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회] ‘마지막이 아닌 것처럼’ 써야하는 포구 이야기
[마지막 회] ‘마지막이 아닌 것처럼’ 써야하는 포구 이야기 연필을 쥔 아버지의 손은 얼마나 떨렸을까. 필체가 좋아 군에서도 수기를 담당했다는 아버지는 몇 번이고 이름을 고쳐 쓰고 지우고 다시 적었을 테다. 늦은 밤, 기관실의 불을 켜고 옥편을 뒤져보았을까. 점을 친다는 늙은 선원에게 쌈짓돈이라도 건넸을까. 몇날 며칠을 고민하던 나의 이름은 바다 위에서 완성되었다. 그 이름은 스페인의 항구에서 또다시 바다를 건너 부산의 작은 섬 영도로 도착했다. 2014.09.24 오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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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잃어버리지 않은 중리 포구를 찾아서
아직 잃어버리지 않은 중리 포구를 찾아서 묘박(錨泊)지의 하루는 고요하다. 그곳을 살아있게 하는 건, 출렁이는 파도와 부서지는 햇살이다. 부산의 송도와 영도 사이에는 많은 닻이 바다 속에 박혀 있다. 거꾸로 세상을 바라보면 배들은 닻과 줄에 의지한 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셈이 된다. 삶의 이면을 바라보는 일은 몇 가지의 재료면 충분하다. 햇빛과 그늘, 그 속에 있을 우주. 2014.08.27 오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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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부에서의 한나절
포르부에서의 한나절 스페인의 국경에 자리한 이 포구 마을은 카탈루냐의 전통요리를 제대로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파리에서 바르셀로나로 열차를 타고 이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과도 같은 곳이다. 하지만 그저 스치기만 한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20세기의 중요한 미학자인 발터 벤야민을 알고 간다면, 여행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2014.08.13 오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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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파도소리, 들어본 적이 있나요?
경주의 파도소리, 들어본 적이 있나요? 보기 싫은 흉가는 도화지로 쓰이고, 페인트가 벗겨져 나간 오래된 담장은 캔버스가 된다. 돌담과 담쟁이넝쿨, 우편함과 수챗구멍은 그림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입체적인 회화의 재료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읍천 포구를 살아 있게 하는 건, 매일 바다에 나가서 그물을 올리고 당기는 사람들이다. 2014.06.18 오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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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 언덕에서 청사포까지, 여름밤의 낭만 블루스
달맞이 언덕에서 청사포까지, 여름밤의 낭만 블루스 어쩌면 문득이라는 말은, 작은 틈새로 불어오는 한줌의 바람인지도 모르겠어. 고작 커튼을 두드릴 정도지만, 너는 바다를 그리워하겠지. 그런 순간은 문득, 찾아오니까. 깊은 밤 그곳의 노래를 들으러 가자. 멀지 않은 곳에 달을 따라 걷는 길이 있고, 너머에 바다가 있어. 2014.06.05 오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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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다리의 소년과 바다
영도다리의 소년과 바다 남자가 소년이 되는 순간, 하나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된다. 나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의 이야기를 믿고 있다. 과연 영도에 살았던 남자는 소년이 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는 바다가 될 것이다. 아니면 그는 영도가 되겠지. 나는 언젠가는 그렇게 되리라고 믿는다. 2014.05.22 오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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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더덕을 먹는 단 한가지 방법
미더덕을 먹는 단 한가지 방법 고현 포구에 와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미더덕은 그냥 먹어도 맛있었다. 속살을 안주려 애를 태우다니, 그건 미더덕에 대한 모욕이었다. 봄철의 미더덕은 엄지보다 두 배는 더 컸다. 2014.05.07 오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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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아름다운 섬, 통영 추도 미조 포구
저녁이 아름다운 섬, 통영 추도 미조 포구 미조 포구의 어떤 집이라도 마당에 서면 바다를 볼 수 있었다. 낮은 언덕의 비탈에는 스무 채가 조금 넘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빨간색 파란색 주황색 연두색으로 칠해진 색색의 지붕은 막 피어난 꽃처럼 화사했다. 2014.04.09 오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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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이라 불리는 남해의 매력
보물섬이라 불리는 남해의 매력 보물섬이라 불리는 남해인 만큼 섬도 바다도 고유의 색을 뽐냈다. 지난밤에 미리 던져두었던 그물을 건져 올리자 처음 보는 생물이 올라왔다. 진한 보라색에 미끈미끈한 표피를 가진 연체동물이었다. 바다 달팽이라 불리는 기멍(군소)이라 했다. 그렇게나 바닷가를 쏘다녔지만 군소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기멍은 삶아서 제사상에 올리기도 하고, 신부 예단에도 쓸 수 있다고 선장님이 덧붙였다. 얕은 해안가에서 자주 발견된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무척 생소했다. 바다는 과연 나에게 얼마만큼을 보여준 것일까. 살면서 나는 또 얼마나 더 깊숙이 들어갈 수 있을까. 2014.02.12 오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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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멸치 인상기 - 경상남도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포구
남해 멸치 인상기 - 경상남도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포구 어슴푸레한 여명이 바다의 색을 투명하게 비쳐냈다. 갈매기의 배고픈 울음이 간간이 들려왔다. 배 안에서 잠들어 있었던 외국인 선원들은 여전히 그물 아래에서 온몸으로 멸치들과 사투를 벌였다. 조타핸들을 잡고 있는 선장과 그물을 끌어당기는 선원, 파이프로 멸치를 옮기는 선원, 멸치와 다른 생선을 구별하는 선원과 멸치가 삶기는 물의 온도를 확인하는 선원, 삽으로 멸치를 퍼서 틀 위에 담는 선원과 삶긴 멸치가 담긴 틀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선원. 어선단에 있던 선원 중 누구도 그날을 특별하게 기억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14.01.16 오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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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의 대구, 새해면 어김없이 찾아오면 귀한 손님
거제도의 대구, 새해면 어김없이 찾아오면 귀한 손님 새 해를 맞아, 일출이 아름다운 포구로 떠나볼 작정이었다. 동해안과 경남의 몇몇 포구가 떠올랐지만 금세 계획수정이다. 따지고 보면 뜨는 해는 어느 곳에서 보건 다 비슷한 기분인 것만 같다.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서도, 한적한 겨울바다에 나가서도, 높은 산에 올라서도 결국에는 같은 태양이다. 2014.01.03 오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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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상을 펼쳐라, 전어가 간다
술상을 펼쳐라, 전어가 간다 노랗게 익어가는 전어를 보면, 가을도 이렇게 익어가는 가 싶다. 우리의 삶도 익어간다. 익은 것은 색과 향이 짙다. 어쩌면 황혼이야 말로 가장 짙은 언어로 삶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니, 짙은 것은 말이 없다. 그저 짙다. 이제는 전어만 보면 술상 마을의 노을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어디선가 구수한 냄새가 피어오른다. 2013.10.24 오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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