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인연이 있습니다. 멋진 영화나 뮤지컬을 본 뒤, 혹은 기사에서 지나치듯 끌리는 작품들을 만난 뒤에는 그 호기심을 참을 수 없죠. 도대체 무슨 작품인지, 작가는 어떤 사람인지를 인터넷을 통해 검색한 뒤 원작을 찾아 읽습니다. ‘이 책을 이제야 만나는구나’ 싶을 때면, 괜히 뜨겁습니다.
『경제학자의 문학살롱』을 쓰면서 작가와 작품의 배경을 공부하다가 유럽 역사와 유럽 도시 성장사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그동안 제가 아는 유럽 역사는 영국과 프랑스 정도였죠.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웨덴, 폴란드 등의 역사는 의외로 만날 기회가 없었습니다. 이들 나라의 역사와 관련된 책을 집중적으로 읽을 계획입니다.
제 서재는 ‘잡동사니’입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경제학부터 문학, 심리학까지 내 서재에 있는 책들은 대중없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책장에 더 이상 책을 꽂을 데가 없어 그냥저냥 쌓아둔 책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허투루 있는 책들은 아닙니다. 기사를 쓸 때, 집필을 할 때 금쪽같은 책들만 모아뒀습니다. 모래 속에서 사금을 캐듯 잡동사니 속에서 알토란같은 책들을 찾아냅니다. 경제, 문학, 정치, 과학..... 언제부터인가 칸막이들이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삶이 그렇게 칸으로 딱딱 나눠지던 것이던가요? 삶 속에는 모든 요소들이 복합돼 있다. 삶 자체가 융합이고 콜라보레이션입니다. 명작이 어느 날 나 홀로 태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가설 하에 『경제학자의 문학살롱』을 집필하게 됐습니다. 책 속 인물들 혹은 작가들이 산 경제적 배경을 들춰보고 나니 그 작품이 더 잘 보였습니다. 명작을 접하는 새로운 도구로 『경제학자의 문학살롱』이 쓰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댄 브라운 저/안종설 역
프랑스 여행 때 루브르박물관과 튈르리공원을 괜히 배회하게 만들었던 소설. 팩션의 힘에 전율했다. 소설 속 배경은 대부분 실존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사실인지 아닌지 더 알쏭달쏭했던 소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모나리자>에 숨겨진 비밀을 푸는 맛이 쏠쏠했다. 추리소설은 이렇게 써야 한다.
다자이 오사무 저/김춘미 역
일본판 <날개>를 만난 듯한 충격. 혹시 다자이 오사무와 이상은 생전에 ‘절친’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특유의 염세성이 묘하게 매력적이었다. 점차 타락으로 빠져드는 요조를 보면 삶의 의미를 되묻게 된다.
팀 하포드 저/김명철 역
이 책을 통해 경제학을 어떻게 일상에 접목시키는지를 배웠다. 경제가 결코 일상에 떨어져 있지 않음을 배웠다. 이 책은 경제학 원론을 공부하는 가장 쉬운 방법론을 제시한다.
쥘 베른 저/김석희 역
어린 시절 독서의 맛을 알게 해준 책. 노틸러스 호의 네모선장은 한동안 나의 우상이었다. 《해저2만리》 이후 초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은 쥘 베른과 함께였다. 쥘 베른의 무한한 상상력이 좋았다. 쥘 베른은 해저뿐 아니라 달나라, 세계여행 등 지구 안팎을 마음대로 드나들었다. 과학을 흠모하게 된 것, 그래서 문과가 아닌 이과를 택하게 된 것은 순전히 쥘 베른 탓이다.
조정래 저
처음으로 완독했던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접한 뒤 나도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조정래 선생의 철학과 꼼꼼한 취재력, 열정이 빚어낸 대작이다. 해방공간과 6.25전쟁 전후 시대상이 촘촘히 기록돼 있다. 책을 읽고 나면 역사에 대한 시공간이 지리산 자락까지 확대된다.
리아콰트 아메드 저/조윤정 역
금융과 경제도 스토리라는 것을 가르쳐준 책. 영국 프랑스 독일의 중앙은행장들의 시각에서 본 제1차 세계대전은 충격이었다. 한 편의 드라마를 즐기다 보면 제1차 세계대전 전후의 세계사가 머릿속에 훤히 들어온다. 변변찮은 금융사에 대한 기록이 없는 자본주의 변방 국가의 시민으로서 매우 부러웠던 기록물이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안장혁 역
우연히 결말부터 본 뒤 계속 뒤로 읽어 다 읽어버린 책. 베르테르 같은 지독한 사랑을 흠모하게 됐다. 사랑을 하는데도 많은 조건이 붙는 요즘 사랑에 식상할 때 읽어보면 딱 좋을 책이다. 권총 자살을 할 수 있을 만큼 깊은 사랑을, 당신은 생애에 단 한번이라도 해보았는가. 어쩌면 나는 지금도 그런 사랑을 갈망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문구 저
한국어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감격을 전해준 책. 토속어의 매력에 듬뿍 빠져보라. 한 단어 한 단어 수첩에 기록해놓고 싶은 언어들이다. 이문구 작가 특유의 풍자와 해학은 따라올 사람이 없다. 급격한 산업화로 파괴되어가는 농촌의 모습이 문장에 그대로 담겨 있다. 산업화와 함께 우리 토속어도 사라져가고 있으니 말이다.
감독 : 조지 루카스, 출연: 마크 해밀, 해리슨 포드, 캐리 피셔
로마제국의 부활. <스타워즈>는 단순한 SF영화가 아니다. 1000년에 이르는 로마사가 담겨 있다.
이안,양조위,탕웨이
야한 듯하면서 야하지 않은 영화. 조국 독립을 위해 제 몸을 희생키로 한 독립투사와의 관계를 통해 생겨버린 인간에 대한 애정. 탕 웨이의 알듯 말듯한 연기는 압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