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흘러야 제 맛 ‘유동성’
한자어를 있는 그대로 풀이하면 ‘흘러 움직이는 성질’이라는 뜻으로, 경제에서 유동성(liquidity)은 자산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정도를 뜻합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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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흘러야 제 맛 ‘유동성’

경제신문이나 기업 관련 자료에 단골로 등장하는 용어 중 하나가 바로 ‘유동성(流動性)’입니다. 한자어를 있는 그대로 풀이하면 ‘흘러 움직이는 성질’이라는 뜻으로, 경제에서 유동성(liquidity)은 자산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정도를 뜻합니다. 기업이나 개인이 투자를 할 때는 원하는 시점에 곧바로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유동성은 결국 자산을 필요한 시점에 손실 없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그럼 기업의 유동성을 좀 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기업의 유동성은 기업이 현금 수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말로, 좁은 의미로는 채무(빚) 지불이나 변제시기(빚 갚는 시점)에 맞춰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냅니다. 기업의 유동성이 부족하면 자칫 지급불능이나 파산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결국 ‘신용경색’이나 ‘자금경색’이라는 말은 기업이나 개인이 그만큼 돈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유동성은 또 금융거래에서 얼마나 신속하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지에 따라 정해집니다. 사실 같은 돈이라도 남에게 빌려준 돈은 수중에 있는 돈보다 유동성이 낮은 편입니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돈을 빌리는 사람은 빌린 돈에 대한 금리 외에 일정한 돈을 더 얹어주게 됩니다. 이런 것을 ‘유동성 프리미엄(liquidity premium)'이라고 합니다. 대개 유동성 프리미엄이 붙으면 금리가 더 높아지게 마련입니다. 은행의 1년 만기 적금보다 3년 만기 적금 금리가 더 높은 것도 바로 이 유동성 프리미엄 때문입니다.

흔히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은 투자를 늘리게 마련입니다. 낮은 금리를 활용해 돈을 더 빌려 투자를 늘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금리를 추가로 내리고 통화량은 늘려도 좀처럼 소비와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아 경제회복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금리가 어느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너나없이 머지않아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고 투자 대신 회사 금고에 돈을 쌓아놓은 등 현금보유량을 늘리려 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금리인하 = 기업투자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등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유동성 함정’이라고 합니다.

유동성
자산을 필요한 시기에 손실 없이 전환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경제학 용어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 ‘기회비용’

기회비용(機會費用)은 여러 선택방안 중에서 한 개를 선택했을 때 포기한 대안 가운데 가장 좋은 한 가지의 가치를 뜻합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어떤 재화의 두 종류 이상의 용도 가운데 한 가지를 취하고 나머지를 포기할 경우, 포기 안 했으면 얻을 수 있는 이익 중 가장 많은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철수에게 현금 100만 원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는 100만 원을 어떻게 운용할까 고민하다가 크게 3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첫 번째는 100만 원으로 국채를 사서 10만 원의 연이자를 얻는 것이고, 두 번째는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고 연이자 11만 원을 받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정기예금을 해 12만 원의 연이자를 얻는 방법입니다. 그는 결국 여러 사람과 얘기를 나눈 끝에 세 번째 방법인 정기예금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철수의 기회비용은 얼마일까요. 국채 연이자인 10만 원? 아니면 친구에게 받을 수 있는 11만 원? 아니면 이 두 가지를 더한 21만 원? 기회비용은 11만 원입니다. 왜냐고요? 기회비용의 정의가 ‘여러 선택방안 중에서 한 개를 선택했을 때 포기한 대안 가운데 가장 좋은 한 가지의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시가 나대지(裸垈地, 지상에 건축물이 없는 땅)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LA시에서 이곳에 병원을 지을 경우 기회비용은 무엇이 될까요? 나대지에 병원 대신 스포츠센터를 짓거나 주차난을 해소해줄 수 있는 주차장을 설치하거나, 아니면 LA시가 안고 있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그 땅을 판다는 가정을 해보면, 결국 기회비용은 스포츠센터, 주차장, 땅 매각 중 하나가 됩니다.

기회비용
어떤 재화의 두 종류의 용도 중 어느 하나를 포기할 경우, 포기 안 했다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의 평가액(評價額), 기회원가(機會原價)라고도 한다.


#경제학
36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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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nose

2012.04.13

유동성 프리미엄이라는 단어 신문에서 읽은 것같지만 그런 뜻이었네요. 신문에서 읽는 단어 대충 넘어가면서 경제기사 넘 어려워라고만 생각했는데.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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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2.04.02

돈이 유통되야 서민들이 살아가지만 누군가는 마늘밭 비닐 하우스에 다발로 파뭍고 살고 있죠. 장롱속 신사임당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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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박이

2008.05.22

유동성과 기회비용, 둘 다 학창시절 배웠고 실생활에서도 많이 듣는 말인데도 이글을 통해 읽으니 또 새롭게 보이는군요. 유동성의 함정은 처음 듣는 용어지만, 더구나 지금은 고금리시대지만, 이 용어를 들으니 요즘의 암울한 상황이 오버랩되네요. 쩝. 기회비용은 예전 경제 시간에 A국, B국의 수입-수출하며 선생님이 표를 그려가며 설명하셨던 추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 그런데 막상 실생활에서 기회비용을 따져 결정한다는 게 정말 쉽지가 않은 것 같아요. 자금의 유동성이나 기회비용을 잘 따져볼 줄 아는 것이 경제를 제대로 보는 바탕이 되겠지요. 최근 재테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혼자서 경제공부를 해본다고 책을 뒤적이다보면 매번 뜻모를 어려운 전문용어들에 좌절하기 일쑤였는데, 이렇게 하나하나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 있었군요. 지난 칼럼도 읽어봤는데 책이 무척 재미있을 것 같네요. 잘 배우고 갑니다. 다음 주에 올라올 내용도 기대하고 있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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