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이 수상해 독서가 즐거울 수만은 없지만, 뜻밖의 위로가 그 안에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책이 유용한 처방전이 될 수 없어도 작은 휴식이 되어준다면 유익한 일입니다. 가끔은 의심 없이 책에게 마음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요? 작가들이란 본시 사소한 것들을 미화하거나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을 교묘한 문장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어차피 치유가 불가능한 현대에서는 그들의 뻔한 속임수에 넘어가 주는 것도 마음을 다독이는 한 방법이겠죠.
최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은 역시 고양이입니다. 당분간은 수많은 고양이들이 잔뜩 웅크리고 앉아서 떠날 생각이 없는 듯해요. 하지만 제가 주로 정신을 소모하는 곳은 역시 시와 문학입니다. 고향과도 같은 시의 세계를 야반도주하듯 떠나왔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그곳에 있습니다. 언젠가 금의환향은 못하더라도 무사귀향하기를 소원합니다.
최근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6개국으로 떠난 80일간의 고양이 여행을 담은 책인데, 5년간 여행하면서 느낀 점은 고양이에 대한 학대와 차별이 우리나라처럼 심한 나라가 없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몹쓸 나라로 손가락질을 하는 인도에서조차 고양이는 학대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이었습니다. 자신들조차 먹고 살기가 막막한 빈민촌 사람들이 길고양이를 먹이기 위해 시장에서 닭내장을 얻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사실 책을 통해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습니다. "모든 사람이 고양이에게 선의를 베풀 필요는 없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이 고양이에게 악의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쓰지 신이치 저/김향 역
천천히, 빈둥거리기, 쉼, 에코 투어리즘, 산책과 낮잠 등 느림의 미덕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우리는 왜 쉴 틈 없이 바쁘고 아픈가에 대한 반성과 이면의 세계를 보여준다.
더글러스 애덤스 저/김선형,권진아 공역
우리집 고양이 ‘루’의 추천도서이기도 하다. 루는 툭하면 이 책을 책장에서 거실 바닥으로 뽑아놓곤 한다(나중에야 그 이유를 알았는데, 루는 주로 책 끈이 달린 책을 추천해놓곤 했다. 예를 들면 <천개의 고원>이나 <해저 2만리>, <체 게바라 평전> 같은 책들이 루가 좋아하는 책이다). 이 책은 나에게도 좀 특별하다. 책의 4부에 해당하는 <안녕히, 물고기는 고마웠어요>는 나의 첫 번째 고양이책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로 변주되었다.
리처드 브라우티건 저/김성곤 역,해설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소설로, 젊은 시절 여러 번 숙독했던 책이다. 출간 당시 한국에서 이 책이 낚시 코너에 꽂혀 있었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온다.
데틀레프 블룸 저/두행숙 역
이 책에는 고양이의 역사는 물론 고양이에 대한 문헌과 작품, 영화, 음악에 이르기까지 온갖 현상들을 연구하고 조명한 방대한 기록이 실려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고양이에 대한 이런 명언이 실려 있다. “고양이는 인간에게 수수께끼로 남기로 작정했다.”
이용한 “고양이의 세계를 존중해주는 나라도 있다” 고양이들의 천국을 찾아 떠난 여행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이용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