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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조지 거슈윈 ‘랩소디 인 블루’ 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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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거슈윈은 ‘음악은 그 시대의 사람들의 생각과 열망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오늘 날에도 여전히 그의 곡이 사랑받으며 대표적인 레퍼토리로 연주되는 것을 보면, 거슈윈의 음악은 영원한 ‘클래식’이 아닐까요?


올해 미국에서는 조지 거슈윈의 1924년 2월 초연된 ‘랩소디 인 블루’ 작곡 10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무대가 펼쳐졌다. 미국의 대표적인 공연장인 뉴욕 카네기홀에서는 이를 기념한 여러 시리즈 공연이 열렸으며, WNYC(뉴욕 공영 라디오방송)는 ‘랩소디 인 블루’의 새로운 편곡을 선보이는 야외 콘서트를 기획했다. 또한 필라델피아 심포니, 시애틀 심포니를 비롯한 수많은 미국 오케스트라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를 무대에 올렸다.

보통 위대한 작곡가의 탄생이나 사망을 기념하는 행사는 많지만, 특정 작품을 기념하여 이와 같은 이벤트가 열리는 경우는 드물다. 이는 ‘랩소디 인 블루’가 미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작품이자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인지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랩소디 인 블루’는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곡이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OST로 사용되었고, 여러 드라마와 광고에도 자주 삽입되었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주인공 ‘개츠비’가 자신을 소개할 때도 이 곡이 등장한다.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미국의 황금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로, 이 시대는 재즈의 시대로 불리기도 한다. 이 재즈의 시대에 발표된 ‘랩소디 인 블루’는 재즈와 클래식을 결합하여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미국의 음악을 전 세계에 알린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가 되었다.

거슈윈이 재즈를 클래식에 결합한 최초의 작곡가는 아니었지만, ‘랩소디 인 블루’의 성공에는 그의 천재적인 작곡 능력뿐만 아니라 뛰어난 기획력과 마케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재즈밴드를 이끌던 폴 화이트먼은 ‘현대 음악에서의 실험’이라는 야심 찬 콘서트를 기획했다. 그리고 신문에 ‘미국 음악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답을 제시할 것이라며 작곡가 거슈윈이 이를 위해 재즈 협주곡을 작곡하고 있다는 기사를 냈다. 당시 조지 거슈윈은 형 아이라 거슈윈과 함께 이미 브로드웨이의 유명인사였다. 그리고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야사 하이페츠, 작곡가 라흐마니노프 등도 공연장에 올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관객들은 열광했으나, 일부 비평가들은 멜로디가 진부하고 빈약하다고 혹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랩소디 인 블루’는 혁신의 대명사로 지금도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인기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랑하는 ‘랩소디 인 블루’는 1924년 초연된 ‘랩소디 인 블루’의 악보와는 많이 달랐을 것으로 추측한다. 거슈윈은 작곡한 악보를 준비했지만, 즉흥연주의 여지도 남겨두었다. 또한 ‘랩소디 인 블루’의 도입부인 클라리넷이 연주하는 글리산도도 처음 의도된 것과는 달랐다. 리허설 때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로스 고먼이 장난스럽게 길게 뺀 글리산도를 보고 거슈윈은 마음에 들어 가능한 그 ‘울음소리’를 길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오늘날 그 유명한 글리산도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재즈를 접목시킨 음악답게 즉흥과 우연의 순간들이 ‘랩소디 인 블루’의 역사를 만들어낸 것이다.

또한, 원래 이 곡의 제목도 ‘랩소디 인 블루’가 아니었는데 처음에는 ‘아메리칸 랩소디’라는 이름으로 작곡되었으나, 형 아이라 거슈윈이 화가 제임스 휘슬러의 작품 <녹턴 인 블루 앤 그린>에서 영감을 받아 ‘랩소디 인 블루’로 제목을 바꾸었다. ‘보석세공사’라는 별명을 가진 아이라 거슈윈은 이 곡에 가장 어울리는 제목을 찾아낸 것이다. 이렇게 거슈윈 형제는 최고의 파트너십을 발휘하며, 브로드웨이 뮤지컬, 헐리우드 영화의 음악작품에서도 흥행작들을 쏟아냈다. 그리고 오늘날 이들의 이름을 딴 뉴욕 맨하튼의 거슈윈 극장에서는 <라이온 킹>, <위키드> 등 브로드웨이의 흥행작들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거슈윈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오늘날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을 만나보기는 어려운데, 그가 올린 브로드웨이 작품들은 대공황이나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배경으로 한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조지 거슈윈은 ‘음악은 그 시대의 사람들의 생각과 열망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도, 오페라 포기와 베스, ‘파리의 미국인’도 그의 이런 신념을 반영한 곡이다. 그럼에도 뮤지컬과 달리 이 곡들은 오늘 날에도 여전히 사랑받으며 그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로 연주되는 것을 보면, 거슈윈의 음악이 당대의 평가와 상관없이 영원한 ‘클래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드디어 시원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 재즈 선율이 어울리는 이 시기에 재즈로 음악의 새 역사를 쓴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를 들으며 계절이 변화를 느껴보면 어떨까?


*필자 | 공연장 옆 잡화점

클래식 공연 기획사 '크레디아'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 클래식 공연 기획자들이 직접 무대 비하인드 스토리와 음악, 예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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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묘점원 (뉴스레터 <공연장 옆 잡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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