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에서 날 기다리는 『빨강머리 앤』
200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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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름과 제목 그리고 디자인만 봐도 ‘이건 재밌는 책이 분명해!!’라며 확신에 가득 차 구입한 책이 늘어나는 만큼, 읽지 못하고 점점 쌓여가는 책도 늘어가는 듯합니다. 전에도 한 번 쓴 것 같지만, 책장에 있는 책 중 읽지 못한 책이 1/3쯤 되는 걸 보면서 “아, 이건 분명히 집착이자 낭비야. 다음부턴 제발 충동구매 좀 자제하자!!”라며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만, 하루키의 에세이집을 읽으며 하루키도 똑같은 고민을 하지만 늘어나는 책은 자신의 의지로는 어쩔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글을 보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맘에 드는 신간 서적을 열심히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듯 사놓고 못 읽는 책은 서머셋 몸의 ‘면도칼에도 철학이 있다’라는 말처럼 한 권 한 권 나름대로 이유와 사정을 지니고 있습니다만, 정말 읽고 싶어 샀지만 방대한 양에 손을 대지 못하는 책이 있으니 바로 로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강머리 앤』입니다. 사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100번쯤 졸고 200번쯤 하품하고 400번쯤 기지개를 켜며 불굴의 의지로 완독했고,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은 두 달 가까이 방에만 틀어박혀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넘겨가며 경탄에 경탄을 거듭했던 적도 있습니다만, 역시 생활 사이클의 여유가 넘칠 때나 가능했던 일이고 지금의 생활 사이클에서 10권이 넘는 책에 손을 댄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네요. 어렸을 때 미야자키 하야오가 연출하고 다카하타 이사오가 감독한 <빨강머리 앤>을 보면서 즐거워했던 기억에 선뜻 구입한 완역판이지만 먼지만 쌓여가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대리독서기계라도 생겨서 대신 독서를 해주고 메모리 칩 같은 걸 이용해 제 머릿속에 넣어준다면 정신없이 바쁠 때도 보고 싶었던 책을 맘껏 머릿속에 넣을 수 있겠지만 역시나 한 장 한 장 읽어가며 상상하고 감동하는 시간적인 행복만큼은 전달해 줄 수 없겠죠. 어서 바쁜 일을 마무리하고 『빨강머리 앤』을 읽고 싶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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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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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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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atjsgk114
2020.01.27
안녕하세요. 이제 막 대학교 2학년이 되는 21살 여대생입니다.
tv드라마 학교 2013에 나온 풀꽃을 1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들었습니다. 저 시인은 어떤 사람이길래 이리도 담담하게 사랑을 고백하나 궁금했습니다. '나태주'라는 시인의 이름과 '풀꽃'이라는 시에서 오는 느낌이 너무 젊고 풋풋해서 시인님의 사진을 봤을때는 놀라운 마음이 컸습니다. 사랑을 담아내는 표현들이 너무 예뻐서, '나중에 내가 나이가 먹으면 나도 저런 감정을 가지고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시인님의 신간이 나오면 꼭 한권씩 구입하여 한장 두장 곱씹으며 읽는게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장문의 글과는 다르게 해석하는 재미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재미도 쏠쏠하구요!
시는 저에게 친구이자 선생님이자 동생..같은 존재입니다. 함께 웃고 울고, 천진난만한 단어로 기쁘게도 해주는.
꼭 강연에 초청되어 1월 31일, 시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만쥬
2020.01.27
살다가 힘들 때, 누구나 한 번쯤 돌아보게 되는 매력이 있는 글을 쓴다는 건 아주 반짝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태주 시인님이 그런 분이 아닌가 싶네요.
minky98
2020.01.26
고등학생 때 사는 일이라는 시를 통해 나태주 시인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가족사진, 꽃그늘 등 좋아하는 시들이 더 많아진만큼 시인이 더 좋아진 거 같아요! 문학을 좋아하고 더 좋아하게 되고 싶습니다 꼭 목소리 듣고 힘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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