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감정 뒤에 숨은 자신의 욕구를 발견하고 마음을 돌보는 도구로서 글쓰기에 관심을 갖고, 심리상담과 여러 워크숍에서 감정 글쓰기를 실천해 온 임상심리전문가 이지안 작가의 신작이다. 심리검사 관련 연구소에서 일하며 저술 활동을 이어온 저자는 연구와 상담, 워크숍 등을 통해 쌓은 지식과 경험을 가르고 모아 『감정 글쓰기』를 집필했다. 저자가 제시하는 감정 기록법을 따라가다 보면, 이유를 몰랐던 감정 뒤에 숨은 욕구를 발견하게 된다.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 우리는 종종 마음속 진짜 이유를 놓친다”라는 저자 소개 글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동시에 ‘감정 글쓰기를 하면 마음속 진짜 이유를 찾게 될까?’라는 질문이 들더군요. 일기에 그날의 감정을 털어놓으면 속이 후련해지기는 해도 넋두리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감정 글쓰기는 우리가 평소에 쓰는 일기와 어떻게 다른가요?
일기를 쓰다 보면 타인이나 자신을 탓하면서 더욱 감정이 거세지는 경우가 있어요. 자기만의 해석이라는 좁은 시야에 갇혀버리기 때문입니다. 감정 글쓰기는 조망을 확장하는 글쓰기입니다. 예를 들어, 가족의 말 한마디에 서운했을 때, 일기에는 억울한 감정만 쏟아내고 끝날 수 있지만, 감정 글쓰기에서는 표면적인 감정 이면에 있는 생각과 욕구를 탐색합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상대의 말을 ‘나를 무시했다’고 해석하면서 더욱 화가 났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될 수도 있고, 가족에게 존중받고 싶었던 내 욕구를 발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자기 마음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면서 감정에 덜 휘둘리고 내가 바랐던 것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책에서 감정 글쓰기를 6단계로 나누어 방법을 알려주시는데요. 단계별로 감정을 쓰다 보니 감정을 일으킨 상황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감정의 이면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글쓰는 방법을 알려주지만 실은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더군요. 자신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감정 글쓰기를 할 때 작가님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감정 글쓰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전제는 ‘지금의 내 감정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왜 화가 났는지, 울적해졌는지 당장은 이해할 수 없다 하더라도, 찬찬히 살펴보면 이러한 감정이 들 만한 맥락과 욕구가 있습니다. 그 이유에 닿으면 나는 훨씬 이해할 만한 사람이 되어요. 그러므로 글을 쓰다가 만나게 되는 감정을 비난하지 않고, 그럴만했을거라고 믿어주세요. ‘더 이야기해 보라’는 다정한 시선을 담아서요. 그럴 때 보다 더 솔직하게 자기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감정 글쓰기』를 읽기 전에는 감정은 지금 처한 상황 때문에 발생한 일시적인 기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오히려 감정을 외면하는 편을 선택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 책에서 감정은 외부 환경과 내 마음속 욕구가 만날 때 생겨난다고 하더라고요. 감정은 쉽게 알아챌 수 있는 데 반해 그 감정을 일으키게 한 욕구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인데요. 욕구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을까요?
만약 친구가 약속에 늦어 화가 났을 때, 화가 난 이유는 단지 친구의 행동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내가 급하게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면, 친구의 지각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졌을 거예요. 이렇듯 내 마음 상태에 따라 같은 상황에서도 감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화가 난 감정은 ‘존중받고 싶다’, ‘예상대로 흘러가길 바란다’와 같은 충족되지 못한 욕구에서 비롯되었을 거예요.
감정은 눈에 띄게 드러나지만, 그 감정을 불러온 욕구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감정이 올라올 때 잠시 멈추고 “지금 내가 원하는 건 뭘까?”라고 적어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존중’, ‘자유’, ‘연결’, ‘안전’ 같은 기본적인 욕구 단어들을 떠올리며 하나씩 대입해보면, 내 감정 뒤에 숨은 욕구를 훨씬 더 쉽게 알아차릴 수 있어요. 감정은 결국 나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감정 글쓰기를 하면 아무래도 기쁘고 좋았던 일보다는 속상하고 화났던 일들을 자주 쓰게 됩니다. “유난히 화가 나는 일은 좋은 글감”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유난히 화가 날 때는 그만큼 내 마음속 어떤 간절한 욕구나 중요한 가치가 건드려졌다는 뜻입니다. 존중받고 싶다는 욕구가 클수록 무례한 말을 들었을 때 더 크게 화가 나고, 정직함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거짓말을 들었을 때 유난히 분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의 밀도가 높은 순간 내 마음을 잘 살펴본다면, 내가 그토록 지키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내가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 더 알아 가게 됩니다.
마음이 상하거나 괴로웠던 일을 쓰다 보면 쓰면서 더 고통스러워질 때가 있는데요. 이럴 때도 참고 계속 글을 쓰는 게 좋을까요?
글을 쓰다가 너무 괴롭다면, 그럴 땐 멈춰도 괜찮습니다. 쓰기를 잠시 접고, 산책을 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처럼 내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으로 돌아오세요. 하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다면 그만큼만 더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어떤 괴로움은 외면할수록 오히려 더 커지기도 하는데, 막상 감정을 글로 마주하고 살피다 보면 긴장감이 가라앉으면서 고통의 원인이 보다 객관적으로 보이거든요. 이렇게 한발 물러나 괴로운 감정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 감정을 더 잘 받아들이고 다룰 수 있게 됩니다. 물론,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이라면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함께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자신에게 화가 날 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듬는 방법으로 ‘자기자비 글쓰기’를 추천하셨어요. ‘자기비난’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자기자비 글쓰기’가 자칫하면 정신승리처럼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자기자비 글쓰기는 마냥 긍정적으로 보내는 응원과 어떻게 다른가요?
‘자기자비 글쓰기‘는 단지 “별일 아니야” 혹은 “잘될 거야”처럼 무조건 긍정하며 문제를 덮어버리는 응원은 아닙니다. 이런 글쓰기는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게 만들고 결국 진짜 감정이나 욕구에 가닿지 않아 피상적인 위안으로 끝나기 쉽습니다. 반면, 자기자비 글쓰기는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나는 지금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구나”, “나는 그 말에 실망했구나“처럼 실패감이나 수치심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는 용기 있는 글쓰기입니다. 이를 통해 내가 실수하거나 취약해질 수 있는 존재임을 받아들이고, 그 아래 있는 욕구까지 끌어안아줄 수 있습니다.
『감정 글쓰기』를 특별히 권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자주 화가 나고 마음이 복잡한데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는 분들, 감정을 꾹 눌러 담아두는 게 익숙해진 분들이라면, 이 글쓰기가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감정 글쓰기는 내 감정을 ‘이해 가능한 언어’로 바꾸고 나의 욕구와 가치를 발견하는 작업입니다. 결국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바라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함입니다. 문장이 서툴러도 괜찮고, 앞뒤가 안 맞아도 괜찮습니다. 일단 감정이 요동칠 때, 한 문장을 써보세요. ‘내 마음이 왜 이럴까’라는 질문을 놓지 않는다면, 글은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마음 깊은 곳으로 데려가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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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글쓰기
출판사 | 앤의서재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