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계곡, 그 깊은 물속의 아름다움을 아시나요
그 단풍을 곱게 비추고 있는 금강산 계곡의 그 깊은 물속으로 다시 한 번 들어가고 싶다. 단풍보다 더 아름다운 금강산의 수중 풍광을 또 한 번 카메라에 담을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9.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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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최고의 비경은 가을 단풍이라고 한다. 1만 2천 봉의 봉우리가 울긋불긋 옷을 차려입은 장관은 노래 가사대로 누구의 솜씨인지 감탄에 감탄이 이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난 금강산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바로 계곡을 타고 흐르는 깊고 맑은 물속에 있다고 자신한다. 그 신비로운 절경을 국내 최초로 포착해내는 영광이 바로 내게 주어졌다. 금강산 계곡 수중촬영은 아직 개발의 때가 묻지 않은 북한의 물속을 처음으로 촬영해 보자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개발과 오염으로 이미 남한에선 사라진 우리나라 토종 민물고기가 금강산의 아름다운 계곡에선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고 있다는 것이 이번 취재 계획을 세우게 된 직접적인 계기였다.

오랜 시간 준비해온 국내 최초 북한 수중촬영. 우리는 무엇보다 장비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북한은 지금도 반입되는 모든 촬영 장비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방송용 ENG 카메라도 반입 금지 품목이었으나 현재는 금강산 관광코스 내에서의 사용은 허락하고 있다. 우리는 20일 전에 촬영 장비 리스트를 북한에 보내 허가를 받았으나 처음 보는 수중촬영 장비를 그들이 어떻게 볼지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스킨스쿠버 장비도 걱정이었다. 슈트와 공기통, 공기통을 옮길 등산용 지게 등 준비할 장비들은 끝이 없었다.


북한에서 첫 번째 수중촬영을 시작한 곳은 구룡 계곡의 앙지대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서 나는 산천어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산천어는 수중카메라와 헤엄치는 사람을 처음 보아서인지 우리가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가 쉽지 않았다. 금강산 수중촬영에 동행한 민물고기 전문가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민물고기를 클로즈업하려면 수족관으로 잡아와서 촬영한다고 한다. 그만큼 촬영이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북한에서 산천어를 잡아와 수족관에서 촬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무식한 방법인 버티기를 했다. 산천어는 물살을 가르며 상류로 올라가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위쪽 계곡에서 물이 흘러 내려오는 곳, 즉 물살이 좀 센 곳을 골라 물속 바닥에서 바위를 잡고 안정된 촬영 자세를 취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산천어를 촬영할 수 있을 거란 계산이었다. 그래서 일단 기다렸다. 20여 분이 지났을까. 산천어 네다섯 마리가 상류로 올라가기 위해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때 한 손으로는 물속 바위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레코딩 버튼과 줌 버튼을 번갈아 누르면서 산천어의 다양한 모습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앙지대에서 촬영을 끝마치니 첫 번째 공기통이 바닥을 드러냈다.

구룡 계곡에서의 두 번째 촬영지는 좀 더 하류인 목란관 주변으로, 이곳은 금강모치와 버들개, 버들가지들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강모치와 버들개는 길이가 10센티미터 내외로 산천어에 비해 작은 민물고기다. 이곳에서는 촬영을 위한 특별 준비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떡밥이다. 북한의 고기들이 언제 떡밥을 먹어봤을까 싶었는데 효과는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촬영 장비를 갖고 물속으로 들어가서 떡밥을 손에서 조금 풀어놓자 그야말로 이 작은 계곡에서 이렇게 많은 민물고기들이 어디서 나왔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많은 물고기들이 수중카메라와 내 몸 주변을 감싸 돌았다. 그래서 금강모치와 버들개, 버들가지는 바위틈에 놓은 떡밥 주위로 몰려든 모습을 촬영하며 다양한 장면을 담을 수 있었다. 그리고 좀 더 계곡 바위틈에 있는 민물고기를 찾아 헤맸다. 바위틈을 샅샅이 뒤지니 큰 바위 사이 어두운 곳에서 미유기가 헤엄치고 있었다. 이미 남한에선 모습을 보기 어려운 물고기다. 라이트 배터리를 바꿔가면서 20여 분간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두 번 정도만 모습을 보일 정도로 촬영이 쉽진 않았다.


다음날 아침 일찍 도착한 해금강에서 북한 안내원들은 우리 측 수중촬영 장비를 보고는 신기해하면서 “이것이 물속에서 촬영하는 겁니까?” 하면서 관심을 보였다. 물론 스킨스쿠버 장비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 중에서도 마스크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이곳 북한에도 해녀들이 많이 있다는 말과 함께 마스크를 직접 얼굴에 써보는 사람도 있었다. 이때다 싶어 촬영 장비를 세팅하면서 수중촬영에 대한 설득 작업을 시작했다. 한참 동안 설명을 들은 북한 안내원이 한 한 마디, “저쪽 저기 보이는 곳에서만 촬영하시오.”

우리가 하는 것은 수중촬영이었다. 물속에 일단 들어가면 밖에서는 절대 안 보인다는 것을 잘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이만큼 남북한 관계가 좋아진 것일까? 바로 촬영을 시작하기 위해 급히 물속으로 들어갔다. 북한의 바다에 들어간다는 것은 정말로 가슴 벅찬 일이었다. 더욱이 이곳은 해금강 군사지역이 아닌가. 물속에서 조금만 남쪽으로 가면 남한. 물속엔 휴전선이 없으니 어쩌면 남과 북을 자유롭게 넘나들지도 모를 일이다.


공기통에 남은 산소가 많지 않아 수중촬영을 그리 오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래서 공기 소모가 많은 깊은 수심보다는 4~5미터 깊이에 있는 바다생물들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공기를 최대한 아끼기 위해 과격한 호흡은 절대 금물이다. 해금강에서 우리를 처음 맞이한 것은 우리나라 바다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쥐노래미였다. 바다 속에 있는 모든 사물들이 최초로 북한에서 촬영되는 생물들이었기에 남한에서는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불가사리도 새롭게 보며 촬영을 했다.

다음 촬영 장소로는 삼일포를 선택했다. 취재팀이 도착했을 때 삼일포는 갈조가 넓게 퍼져 있는 상태였다. 물속에서 시야는 잘 나오지 않았지만 확인한 결과 어종이 풍부하게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삼일포 물속은 갈조 때문에 수심 1~2미터 내외와 바닥에서 민물고기들이 발견되었다. 검정말둑들은 바위에 붙어 있었고 민물새우들은 수초 속에서 떼를 지어 모여 있었다. 수심 3~5미터 사이의 얕은 물속을 다닐 때는 약간 웨이트를 무겁게 하고 촬영하는 것이 좀 더 수월하기 때문에 바다에서 사용하는 무거운 웨이트를 차고 삼일포 물속으로 들어갔다. 침전물이 많은 민물에서의 수중촬영은 바닥에 뻘이 많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오리발은 사용하지 않고 손끝으로 바닥을 밀치며 마치 손 짚고 헤엄치듯 이동을 해야만 물속에 있는 부유물이 떠오르지 않는다. 만약 물이 흐르는 곳이라면 상류로 올라가면서 촬영하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삼일포 수중촬영을 끝마치고 나와 삼일포 팔각정 밑에 놓은 어항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이삼십 마리의 민물고기들로 꽉 차 있었다. 북한 안내원과 삼일포 매점 판매원들도 모두 모여 어항에 관심을 보였다. 우리는 촬영을 하기 위해 가져갔던 어항 세 개와 떡밥을 북한 주민에게 건네주면서 어항 설치법과, 떡밥이 없을 경우 다른 것으로 물고기 미끼를 만드는 법 등을 가르쳐주는 것으로 북한 수중촬영 일정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가을이 깊어진다. 지금쯤 금강산에도 단풍이 곱게 물들었으리라. 그 단풍을 곱게 비추고 있는 금강산 계곡의 그 깊은 물속으로 다시 한 번 들어가고 싶다. 단풍보다 더 아름다운 금강산의 수중 풍광을 또 한 번 카메라에 담을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 이병주

#금강산 #카메라
70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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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nose

2012.04.09

이런 걸 TV에서 했었다니. 못본 게 아쉬운데요. 철저하게 통제하는 게 좋은 점도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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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2.03.31

수중 영상촬영!을 하려면 스쿠버 자격증을 반드시 취득해야겠죠. 방수 카메라 메고 물속 깊이 들어가는 기분 황홀할것 같지만 ㅎㅎ 일과는 별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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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72

2009.02.23

물이 정말 맑네요 맑은 물을 먹는 사람들의 마음도 맑을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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