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 저
요즈음 읽은 인문학 책 중 가장 흥미로운 책입니다. 이 책은 인문학자이자 명상가인 박석이 동서양의 모든 문화 영역을 비교하여 그 속에 담긴 특징들을 일목요연하게 분석하는 인문교양서입니다. 철학, 종교에서부터 문학, 회화, 음악, 건축까지 동서양의 문화를 관통하는 특성을 꿰뚫는 ‘대교약졸大巧若拙’_'훌륭한 솜씨는 서툰 것처럼 보인다'라는 한 구절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동서양 문화의 특징을 하나의 콘셉트로 꿰뚫어내는 저자의 통찰력과 교양, 수양으로 닦은 공부의 내공이 눈부십니다. 여느 인문학 서적에서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흥미롭고 신선한 관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김훈철,김선식 공저
『카테고리 디자인』은 창의적인 아웃사이더와 세상을 좀 더 인간다운 세상으로 만들려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주는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무기입니다. 자본주의를 이해하지 못하고 어떻게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새로운 수요를 창조하는 비밀을 알지 못한다면 어떻게 사람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을까요? 카테고리 디자인은 새로운 수요를 창조하는 강력한 기술과 프레임입니다. 자본주의에 주눅 들지 않고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 성공을 꿈꾸는 정치인, 학자, 대학생, CEO, 기획자, 예술가, 마케터들에게 기존의 강력한 브랜드와 강자를 밀어내고 자신만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기억시키는 방법과 선택받는 기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카테고리 디자인’이라는 무기로 기존의 장벽과 관습에 도전에 승리하고 싶은 분들에게 권합니다.
어빙 스톤 저/최승자 역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한 사람의 생애가 이토록 고통스러울 수 있을까? 하는 경탄을 자아내게 하는 책입니다. 대학시절 내내 삶에, 전망에 절망할 때마다 이 책을 읽었습니다. 신기하게 읽고 나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얻곤 했어요. 전 평전을 열심히 읽는 편에 속하는 독자인데 지금까지 저를 가장 크게 울린 평전이 바로 이 책과 고은 시인이 쓴 『이중섭 평전』, 조영래 변호사 쓴 『전태일 평전』입니다. 평전문학의 전범이 될 만한 책이지요. 반 고흐 생애와 예술세계를 제대로 알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랍니다. 저자와 역자 선생님의 열정 가득한 문장은 읽는 사람의 가슴을 뛰게 만듭니다.
김지하 저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김지하를 전집을 열심히 읽었습니다. 시뿐만 아니라 산문도 좋았습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그때 다가온 책입니다. 우리 사상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동학교도였습니다. 전봉준과 손화중이 동학봉기를 할 때 수많은 이웃집 할아버지들과 함께 죽창을 들고 동참했지요.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사상과 철학이 없습니다. 불교, 도교, 기독교, 선불교, 마르크시즘 모두 외래사상이지요. 우리만의 혼과 피가 흐르는 유일한 사상은 동학과 동학을 새롭게 한 증산교입니다. 동학혁명과 증산교가 태생한 그 땅을 기행하면서 김지하는 생명사상의 뿌리를 찾아내고 있습니다. 깊은 울림이 있는 책입니다.
강신주 저
저는 대중을 위해 풀어 쓴 강신주의 저작을 모두 찾아 읽었습니다. 『김수영을 위하여』를 읽는 감동은 정말 잊을 수 없지요. 한 시인을 이토록 사랑할 수 있는지 내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백석이나 서정주를 이토록 내가 사랑할 수 있을 것인가?’ 20년 동안 김수영의 시를 읽고 또 읽어 김수영의 무의식의 세계까지 닿은 저자의 열정이 바로 김수영이 말한 ‘시는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라는 문장과 닮아 있었습니다. 대중을 위해 풀어쓴 강신주의 저작 중에 가장 넘기 힘든 산이 『철학 VS 철학』입니다. 저는 약 17시간 동안 928쪽과 사투를 벌였습니다. 책을 처음 잡고 끝장을 넘길 때까지 이틀에 걸쳐 읽어냈습니다. 다 읽고 나니 매우 뿌듯했던 기억입니다.
장일순,이아무개 공저
출판 일을 하고 24시간 내내 출판 일만 생각하는 날이 계속되었습니다. 술을 먹고, 밥을 먹고, 잠을 자다가도 좋은 제목과 내용의 수정과 한 줄의 콘셉트를 생각했습니다. 새벽마다 벌떡벌떡 깨어 일어나면 좋은 제목이 생겨났습니다. 무의식을 움직인 힘이었습니다. 그러나 몸은 지쳐갔습니다. 마음의 여유도 조금씩 사라져 갔습니다. 무언가에 미쳐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매일 술을 먹고 하루 종일 토론했습니다. 그러나 새벽같이 일어나 회사에 가장 일찍 출근했습니다. 이렇게 하다가는 곧 죽을 것 같았지요. 그때 저는 노자를 만났습니다. 이 책은 장일순 선생님과 이현주 목사가 대담형식으로 풀어쓴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이 너무 아까워서 하루에 30분씩 소리내어 6개월 동안 읽었습니다. 새벽마다 거실에 누워 두 발을 들고 소리내어 읽고 있으면 두 사람의 울림에 배속에 가득 차곤 했습니다. 저는 그 이후에도 같은 방식으로 이것을 두 번 더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 저/강승영 역
저는 지금도 채식을 좋아하지만 한때는 완전한 채식주의자였습니다. 한 3년 동안 채식만 했는데 그때 만난 책이 『월든』입니다. 지구촌에 수많은 사람들은 왜 굶주려 죽어갈까? 식량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인간들이 고기를 먹기 때문이지요. 고기를 먹기 위해 키우는 목초지에 곡식을 심어 식량을 나누어 줄 수 있다면 70억 인구는 굶주림 없이 살 수 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문장 중에 ‘사람들은 소라는 고기를 먹는데 소는 풀을 먹고 자란다. 소는 풀만 먹어도 건강하다. 인간도 풀만 먹어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라는 요지의 글이 있습니다. 이 문장을 보고 저는 채식을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좀 더 이 사회에 불복종하면서 풀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조지캠벨의 책을 읽다가 또 다른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채식주의자들은 도망갈 수 없는 것들만 잡아먹는 비겁한 사람이다!”라는 문장 이후 저는 채식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를 마침내 찾았습니다.
이덕일 저
저는 이덕일 선생님의 문장을 좋아합니다. 그의 문장에는 역사에 대한 통찰력과 함께 인간에 깊은 연민의 뜨거운 피가 흐르기 때문입니다. 친구의 소개로 이덕일이라는 저자를 처음 알게 되었고 그때가 마침 설날이라 시골에서 읽기 위해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2권을 사들고 내려갔습니다. 저는 이 두 권을 밤새워 읽었습니다. 다시 아침이 밝아왔는데 마당에는 함박눈이 우주의 별빛처럼 내리고 있었습니다. 정약용이 견뎌야 했을 시대와의 불화, 분노, 사랑이 물밀듯이 가슴에 밀려왔습니다. 뛰는 가슴을 제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 저는 친구를 불러 선운사에서 가서 대낮부터 대취하여 동백꽃에 떨어지는 눈송이를 바라보았습니다.
Frozen (겨울 왕국) (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2014)
Kristen Bell,Josh Gad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6살 막내딸과 함께 보았는데 막내딸은 저보다 더 재미있어 했습니다. 얼음왕국의 여주인공 엘사처럼, 우리 고전에서 그런 인물을 찾아 뮤지컬이나 드라마를 만든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현대적인 소설로 작업하고 있는 한 작가의 심청전의 청淸이가 생각났습니다. 맑은 마음을 가진 청이가 엘사보다 더 매혹적이지 않을까요?
프랑스의 거장 장 자크 베넥스 감독의 영화 <베티 블루>의 원제목은 ‘37.2도의 아침’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외설적이고 너무 길다는 이유 등으로 많은 부분을 잘라내고 89년 100분짜리 영화로 상영됐다가 2000년 185분짜리로 재개봉되는 곡절을 겪은 영화이기도 하지요. 저는 185분짜리 영화를 삼류 영화관에서 혼자 보았습니다. ‘37.2도’는 여자가 임신할 수 있는 최적의 온도이며 가장 격정적인 사랑을 나눌 때 남녀의 체온이기도 합니다.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거는 남녀의 파괴적이고 뜨거운 사랑이 우리들의 심장을 식을 줄 모르게 하는 영화입니다.
롤프 슈벨
Gloomy Sunday. 제가 가장 좋아하는 취향의 영화입니다. 1999년 제작된 독일 영화로 감독은 롤프 슈벨(Rolf Schubel)입니다. 한 여자를 둘러싼 세 남자의 사랑 이야기로 슬픈 사랑의 이야기지요. 원제는 헝가리어로 슬픈 일요일이란 뜻의 Szomorú Vasárnap(소모루 버샤르너프)입니다. 당시 우울한 시대상과 맞물려 많은 사람의 자살을 부른 곡으로 유명하지요. 저는 이 영화를 당시에 비디오로 세 번 봤습니다. 당시 제 삶이 우울했기에 자살을 꿈꾸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글루미 선데이> OST의 가사 한 구절을 읽어보면 이렇습니다. “우울한 오후 사랑의 질투는 실수를 연발해. 참 희게 부서진 그대 눈물 세상을 차게 적시네!“ 얼마나 멋진가요?
임권택
임권택 감독의 수작으로 <취화선>과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김용옥이 시나리오 작업을 했지요. 19세기 중반, 1대 교주가 최제우가 사형당한 뒤 2대 교주가 된 최시형은 포교에 성공했고 그리하여 동학은 전국적인 조직을 갖추게 됩니다. 그러나 정부의 탄압이 심해지고 폭정이 계속되자 무장 봉기를 주장하는 전봉준의 항명으로 최시형은 곤경에 처합니다. 남접과 북접은 사상투쟁을 하고 승리한 남접은 봉기를 결정합니다. 그러나 혁명은 실패로 끝나고 동학교도 30만 명 이상이 처형당합니다. 그때 만일 북접의 노선을 택했다면, 그래서 민중 속으로 더 깊게 들어갔다면 동학은 우리나라 최대 종교와 사상이 되었을 것입니다. 무심해 보이는 카메라워크와 불친절한 영화의 구성은 혁명의 비애감과 쓰라림을 더욱 더 크게 가슴에 울리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