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출근할 곳이 없는 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일도, 색다른 경험을 해볼 일도, 굉장히 놀라운 사건을 겪을 일도 상당히 적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다가, 가끔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생각을 나누는 것이 고작이지요.
독서는 제 작은 우물을 벗어나, 수없이 많은 다른 우물을 여행하는 것과 같습니다. 주로 동화나 소설을 읽는데, 제가 까맣게 잊고 지냈던 순수한 세계, 혹은 제가 잘 모르는 세계로 빠져드는 기분이 듭니다. 어떤 우물에서는 굉장히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아이를 만나기도 하고, 어떤 우물에서는 몇 번의 살인을 저지르고도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 살인자를 만나기도 합니다. 또 투명인간이 되어 한바탕 신나게 놀기도 하고, 장기매매를 해서 먹고 사는 인물을 한숨 쉬며 무기력하게 바라보기도 합니다. 겉으로 볼 때, 조용할 것만 같은 우물 속에서는 별별 일들이 다 벌어지고 있는 거죠. 저는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닥친 크고 작은 사건들을 따라가며 공감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책을 덮었는데도 그 우물 속에서 완전히 빠져 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값진 경험을 한 듯 독서가 참 즐겁습니다.
요즘 저는 역사 동화를 써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쓰고자 하는 시대와 같은 시대배경을 가진 작품들과 옛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정리해 놓은 『한국생활사박물관』이라는 책을 읽으려는 중이지요. 독자 분들이 유쾌한 책 읽기를 하셨으면 합니다. TV, 휴대전화나 게임 같은 자극적인 매체가 절대 줄 수 없는, ‘상상하는 재미, 공감하는 재미, 생각하는 재미’를 제 어린 독자들이 마음껏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저/윤성원 역
문화예술의 나라로 알려진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대해 막연하게나마 갖고 있던 판타지를 시원하게 깨준다. 그곳도 그냥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 북소리가 들려와, 짐 싸고 싶어진다.
'피가로의 결혼'이 울려 퍼지면 우리는 하던 일을 멈추고, 눈을 감고 이탈리아 여자들의 아리아를 듣는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그 노랫소리가 내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 자유를 일깨운다.
순수함의 정석. 친구의 숙제 공책을 들고 하루 종일 친구의 집을 찾아 뛰어다니던 소년 아마드의 맑은 눈망울이 생각난다. 특별한 감동장치나 기교 없이 그 행동하나만으로 보는 사람의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감독:크리스토퍼 놀란 출연:매튜 맥커너히, 앤 해서웨이, 마이클 케인, 제시카 차스테인, 맷 데이먼, 맥켄지 포이
저 광활한 우주 속에 작은 점, 그 점 속에 작은 점. 나는 얼마나 작고 하찮은 사람인가? 그래서 더욱 의미 있게 살고 싶어진다.
김지영 “상상하는 재미로서의 책 읽기” 동화작가 김지영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