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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으면 좋은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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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빠가 읽어줄 때 책은 더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어린이가 자연스레 책을 좋아하는 독자가 될 수 있도록, 한미화 평론가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기 좋은 그림책 세 권을 소개합니다.

앤드루 클레먼츠의 『작가가 되고 싶어』에는 소리 내 읽어주기에 관한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나온다. 사고로 아빠를 잃은 나탈리는 좋아하는 책을 몇 권 옷장에 숨긴다. 아빠가 주인공에 걸맞은 재미난 목소리로, 효과음도 하나하나 넣으며 읽어주었던 책들이었다. 엄마가 그 책을 읽어주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비록 아빠는 곁에 없지만 그 책들을 펼치면 아빠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부모가 읽어준 책은 죽어있는 텍스트가 아니라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살아있는 책으로 바뀐다. 특히나 어린이를 사랑하는 사람이 읽어주는 책은 언제나 재미있다. 무엇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는 책이 생길 때 어린이는 자연스레 책을 좋아하는 독자가 된다.

『살리고 살리고』

이나래 글그림 | 향출판사

어린이에게 읽어줄 때는 이왕이면 리듬감이 살아있는 책을 고르는 게 좋다. 반복적이고 운율이 있는 단어가 돌림노래처럼 반복되면 읽어줄 때 훨씬 즐겁다. 리듬감을 담당하는 텍스트는 대개 의성어나 의태어 혹은 반복되는 말이다. 『살리고 살리고』는 배드민턴 공이 땅에 떨어질 때마다 누군가 받아쳐서 “살리고 살리고”살리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마치 배트민턴 경기를 중계하는 아나운서가 된 양 흉내를 내며, “아 오리 선수가 공을 받았습니다. 서브가 좀 느리네요”하며 읽어줄 수 있다. 또 공이 통통통 튀며 날아가는 다양한 소리가 담겨있어 마음껏 소리를 지를 수도 있다.

그림책 속 어린이가 배드민턴 공을 “통”하고 친다. 그다음부터 생각지도 못한 이들이 등장해 공을 받아넘긴다. 고양이가, 오리가, 심지어 나무와 파도도 참여한다. 이 세상의 일들이란 이렇게 받지 못할 줄 알았던 공을 누군가 받아주고 그래서 살리고 살리고 살리며 이어진다. 어른은 이렇게 살리고 살려 살아낸 삶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테고, 어린이는 아빠와 함께 내일 배드민턴을 치는 꿈을 꾸는 시간, 그림책을 함께 읽는 일이다.


『우르르 팡 변신 우산』

노인경 글그림 | 문학동네

그림책 작가이자 엄마이기도 한 노인경 작가의 경험이 즐거운 그림책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밤이랑 달이랑’ 시리즈의 여덟 번째 책이다. 밤이는 언니, 달이는 동생이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밤이나 달이나 모두 어린이지만, 그림책에서 밤이는 제법 언니답다. 동생 달이는 멋모르고 모험을 떠나는 모든 어린이를 대변한다.

어린이와 함께 읽을 책을 고를 때는 어린이가 좋아할 만한 요소가 있는지를 먼저 살핀다. 일반적으로는 그림책 안에 어린이의 마음이 잘 녹아있는 책이 좋다. 노인경 작가의 ‘밤이랑 달이랑’시리즈는 어느 집에서나 벌어질 법한 어린이의 세계가 담겨있다. 『우르르 팡 변신 우산』은 비가 오는 날 일어난 이야기를 담았다. 어린이는 비도, 우산을 쓰는 것도 좋아하니까. 하지만 밖으로 나간 밤이와 달이는 우산이 없는 생명들에게 마음이 쓰인다. 오리도, 백곰도, 말도 코끼리도 우산이 없다. 어른이면 그러거나 말거나 제 갈 길을 가겠지만 밤이와 달이는 그럴 수 없다. 모두에게 우산을 내어주고 싶다. 비 오는 날 텀벙텀벙거려본 어린이라면 모두 좋아할 그림책이다.


『달꽃 밥상』

지영우 글그림 | 사계절

아직 먹을 거로 달랠 수 있다면 어린이다. 어린이는 치킨이나 피자를 사준다고 하면 금세 화를 푼다. 그만큼 먹는 게 제일 좋을 때가 어린 시절이다. 먹을거리를 주제로 삼은 그림책 역시 어린이와 함께 읽기 좋다. 『달꽃 밥상』은 어린이의 판타지를 담았다. 하지만 좀 먹먹하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옛날에 해주던 밥을 그리워하는 어린이의 소망을 담았기 때문이다. 시종일관 따뜻하고 부드럽지만 다 읽고 나면 가슴이 시큰해진다.

뭐든지 먹고 싶다 하면 맛있게 음식을 만들어주던 할머니는 요리법을 까맣게 잊었다. 아빠는 그저 계란프라이만 해준다. 배가 고파 잠 못 이루던 어린이는 낯모르는 어린 계집애와 여행을 떠난다. 거기에는 넉넉한 품으로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어주는 할머니가 있다. 꽃잎 한 소쿠리로 지은 밥이 다 익은 장면에서는 갓 지은 밥 냄새가 솔솔 풍긴다. 그림책을 읽고 내일은 뭘 먹을지 함께 이야기해 보자. 밥을 잘 먹은 어린이는 쑥쑥 키가 크고, 부모가 책 읽어주는 소리를 들은 어린이는 마음이 훌쩍 자란다.    


*필자 | 한미화

어린이책 평론가이자 출판평론가. 독서운동가, 사서, 현직 교사 사이에서 ‘책으로 아이와 소통하는 법을 가장 잘 아는 어린이책 전문가’로 손꼽힌다. 웅진출판과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등에서 일하며 25년 넘게 어린이책을 다루었고, 출판 잡지에 기사를 쓰고 인터뷰를 하며 글쓰기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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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미화(어린이책·출판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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