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하이네 저/정용환 저
비판적 지성의 날카로움에 찔렸습니다. 독일 낭만주의 문학과 정치적 복고주의의 밀월을 신랄하게 꼬집은 비평서입니다. 낭만주의 시인이었던 하이네가 낭만주의를 정색하고 비판합니다. 문학과 정치, 미학과 현실 사이의 역학 관계를 모색할 수 있는 긴요한 창을 제공하는 책입니다.
발터 벤야민 저/김영옥,윤미애,최성만 공역
아포리즘의 정수를 공부했습니다. 언어로도 촌철살인의 스냅 사진을 찍을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타성에 젖은 사고에 충격을 주는 낯선 이미지를 창출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해 주는 책입니다. 벤야민의 유머와 기지를 엿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구혼할 때 지킬 원칙: 자기를 일곱 배로 부풀리기. 사람들이 탐내는 여자 주변에 일곱 겹으로 서 있기.”
모니카 마론 저/김미선 역
사랑의 본질을 깨달았습니다. 사랑은 인간의 내부 깊숙한 곳에 동면하고 있는 괴물입니다. 도덕과 문명에 의해 길들여지지 않은 공룡입니다. 가끔 이 녀석이 탈출로를 찾아 꿈틀거리기 시작합니다.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합니다. 사랑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 소설의 한 문장이 폐부를 찌르고 들어왔습니다. “인생에서 놓쳐서 아쉬운 것은 사랑밖에 아무것도 없다.”
프리드리히 니체 저/장희창 역
차라투스트라의 생의 의지에 뜨거워졌습니다. 삶이 무료하고 지루하고 답답하다고 느낄 때 이 책을 펴서 이런 구절을 읽습니다. “아, 내 머리 위의 하늘이여, 그대 맑고 맑은 자여! 깊고 깊은 자여! 그대 빛의 심연이여! 그대를 바라보며 나는 신성한 욕망에 몸을 떠노라.” 차라투스트라는 저에게 대지를 박차고 비상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곤 했습니다.
다니엘 켈만 저/임정희 역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힘에 굴복했습니다. 이토록 재미있게 소설을 읽어본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들어 있고 그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는 가뭇없습니다. 신세대 독일 작가의 당돌한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독일 문학은 너무 지루하고 난해하다며 외면해 온 독자들을 유쾌하게 배신할 책입니다. 차세대 노벨 문학상 후보 1순위입니다. 물론 저의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단테 알리기에리 저/박상진 역/윌리엄 블레이크 그림
상상력의 장대함과 정치함에 경탄했습니다. 단테는 인간의 상상력으로 신의 나라를 정복했습니다. 필멸의 인간이 초월의 세계를 여행한다는 설정은 근대적 인간 주체의 탄생을 예고하는 기획이었습니다. 신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지 마세요. 대신에 진정한 자아와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잡으세요. 지옥, 연옥, 천국으로 이어지는 단테의 여행은 결국 나를 찾아가는 순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