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만남]“상대에게 온리 원(Only one)으로 기억되는 법” - 『찰칵찰칵』 송창민
1월 14일 목요일, 송창민과 독자들의 특별한 데이트가 마련되었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삼삼오오 모여 연애와 인생 만담을 나누는 자리. 그야말로 연애와 고민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자리였다.
2010.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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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연애 컨설턴트, 송창민. 그를 소개할 때면 으레 따라나오는 코멘트다. 대한민국 대표라 함은, 연애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논의되기 이전부터 그가 일찌감치 연애 담론의 장을 열었다는 말이고, 16만여 명의 회원 수를 자랑하는 온라인 연애 컨설팅 카페를 운영한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그의 직업, 연애 컨설턴트란 뭘까? 대한민국 직업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직업, 그에게 직접 들어보자.
“나는 연애를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을 때, 그 사람 앞에서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품는다. 그 희망을 현실로 이루려고 무척 노력하고. 지금은 제 나름대로 이전보다는 나은 남자가 됐다고 생각한다. 연애 컨설턴트란 막연한 희망을 가깝게 이어주는 사람이다. 그런 일을 하는 게 내 직업이다.”
『송창민의 찰칵찰칵』, 혹자는 이 책을 보고 사진 책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다. 송창민이 누구인지 모른다면, 카메라 그림이 그려진 표지를 보고는 사진 에세이인가, 싶을 테니 말이다. 허나 『찰칵찰칵』은, 카메라 셔터 소리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찰칵찰칵은 마음의 문이 열리는 소리다. 살다 보면 뛰어넘지 못할 것 같은 벽을 만나게 된다. 그 벽이 좋아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일이 될 수도 있다. 내 힘으로 도저히 벽을 넘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저 원망하고 후회하지 말고, 차라리 못 넘을 벽, 그 위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보는 건 어떨까! 이런 생각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읽은 사람의 기억과 반응하고, 추억과 결합해서 재해석되길 바란다.”
1월 14일 목요일, 송창민과 독자들의 특별한 데이트가 마련되었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삼삼오오 모여 연애와 인생 만담을 나누는 자리. 그야말로 연애와 고민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자리였다. 송창민 저자가 간단한 소개를 하는 사이, 테이블 위로 간단한 식사가 준비되었다. 채워진 와인 잔을 부딪치며, 서로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그야말로 맛있고 편안한 시간이었다.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게 사랑과 연애 이야기일 테니, 엑기스(!)만 추려 15분간 먼저 이야기하겠다.”라는 저자의 말에, 독자들 모두 손동작을 멈추고 귀를 쫑긋 세웠다. 거기에 답례라도 하듯 저자는 “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나만 가지고 있던 비밀 같은 연애 정보.”라고 한껏 기대감을 높였다. 딱 다섯 가지로 정리, 전수해 준 송창민 표 연애 비법! 연애뿐 아니라 인간관계에도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시크릿 팁을 공개한다.
“저 사랑해 줄 사람 없나요?” 그전에,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세요!
1. 상대를 돋보이게 말하라
나는 소심한 사람이다. 이렇게 남 앞에 나서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다. 사람 앞에서 말도 잘 못하는 소심남이다. 그래서 이런 자리 있을 때마다 긴장한다. 그게 나라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말을 하고 있잖아.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예전에, 그러니까 연애를 정말 갈망했지만 서툴렀을 때는, 나 자신을 과장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내 것보다 부풀리려고 했고, 있어 보이려고 했다. 그 모습은 내 모습이 아니었다. 항상 언젠가 들키기 마련이어서, 때때로 그런 모습이 불쾌한 모습으로 보이기도 했다. 나는 잘난 척하려는 게 아니라 그저 내가 못나 보여서 잘 보이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다.
내가 서른셋에 느낀 가장 최고의 연애 기술은 누군가를 만났을 때, 나 자신을 과장하는 게 아니라,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가치 있고 괜찮은 사람인지 인식시켜 주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그 사람을 돋보이게끔 말하면, 대화 속에서 상대는 분명히 느낀다.
2.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 돼라!
가장 강력한 유혹의 기술은 딱 하나다. 내 자체가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 돼라!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계발시켜야 한다. 추상적인 말이지만, 어렵지 않다. 간단한 예로, 대중가요만 듣던 사람이 재즈를 들어봤다고 치자. 그게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 어떤 음악을 듣느냐에 따라 생각이 바뀌고, 음악이 삶에 자극을 줄 수 있다. 단지 내가 이제껏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해보는 것이 자기 계발이 될 수 있다는 거다.
나이가 들수록 집안에 누워서, 모든 걸 결론짓는다. ‘그거 해서 뭐해. 다 똑같지.’ 나도 그랬다. 하지만 움직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정말 다르잖나. 오늘날의 내 모습을 나는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다. 군 전역하고 게임을 하려고 컴퓨터 산 걸 가지고, 재미로 고민 상담을 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무슨 일을 하든지 절대 예측하지 마라. 거기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3. 편지를 쓸 줄 아는 사람이 되자
편지를 쓸 줄 아는 사람만 돼도, 자신의 연애를 50% 상승시킬 수 있다. 고전시대의 연애법을 살펴보면, 시대의 유혹자들이 있었다. 카사노바, 돈 주앙, 예술 쪽으로 몸담았지만, 이성을 유혹했던 바이런 등등. 그들의 공통점은 편지다. 만날 때마다 편지를 주면서 칭찬한다. 이때 만날 땐 이렇게 좋았고, 그때 입은 건 참 예뻤다. 이런 식으로 편지를 쓰다 어느 순간, 일상적 얘기를 적어서 보내면, 그거 자체가 밀고 당기기가 되는 거다. 이때 여자들은 무조건 튕겨야 된다고 착각하는데, 요즘에는 튕기면 그냥 아웃이다.(웃음) 안 만나게 된다. 예전처럼 종이학 천 마리 접고 이런 거 없다. 부모에게든 친구에게든 편지 쓸 수 있는 사람이 되면 훨씬 더 나은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4. 화내지 말고 설명부터 하자
여러분들에게 미션을 하나 주고자 한다. 지금 이 시간 이후부터 미션을 잘 수행하면, 연인과 싸우지 않는 사람으로 거듭날 거다. 어떤 미션이냐? 어머니가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고, 잔소리를 할 때 화부터 내지 말고 설명부터 해 주는 사람이 되는 거다. 아무리 착하다는 소리 듣는 사람도 어머니한테는 스트레스를 푼다. ‘엄마는 몰라, 뭘 알아!’라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차근차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연인과도 싸울 일이 없는 사람이다.
5. 가위, 바위, 보 법칙을 기억하라
바위는 가위에 이기지만, 가위에 지는 보에게 진다. 내가 한 사람을 쫓아다니다 차일 수 있지만, 그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하고 사랑할 수 있다. 내가 연예인이라도 모든 사람과 연애할 수는 없는 법이다. 사랑은 그만큼 상대적인 거다. 대부분 사람은, 자존심이 상해서 상대를 밀어버린다. 내가 거부를 당해도, 스스로를 괜찮지 않은 사람으로 내몰지 말아줬으면 한다. 연애 실패하고 누군가에게 차인다고 해도 상처받지 말길 바란다.
사람들은 경기가 안 좋고, 주머니에 돈도 없어서, 누군가 만나기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한다. 남자들은 데이트 비용이 부담되고, 여자들도 꾸미는 데 돈이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연애만큼 값진 투자는 없다고 본다. 연애만큼 우리에게 자극을 주는 게 많지 않은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는 것도 비로소 연애를 통해 가능하다고 본다. 연애를 그저 사치나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런 기회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길 바란다. 젊은 날에 할 수 있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섬세한 배려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아라
저자의 이야기를 마치고, 독자들은 식탁 위에 놓인 만찬을 즐기며, 두런두런 질의응답을 나누었다. 아래는 그날 저녁의 이야기들. 구체적인 지명 및 사연은 프라이버시상 생략 및 요약했다. 그럼에도 위에 말한 저자의 핵심 내용을 적용 및 응용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어렵지도 않다. 자, 아래 응용편을 숙지하고, 실전편은 직접 꾸려보자. 내 스타일 아니면 패스! 마음에 덜컥 와 닿는 부분 있다면? 바로 액션 플랜 짜는 거다. 결국은, 새마을 운동, 아니 새 모습 운동이다. 부제는? ‘어제보다 나은 나를 위하여!’
유해진, 김혜수 열애설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김혜수 씨는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고, 분명 괜찮고 잘생긴 남자들의 접근도 많았을 거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은 ‘유해진이 왜? 뭘 가지고 있기에 사귈 수 있었을까.’ 궁금해한다. 그건 김혜수밖에 모른다. 나이가 들면 중요시하는 게 바뀐다. 나는 예전에 얼굴이나 몸매를 봤지만, 이후에는 대화가 통하는지를 가장 중요시했고, 지금은 취향을 가장 중요시한다.
고독은 혼자 있을 때보다, 둘이 있을 때 더 강렬하게 느낀다. 나는 이 영화 보고 싶은데 상대가 저 영화를 보고 싶다고 고집할 때 고독을 느낀다. 취향이 맞지 않을 때 느끼는 괴리감이 있잖은가. 그 둘은 대화? 즐거움이나 공통된 관심사가 있어서 연인이 됐을 거다.
또 서로 집이 멀지 않다고 들었다. 이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나이팅게일의 법칙이 있다. 환자와 간호사는 소개팅에서 만나면 절대 이뤄질 수 없지만, 의무 관계로 자주 만나다 보면 서로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거다. 오래 지켜볼 수 있는 동료는 매력을 느끼기 쉽다. 첫인상에 자신 없는 사람은, 꾸준히 자기를 의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소에서 어필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김혜수, 유해진이 소개팅에서 만났으면 절대 이뤄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함부로 ‘유해진이 매력이 있네, 없네.’ 할 수 없다. 루저들의 승리라고 말하는 것도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네가 아까워! 왜 그 사람과 사귀는지 도무지 모르겠어.”
남들이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오직 자신만의 기준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산점을 붙였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주는 가산점은 객관적인 기준을 무색하게 만들고 그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된다. 사랑으로 부여된 가산점은 상대방의 모자란 부분까지도 채운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사람이라도 사랑한다면 후한 가산점을 줄 수 있고, 후한 가산점은 상대방도 모르는 자신의 장점을 발견해 낼 수 있게 해 준다.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의 마음만으로 상대방을 빛나게 만드는 것이다.(p.143)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때가 오면, 감정이 식었는데도 노력으로 되돌릴 수 있는지 궁금하다.
대부분 사람이 지금이 권태기고, 처음의 사랑 감정을 찾을 수 없을 거라고 하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오래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난 사이가 아니라면, 사귀던 중에 어떻게 처음 그 느낌을 찾을 수 있겠나. 권태기의 해결책이 자명하게 있다면, 사람들이 왜 이혼을 할까. 권태기 해결책을 물으면 누구나 비슷하게 말한다. 서로의 추억을 상기시키고 새로운 모습 보여준다, 등등은 뻔하지 않나.
권태기를 예방하는 방법, 그러니까 밀고 당기기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제시할 수도 있다. 사귀고 나서도 이 사람이 점점 발전하고, 더 괜찮은 남자, 여자가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다. 대부분 사람은 가까워지고 나면, 노력을 안 한다. 트레이닝 복을 입고, 모자 쓰고 데이트하러 나온다. 너무 편해지면, 친구든 부모든 마찬가지로, 함부로 대하게 되고, 서로의 소중함을 잊게 된다.
여자는 그나마 남자가 미래를 심어주고, 각오를 보여주면 마음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남자는 권태기에 빠지면, 여자의 신체적인 부위부터 부정하게 된다. 키만 더 컸으면, 다리만 저주받지 않았더라면……. 그것은 다른 신체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진다. 여자가 아무리 잘해도, 다른 여자의 시각적 자극이 지금의 여자친구를 멀어지게 만든다.
예전 나의 여자 친구는 존경스러울 정도로, 데이트 중에 단 한 번도 신경 쓰지 않고 나온 적이 없다. 그게 내 눈에 보인다. 고마웠고, 나 역시 그렇게 신경 쓰게 되었다. 이 친구 만나면 늘 배울 점이 많다. 권태기라는 것은 ‘내가 이 친구 만나서 뭐 하고 있지. 쓸데없이 시간 낭비 돈 낭비 아닌가?’ 하는 순간에 온다. ‘이 친구를 만나면 내가 너무 배우는 게 많다.’ 싶을 땐, 매번 만남이 소중해지는 거다.
몇 년을 한 사람과 사귈 수 있는 이유는
처음 감정을 유지해서도 정이 들어서도 아니다
‘좋았다’와 ‘싫었다’를 반복하면서
한 사람과 여러 번 사랑에 빠지기 때문이다.
늘 한자리에 머물거나 바뀌지 않는다면 감정도 고인다.
그래서 자신을 변화시키고 상황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 사람과 여러 번 사랑에 빠질 수 있다.
(…) 지금보다 더 가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이야말로 사랑을 위한 최고의 방부제가 아닐까?(p.87)
여자들은 남자를 괜찮게 변화시키고 나서, ‘너는 나를 만난 이후로 이렇게 됐다.’라는 식으로 암시를 줘야 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기대려는 습관이 있다. 진짜 권태기 왔을 때 ‘이 사람이다.’ 싶으면, 어느 정도 이 사람에게 기회를 줘라. 몇 개월 더 이 친구를 위해 끈을 잡아두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라. 인간적인 매력이 최후의 끈을 잡게 한다.
누구를 사귀든 결론짓지 마라. ‘얘는 나에게 완전히 빠졌으니까.’ 이런 식으로 확신하지 마라. 감정은 결코 약속할 수 없는 거다. 변한다. 변하겠지만 다만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서 좋은 추억 만들면, 훗날 이 추억이 권태기를 잡아 준다. 하지만 매일 먹고, 마시고, 스킨십으로 끝나면 그건 안 된다. 왜냐면 그런 것들은 다른 사람이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 덕분에 2년 전에 연애하게 됐는데, 조건 때문에 헤어졌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일 수 있지만, 조건 때문에 헤어진다고 했던 여자는 없었다. 여자가 사랑에 빠졌다면 말이다. 그 친구 마음을 완벽하게 사로잡지 못해서 조건이란 말이 나온 게 아닌가 하는 말을 조심스럽게 꺼낸다. 헤어질 때 가장 어려운 말은, ‘네가 싫어졌어.’다. 그래서 많은 핑계를 댄다. 집안 사정이 어떻거나, 바쁘다거나. 연애는 나에게 사치라거나, 조건이 맘에 안 든다 등등.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은 쉽지 않다. 여자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을 수 있다는 말은 사기나 마찬가지다. 아주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 큰 것만이 배려가 아니다. 수저 아래 티슈를 깔아 주는 것, 달이 커다랗게 떴을 때 카메라로 찍어서 보내주는 것. 감명 깊게 읽은 구절을 문자로 보내주기도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중에서도 책은 유혹의 도구다. 약속 장소에서 사람을 기다릴 때, 누군가 책을 읽고 있으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남자가 운전할 때, 잠시만 볼륨을 줄여 달라고 한 후, 좋은 구절이 있다며 책을 읽어주는 여자라면 어떨까. 그런 모습이 킬 힐을 신거나 미니스커트를 입고 시선을 끄는 것보다 강력한 매력을 준다. 소중한 사람, 유일한 사람이 되는 거다. 특히 상대방과 완전히 취향이 같은 수 없으니, 상대방이 좋아하는 걸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남자들은 여자 친구가 ‘이 음악 들어봐.’ 하면 삼 초 듣고, ‘어 좋네.’ 하고 마는데, 나는 끝까지 다 듣는다. 삼 분만 참으면 되는 거다.(웃음)
그녀가 잠깐 자리를 비웠다.
무심코 그녀의 빈자리를 디지털 카메라에 담았는데,
그렇게 허전해 보일 수가 없다.
그녀가 왔을 때 좀 전에 찍어둔 사진을 보여주었다.
“너 하나 빠졌을 뿐인데 마치 세상이 텅 빈 것 같아 보인다.”
그러자 그녀는 아무 말 하지 않고
가녀린 손으로 있는 힘을 다해 내 손을 꼭 잡아준다.
내가 찍은 사진은 그녀의 지워지지 않는 추억이 되었다.(p.138)
내가 책을 쓴 이유도 그거다. 본질은 자기 자신이다. 내일 더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이 없으면 결코 연애를 성공적으로 할 수 없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바꾸라는 게 아니라 더 괜찮은 그릇을 만들라는 거다. 내가 이제껏 바가지에 담겨 있었다면 조금 더 예쁜 그릇에 담아보자는 거다. 활짝 웃어보고, 머리를 이렇게 저렇게 해본다거나 나에게 뭐가 더 잘 어울리는지 찾아보면서 나다운 것을 찾아가면 된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싫어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희미해진다.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나는 괜찮은 사람이구나.’라는 걸 인식만 할 수 있다면, 지금 나의 열변이 헛되지 않을 것 같다.
세상에 매력적인 사람이 많다. 누군가를 만나고 있는데 더 매력적인 사람이 다가오면, 내가 누구를 더 좋아하는지 어떻게 판단하면 좋을까.
사랑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나의 기준은, 상대방을 위해 내가 얼마만큼 변화할 수 있는지로 판단한다. 성격을 바꾼다거나 그런 거 말고 예전에 꾸준히 했던 행동에 있어서, 이 친구와 어울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할 수 있는가의 여부를 말하는 거다.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은 많이 만날 수 있지만, 가까워질 수 있는 사람은 만나기 어렵다. 내가 판단하는 매력의 기준은 쉽게 비교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내가 뭘 중요시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내가 그 부분을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럼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작가가 생각하기에 인연은 따로 정해져 있다고 보는가, 만들어간다고 보나.
운명은 있다고 생각한다. 운명의 사람은 언제든 오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기만 하면, 너무 늦게 올 수도 있다는 말은 꼭 해 주고 싶다. 그걸 각오하려면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웃음) 사실, 내가 헤어질 마음이 생기면 인연이 아닌 거고, 유혹하고 싶으면 인연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인연이라는 것도 이기적인 생각이 아닐까 싶다. 진정한 나의 운명이라는 것은 없는 것 같고, 얼마만큼 나와 어울릴 수 있는지 ??해보는 데서 운명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인연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한 가지 덧붙이자면, 상대방을 칭찬할 때 내 마음을 담아서 칭찬해라. 이를테면, ‘분홍색 안경테가 잘 어울리네요.’라고만 말하지 말고, ‘저는 분홍색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 좋던데.’ 하고 감정을 담는 거다. 음식 먹으러 왔을 때도 음식 맛이 좋다고 칭찬해봤자 하나도 득 될 게 없다. ‘너를 만나서 여기 오게 되어 정말 고맙다.’라고 해야 하는 거다. 또 그 사람 말에 집중해야 한다. 직업을 물었을 때 ‘책을 써요.’라고 대답하면, 바로 ‘그럼 좋아하는 건 뭐예요?’라고 화제를 돌리는 사람이 있다. 그보다는 ‘무슨 책을 쓰세요?’라고 관심 있게 물어야 한다. 대화가 가끔 끊어질 때가 있는데, 조바심 낼 필요 없다. 가만히 있으면, 그게 오히려 상대를 긴장하게 할 수도 있다.
연상은 정말 어려운 걸까? 예전의 저자의 책에서, 연상녀는 보내주라고 했었다.
사실, 연애론은 내가 성장하면서 바뀐다.(웃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연상보다는 연하를 더 좋아하는 이유가 있기는 하다. 스물한 살 친구에게 빕스 가자고 하면, ‘오빠 정말?’ 하고 손뼉 친다. 서른 살 친구한테 가자고 하면 ‘왜?’라고 한다.(웃음) 감흥이 달라진다. 소녀 같은 흥분상태를 보여주면 남자는 더 해 주고 싶다. 내 이상형은 감사할 줄 아는 여자다. 굽실거리거나 아부하는 게 아니라 정말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 줄 수 있는 여자다.
마지막으로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일을 시작한 지 7년째다, 권태기가 왔다. 내가 카페에 서른 권 분량의 연애론을 올렸다가 내 손으로 지웠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알까. 도서관 같은 방대한 자료였고, 연애 검색기 수준이었는데. 거기에 의존하게 될까 지웠다. 새로운 걸 생각하지 않고 비슷한 종류의 글을 쓰지 않을까 두려웠다. 더 발전하고 좋은 모습 보여주기 위해서 그동안 일군 밭을 엎었다. 더 예쁘고 아름다운 조언을 만들기 위한 거다. 세상의 시선도 힘들었다. 지금은 연애를 ‘작업’이라고 비하해서, 이런 일을 하면, ‘쟤는 좀 놀았을 거다. 불성실할 거다.’ 하는 편견을 갖고 있다. 대중적인 일인 만큼, 상처도 많이 받았다. 내가 말하는 연애의 기술은, 상대를 꼬셔서 욕망을 수단화하자는 게 아니다. 끊임없이 서로 노력하자는 것이고, 이 사람과 헤어지더라도 서로에게 의미 있는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과정으로 만들자는 거다. 이게 내가 연애를 사랑하는 까닭이다.
오늘 이 자리를 위해, 대구에서 올라온 독자도 있고, 사람들이 시간을 내서 참석해줘서 정말 고맙다. 그간 힘들기도 했지만, 내 젊음을 바친 게 후회스럽지 않다. 이런 자리가 나를 선명하게 만들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의미를 주는 것 같다. 이 자리에 참석해 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송창민의 찰칵찰칵』, 혹자는 이 책을 보고 사진 책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다. 송창민이 누구인지 모른다면, 카메라 그림이 그려진 표지를 보고는 사진 에세이인가, 싶을 테니 말이다. 허나 『찰칵찰칵』은, 카메라 셔터 소리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찰칵찰칵은 마음의 문이 열리는 소리다. 살다 보면 뛰어넘지 못할 것 같은 벽을 만나게 된다. 그 벽이 좋아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일이 될 수도 있다. 내 힘으로 도저히 벽을 넘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저 원망하고 후회하지 말고, 차라리 못 넘을 벽, 그 위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보는 건 어떨까! 이런 생각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읽은 사람의 기억과 반응하고, 추억과 결합해서 재해석되길 바란다.”
1월 14일 목요일, 송창민과 독자들의 특별한 데이트가 마련되었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삼삼오오 모여 연애와 인생 만담을 나누는 자리. 그야말로 연애와 고민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자리였다. 송창민 저자가 간단한 소개를 하는 사이, 테이블 위로 간단한 식사가 준비되었다. 채워진 와인 잔을 부딪치며, 서로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그야말로 맛있고 편안한 시간이었다.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게 사랑과 연애 이야기일 테니, 엑기스(!)만 추려 15분간 먼저 이야기하겠다.”라는 저자의 말에, 독자들 모두 손동작을 멈추고 귀를 쫑긋 세웠다. 거기에 답례라도 하듯 저자는 “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나만 가지고 있던 비밀 같은 연애 정보.”라고 한껏 기대감을 높였다. 딱 다섯 가지로 정리, 전수해 준 송창민 표 연애 비법! 연애뿐 아니라 인간관계에도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시크릿 팁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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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랑해 줄 사람 없나요?” 그전에,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세요!
1. 상대를 돋보이게 말하라
나는 소심한 사람이다. 이렇게 남 앞에 나서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다. 사람 앞에서 말도 잘 못하는 소심남이다. 그래서 이런 자리 있을 때마다 긴장한다. 그게 나라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말을 하고 있잖아.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예전에, 그러니까 연애를 정말 갈망했지만 서툴렀을 때는, 나 자신을 과장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내 것보다 부풀리려고 했고, 있어 보이려고 했다. 그 모습은 내 모습이 아니었다. 항상 언젠가 들키기 마련이어서, 때때로 그런 모습이 불쾌한 모습으로 보이기도 했다. 나는 잘난 척하려는 게 아니라 그저 내가 못나 보여서 잘 보이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다.
내가 서른셋에 느낀 가장 최고의 연애 기술은 누군가를 만났을 때, 나 자신을 과장하는 게 아니라,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가치 있고 괜찮은 사람인지 인식시켜 주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그 사람을 돋보이게끔 말하면, 대화 속에서 상대는 분명히 느낀다.
2.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 돼라!
가장 강력한 유혹의 기술은 딱 하나다. 내 자체가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 돼라!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계발시켜야 한다. 추상적인 말이지만, 어렵지 않다. 간단한 예로, 대중가요만 듣던 사람이 재즈를 들어봤다고 치자. 그게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 어떤 음악을 듣느냐에 따라 생각이 바뀌고, 음악이 삶에 자극을 줄 수 있다. 단지 내가 이제껏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해보는 것이 자기 계발이 될 수 있다는 거다.
나이가 들수록 집안에 누워서, 모든 걸 결론짓는다. ‘그거 해서 뭐해. 다 똑같지.’ 나도 그랬다. 하지만 움직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정말 다르잖나. 오늘날의 내 모습을 나는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다. 군 전역하고 게임을 하려고 컴퓨터 산 걸 가지고, 재미로 고민 상담을 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무슨 일을 하든지 절대 예측하지 마라. 거기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3. 편지를 쓸 줄 아는 사람이 되자
편지를 쓸 줄 아는 사람만 돼도, 자신의 연애를 50% 상승시킬 수 있다. 고전시대의 연애법을 살펴보면, 시대의 유혹자들이 있었다. 카사노바, 돈 주앙, 예술 쪽으로 몸담았지만, 이성을 유혹했던 바이런 등등. 그들의 공통점은 편지다. 만날 때마다 편지를 주면서 칭찬한다. 이때 만날 땐 이렇게 좋았고, 그때 입은 건 참 예뻤다. 이런 식으로 편지를 쓰다 어느 순간, 일상적 얘기를 적어서 보내면, 그거 자체가 밀고 당기기가 되는 거다. 이때 여자들은 무조건 튕겨야 된다고 착각하는데, 요즘에는 튕기면 그냥 아웃이다.(웃음) 안 만나게 된다. 예전처럼 종이학 천 마리 접고 이런 거 없다. 부모에게든 친구에게든 편지 쓸 수 있는 사람이 되면 훨씬 더 나은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4. 화내지 말고 설명부터 하자
여러분들에게 미션을 하나 주고자 한다. 지금 이 시간 이후부터 미션을 잘 수행하면, 연인과 싸우지 않는 사람으로 거듭날 거다. 어떤 미션이냐? 어머니가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고, 잔소리를 할 때 화부터 내지 말고 설명부터 해 주는 사람이 되는 거다. 아무리 착하다는 소리 듣는 사람도 어머니한테는 스트레스를 푼다. ‘엄마는 몰라, 뭘 알아!’라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차근차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연인과도 싸울 일이 없는 사람이다.
5. 가위, 바위, 보 법칙을 기억하라
바위는 가위에 이기지만, 가위에 지는 보에게 진다. 내가 한 사람을 쫓아다니다 차일 수 있지만, 그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하고 사랑할 수 있다. 내가 연예인이라도 모든 사람과 연애할 수는 없는 법이다. 사랑은 그만큼 상대적인 거다. 대부분 사람은, 자존심이 상해서 상대를 밀어버린다. 내가 거부를 당해도, 스스로를 괜찮지 않은 사람으로 내몰지 말아줬으면 한다. 연애 실패하고 누군가에게 차인다고 해도 상처받지 말길 바란다.
사람들은 경기가 안 좋고, 주머니에 돈도 없어서, 누군가 만나기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한다. 남자들은 데이트 비용이 부담되고, 여자들도 꾸미는 데 돈이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연애만큼 값진 투자는 없다고 본다. 연애만큼 우리에게 자극을 주는 게 많지 않은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는 것도 비로소 연애를 통해 가능하다고 본다. 연애를 그저 사치나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런 기회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길 바란다. 젊은 날에 할 수 있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섬세한 배려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아라
저자의 이야기를 마치고, 독자들은 식탁 위에 놓인 만찬을 즐기며, 두런두런 질의응답을 나누었다. 아래는 그날 저녁의 이야기들. 구체적인 지명 및 사연은 프라이버시상 생략 및 요약했다. 그럼에도 위에 말한 저자의 핵심 내용을 적용 및 응용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어렵지도 않다. 자, 아래 응용편을 숙지하고, 실전편은 직접 꾸려보자. 내 스타일 아니면 패스! 마음에 덜컥 와 닿는 부분 있다면? 바로 액션 플랜 짜는 거다. 결국은, 새마을 운동, 아니 새 모습 운동이다. 부제는? ‘어제보다 나은 나를 위하여!’
유해진, 김혜수 열애설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김혜수 씨는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고, 분명 괜찮고 잘생긴 남자들의 접근도 많았을 거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은 ‘유해진이 왜? 뭘 가지고 있기에 사귈 수 있었을까.’ 궁금해한다. 그건 김혜수밖에 모른다. 나이가 들면 중요시하는 게 바뀐다. 나는 예전에 얼굴이나 몸매를 봤지만, 이후에는 대화가 통하는지를 가장 중요시했고, 지금은 취향을 가장 중요시한다.
고독은 혼자 있을 때보다, 둘이 있을 때 더 강렬하게 느낀다. 나는 이 영화 보고 싶은데 상대가 저 영화를 보고 싶다고 고집할 때 고독을 느낀다. 취향이 맞지 않을 때 느끼는 괴리감이 있잖은가. 그 둘은 대화? 즐거움이나 공통된 관심사가 있어서 연인이 됐을 거다.
또 서로 집이 멀지 않다고 들었다. 이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나이팅게일의 법칙이 있다. 환자와 간호사는 소개팅에서 만나면 절대 이뤄질 수 없지만, 의무 관계로 자주 만나다 보면 서로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거다. 오래 지켜볼 수 있는 동료는 매력을 느끼기 쉽다. 첫인상에 자신 없는 사람은, 꾸준히 자기를 의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소에서 어필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김혜수, 유해진이 소개팅에서 만났으면 절대 이뤄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함부로 ‘유해진이 매력이 있네, 없네.’ 할 수 없다. 루저들의 승리라고 말하는 것도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네가 아까워! 왜 그 사람과 사귀는지 도무지 모르겠어.”
남들이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오직 자신만의 기준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산점을 붙였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주는 가산점은 객관적인 기준을 무색하게 만들고 그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된다. 사랑으로 부여된 가산점은 상대방의 모자란 부분까지도 채운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사람이라도 사랑한다면 후한 가산점을 줄 수 있고, 후한 가산점은 상대방도 모르는 자신의 장점을 발견해 낼 수 있게 해 준다.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의 마음만으로 상대방을 빛나게 만드는 것이다.(p.143)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때가 오면, 감정이 식었는데도 노력으로 되돌릴 수 있는지 궁금하다.
대부분 사람이 지금이 권태기고, 처음의 사랑 감정을 찾을 수 없을 거라고 하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오래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난 사이가 아니라면, 사귀던 중에 어떻게 처음 그 느낌을 찾을 수 있겠나. 권태기의 해결책이 자명하게 있다면, 사람들이 왜 이혼을 할까. 권태기 해결책을 물으면 누구나 비슷하게 말한다. 서로의 추억을 상기시키고 새로운 모습 보여준다, 등등은 뻔하지 않나.
권태기를 예방하는 방법, 그러니까 밀고 당기기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제시할 수도 있다. 사귀고 나서도 이 사람이 점점 발전하고, 더 괜찮은 남자, 여자가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다. 대부분 사람은 가까워지고 나면, 노력을 안 한다. 트레이닝 복을 입고, 모자 쓰고 데이트하러 나온다. 너무 편해지면, 친구든 부모든 마찬가지로, 함부로 대하게 되고, 서로의 소중함을 잊게 된다.
여자는 그나마 남자가 미래를 심어주고, 각오를 보여주면 마음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남자는 권태기에 빠지면, 여자의 신체적인 부위부터 부정하게 된다. 키만 더 컸으면, 다리만 저주받지 않았더라면……. 그것은 다른 신체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진다. 여자가 아무리 잘해도, 다른 여자의 시각적 자극이 지금의 여자친구를 멀어지게 만든다.
예전 나의 여자 친구는 존경스러울 정도로, 데이트 중에 단 한 번도 신경 쓰지 않고 나온 적이 없다. 그게 내 눈에 보인다. 고마웠고, 나 역시 그렇게 신경 쓰게 되었다. 이 친구 만나면 늘 배울 점이 많다. 권태기라는 것은 ‘내가 이 친구 만나서 뭐 하고 있지. 쓸데없이 시간 낭비 돈 낭비 아닌가?’ 하는 순간에 온다. ‘이 친구를 만나면 내가 너무 배우는 게 많다.’ 싶을 땐, 매번 만남이 소중해지는 거다.
몇 년을 한 사람과 사귈 수 있는 이유는
처음 감정을 유지해서도 정이 들어서도 아니다
‘좋았다’와 ‘싫었다’를 반복하면서
한 사람과 여러 번 사랑에 빠지기 때문이다.
늘 한자리에 머물거나 바뀌지 않는다면 감정도 고인다.
그래서 자신을 변화시키고 상황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 사람과 여러 번 사랑에 빠질 수 있다.
(…) 지금보다 더 가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이야말로 사랑을 위한 최고의 방부제가 아닐까?(p.87)
여자들은 남자를 괜찮게 변화시키고 나서, ‘너는 나를 만난 이후로 이렇게 됐다.’라는 식으로 암시를 줘야 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기대려는 습관이 있다. 진짜 권태기 왔을 때 ‘이 사람이다.’ 싶으면, 어느 정도 이 사람에게 기회를 줘라. 몇 개월 더 이 친구를 위해 끈을 잡아두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라. 인간적인 매력이 최후의 끈을 잡게 한다.
누구를 사귀든 결론짓지 마라. ‘얘는 나에게 완전히 빠졌으니까.’ 이런 식으로 확신하지 마라. 감정은 결코 약속할 수 없는 거다. 변한다. 변하겠지만 다만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서 좋은 추억 만들면, 훗날 이 추억이 권태기를 잡아 준다. 하지만 매일 먹고, 마시고, 스킨십으로 끝나면 그건 안 된다. 왜냐면 그런 것들은 다른 사람이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 덕분에 2년 전에 연애하게 됐는데, 조건 때문에 헤어졌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일 수 있지만, 조건 때문에 헤어진다고 했던 여자는 없었다. 여자가 사랑에 빠졌다면 말이다. 그 친구 마음을 완벽하게 사로잡지 못해서 조건이란 말이 나온 게 아닌가 하는 말을 조심스럽게 꺼낸다. 헤어질 때 가장 어려운 말은, ‘네가 싫어졌어.’다. 그래서 많은 핑계를 댄다. 집안 사정이 어떻거나, 바쁘다거나. 연애는 나에게 사치라거나, 조건이 맘에 안 든다 등등.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은 쉽지 않다. 여자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을 수 있다는 말은 사기나 마찬가지다. 아주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 큰 것만이 배려가 아니다. 수저 아래 티슈를 깔아 주는 것, 달이 커다랗게 떴을 때 카메라로 찍어서 보내주는 것. 감명 깊게 읽은 구절을 문자로 보내주기도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중에서도 책은 유혹의 도구다. 약속 장소에서 사람을 기다릴 때, 누군가 책을 읽고 있으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남자가 운전할 때, 잠시만 볼륨을 줄여 달라고 한 후, 좋은 구절이 있다며 책을 읽어주는 여자라면 어떨까. 그런 모습이 킬 힐을 신거나 미니스커트를 입고 시선을 끄는 것보다 강력한 매력을 준다. 소중한 사람, 유일한 사람이 되는 거다. 특히 상대방과 완전히 취향이 같은 수 없으니, 상대방이 좋아하는 걸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남자들은 여자 친구가 ‘이 음악 들어봐.’ 하면 삼 초 듣고, ‘어 좋네.’ 하고 마는데, 나는 끝까지 다 듣는다. 삼 분만 참으면 되는 거다.(웃음)
그녀가 잠깐 자리를 비웠다.
무심코 그녀의 빈자리를 디지털 카메라에 담았는데,
그렇게 허전해 보일 수가 없다.
그녀가 왔을 때 좀 전에 찍어둔 사진을 보여주었다.
“너 하나 빠졌을 뿐인데 마치 세상이 텅 빈 것 같아 보인다.”
그러자 그녀는 아무 말 하지 않고
가녀린 손으로 있는 힘을 다해 내 손을 꼭 잡아준다.
내가 찍은 사진은 그녀의 지워지지 않는 추억이 되었다.(p.138)
내가 책을 쓴 이유도 그거다. 본질은 자기 자신이다. 내일 더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이 없으면 결코 연애를 성공적으로 할 수 없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바꾸라는 게 아니라 더 괜찮은 그릇을 만들라는 거다. 내가 이제껏 바가지에 담겨 있었다면 조금 더 예쁜 그릇에 담아보자는 거다. 활짝 웃어보고, 머리를 이렇게 저렇게 해본다거나 나에게 뭐가 더 잘 어울리는지 찾아보면서 나다운 것을 찾아가면 된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싫어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희미해진다.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나는 괜찮은 사람이구나.’라는 걸 인식만 할 수 있다면, 지금 나의 열변이 헛되지 않을 것 같다.
세상에 매력적인 사람이 많다. 누군가를 만나고 있는데 더 매력적인 사람이 다가오면, 내가 누구를 더 좋아하는지 어떻게 판단하면 좋을까.
사랑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나의 기준은, 상대방을 위해 내가 얼마만큼 변화할 수 있는지로 판단한다. 성격을 바꾼다거나 그런 거 말고 예전에 꾸준히 했던 행동에 있어서, 이 친구와 어울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할 수 있는가의 여부를 말하는 거다.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은 많이 만날 수 있지만, 가까워질 수 있는 사람은 만나기 어렵다. 내가 판단하는 매력의 기준은 쉽게 비교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내가 뭘 중요시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내가 그 부분을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럼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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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생각하기에 인연은 따로 정해져 있다고 보는가, 만들어간다고 보나.
운명은 있다고 생각한다. 운명의 사람은 언제든 오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기만 하면, 너무 늦게 올 수도 있다는 말은 꼭 해 주고 싶다. 그걸 각오하려면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웃음) 사실, 내가 헤어질 마음이 생기면 인연이 아닌 거고, 유혹하고 싶으면 인연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인연이라는 것도 이기적인 생각이 아닐까 싶다. 진정한 나의 운명이라는 것은 없는 것 같고, 얼마만큼 나와 어울릴 수 있는지 ??해보는 데서 운명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인연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한 가지 덧붙이자면, 상대방을 칭찬할 때 내 마음을 담아서 칭찬해라. 이를테면, ‘분홍색 안경테가 잘 어울리네요.’라고만 말하지 말고, ‘저는 분홍색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 좋던데.’ 하고 감정을 담는 거다. 음식 먹으러 왔을 때도 음식 맛이 좋다고 칭찬해봤자 하나도 득 될 게 없다. ‘너를 만나서 여기 오게 되어 정말 고맙다.’라고 해야 하는 거다. 또 그 사람 말에 집중해야 한다. 직업을 물었을 때 ‘책을 써요.’라고 대답하면, 바로 ‘그럼 좋아하는 건 뭐예요?’라고 화제를 돌리는 사람이 있다. 그보다는 ‘무슨 책을 쓰세요?’라고 관심 있게 물어야 한다. 대화가 가끔 끊어질 때가 있는데, 조바심 낼 필요 없다. 가만히 있으면, 그게 오히려 상대를 긴장하게 할 수도 있다.
연상은 정말 어려운 걸까? 예전의 저자의 책에서, 연상녀는 보내주라고 했었다.
사실, 연애론은 내가 성장하면서 바뀐다.(웃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연상보다는 연하를 더 좋아하는 이유가 있기는 하다. 스물한 살 친구에게 빕스 가자고 하면, ‘오빠 정말?’ 하고 손뼉 친다. 서른 살 친구한테 가자고 하면 ‘왜?’라고 한다.(웃음) 감흥이 달라진다. 소녀 같은 흥분상태를 보여주면 남자는 더 해 주고 싶다. 내 이상형은 감사할 줄 아는 여자다. 굽실거리거나 아부하는 게 아니라 정말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 줄 수 있는 여자다.
마지막으로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일을 시작한 지 7년째다, 권태기가 왔다. 내가 카페에 서른 권 분량의 연애론을 올렸다가 내 손으로 지웠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알까. 도서관 같은 방대한 자료였고, 연애 검색기 수준이었는데. 거기에 의존하게 될까 지웠다. 새로운 걸 생각하지 않고 비슷한 종류의 글을 쓰지 않을까 두려웠다. 더 발전하고 좋은 모습 보여주기 위해서 그동안 일군 밭을 엎었다. 더 예쁘고 아름다운 조언을 만들기 위한 거다. 세상의 시선도 힘들었다. 지금은 연애를 ‘작업’이라고 비하해서, 이런 일을 하면, ‘쟤는 좀 놀았을 거다. 불성실할 거다.’ 하는 편견을 갖고 있다. 대중적인 일인 만큼, 상처도 많이 받았다. 내가 말하는 연애의 기술은, 상대를 꼬셔서 욕망을 수단화하자는 게 아니다. 끊임없이 서로 노력하자는 것이고, 이 사람과 헤어지더라도 서로에게 의미 있는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과정으로 만들자는 거다. 이게 내가 연애를 사랑하는 까닭이다.
오늘 이 자리를 위해, 대구에서 올라온 독자도 있고, 사람들이 시간을 내서 참석해줘서 정말 고맙다. 그간 힘들기도 했지만, 내 젊음을 바친 게 후회스럽지 않다. 이런 자리가 나를 선명하게 만들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의미를 주는 것 같다. 이 자리에 참석해 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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