고, ‘우주에 흔적을 남길 만큼 대단한 컴퓨터를 만들자.’고 선동했다. 책상 물림형의 공학자들에게 잡스의 이런 황당한 선동이 커다란 자극과 동기를 부여했다.

가만 보면, 잡스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다. 히피 문화와 선불교에 심취했던 인문주의자이고 종교적 영감이 탁월한 사람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내놓으면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애플이 추구하는 것은 기술과 인문주의의 결합이다.’ 그의 통찰과 발상의 원천이 어디서 비롯됐는지에 대해선 앞으로 전기 작가들에 의해 더 깊이 있는 탐구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여하튼 비난조차 반사해 내는 그의 독특한 리더십을 나는 ‘권력이 된 발상력’이라고 표현해 봤다. 잡스처럼 비난도 카리스마의 요소로 만들 수 있다면 누구든 남다른 업적을 이뤄 낼 수 있지 않을까.”


잡스의 리더십은, 분명 기존의 경영 리더십과 다르다. 게이츠는 그에 반해, 좀 더 정통적인 리더십에 가깝지 않나 싶은데, 두 리더십의 가장 큰 차이를 들라면.

“잡스는 하드웨어, 게이츠는 소프트웨어 영역에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두 사람의 스타일 차이가 어느 정도 이해되지 않을까 싶다. 하드웨어는 패션의 일종이다. 한눈에 눈길을 확 사로잡는 혁신적 창의성이 필요하다. 반면 소프트웨어,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주력 상품인 OS의 특징은 안정성과 함께 오류를 줄이는 신중함, 치밀함에 있다. 게이츠도 한때 잡스 못잖게 에너지 넘치는 면을 보였다. 고교 시절 공짜로 컴퓨터를 이용하기 위해 해킹을 하다가 걸렸고, MS 초창기에는 속도위반으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IBM과의 협상에서는 개발도 안 된 MS-DOS 납품 계약을 맺는 뻔뻔할 정도의 과감함을 보여 주기도 했다.

그러나 MS가 커지면서부터는 신경증적일 정도로 신중하게 변해 간다. 그러면서 잡스는 과감하고 신속한 혁신의 추구, 게이츠는 자신의 표현대로 건강한 신경과민이 각자 리더십의 특징으로 자리 잡게 됐다. 비슷한 기질을 지닌 두 사람의 리더십이 대조적으로 바뀐 것은 아무래도 업종 특성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성장 과정부터 게이츠는 상대적으로 잡스와 달리 무난하다고 할 수 있겠다. 사랑받고 자란 모범생의 이미지랄까. 그럼에도 냉정한 기업가적 기질 또한 갖고 있다. 이른바 마이크로소프트 제국 형성에 절대 기여한 게이츠의 가장 큰 장단점을 꼽자면.

“게이츠의 성격과 성장환경, 그의 사업 철학은 다채로운 측면이 있다. 태어나자마자 양부모에게 입양됐던 잡스에 비해 게이츠는 성공한 변호사인 아버지 덕에 유복하게 성장했다. 그러나 여러 증언과 자료들을 보면 게이츠가 양순한 모범생만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 자폐증적 특징도 있었고 통제 불능의 말썽꾸러기였다. 오죽했으면 과묵한 2m 거구의 아버지가 밥을 먹다 말고 초등학생 아들 얼굴에 물을 끼얹었을까. 긍정이든 부정적인 의미에서든 범상치 않은 게이츠의 기질이 MS의 성장과 위기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한 사례가 있다. MS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IBM과의 MS-DOS 납품 계약이다. 그건 형식과 도덕에 얽매이지 않는 게이츠의 대담한 기질 덕분이었다고 생각된다. 반면 MS의 최대 위기를 만들어 낸 것도 반독점법을 무시한 넷스케이프 죽이기였다. 책엔 쓰지 않았지만 게이츠의 초등학교 시절 IQ는 170 정도였단다. 어찌 보면 지나치게 좋은 머리와 승부사적 기질이 경영에 있어서도 장점인 동시에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MS의 성장은 눈부셨지만, 반독과점 소송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고, 아직 그 이미지에서 자유롭지 않다. 독과점 관련 규제가 심한 미국에서 게이츠는 왜 이 점을 간과했을까.

“실수라기보다는 의도적으로 감수한 게 아니었을까. 게이츠는 인터넷 혁명을 늦게 감지했고 넷스케이프가 시장을 장악한 뒤에야 검색 브라우저가 소프트웨어 산업을 뒤흔들 만한 중요성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 후 넷스케이프를 따라잡으려고 엄청난 자본을 투입해 전력을 다한다. 승부욕이 강한 게이츠 기질상 소프트웨어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던 넷스케이프의 존재는 대단히 불쾌했을 거다.

그런 기질적인 동기가 넷스케이프 죽이기에 어느 정도는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게이츠의 전략은 MS의 독과점적 지배를 더욱 공고히 했다. 도덕적 비난에 그치지 않고 천문학적 과징금을 물기까지 했지만 결국 ‘남는 장사’였다는 점에서 전략적 실패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게이츠는 어쨌든 냉혹한 자본주의자였다. 그런데 MS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하는 등 조금씩 달라졌다. 이에 요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명사로 자주 거론된다. 그의 변화, 어떻게 보나.

“물론 MS가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당하면서 직면한 사회적 비난을 해소하기 위해 자선 재단을 만들었고, 자선 사업가로 변신한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그런 동기가 어느 정도 있었는지는 몰라도, 빌 게이츠의 변신이 임기응변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의 어머니 메리 게이츠는 미국 최대 자선 단체인 유나이티드 웨이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가 IT 업계의 냉혹한 지배자에서 존경받는 자선 사업가로 변신한 것에는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와 아내, 지인 워렌 버핏 등 많은 사람들의 권유와 설득이 있었다.

결국 사회적,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을 거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구현되는 것은 개인적 의지와 사회적 요인이 결합돼야 가능하다. 우리 사회에서는 미국적 가치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적어도 빌 게이츠를 탄생시킨 미국 사회의 전통적 문화와 가치관은 우리가 본받을만한 면이 아닌가 싶다.”


게이츠가 주장한 ‘창조적 자본주의’에 대해, 자본주의라는 사고 체계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책에서도 이에 대해 상당 부분 할애를 했는데, 좀 더 부연한다면.

“게이츠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인간의 이기심을 이타주의로 전화하자.’는 게이츠의 주장이 획기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하고, 그 측면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싶었다. 물론 ‘코페르니쿠스적’이란 표현은 획기적이고 심오한 본래의 의미에 비해 남용되는 경향이 있고, 나도 아껴 두고 잘 안 쓰려 하는 표현이다. 그럼에도 그런 표현을 쓴 이유는 자본주의의 동력으로 여겨져 온 ‘이기적 이윤동기론’을 ‘이타적 이윤동기론’으로 전환시키려 한다는 점 때문이다. 또 그 자본주의는 바야흐로 지구적 이데올로기가 되고 있지 않나.

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는 정치적 이론이라기보다는 캠페인에 가까워 보인다. 그의 ‘이타적 자본주의 캠페인’이 얼마나 호응을 얻으면서 자본주의의 전통적 메커니즘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그렇지만 그의 주장에 대해 코페르니쿠스적이라는 수식어를 아끼지 않고 동원해 그를 지지하고 싶은 것이 개인적인 소망이다. 그런 사회적 기업이 지금 우리의 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닌가 싶고, 맹목적 자선 사업이 아니라 기업도 살고 빈곤도 구제하는 창조적 자본주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것이 지금뿐 아니라 미래의 기업 방향이다.”


잡스가 보여준 독창적 발상과 게이츠 같은 천재적 비즈니스 마인드의 상관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했다. 어떻게 결론을 내렸나.

“한마디로, 두 사람은 창조적인 개발자가 아니라 천재적 비즈니스맨이다. 그들 자신이 직접 개발한 것은 없다. 뛰어난 개발자들을 동업자로 두거나 부하로 거느렸던 거지. 두 사람 모두 개발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영광조차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적어도 내가 한 경험과 그들의 사례에서 깨달은 것은, ‘기업가 정신과 리더십’이라는 것이었다. 책에서 천재가 되기보다 리더가 되라고 주장한 것도 그 때문이다. 독창적 발상, 물론 중요하다. 다만 기술적 창조성이 아닌 남들이 보지 못하는 미래에 대한 확신과 열정이 더 중요하다. 잡스와 게이츠는 천재적 비즈니스맨인 동시에 탁월한 ‘비저너리’(비전 제시자)들이다.”

애플이나 MS 모두, 두 사람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가 없다. 반면 구글은 그렇지 않다. ‘구글’ 그 자체로 하나의 아이콘이다. 어떻게 다른가.

“초창기 애플과 MS의 잡스와 게이츠만큼은 아니겠지만 구글도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의 카리스마는 여전히 대단하다고 한다. 잡스, 게이츠와 동갑내기인 중년의 에릭 슈미트가 CEO로서 중심을 잡아 주고 있지만 구글에서 두 신동들의 상징성과 존재감은 엄청나다. 구글이 일찌감치 창업주와 경영자의 역할 분담이 필요해진 것은 체질이 달라서가 아니라 놀라운 성장 속도 때문일 것이다. 구글이 애플이나 MS와 비교도 안 될 만큼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필요한 규모에 빨리 도달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 분명 창조적인 괴짜들이다. 이는 교육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의 한국의 제도 교육 하에서 잡스(애플)나 게이츠(MS)가 나올 수 있을까.

“두 사람을 비교한다는 관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시사점이 있다. 교육에서의 인문학과 기술 간의 통섭이다. 창조적 괴짜인 두 사람을 포용하고 배려해 준 환경의 혜택도 중요하지만 두 사람 모두 성장 과정에서 인문과 기술의 접목이 이뤄졌다. 덕분에 기술의 가치와 중요성을 이해함은 물론 인간적인 흡인력이 중요한 창조적 비즈니스맨이 될 수 있었다. 게이츠가 고교 시절에 MIT대 진학에 대해 ‘한 떼거리의 기술자가 되자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한 것도 의미를 갖는다. 뛰어난 기술자나 공학자를 뛰어넘는, 잡스와 게이츠 같은 거목을 길러 내고자 한다면 고등학교의 문과와 이과 통합을 포함해 교과 과정 전반의 근본적인 검토와 개혁이 필요하다.”

‘디지털 네이티브’의 문화는 앞으로 어떻게 형성될 거 같은가.

“지금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점차 구체적인 형태로 발현되는 집단 지능에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를 신체의 일부처럼 능숙하게 다루고 이를 통해 기성세대와 차별화된 문화를 형성해 가는 것이 ‘디지털 네이티브’의 특성이다. 디지털 기기를 통해 개인 한계를 뛰어넘는 경이적 파워의 집단 지능을 어떤 방향으로 강화시키고 진화시켜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이에 감성이 통하지 않는 사이보그가 될 수도 있고, 기성세대가 꿈꾸지 못한 멋진 신세계를 창조하는 주역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개념은 아직 가치중립적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공동체와 인본적 가치라는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 될 거다.”

각자 한 대학의 졸업 연설에서 명언을 남겼다. 잡스는, “Stay Hungry. Stay Foolish.”(끊임없이 갈망하라. 늘 바보 같은 마음으로 배워라), 게이츠는, “Start sooner, Carry on longer.”(남보다 한발 앞서 출발하고, 더 오랫동안 노력을 지속하라)고 했다. 두 사람을 가장 잘 드러낸 말로 꼽은 이유는.

“잡스의 말은 알 듯 모를 듯하면서도 곱씹어 볼수록 의미가 와 닿는다. 그의 어법은 항상 선문답과 같은 것이었거든. 뭔가 새로운 것, 감동적인 것, 모두가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것을 갈망하는 마음. 바보라는 비난을 받더라도 어떤 시도든 해볼 수 있는 마음. 그것이 잡스적 발상의 열쇠가 아닐까 싶다.

게이츠의 말은 문맥상 하버드 졸업생들이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완수할 것을 당부한 것이었다. 일반론적인 성공의 공식으로서 제시한 것은 아니다. 사회적 소명이든 성공이든 그가 목표하고 이뤄낸 것에 도달하기 위한 그의 스타일을 보여 주는 말이기도 해서 잡스의 연설에 대한 대구로서 제시했다.

게이츠는 늘 빠른 판단과 출발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비행기도 문을 닫고 이륙하기 직전에야 탑승구에 오르는 것으로 유명했을 정도니. 그러나 단순히 남보다 앞서 나가는 것만이 그의 스타일은 아니었다. 비록 간접 화법이지만 그가 한 말은, 하버드대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성공의 주문’과 같은 메시지가 아니었나 싶다.”


그들은 어떻게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고, 일정 부분 바꾸고 있다. 저자도 이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주고자 한 것 같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고.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족한 통찰력과 표현력 탓에 집필 의도가 제대로 전달됐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도 잡스나 게이츠 같이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가진 인재를 길러 내자는 거였다. 미래에 대한 신념, 새로운 세상의 선구자가 되겠다는 집념. 1등의 영예를 차지하겠다는 욕구는 자기중심적 동기지만, 세상을 바꾸는 건 그런 사람들이다. 세상은 우리가 바꾸든, 모르는 누군가가 바꿔 주든, 저절로 바뀌든, 어쨌거나 변해 간다. 우리가 원하는 건 변화하는 세상의 추종자가 아니라 주인공이 되는 게 아닐까. 변화를 만들어 갈 것인가 변화에 이끌려 갈 것인가.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거둔 성공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이라면 감탄만 보내고 있을 게 아니라 그들이 변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요인에 대해 우리 시각에서 적극적으로 탐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근에 김연아 선수를 비롯해 동계 올림픽 국가 대표들이 우리에게 심어준 메시지는, ‘우리도 할 수 있다!’(Yes! We Can)였다. 스티브 잡스와 같은 꿈을 빌 게이츠처럼 이뤄 내기. 우리도 할 수 있다!(웃음)”




#이창훈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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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3na

2010.04.17

시대의 아이콘을 연구해 책으로 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인터뷰를 읽어 보니 지적호기심이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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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