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스물두 살에는 절망했다
2006.11.10

|
|
||
‘가을 따위는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닐까?’란 걱정이 들 만큼 여름에서 겨울로 곧바로 넘어온 것 같습니다. 분명히 며칠 전까진 더웠던 것 같은데 강원권은 영하로 떨어지고 보드장은 오픈을 위해 제설기를 풀가동하며 인공 눈을 뿌리고 있으니 정말 겨울이 오고 있음을 실감하네요.
매년 겨울이 되면 느끼는 거지만, 한 살 더 먹게 되는 이 야릇한 기분은 시련을 경험해봤다고 다음번에 찾아오는 시련을 좀 더 현명하게 극복할 수 없는 것처럼 ‘한 살 더 먹는 건데 별거 있나~’라며 가볍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처음 성인이 되던 해에야 ‘드디어 당당하게 음주가무를 즐길 수 있다!’라는 기분에 즐거워했지만 그 이후로는 ‘휴… 한 살 더 먹었는데 좀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하며 걱정했던 기억밖에는 없네요. 가뜩이나 올해는 ‘마지막 20대’라는 타이틀이 걸려있어서 좀 더 시니컬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저보다 나이 많으신 분들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기분 이해해 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20대를 마감하며 잠시 돌아보자면, 열정과 순수, 방황과 갈등 마지막으로 고뇌와 비탄으로 가득 찬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이야 일러스트레이터로 간신히 먹고살 형편을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부족한 재능을 극복해보고자 화장실 가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그림만 그리던 시절, 불투명한 미래와 늘지 않는 그림에서 오는 깊고 깊은 딜레마. 별것 아닌 고민을 과대포장하여 패닉 상태에 빠졌던 시절,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해결될 것만 같았던 터무니없는 자신감 등등.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고민도 여유가 있으니까 가능한 거였지’라고 쉽게 얘기할 수 있는 종류의 문제들입니다만 당시에는 세상 끝에 홀로 남은 것 같은 외로움과 고독감으로 참 힘들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불과 몇 년 전 이야기를 아주 오래된 이야기처럼 하는 자신한테 놀라고 있습니다.) 아무튼 ‘20대’ 하면 떠오르는 게 질풍노도의 시기인데요. 얼마 전 인터넷에서 『그들도 스물두 살에는 절망했다』라는 제목을 보고 ‘나도 스물두 살에는 절망뿐이었어!!’라며 구입했던 책이 있어서 소개해 봅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헤르만 헤세, 알베르 카뮈, 프란츠 카프카, 도스토예프스키 등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훌륭한 문학인들의 젊은 시절을 이야기한 책인데요.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아아, 이런 천재적인 사람들도 다 비슷비슷한 방황과 갈등으로 힘들어했던 시절이 있군’ 하며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개인적으론 유진 오닐과 폴 세잔의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다른 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네요. 무언가 갈등과 방황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스펜서 존슨’이나 ‘호아킴 데 포사다’ 류의 책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읽고 나면 ‘같은 이야기를 달리 꾸며두었군’이란 생각이 드는 책보단 이렇듯 남의 경험담 쪽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왠지 대단한 마케팅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은 신뢰가 가질 않아요. |
||
|
|
||
|
|
||
|
|
||
6개의 댓글
추천 기사
추천 상품
필자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젊은 작가 특집] 청예 “재능이 있다는 말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어요”](https://image.yes24.com/images/chyes24/article/cover/2025/06/20250617-145281b3.jpg)
![[젊은 작가 특집] 설재인 “내가 쓰는 것의 백 배 정도 되는 분량을 먼저 읽을 것”](https://image.yes24.com/images/chyes24/article/cover/2025/06/20250617-b6c4e0bc.png)
![[젊은 작가 특집] 백온유 “언젠가는 공포 소설을 제대로 써보고 싶습니다”](https://image.yes24.com/images/chyes24/article/cover/2025/06/20250617-8e240083.png)
![[젊은 작가 특집] 김홍 “언젠가 청자에 대해 써보고 싶어요”](https://image.yes24.com/images/chyes24/article/cover/2025/06/20250617-5cfc5a28.png)
![[젊은 작가 특집] 김지연 “좋아하는 마음을 계속 간직하면서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https://image.yes24.com/images/chyes24/article/cover/2025/06/20250617-5b0f5351.png)
icarus1981
2006.11.27
skaface
2006.11.20
안성인
2006.11.17
시련을 겪는다는 것을 인지해야할 것 같아요.그래서 오히려 그 고난과정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으면 더 삶을 순간순간을 온전히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합
니다.^^
제가 이렇게 쓴 글은 저도 들은 내용이구요 한번 제문장으로 표현해봤습니다.
위 그림을 보면서 미술의 독특함을 엿볼 수 있어서 좋네요.^^ㅋ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