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같은 순간의 음악을 연주하는 첼리스트, 요요 마
요요 마(Yo-Yo Ma)가 앨범 데뷔 30주년 기념 『요요 마 & 프렌즈: 기쁨과 평화의 노래』를 발매하고 12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 클래식세븐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200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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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 마(Yo-Yo Ma)도 친근하다. ‘천재’ 소리를 듣던 세계 최정상급의 첼리스트 장한나와 함께 우리에겐 익숙한 첼리스트다. 그가 앨범 데뷔 30주년 기념(첫 레코딩: 1978년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 『기쁨과 평화의 노래: 요요 마와 여러 아티스트들의 만남』를 발매하고 12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 클래식세븐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첫 등장부터 그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유연한 제스처로 기자회견장을 화기애애하게 만든다. 그 익살과 유머는 여전하다. 친구를 만나 담소를 나누듯. 사진을 따로 찍는 시간(포토 콜)에도 그는 익살스런 표정과 몸짓으로 행사장의 긴장을 푼다. 독백 혹은 방백하듯 액션을 취하고, 어느 파티에 온 것처럼 들떠있기도 하고, 호기심 많은 천진한 어린아이처럼 주위의 공기와 교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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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날 서울 공연을 무사히 마쳤다. 그의 공연을 본 한 블로거는 이런 감상을 남겼다. “세계 최고 연주자의 가장 절정기의 연주를 보았다. 이런 선물 같은 일이 나에게 있다니.” 역시나 첼로 선율만큼이나 부드럽고 우아한 목소리다. 적절하고 듣는 사람을 흡입하는 제스처, 부드러운 인상까지. 그가 이번 앨범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와 줘서 고맙고, 포토 콜 시간에 우스꽝스런 모습을 참아준 것도 고맙다.(웃음) 이 시점에 앨범이 발매된 것을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음악은 서로가 공유하면서도 굉장히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무대 있을 때나 집이나 다른 공간에서 거리감이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 한번 생각해봤다. 우리 모두가 가진 공통점은 뭘까. 가족과 친지. 특히나 명절에 가족과 친지들은 왜 그렇게 소중한 것일까. 모두 명절 때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가족, 친구들과 기쁨과 평화의 순간을 함께한다. 그것을 CD에 담을 수는 없다. 나는 명절에 가족들과 모여서 음악을 연주하기도 하고 친구 혹은 친구의 부모나 조부모 등을 모시고 연주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강조할 것은, 피아노 실력은 형편없다.(웃음) 그런데 가족 중에 피아노 칠 사람이 없어 내가 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가족과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개인의 기쁨을 함께 공유하는 그런 느낌을 음반에 담고 싶었다. 생각한 것이, 가장 친한 음악적 동료를 이 프로젝트에 참여시켜 앨범을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나이가 많아서 친구도 꽤 많다.(웃음)”
그 실력과 넉살, 포근함이 그의 무기였을까. 이번 앨범에 참여한 음악가들의 면모도 화려하다. 종전부터 국적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해온 클래식 뮤지션답다. 다이애나 크롤, 제임스 테일러, 크리스 보티, 르네 플레밍, 조슈아 레드맨, 데이브 브루벡, 에드가 마이어, 알리슨 크라우스, 실크로드 앙상블, 파키토 드리베라, 아사드 패밀리 등 세계 정상급 음악가들의 집합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친구의 친구를 소개받아 친해지듯, 친구의 친구를 소개받아 참여한 경우도 있다. 음악은 물론 알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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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앨범 데뷔 30주년이 주는 감회는 어떨까. “30년을 돌아보면 머리숱이 많이 줄었다.(웃음) 머리숱을 많이 잃었지만 많은 경험을 얻었다. 3년 전이라면 이 앨범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동료들의 음악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얻었다. 지난 30년 동안 활동하며 생긴 많은 동료들이 나 스스로 찾기는 두려웠던 새로운 음악적 세계로 인도해줬다.”
그렇다면 선곡은 누구의 몫이었을까. 친구들의 몫이었을까. 요요 마는 앨범에 담긴 곡 모두, 동료들이 직접 선곡해줬다고 말했다. 가령, 르네 플레밍은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제임스 테일러는 비틀스의 노래를 꼽았다. 그렇게 각자의 기쁨을 앨범에 담고 싶었기 때문에 각자가 선곡을 했고, 연주를 통해 각기 다른 행태의 기쁨을 ‘모둠’한 것이 이 앨범인 셈이다. 말하자면, 기쁨모둠앨범.
그렇다고 연주자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앨범을 만든 것은 아니다. 세계 정상급 음악가들이 스케줄을 맞춰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그건 요요 마 할아버지가 와도 안 될 일. 그래서 각지에서 연주한 음을 모아서 다시 재녹음하는 형태를 취했다. “이번 녹음은 한국 운동선수들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각기 다른 지역에서 녹음됐지만 최종적인 녹음은 6월의 일주일 동안 뉴욕에서 이뤄졌다. 내가 올림픽과 같았다고 하는 이유는, 매일 훌륭한 아티스트들이 와서 연주를 하면 그때가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고 느낀다. 그런데 다음 날에도 또 다른 아티스트가 와서 연주를 하노라면 또 그 순간이 최고의 순간이라고 느낀다. 매일같이 ‘최고다’ ‘최고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매순간 나는 눈이 커지고 그들의 재능과 선의에 놀랐다.”
더불어, 앨범 녹음 과정에서 한국인들과의 연주도 화제에 올랐다. 실크로드 앙상블의 가야금 연주가 김지현 씨와 사물놀이패에 몸담고 있는 김동완 씨, 작곡가 김준일 씨 등이 그 주인공. “김동완 씨는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는데, 자신의 열정을 실현하며 행복을 찾는 경우다. 그가 음악을 한다고 했을 때를 상상하면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웃음) 한국 음악은 강렬하고 듣는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한국 음악이 잘 표현될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아쟁의 소리가 인상 깊었다. 첼로에서도 그런 소리를 내기 위해 시도해 보려고도 했다. 사람의 목소리를 현악에서 재현하는 것이 얼마나 깊이 있는 작업인지 느꼈다. 이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면 한국인이 아니라도 모든 이들이 감동과 깊이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지난 30년 동안, 특히 최근 10년 동안 깨달은 부분이다.”
그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은 예술가임에 분명하다. 끊임없는 호기심과 탐구심이 그의 음악을 진전시키고 있음에 분명하다. 영화 <와호장룡>의 OST에 참여했고, 브라질 음악, 탱고, 가부키와 바흐의 결합 등 그는 호기심이 충만하고 함께하고픈 예술가들과의 공동작업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많은 음악적 시도를 했지만 단 한가지로 동기부여가 된다. 전 세계의 어떤 음악이나 작곡가를 나는 이런 눈으로 바라본다. ‘이 사람은 누구이고 왜 이렇게 했을까.’ 아이가 부모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인지 최고의 순간이나 가장 기억나는 순간은 항상 바뀐다. 이번 앨범 작업에서도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놀라운 일이다. 그들은 재능뿐 아니라 관대함까지 보여줬다. 음악에서는 협연자에 대한 신뢰 없이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없다. 가장 친밀하고 사적인 부분까지 드러내서 연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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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의 음악적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마술’에 이를 비유했다. “음악이나 작곡가를 비롯한 콘텐츠, 소통, 수용자의 입장 등 이 세 가지가 조화될 때 마술적인 순간이 다가온다. 이를 통해 어떤 것이 유지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음악을 하는 목표다.”
모름지기, 천재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다지만, 천재로 남아있는 것은 더욱 힘들지도 모른다. 천재에 대한 세간쟀 관심과 삐뚤어진 욕망이 불러온 파멸의 이야기를 우리는 안다. 그렇다면 요요 마는 어떻게 건재하고 있는 것일까. 그 해답의 비밀 일부는 『내 아들, 요요마』에도 나와 있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천재는 진도가 남보다 조금 빠를 뿐이다. 요요 마도 그랬을지 모르겠지만, 그에겐 ‘노력’이 뒤따랐다. 그의 음악이 진화하는 것도, 그런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 기억하라. 30년 세월 동안의 사랑과 그가 여전히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는 아름다움은 그저 얻어진 것이 아님을.
아참, Tip. 음악을 직접 하는 당신이라면 이것도 잊지 마시라. 요요 마가 ‘도나 노비스 파쳄(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의 멜로디를 녹음했다. 이 음원을 누구나 인다바뮤직 사이트(www.indabamusic.com)를 통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멜로디에 선율을 입히거나 편곡을 해서 올리면 투표를 통해 요요 마와 레코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당신도 요요 마의 ‘친구’가 될 수 있다.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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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tvfxqlove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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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2.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