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쿄기담집』 중 「하나레이 만」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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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도쿄기담집』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불가사의하고 기이한 이야기들을 현실에서 꼭 존재하고 있는 이야기처럼 실감나게 써내려간 다섯 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두 번째 이야기 「하나레이 만」은 많은 블로그나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아가씨와 잘 지내는 방법’이란 타이틀로 유명한데요.

소설 속 주인공 사치의 "아가씨와 잘 지내는 방법은 세가지밖에 없어. 첫째, 상대방의 얘기를 잠자코 들어줄 것. 둘째, 입고 있는 옷을 칭찬해 줄 것. 셋째, 가능한 한 맛있는 음식을 많이 사줄 것. 어때, 간단하지? 그 정도로 했는데도 효과가 없다면, 차라리 단념하는 게 나아."란 대사가 하루키식 ‘작업의 정석’처럼 일파만파 퍼지며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루키 소설 속 주인공들의 냉소적이고 쿨한 대사는 소설의 재미와 문체를 떠나 대사 하나 하나에서 재미를 찾고,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만, 「하나레이 만」이란 소설이 가지고 있는 무게나, 깊이 공유 할 수 있는 이야기보단 ‘아가씨와 잘 지내는 방법’으로만 유명해지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 이렇게 어설픈 일러스트로나마 한 컷을 표현해봤습니다.

책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열에 한 분 정도는 무슨 장면인지, 어떤 뉘앙스인지 알아 맞춰 주실 거라 생각합니다만, ‘형편없는 그림이라 난 도저히 모르겠는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서는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고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책을 아직 안 읽어 보신 분들께서는 한번쯤 도쿄기담집의 「하나레이 만」을 읽어보시고 제가 그린 그림이 어떤 뉘앙스를 가지고 있는지 또는 어떤 기묘한 이야기의 단편소설인지 느껴보시는 것도 재밌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레이 만의 ‘아가씨와 잘 지내는 방법’은 어러쿵 저러쿵해도 남자인 저로써는 너무 간단하고 쿨한 방법이라 손바닥으로 이마를 치며 ‘음음 그렇군 그렇군!’하고 고개를 절로 까딱이게 만드는 훌륭한 ‘방법’인 것만은 확실한 거 같아요. 후후


도쿄기담집
무라카미 하루키 저 | 문학사상사

5년 만에 발표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신 단편집. 이 책 속에는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묘하면서도 우연으로 보아 넘기기 어려운 신비스러운 사건들이 절묘하게 그려져 있다. '도쿄'라는 현대의 메트로폴리스와 '기담'이라는 초자연적인 장르가 결합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작품집에 실린 5편의 단편들은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자유로이 넘나들고 있다.
16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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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

2007.10.19

막연히 마음속에 그려져 간직되왔던 이미지... 그걸 표현해내 보여주시니
참으로 감동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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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RO*

2006.09.02

아...왠지 읽어 보고 싶어 졌네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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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lki76

2006.08.11

저두 나오자마자 사서 참 잼있게 읽었던 책이예요~ 히-
전 "시나가와 원숭이"를 제일 잼있게 읽었었는데^^
그림이랑 책에서 인용한 부분 살짝 갖고 갑니다.
출처 밝혔으니 와보셔도 되요^^
-이렇게 밝히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요^^;;
http://www.cyworld.com/goneng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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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기담집

<무라카미 하루키> 저/<임홍빈>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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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1949년 교토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했다.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1982년 장편소설 『양을 쫓는 모험』으로 노마문예신인상을, 1985년에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했다. 1987년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를 발표, 유례없는 베스트셀러 선풍과 함께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키며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1994년 『태엽 감는 새』로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했고, 2005년 『해변의 카프카』가 아시아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그 밖에도 『스푸트니크의 연인』 『댄스 댄스 댄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먼 북소리』 『이윽고 슬픈 외국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1Q84』 『기사단장 죽이기』 등 많은 소설과 에세이가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06년에는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해럴드 핀터 등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바 있는 프란츠 카프카상을 수상했고, 2009년에는 이스라엘 최고의 문학상인 예루살렘상을, 2011년에는 스페인 카탈루냐 국제상을 수상했다. 또한 2012년 고바야시 히데오상, 2014년 독일 벨트문학상, 2016년 덴마크 안데르센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